소설리스트

능력 믿고 막 간다-657화 (657/729)

# 657

제657장 파벽자

공간문은 막대한 투자 사업으로, 성안 백 개에다 천문학적인 규모의 공간수정석이 필요하다. 현재 기적상회가 지닌 재력으로도 공간문을 구축하기 위해선 엄청난 대가를 치러야 한다. 여기에 대형 은행들로부터 대출을 받고, 사대 거물의 자원까지 빌려야만 가능한 일이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을 쏟아 부어도 아깝지 않을 만큼 공간문의 투자 가치는 충분하다.

천제현은 이번 공간문 구축을 공서련과 함께하기로 하였다. 공서련은 오랜만에 천제현과 함께 일하는 터라 매우 들떠 있었다. 그녀는 매일 천지강산을 돌아다니며 자원을 구하느라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다.

지난 1~2년 사이, 공서련은 괄목상대할 만한 성장을 보였다.

그녀는 오랫동안 기적상회의 생산부를 관리해 왔고, 기적상회가 보유한 자원 및 인력에 대하여 손바닥 보듯 훤히 꿰고 있었다.

“우리에게 필요한 자원은 전역에서 공수해 오는 터라 들어오는 데 3일은 걸릴 것 같아”

천제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인력은요?”

“운문에서 학자 500명, 타이탄산맥에서 장인 3천 명이 오기로 했고, 기적성 현지 인부들까지 포함하면 충분할 것 같은데.”

“잘하셨어요.”

천제현이 칭찬했다.

“바로 착공해요. 최대한 10일 이내에 완료하도록!”

공간문은 천제현이 기적성에 봐둔 분지에 구축될 예정이다. 천제현은 운문학자와 함께 무려 300쪽이 넘는 분량의 공간문 설계도를 제작하였고, 한 페이지씩 장인들에게 건네 공사를 시작하도록 하였다.

기적성의 화염이 하늘로 치솟으며, 공간문의 착공을 알렸다.

한편, 공화련도 분주히 움직이기는 마찬가지였다.

“남옥성이 곤충령 부대의 습격을 받아 사상자가 10만 명이 넘는다고 합니다!”

“석원성이 곤충령 부대의 기습으로 보호 결계가 무너져 손실이 막중하다고 합니다!”

“운형성이 곤충령 부대의 침공으로 대량의 물자를 약탈당하고 도시 몇 곳을 잃었다고 합니다.”

“자은성 인근 광산이 습격을 받아 생산이 완전히 중단된 상태입니다. 자은성 성주가 연맹에 도움을 요청하였습니다!”

해양종족의 탈퇴로 분노에 휩싸인 가쿠계가 지상 공격을 확대했다. 곤충령들은 얽히고설킨 지하세계의 틈새 곳곳을 누비고 다닌 덕분에 숲의 어느 곳이든 자유자재로 드나들 수 있었다. 숲 연맹에 소속된 대도시에 이 곤충령들은 눈엣가시나 다름없었다.

카쿠계의 거침없는 행보는 혼돈의 숲에 커다란 영향을 미쳤다. 숲 연맹에 아무리 많은 전사와 고수가 있어도 신출귀몰한 곤충령 종족을 상대하기는 상당히 벅찼다.

이 같은 상황에 공화련은 심란한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 그녀는 이대로 가다간 연맹 도시의 손실이 갈수록 커질 거라고 생각했다. 이를 막지 못하면, 연맹 가입을 회의적으로 바라보는 도시가 생겨날 것이고, 더 나아가 숲 연맹의 안정화를 위협할 것이다.

공간문 구축에 상당한 시일이 걸리는 상황에서 공화련은 혼자의 힘으로 이 사태를 진정시켜야 했다.

“보고드립니다! 대주국에서 전갈을 보내왔습니다!”

“매황이 혈응왕을 돕기 위해 응왕 2명을 긴급 파견하였고, 병사 20만 명을 추가로 파병하였습니다. 대주국 공격에 전력을 쏟을 모양인데, 현재 대주국은 이를 막아낼 힘이 없습니다!”

장응국이 대주국을 통해 삼대 왕국연맹을 치려는 걸까?

혈응왕과 매황 사이를 이간질하려 한 기적상회의 의도를 간파한 듯하다. 이 마수령들은 아주 바보는 아닌 모양이다.

삼대 왕국은 숲 연맹 전체와 비교하면 강하다고 할 수 없으나, 그렇다고 삼대 왕국연맹이 있으나 마나한 존재는 아니다. 삼대 왕국은 그 존재만으로 엄청난 가치를 지녔다. 왕국 자체는 강하지 않지만, 기적상회와 뿌리 깊은 관계를 맺고 있었다. 게다가 기적상회는 이들을 이용하여 주변국에 힘을 행사하고, 영향력을 확대할 계획이었다.

그러니 왕국연맹의 붕괴는 기적성으로서도 커다란 손실이 아닐 수 없다.

장응국이 삼대 왕국을 멸망시키기로 결심한 이상, 기적성도 이를 좌시할 수는 없다.

