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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력 믿고 막 간다-645화 (645/729)

# 645

제645장 혈응왕

천제현은 단번에 흑응왕을 베었다. 흑응군단의 정신적 지주가 사라지자, 마수령 부대는 완전히 무너질 것 같은 충격을 받았다. 아무리 자질이 훌륭한 흑응군단이라 해도 마력포와 각종 중형 무기들의 공격에 이어 마수령마저 죽임당하는 이중 충격에 사기는 완전히 땅에 떨어졌다.

“너무 약하다. 정말 지루한 전투로군.”

천제현은 무전기를 꺼내 명령했다.

“전군 공격!”

흑응군단이 완전히 무너지고 있는 이때, 돌격 명령을 받은 광전사 부대는 모두 거대한 마력검과 마력 도끼를 손에 꺼내들었다. 2만 광전사가 동시에 광화되었다.

이 얼마나 무시무시한 장관인가?

광전사가 살기를 내뿜는 것은 마치 화산이 폭발하는 느낌을 준다.

동시에 대형 방패가 층층이 사라졌다. 흑응군단은 다시 일말의 희망을 부여잡았다. 어쩌면 지금이 흔치 않은 기회일지도 모른다. 흑응군단의 손실이 막심하지만, 아직 절반은 남았다. 최소한 수적으로는 아직 우세다. 벼랑 끝에 몰린 상태에서의 반격이라면 승산이 없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점점 더 거칠어지고 무섭게 달아오르는 광전사들의 살기는 그들을 뒷걸음치게 만들었다. 잠시 얼이 빠져 있던 그 몇 초 사이에 기적성 군단 각 대열에서 엔진의 굉음소리가 울려 퍼졌다.

수십 대의 전차가 뒷부분에서 푸른 화염을 내뿜으며 공중으로 떠오르기 시작하더니 돌풍처럼 달려들었다. 모든 전차는 표면에 마력 방패가 덮여 있었고, 사방에 마력 칼날이 튀어나와 있었다. 마치 공중에 떠 있는 대형 거미 같았다.

이 마력 칼날은 빠른 속도로 회전하면서 균형을 유지하는 한편, 아주 날카로운 원반 모양을 만들었다. 엔진에서는 아주 뜨거운 마력류가 분출됐다. 수십 개의 전차가 마른 풀을 밀어 버리듯 들이 닥쳤다. 잔디를 깎아 길을 만들듯이 흑응군단 가운데 피와 살이 깔린 길이 만들어졌다.

살육병기.

오직 살육을 위한 병기다.

전차들이 빠르게 생명을 거두고 있을 때, 광전사들의 광화가 끝났다. 광전사는 일단 광화 상태에 들어가면 신체 역량이 10배 증가하고 공포와 고통을 느끼지 못하기 때문에 전의가 무한대로 커진다.

흑응군단은 광전사 부대의 진정한 힘을 완벽하게 경험한 것이다.

이 무시무시한 부대는 좀 전에 본 것처럼 차근차근 신중한 전투를 이어갈 수도 있고, 미친 소처럼 활개 치며 미친 듯이 살육을 일삼을 수 있다.

광전사 자체 전투력만도 이미 상당한데, 모두 기적성이 개발한 최신 보병기갑을 갖추고 있다. 모든 기갑에는 방패, 마력 병기가 연결되어 있고 기갑 안에 각종 약제, 치유, 회복 기능을 가진 진법 등이 들어 있어 모든 광전사의 실력을 열배, 백배는 강하게 만들었다.

붉은 두 눈의 식인마 하나가 덤벼들었다.

주변 흑응병사들이 맹공을 퍼붓든 먼 거리에서 화살을 쏘아대든, 모든 공격은 기갑 방패의 방어에 막혀 버렸기 때문에 식인마는 어떤 공격에도 영향을 받지 않았다. 그리고 그의 손에는 큰 무기가 들려 있었다.

이 무기는 식인마와 아주 어울리는 크기로 두껍고 큼직한 금속 방망이였다. 식인마가 위에 있는 버튼을 누르자, 금속 방망이 양 옆에서 거대한 마력 칼날이 등장했다. 커다란 금속 방망이가 양날의 마력 도끼로 변하는 순간이다.

“우어어어!”

