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능력 믿고 막 간다-642화 (642/729)

# 642

제642장 초원의 대결

배후에 누가 있었든지.

어떤 음모가 기다리고 있든지.

지금은 북쪽의 삼대 왕국에 닥친 위기를 해결하는 게 급선무다. 이 부분은 숲의 연맹이 많은 도움을 줄 수 없다. 특히 군사 전투에 대해서는 더욱 그렇다. 사대 거물의 세력 중에서 그래도 인구 많고 대규모 군사 전투력을 갖춘 곳은 황야고원 밖에 없다.

하지만 황야고원이 무엇 때문에 삼대 왕국을 위해 군사를 내주겠는가.

숲의 연맹은 이제 막 결성됐다. 아직은 가치창출 단계이지 그 성과를 거둘 때는 아니다. 게다가 황야고원은 북쪽의 삼대 왕국과 상당히 먼 위치에 있고, 기적성의 전송기술은 아직 부대를 전송할 만큼의 수준에는 이르지 못했다. 황야고원은 이 먼 곳까지 군사를 지원할 의무도, 능력도 없다.

그러니 삼대 왕국을 구할 방법은 기적상회가 나서서 생각해야 한다.

천제현은 직접 현장에 가기로 결정했다.

“부대인원이나 군대전력은 기적상회가 절대적으로 불리해요. 하지만 우리에게는 대륙 최강의 선진화된 무기가 있어요. 물론 엄청난 차이를 완전히 상쇄하지는 못해도, 장응국 부대를 상대하며 시간을 벌 수 있을 겁니다. 이 전쟁을 끝낼 방법을 생각해 내겠어요.”

공화련은 자리를 비울 수 없었다.

군사부문은 공화련의 강점이 아니다. 하지만 다른 부분에서는 공화련이 바로 기적성의 머리다. 기적상회와 기적성의 거의 모든 결정이 공화련의 지휘 아래 이루어진다. 그녀와 천제현이 염려하듯, 장응전국이 무서운 기세로 덤벼들고 있는 것은 그저 허울일 뿐, 그 뒤에 진짜 음흉한 술수를 숨기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기적성은 미리 대비해야 한다.

공화련이 천제현에게 말했다.

“반자동화 기동부대 중 광전사 부대를 북융전선으로 미리 보낼게. 얼마 전 개발된 신형무기들도 이번에 시험해 보자. 기록을 잘 해놔야 해. 나중에 무기를 개선할 수 있도록 전투장면도 촬영해 놓도록 해, 매사에 조심해야 한다.”

공화련이 친히 다 결정해 주시는데 걱정할 게 있으랴?

천제현은 두말없이 북융전선으로 향했다. 북융국의 전신은 대융국으로, 견융초원에 세워졌다. 넓은 땅에 비해 인구수는 적고, 마수령 부락이 많아 장응국 군대가 일단 들어오면 물 만난 고기처럼 찾아내기 힘들다.

3국 연맹 중 최북단에 위치한 북융국은 가장 약체라 장응전국의 최우선 공격 목표 중 하나였다. 지금은 북융국의 주요 마을들이 모조리 약탈당해 견융초원 인심이 아주 흉흉해졌다. 믿을만한 정보에 따르면 장응전국이 끌고 온 부대는 최소 30만 이상, 그중 공군부대가 5만이 넘는다고 한다.

말이 30만이지, 아주 많은 숫자다.

정규부대만 30만 명이기 때문이다. 장응국의 인구와 영향력이면 일반 부족까지 포함해 수백만 명은 모을 수 있다. 하지만 그래봤자 일시적으로 모인 오합지졸일 뿐, 정규부대처럼 대단하지는 않다. 그래서 우선 정규부대를 먼저 보낸 것이다. 날카로운 칼을 먼저 내리꽂아 상대의 굳건한 방어를 뚫고, 인해전술을 펼쳐 강물이 밀려오듯 빠르게 삼켜 버릴 속셈이었다.

평범해 보이지만 매우 튼튼한 군막 안에서 지휘관과 고위 장수들이 공격 전략을 논의하고 있었다. 서슬 퍼런 이 지휘관은 매족이다. 장응국의 장응은 매를 장사지낸다는 의미를 가진다. 하지만 이들은 매를 죽이기는커녕 반대로 매신을 칭송했다. 전설에 의하면 장응국 왕족의 조상은 장응국에 떨어진 매신이었는데, 그 힘이 후대까지 이어져 장응국의 왕족은 일반 부족과는 다른 강력한 힘을 얻게 되었다고 한다.