공화련이 결단을 내렸다.

“가쿠계가 이렇게 나온 이상, 우리도 가만히 있을 수 없지. 데스윙, 썬더, 클로, 엘프왕께 네간에서 바로 가쿠의 도시를 공격하라고 해야겠어!”

네간에서 기적상회의 세력은 그리 강한 편이 아니었다. 그러나 사대 거물이 도시를 진압하여 네간을 평정하였고, 이곳에 공간요새를 구축해 놓은 상태였다. 이는 다른 네간 세력이 무슨 짓을 해도 절대 뚫을 수 없는 것이었다.

지금은 사태 진정을 위해 아도를 남겨 두었으므로, 사대 거물이 네간계를 통해 가쿠계에 진입할 수 있다. 그들이 엘리카시스의 도시를 공격하면, 가쿠계의 힘을 어느 정도는 견제할 수 있을 것이다.

“장응국 대군이 집결한 것을 보니, 곧 혈전이 벌어지겠지. 지금은 가급적 정면충돌을 피해야 해.”

공화련은 피해를 입은 도시를 위로하여 일련의 사태를 진정시킨 후에 장응국에 관한 일을 고심하기 시작했다.

“파벽자 연구는 어떻게 되었죠?”

“파벽자는 구조가 대단히 복잡한 미사일이라 제조하는데 상당한 어려움이 있습니다. 게다가 재료도 쉽게 구할 수 없는 관계로 현재 단 10여 개 밖에는 제조하지 못했습니다. 아직 미사일 시험이 이루어지지 않아 효과가 어떨지도 미지수입니다.”

공화련은 생각할 필요도 없다는 듯 말했다.

“전장에서 시험하면 돼요!”

부하들이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서로 얼굴만 쳐다보았다.

“전장에서 말입니까?”

공화련이 남궁혜를 시켜 기적상회 창고에서 전투기 10여 대를 반출했다. 이 전투기는 천제현이 서해성에 갈 때 몰고 간 것과 같은 모델로, 기적상회의 최신형 비행기이다. 전속력으로 비행할 경우, 음속의 10배에 달할 정도라 천역 강자와 맞닥뜨린다고 해도 능히 피할 수 있다.

“언니, 걱정마세요.”

남궁혜는 공화련이 자신에게 일을 맡기려 하자 한껏 들떠 있었다.

“내가 꼭 장응국 부대를 죽사발로 만들어 놓고 올게요!”

“남궁 아가씨가 할 일은 장응국의 주력부대를 상대하는 게 아니에요.”

공화련이 고개를 내저었다.

“일전에 장응국 부대의 구조를 연구한 적이 있어요. 장응국의 5대 응왕이 직접 이끄는 부대는 모두 다 최정예 군인들로 이루어져 있죠. 이중 흑응왕 부대는 이미 견융초원에서 회복 불가능할 정도의 타격을 입었고, 나머지 사대 응왕이 이끄는 부대는 삼대 왕국에 포진해 있지요.”

“그렇다면 언니의 생각은?”

“장응국의 주력 정예군 중 비행부대는 규모가 굉장해요. 우리의 최신형 전투기가 아무리 강해도 저들의 공중봉쇄작전을 뚫는 것은 쉽지 않을 거예요.”

공화련이 남궁혜에게 지도를 건넸다.

“이 지도는 장응전국의 지도에요. 장응전국의 주요 도시 10여 곳을 이미 표시해 두었죠. 이 도시들은 장응국의 군수물자와 장비를 보급하는 곳이에요. 아가씨가 할 일은 저들에게 손쓸 틈을 주지 않고, 이곳들을 단숨에 궤멸시키는 거예요.”

남궁혜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

“알겠어요!”

장응국의 최정예 공군부대는 모두 대주국에 집결한 상태고, 그밖에 일류 부대는 함락된 도시에서 현상 유지만으로 벅찬 상황인데, 본토에 이류, 삼류 수준의 군대만 남겨둘 수는 없지 않은가?

공화련이 말했다.

“삼대 왕국에 천벌비행선이 적잖이 있어요. 비행선은 속력이 느린 편이라 전투가 한창일 때는 그다지 큰 역할을 발휘하지 못해요. 그러니 제가 먼저 비행선을 장응전국 인근에 집결시킨 다음, 아가씨가 전투기로 기습 공격할 때 후방 지원할게요!”

공화련은 이미 계획을 짜놓았다.

이 비행선들은 속력이 느려 응왕 부대와 직접적으로 전투를 벌일 경우, 과녁을 세운 것과 다를 바가 없다. 장응전국의 공군부대는 비행선이 발사한 폭탄도 공중에서 격추시키거나 전투 마수를 보내 비행선 자체를 폭파시킬 정도로 막강한 힘을 자랑했다.

만약 도시 진격에 성공하면, 이런 염려는 하지 않아도 된다.

