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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력 믿고 막 간다-643화 (643/729)

# 643

제643장 결전

참으로 기이한 군대다.

이것이 흑응군단 장병들의 첫 인상이었다.

기적성 군단은 전진하면서 어떤 소리도 내지 않았다. 북 치는 소리, 나팔 소리도 없었고 깃발도 휘두르지 않았다. 누가 호령하거나 명령을 전하지 않는데도 질서정연하고 빠르게 앞으로 움직였다.

장응국 토박이는 물론 대륙의 가장 박학다식한 학자라 해도 그 이유를 설명할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기적성을 잘 아는 자라면, 기적성에게는 전혀 어려운 일이 아님을 알 수 있다. 모든 병사의 투구에는 수신기능이 있어 공중지휘부에서 바로 병사들에게 지령을 전달할 수 있다. 지상 모든 방진에 이동지휘부도 설치해 놨고, 각 대대의 대대장도 통신채널을 사용할 권한을 가진다.

전체 관리 채널과 함께하위 채널도 세분화시켜 총 세 개의 채널이 지휘하고 있기 때문에 기적성 병사는 완벽하게 지령에 따라 움직일 수 있다.

민첩하고 빠르게 즉각 움직인다.

전장에 어떤 변화가 생겨도 모든 사병은 즉시 상황을 알 수 있다. 이렇게 통신이 오가는 상황에서 병법은 무력해지고 존재 가치도 사라졌다. 그저 군사력의 경쟁일 뿐이다.

흑응군단은 또 이상한 부분을 발견했다.

공격하는 군단 중 선봉대는 가장 중요한 정예 부대로, 강력하게 돌격하는 능력을 가져야 마땅하다.

칼날의 끝이 날카롭지 않다면 어찌 목표를 쉽게 뚫고 들어가겠나?

마찬가지다. 군대의 선봉대가 정예 군사로 이뤄져 있지 않다면 어떻게 만전의 태세를 갖춘 적군 진형을 뚫겠는가?

처음부터 강하게 위협하여 적군을 뒤흔들지 못하면, 후속 작전의 효과도 크게 떨어지고 만다.

그런데 기적성 군단의 선봉대들은 식인마 1명에 야만족 전사 4명이 한 조가 되어 줄지어 있었다. 식인마는 한 손에는 특제 대형방패를, 다른 한 손에는 초대형 구경의 마력포를 들고 전면에 나섰다. 야만족 전사는 모두 파괴자 중형총기를 들고 식인마 뒤에 섰다.

아주 무겁고 둔해 보이는 장비들을 선봉대에 쓰다니?

하지만 흑응왕은 전혀 방심하지 않았다.

흑응왕은 꽤 많은 것을 알고 있었다. 그중에는 남하국 사주호에서 일어났던 전투도 있다. 심지어 인간 종족들이 어떤 무기를 갖고 있는지도 어느 정도 알고 있었다. 이런 무기로 어찌 육박전을 벌이겠나?

게다가 전사들의 행동과 속도를 보아도 기적성의 광전사 부대는 분명 잘 훈련된 군인이다. 이 위험한 기운은 절대 오합지졸들에게서 나올만한 것이 아니다.

“뭔가 이상하다!”

흑응왕이 곁에 있는 한 장수에게 말했다.

“우선 랑기병을 선봉대로 끌고 가서 좌측을 뚫고 들어가라, 저쪽 상황을 살펴보자!”

“존명!”

명을 받은 자는 장응국에서 이름을 날리는 대장수로, 대융왕보다 높은 지위에 있는 자다. 경험이 많은 장군이 이 위험한 기운을 못 느낄 리 없었기에, 그는 흑응왕의 신중한 작전에 전혀 이견이 없었다.

검은색 랑기병 부대가 쏜살같이 앞으로 달려 나갔다.

악마랑기병은 장응국에서 수적으로 가장 많고 흔한 기병이나, 흑응군단의 악마랑기병은 좀 다르다. 이 악마랑은 모두 2급 마수 수준으로 전속력으로 돌격하면 아음속(亞音速)에 달할 정도로 빠르다. 그 기동성은 누구도 따라잡을 수 없을 정도로 뛰어나다.

명령이 떨어지자마자.