장응은 매장된 고대 매신을 뜻한다.

장응국에서 매족의 지위는 아주 높다. 특히 매신의 후예라는 자부심을 가진 왕족은 더욱 그러하다.

지금 이 지휘관은 바로 매신족 출신이다. 푸르른 얼굴에 붉은 털이 난 그의 눈빛은 아주 사나웠다. 이빨은 삐죽 삐죽 나서 입술 밖까지 튀어나왔고, 양 옆에는 날개가 있다. 언뜻 보면 인간과 짐승이 합쳐진 것 같다. 날카롭고 흉악한 눈빛을 가졌으며, 깃털마다 강력한 힘이 들어 있는 것 같았다.

매신족과 일반 매족의 가장 큰 차이점은 바로 매신족의 최강자가 혈맥 각성의 능력을 가진다는 것이다. 대주국 여왕인 심빙우처럼, 일단 혈맥의 힘이 깨어나면 급속도로 성장하는 것은 물론 비슷한 수준이었던 자들보다 훨씬 강력한 전투력을 가지게 된다.

“흑응왕 폐하, 적군을 발견했습니다. 현재 초원에 집결한 것을 보니 이쪽을 향해 오려는 것으로 보입니다.”

한 장수가 다급하게 군막으로 들어오더니 마수령족의 예의를 갖추고 공손히 말했다.

“정찰 결과, 지금까지 본 적 없는 부대입니다. 2만 명 정도라 많은 수는 아닙니다.”

북융국 전장을 지휘하는 자, 바로 흑응왕이다. 사실 그는 장응국의 제후왕 중 하나다.

그는 먼저 견융초원에 파견되어 대융국을 세운 송곳니 왕과는 다르다. 송곳니왕은 그저 작은 지역의 관리자로, 장응국 전체로 놓고 보면 비교가 안 되는 자다. 장응국은 수십 개의 크고 작은 나라와 싸웠는데, 나라마다 그 정도 수준의 외부 제후들이 존재한다.

허나 흑응왕은 장응전국 5대 정통 세습왕 중 하나다.

실력, 지위, 권세 등 모든 부분에서 이전 대융국 왕과는 비교할 수 없다. 장응전국은 삼대 왕국을 공격하려고 삼대 매왕을 모두 출동시켰다. 삼대 왕국을 얼마나 중요하게 생각하고 두려워하는 지 알 수 있는 부분이다.

한 고위 장수가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

“고작 2만여 명? 두려워할 것도 없겠는데? 소장이 늑대기병 3만을 끌고 가서 모조리 소탕하겠습니다!”

“과거의 치욕을 잊지 마라!”

흑응왕이 칼날처럼 날카로운 눈빛으로 노려보자, 장수들은 모두 고개를 숙이며 감히 똑바로 바라보지 못했다.

“우리의 적은 순한 양이 아니라 위험한 야수들이다. 주변 군사들을 출동시켜 단시간 내 적군의 정보를 알아내라. 적군 병사 한 두 명을 산 채로 잡아오면 가장 좋다! 또 공중경계를 강화하고 어떤 비행물체든 나타나는 즉시 격추하라!”

장수들은 어리둥절해졌다.

‘흑응왕이 왜 이토록 신중하게 나오는 것일까?’

이곳에는 흑응왕 부대만 50만 명이 모여 있다. 모두 장응전국의 용사 중 용사로, 각종 중장기병과 경장기병, 보병, 공군 등이 포함되어 있어 어떤 상대든 여유롭게 상대할 수 있다. 그런데 겨우 2만 명 정도 밖에 안 되는 적군에게 이토록 조심스러워 하다니, 장응국을 뒤흔드는 5대 응왕 중 하나가 맞단 말인가?

흑응왕이 이토록 조심스러워하는 데는 이유가 있었다. 그는 진실을 아는 몇 안 되는 자 중 하나였다. 삼대 왕국이야 일격에 무너뜨릴 수 있으나, 진짜 경계하고 조심해야 할 상대는 바로 배후에 있는 혼돈의 숲이기 때문이다. 거대한 전국인 장응에 비해 적의 군대 수는 훨씬 부족하지만, 혼돈의 숲에는 확실히 많은 강자들이 도사리고 있다. 그 가운데는 천역 경지의 최고 고수도 아주 많다.