일단 도시는 군사에 대한 경계태세를 취하지 않았을 테고, 도시의 대응부대도 빠르게 대응할 수 없는 상황이다. 게다가 장응전국은 공화련이 처음부터 자신들의 영토 부근에 비행선을 배치해 언제든 장응국을 공격할 것이라 생각도 못할 것이다. 또한, 기적상회가 전투력을 최상으로 끌어올린 전투기를 제조했단 사실 역시 모를 게 뻔했다.

남궁혜는 군사를 선발하고 미사일을 장착한 후 출발 준비를 마쳤다.

“이번은 우리 ‘흑뢰(黑雷)’ 전투기가 처음으로 실전에 투입되는 것이다!”

남궁혜가 군사들 앞을 천천히 오가면서 지시를 내렸다.

“이번 임무는 반드시 성공해야 한다. 우리 기적상회의 능력을 마음껏 뽐내보자! 알겠느냐?!”

“네!”

“출발!”

흑뢰 전투기 15대가 굉음과 함께 가동을 시작했다. 전투기는 기적성 공항에서 구름 위로 순식간에 자취를 감추었다. 남궁혜는 직접 검은색 전투기를 조종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속력을 10배로 높였으나 기체 성능은 이상 조짐 없이 매우 안정적이었다.

흑뢰 전투기의 기체 구조는 딱히 복잡하진 않았다. 주로 마력행렬의 조합으로 구동되어 강력한 엔진과 무기, 마력을 장착할 공간이 충분했다. 비상용 마력도 4개가 있었는데, 전투기가 견융초원에 도착할 때 즈음 모든 마력을 소진한 후였다.

남궁혜는 전투기를 견융초원에 세운 후 공간창고에서 새로운 마력을 꺼내 전투기에 장착했다. 이후 전투기를 재가동하여 각종 무기를 탑재한 채 장응전국으로 곧장 날아갔다.

장응국에는 천망(天網)이 깔려 있어 통신이 원활했다.

“여기는 흑뢰 1호!”

남궁혜가 통신기를 통해 연락을 시도했다.

“천벌 16호 나와라!”

통신기에서 미세한 잡음과 함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여기는 천벌 16호, 목표지점 상공에 있으니 언제든 발사 명령만 내려주십시오!”

남궁혜가 물었다.

“목표 정보를 전송해 줘.”

남궁혜가 담당한 목표 지점은 장응국 남부지역에 위치한 최대 도시로, 병영, 식량창고, 장비창고가 한데 집결되어 있는 대형 요새나 다름없었다. 그곳은 잡초가 무성한 거대한 낭떠러지에 위치한 데다 견고한 보호 결계 및 강력한 방공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보호 결계의 속성과 관련하여 기적상회도 이미 조사를 통해 파악하고 있었다.

목표지점까지 점점 가까워졌다.

남궁혜는 현재 속력으로 10분 안에 목표지점에 다다를 것으로 예상했다. 천벌비행선 사대가 요새의 1만 5천 미터 상공에 주둔하여 폭탄 투여 시 1분 안에 적진의 목표지점을 타격할 수 있게 되었다.

“명령을 내릴 때까지 경계를 늦추지 말아야 한다!”

남궁혜는 요새가 점차 가까워지자 갑자기 큰 소리로 명령했다.

“폭탄 발사!”

“폭탄 발사!”

비행선 폭탄이 떨어지기도 전에 남궁혜의 전투기가 먼저 요새에 도착했다. 음속의 10배인 상황에서, 전투기 부품으로 마찰과 소리를 줄였지만, 움직임 자체가 워낙 커서 요새에서 즉각 경계태세를 취했다.

너무 늦었다.

남궁혜가 크게 소리쳤다.

“죽어라!”

전투기의 마력대포에서 뿜어져 나온 4~5개의 빛줄기가 하늘을 뚫고 요새 결계에 내리꽂혔다. 그러나 잔잔한 물결만 일었을 뿐 요새의 결계를 무너뜨리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이때 흑뢰 전투기가 돌연 미사일을 발사했다.

칠흑같이 검은 미사일이 음속의 10배로 발사되었고, 여기에 가속도까지 붙어 최소 음속 14~15배로 날카로운 송곳처럼 요새 결계를 강하게 내리쳤다.

미사일이 떨어지자 강렬한 폭발 대신 기이한 마력이 방출되기 시작했다. 수많은 주문이 삽시간에 요새 상단에 깔리더니, 마치 물처럼 유동적이던 마력 결계가 돌연 얼음층처럼 응고되기 시작했다.

“무너져라!”

남궁혜가 다시금 마력대포를 발사했다.

펑.

거울이 깨지는 듯한 소리가 났다. 요새 상단의 결계 대부분이 마치 얼음 깨지듯 산산이 부서졌다. 이때 귀를 자극하는 날카로운 소리와 함께 천벌비행선의 미사일이 떨어졌다.

남궁혜는 요새 외곽으로 전투기를 몰아 비처럼 쏟아지는 폭탄을 ‘감상’했다. 폭탄은 요새 상단의 결계가 깨진 틈으로 끊임없이 떨어졌고, 결계는 화염에 휩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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