식인마가 분노의 고함소리를 지르면서 양날 도끼로 주변을 쓸었다. 아주 강력한 마력을 가진 날카로운 무기가 스치자 도마 위에 음식 썰듯이 흑응병사들의 호신마력과 투구와 갑옷이 모조리 숭덩숭덩 잘려 나갔다.

다른 광전사들은 양떼를 향해 달려드는 이리처럼 광분하며 공격했다.

이미 사기가 바닥에 떨어진 흑응군단은 이런 공격에 와르르 무너졌다. 기적성 부대보다 수는 많았지만, 그 규모가 전투력과 비례하진 않았다. 한 쪽이 압도적으로 당하기만 하는 살육의 현장이었다.

“완전히 오합지졸인데.”

“장응전국 5대 응왕 중 하나의 직속부대라더니.”

이 짧은 시간에 완전히 참패했다. 병사들은 초원에서 울부짖으며 광전사들에게 죽음을 맞았다. 초원 곳곳마다 그들의 시체로 가득했다. 이 정도까지 됐으면 전쟁은 이제 의미가 없다.

천제현은 고개를 가로저으며 두루마리 하나를 펼쳤다.

쉭 하는 소리가 났다.

천제현은 전송빛 속에서 북융국의 전송지점으로 돌아갔다. 북융국의 책임자 루츠가 황급히 달려왔다. 얼굴은 경외의 표정으로 가득했다.

“성주님, 전쟁 과정을 모두 녹화해 영상으로 만들었습니다.”

전쟁 녹화영상은 공화련이 요청한 것이다.

이 2만 명 부대는 기적상회에서 처음으로 선보인, 그리고 지금으로서는 유일한 선진화된 장비를 갖춘 최고급 부대다. 그러므로 첫 전투의 데이터는 아주 중요하다. 더 많은 데이터를 분석해 앞으로 무기 개발에 응용할 수도 있고, 홍보영상 제작도 가능하다. 앞으로 기적성의 무기는 반드시 잘 팔려 나가야 하니까.

하지만 천제현의 관심은 여기에 있지 않았다.

흑응왕은 어떤 쓸 만한 단서도 내놓지 않았기 때문에 그들의 전체 계획을 알아낼 방법이 없다. 천제현은 얼마 전에야 관련 정보를 얻었다. 가쿠계가 네간계와 부분적으로 손을 잡았고, 현재 동쪽, 즉 천제현이 있는 곳을 향해 토벌을 시작했다는 것이다. 지상종족이 네간의 근거지와 자원을 점령했다는 것이 그들이 내세운 토벌 명목이다.

사대 거물도 가만히 앉아 있을 수는 없었다.

네간계에는 자신들의 몫도 있으니까.

네간계의 자원은 아주 독특해서 지상 세계에서는 찾을 수 없는 것들이 많았다. 만약 네간이 완전히 사라지면, 앞으로 어디서 이런 좋은 곳을 찾겠는가? 그래서 사대 거물이 직접 각 종족의 고수들을 데리고 와서 전송기술까지 써가며 네간계로 가서 작전을 돕고 있는 것이다.

천제현과 공화련은 기적성이 이미 말려들어갔음을 느꼈다.

가쿠계는 아래로는 네간을 공격할 수 있고, 위로는 지상세계를 직접 공격할 수 있다. 사대 거물도 모든 것을 다 아우를 수는 없으니, 아무래도 이 전쟁에서 빠지긴 힘들게 됐다. 천제현과 공화련은 기적성을 향한 이번 공격에 치밀한 계획이 있음을 직감했다. 즉 지금 마주친 문제들보다 더 중요한 다른 카드가 분명히 남아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그것은 과연 무엇일까?

하지만 그 계획이 무엇이든 천제현은 삼대 왕국에서 장응국과 맞서야 하고, 사대 거물은 네간을 지키기 위해 떠났다. 공화련은 지상세계를 향한 가쿠계의 대규모 침입에 대비하느라 여력이 없었다. 지금 숲의 연맹의 모든 힘과 주의력은 완전히 분산된 상태다.

이럴 때 강력한 세력이 상황을 어지럽힌다면, 숲의 연맹은 큰 위기를 맞게 된다.

“성주님, 대주국에서 급보가 왔습니다!”

“무슨 일이냐?”