악마랑 만 마리가 메뚜기가 훑고 지나가듯 슉 하고 부대를 떠났다. 소리도 없이 빠르게 돌격해나가는 모습은 마치 잔디 깎는 기계가 초원의 들풀들을 깨끗이 밀어 버리는 것 같았다.

빠르다.

정말 빠르다.

이 군대가 빠르게 광전군단의 좌측을 공격한 것은 적군의 진형을 깨기 위해서다. 숲의 연맹 부대가 흐트러지기만 하면 흑응왕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대군을 몰고 공격하러 올 수 있다. 무슨 농간을 부리든 상관없다. 깨뜨려 버리면 그만이다.

물론 광전사 부대도 눈 감은 장님은 아니다.

위험한 랑기병이 광전군단을 향해 맹렬하게 달려들었지만 광전군단의 진형은 전혀 변형되거나 흐트러지지 않았따. 그저 장응국 대군을 향해 더 박차를 가해 달려들었다. 랑기병의 방해를 무시한 공격이었다.

이런 파리가 날아드는 것에 불과한 공격에 신경 쓸 필요는 없다.

방진 중앙의 전차 포신들이 모두 움직이기 시작하면서 엄청난 마력이 갑자기 모여들었다.

쾅쾅쾅!

순식간에 마력포 십여 문이 불을 뿜었다.

랑기병은 빠르게 돌진하려는 순간 마력포의 공격을 받아 모두 중상을 입었다. 이들의 진형은 순식간에 무너졌다.

흑응왕의 얼굴빛이 확 바뀌었다.

장응전국도 정보가 없던 것은 아니다. 특히 대융국 전쟁 중 빛을 발했던 마력포에 대해서도 알고 있었다. 하지만 겨우 1년도 채 안 되는 기간 동안 기적상회의 마력포가 이 정도 수준까지 개량되었으리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사정거리가 몇 배나 늘어났고, 위력도 배가되었다. 게다가 전차까지 만들다니.

이제야 저들의 공격진형이 이해가 됐다. 어떤 선봉대를 내세워도 마력포의 사정거리와 엄청난 위력보다 효과적일 수 없다. 기적성 군대는 강력한 선봉대가 필요 없었던 것이다. 상대측이 아무리 견고한 방어벽을 세워도, 이 강력한 대포 공격 몇 번이면 끝나지 않겠는가?

흑응왕이 분노의 소리를 내질렀다.

“북을 치고 나팔을 불어라, 전군 공격이다!”

장응국의 전고(戰鼓) 소리가 열 배는 커졌다. 사람의 마음을 치는 듯한 북소리였다. 고급 마수 가죽으로 만들어진 전고는 북을 칠 때마다 두려움에 떨게 하는 효과가 있다. 귀가 번쩍 뜨이고 하늘 끝까지 닿을 것 같은 전고 100개의 소리가 일제히 울려 퍼졌다.

“뿌우우!”

기다란 용골 나팔들의 소리가 울려 퍼지자 전장의 분위기는 순식간에 최고조로 달아올랐다. 지룡 군단, 코도 군단이 모두 쏟아져 나와 기적성 부대를 향해 돌격했다.

흑응왕은 무리해서라도 밀고 나가는 것이 지금 적군을 상대하는 최고의 방법임을 잘 알고 있었다. 대단한 무기도 한계가 있다. 일단 가까이 붙어 육박전을 펼치게 되면, 대포와 총기의 위력이 아무리 대단해도 제대로 효과를 낼 수 없을 것이다.

허나 가까이 다가가는 것이 말처럼 쉬울까?

수십 문의 마력대포가 동시에 발포됐다.

마력 포탄이 화려한 빛을 내며 날아가 땅에 박혀 수많은 골짜기를 만들었다. 골짜기 하나는 전사 수 백 명의 죽음을 의미했다. 기적상회의 마력대포는 이미 차세대 마력을 사용하고 있다. 전차에 탑재된 마력포라는 한계 때문에 출력이 크다고 할 수 없지만, 그래도 그 위력은 진령 5~6성의 술사를 죽이기에는 충분했다.

장응국 군대의 정예군사 중 진령 5~6성인 자가 몇이나 되겠는가.

마력대포의 무시무시한 살상력을 목도하고, 장응국의 정예군 장수들이 빛줄기들 속에서 사라지는 모습을 본 순간, 흑응왕의 두 눈에는 불꽃이 튀어나올 듯했다.