5대 응왕의 실력은 수준급이지만, 그래도 진령 9성이나 진령 9성 정점에 이른 강자일 뿐이다. 천역 경지의 강자를 만나면 결국 패배할 실력이다. 만약 숲의 연맹에서 보낸 부대라면, 절대 숫자로만 경솔하게 상대의 전투력을 판단해서는 안 된다.

적군에 대한 정보가 곧 들어왔다.

식인마와 야만족의 혼합 부대다.

흑응왕은 조금 어리둥절해졌다. 식인마와 야만족은 견융초원의 원주민이 아니다. 즉 모두 용병들이라는 뜻이다. 이해가 되지 않았다.

‘식인마와 야만족이라고?’

이 두 종족은 두꺼운 거죽과 엄청난 힘을 가지고 있긴 해도, 강자로 육성할 수 없는 종족이 아닌가.

만약 왕국 간의 평범한 전투였다면 식인마와 야만족이 가진 전투력만으로도 충분히 위협적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완전히 다른 상황이다. 야만족과 식인마는 모두 수련 자질이 아주 낮고, 만력에만 의지하기 때문에 전투력에도 한계가 있다. 이런 종족 가운데서 강자가 나오는 게 어렵다는 것은 자명한 일이다.

그래서 대륙에 내놓을 만한 문명이나 국가가 세워진 적이 없고, 지위는 아주 낮았다. 이런 군대가 어떻게 숲의 연맹에서 보낸 정예부대이겠는가? 설마 쓸데없는 걱정을 했던가.

이때 정탐꾼 하나가 쏜살같이 날아와 보고했다.

“흑응왕 폐하, 적군이 갑자기 속도를 내며 우리 쪽으로 오고 있습니다. 한 시간 후면 마주할 것 같습니다.”

“뭐라고?”

“이럴 수가!”

이 소식에 장수들의 안색이 변했다. 수도 많지 않은 부대가 감히 먼저 장응국을 공격하러 나서다니. 죽음을 자초하고 있다. 장응전국의 전투력을 모욕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평소와 다른 상황이라면 의심해야 하지만, 흑응왕은 싸우지 않고 피할 이유가 없었다. 즉각 적을 맞을 준비를 하라는 명령이 떨어졌다.

둥둥둥!

전투 북소리가 우레처럼 울려 퍼졌다.

장응국의 군대가 효율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흑응왕 부대는 기병 위주다. 기병은 지상과 공중 기병, 경장과 중장 기병으로 나뉜다. 악마랑기병, 용맹 용기사, 익룡 기병, 참매 기병이 경장 기병에 속한다. 중장기병은 주로 지룡 기병, 코도 기병, 와이번 기병 등이다. 그리고 수만 명에 달하는 중갑 보병까지 더해져 강력한 부대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적군이 나타났다!”

장응국 군대가 막 준비를 끝내자 숲의 연맹 군대가 나타났다. 적 진영을 보는 순간, 장응국 장수들은 모두 할 말을 잃었다. 정탐꾼이 말한 대로 식인마와 야만족 위주로 구성된 부대였다. 그런데 그들이 갖춘 장비는 대륙 어느 나라에서도 본 적 없는 이상한 것들이었다.

식인마와 야만족 모두 온몸에 동일한 형태의 갑옷을 갖추고 있었다. 투구와 갑옷은 다른 왕국 병사의 것과 달랐다. 마치 아주 유연한 금속 피부를 두른 것 같았다. 뚫고 들어갈 틈 하나 없이 머리부터 발끝까지 몸의 90% 이상을 꽁꽁 싸맸고, 등과 가슴에는 빛나는 마력 전지가 들어 있어 모든 갑옷에 마력을 공급하고 있었다.

대륙 다른 나라의 기술로는 대량생산할 수 없는 것들이다.

장비는 훨씬 복잡했다. 온몸에 이름 모를 장비들이 가득 걸려 있었다. 한쪽 팔에는 방패가 다른 한쪽 팔에는 마력검과 총기 등이 부착되어 있었다.

2만 여명의 부대는 여러 방진으로 구성되었는데, 모든 방진은 아주 무거운 전차들을 둘러싸고 있었다. 전차는 엔진 쪽에서 파란색 불빛을 내뿜으며 허공에 뜬 채 천천히 전진했다. 거대한 포신과 발포 대기 중인 미사일들이 줄줄이 늘어서 위험한 기운을 가득 뿜어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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