“5대 응왕의 우두머리인 혈응왕이 50만 혈응군단을 몰고 대주국을 침입했다고 합니다. 기존 대주국을 침입했던 부대까지 더해지면, 대주국 안에 장응국 군단이 최소 80만 명은 됩니다. 아주 위급한 상황입니다!”

“알겠다.”

천제현은 살짝 눈을 치켜세우며 바로 통신을 보냈다.

“큰아가씨, 혈응왕에 대한 정보가 얼마나 되나요?”

“전쟁 시작부터 장응국 5대 응왕에 관한 자료를 모았어. 다른 사대응왕에 대한 정보는 다 모였는데, 이 혈응왕에 대한 정보는 많치 않아.”

통신기 속 공화련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혈응왕은 5대 응왕 중 우두머리고, 장응국 매황의 동생이야. 십여 년 전에 이미 진령 9성 정점에 도달했어. 하지만 최근 몇 년 간은 두문불출해서 구체적인 실력에 대해서는 아는 자가 없어.”

천제현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순간 뭔가가 떠올랐다.

“방금 그 전쟁영상을 몇 개 복사해서 큰아가씨에게 보내주고, 나에게도 하나 줘.”

기적상회의 현재 과학기술 수준이면 영상 복제는 아주 쉬운 일이다.

천제현은 몇 분 후 복사된 전쟁녹화 영상을 가지고 바로 전송탑을 통해 대주국 왕성에 도착했다. 대주국 왕성은 죽음의 설원 부근에 세워졌다. 이 거대한 도시는 세워진 지 겨우 한 달 밖에 안 되었지만, 인기는 점점 더 치솟고 있었다.

심빙우는 대주국 여왕이자 기적상회의 대변인이기 때문에 기적상회에 좋은 물건이 생기면 모두 왕성을 거쳐서 발매된다. 대주국의 지위도 예전과 달라졌다. 아주 오만하기 그지없던 종파들도 기적상회의 환심을 사기위해 자세를 낮추고, 심지어 왕성에 공물을 바치기도 했다. 대주국에서 대주국 왕족의 지위가 어떠한 지 알 수 있는 부분이다.

천제현이 미녀 심빙우를 못 본 지도 벌써 몇 개월이다.

이번에 본 그녀는 못 알아볼 정도였다.

심빙우의 혈맥 각성 수준은 점점 더 높아져 그녀의 아버지와 조상들의 수준을 넘어섰다. 은백색의 긴 머리를 한 그녀는 냉염하고 고귀한 분위기를 풍겼다. 천생 여왕의 자태였다.

“우리 미녀 누님, 점점 더 아름다워 지시는군요!”

심빙우를 자세히 살펴보던 천제현이 놀라며 말했다.

“어라, 진령 8성이 된 건가요?”

“성주님이 아직도 나를 기억하시는군?”

심빙우가 그를 노려보며 말했다.

“이미 날 새까맣게 잊은 줄 알았는데!”

사실 왕성에 전송탑이 세워진 후 심빙우는 여러 차례 전송을 통해 기적성에 갔지만, 갈 때마다 천제현을 만나지 못해 마음속에 원망이 가득하던 참이었다.

“제가 어찌 감히? 제가 기억력은 별로여도 미녀에 대한 것만큼은 아주 선명하게 기억한답니다. 요즘 너무 바빴어요.”

천제현은 헤헤 거리며 사과하다가 곧 웃음을 거두고 말했다.

“그럼 우리 대주국의 지금 상황에 대해서 먼저 이야기해 볼까요?”

심빙우가 지도를 한 장 꺼냈다.

“장응국은 남쪽으로 3국 연맹을 공격하고 있어. 대주국과 북융국이 가장 먼저 공격을 받았지. 대하국은 장응국과 바로 인접한 곳이 아니라 이번 전쟁의 영향이 적은 편이지. 대주국과 북융국 중 대주국이 가장 강한 세력이라 대주국만 함락하면 3국 연맹 절반을 차지하는 셈이니까, 장응국의 주요 공격대상이 대주국이 된 거야.”

천제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대주국은 오래된 대 왕국이자 3국 연맹의 가장 중요한 구성원이에요. 반드시 대주국을 보호해야 해요. 대주국이 피해를 입으면 왕국연맹도 흔들릴 테니까요.”

심빙우가 물었다.

“계획이 있나?”

“있긴 한데, 성공할 지가 미지수예요. 그래도 한번 시도해 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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