“가자, 모두 진격이다. 이런 무기는 원거리 목표만 공격할 수 있다. 가까이 가기만 하면 우리 세상이다!”

장응국 군단은 과연 용맹스러웠다. 이런 상황에서도 여전히 대포를 향해 전진해왔다. 이제 기적성 부대와의 거리는 아주 가까워졌다.

“때가 됐다. 천공부대 출동!”

장응국 천공 병종은 아주 다양하다. 작고 재빠른 매족 전사와 와이번 기사 등 강한 전투력을 자랑한다. 이들이 먹구름이 몰려오듯 기적성 군대를 덮기 시작했다.

기적성의 마력대포는 실로 대단하지만 약점도 명확하다. 요새처럼 움직이지 않는 목표나 대규모 군단을 맞서기에 적절하지만, 하늘을 나는 목표를 상대하거나 지상에서 목표가 너무 근접할 경우 마력대포의 효과는 떨어지고, 동시에 여러 적을 상대하지 못한다.

“죽여라, 죽여라!”

대부분 혼성 술사인 장응국 전사들이 모두 정령의 빛을 방출하면서 오래 벼르고 있던 공격이 기적성 군단을 향해 퍼부어졌다.

기적성 군단은 아군보다 훨씬 많은 수의 적군이 습격했음에도 전혀 당황하지 않았다. 앞줄에 있던 식인마들이 동시에 대형 방패로 막아서자 장응국 전사들의 입이 떡 하니 벌어졌다. 식인마들의 대형 방패들에서 뿜어 나오던 빛이 하나가 되어 순식간에 거대한 결계가 만들어진 것이다.

쿵쿵쿵!

장응국 전사들이 난장판 속에서 대형 결계를 공격했지만 어떤 흔적도 남기지 못했다. 그나마 소수의 강력한 공격으로 표면에 금이 가게 만든 게 다였다.

제2열, 제3열에 방패가 등장하면서 기적성 군단은 3중 대형 마력 방패를 펼쳤다.

‘이것은 대체 무엇인가?’

장응국의 모든 장수들은 놀라 할 말을 잃었다. 전쟁 중 결계는 드문 것이 아니다. 허나 결계는 설치하기 아주 번거롭기 때문에 성지나 거점을 방어할 때만 사용한다. 이렇게 큰 이동형 결계는 매우 희한한 것이다.

“공중부대! 돌아가라!”

기적성의 전쟁 결계는 아주 강력하지만 모든 범위를 방어할 수는 없다. 장응국 공중부대는 바로 1차 결계를 넘어 병사들을 습격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바로 이때, 병사들이 모두 팔목보호구를 들었다. 그러자 그 가운데서 빛줄기가 뻗어 나와 장응국의 대규모 공격을 다시 막아냈다.

‘대형 결계만이 아닌 것인가.’

‘모든 병사들이 휴대용 결계를 지니고 있다고?’

흑응왕이라 해도 놀랄 만한 일이었다. 악몽을 꾸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의심될 정도였다. 대륙에서 가장 부유한 나라라 해도 병사들에게 호신용 부적만 지급할 수 있다. 하지만 부적의 방어효과는 아주 제한적이고, 부적술에 능해야 사용할 수 있다.

지금과 같은 광경은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모든 병사들이 자신만의 방패결계를 갖고 있고, 언제든지 열고 닫을 수 있다. 아주 빠르고 편리하다. 무엇보다도 방어 효과가 엄청났다.

흑응군단은 다른 지령을 내릴 틈도 없었다. 기적성 군단의 반격이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수천 개의 중형 총기가 동시에 사격을 시작하자 순간 온 하늘이 빛으로 가득했다. 수많은 마력 탄이 폭풍우처럼 쏟아져 내린 것이다. 거대한 몸체와 강한 공격력을 갖춘 와이번도 움직이는 과녁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쾅쾅쾅!

개별 마력포도 큰 소리를 내며 발포하고 있다.

전쟁에 나선 거대마수들이 하나씩 터져 나갔다.

수적으로 절대적인 우세였던 흑융군단은 도리어 살육당하는 꼴이 됐다. 자신들의 공격은 강력한 방어에 의해 닿기도 전에 막혀 버렸고, 오히려 미친 듯이 쏟아지는 상대의 포화 세례를 받아야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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