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38
제638장 숲의 연맹
기적성 성주 공화련의 주도로 혼돈의 숲 사대 거물은 의견 일치를 보았다. 사대 세력과 기적성은 이제 정식으로 평화 조약을 체결하고 연맹을 맺게 되었다. 연맹의 이름은 ‘숲의 연맹’이다.
이건 역사적인 일이다. 혼돈의 숲에 사대 세력이 할거하던 판도가 사라지고 초월적인 힘을 지닌 연맹이 탄생했다.
숲의 연맹의 삼대 기본 원칙은 다음과 같았다.
첫째, 어떤 형식으로든 상대를 공격하거나 침입해서는 안 된다.
숲의 연맹이 설립된 후 기적성은 각 성에 알파브레인 관리시스템을 적극 지원할 것이다. 앞으로 각 성은 알파브레인을 중심으로 고도의 자치를 누리게 된다. 연맹에 가입한 모든 성의 자원지는 알파브레인의 관리로 소유 관계가 분명해질 것이다. 앞으로 어떤 성도 다른 성을 공격하거나 자원지를 약탈할 수 없다.
둘째, 연맹의 일원, 혹은 성이 공격을 받는 경우 다른 성에서 도와야 한다.
숲은 엘프 영역과 타이탄 영영, 마수령 영역, 용의 고개 영역, 기적성으로 나뉘어 있지만, 연맹을 설립한 후 모두 동반자 관계가 된다. 연맹의 일원이 위협을 받게 되면 다른 일원은 도와야 할 의무가 있다. 연맹의 성이 공격을 받으면 인근 성에서는 지원을 보내 연맹의 안정을 도모해야 한다.
셋째, 숲의 연맹은 의회를 세운다. 중대한 사안이나 논공행상을 결정할 때 반드시 의회의 논의를 거쳐 결정해야 한다.
숲의 의회는 사대 세력의 네 지도자와 기적성의 두 성주로 구성된 6명의 최고위원을 둔다. 최고 권력 기구인 의회 밑에 숲의 사법부와 입법부, 중재원 등 세 곳의 하부 권력 기구를 설치한다.
숲의 사법부는 각 성과 지역에 법원을 세워 민사소송과 형사소송, 행정소송 등을 처리하고 각 지방을 규제하며 법률기구를 세운다. 물론 종족과 성, 지역의 실제 상황을 반영하여 법률과 법규를 만든다. 사법부는 법의 집행과 재판만 책임진다.
숲의 입법부는 법을 제정한다. 모든 성마다 독자적인 사법부와 입법부를 세워야 한다. 연맹의 원칙적인 법률 외에 기타 법률은 혼돈의 숲의 다양한 환경과 종족에 맞게 지역에 따라 제정한다.
숲의 중재원은 성 간의 갈등을 처리하는 권력기구이다. 연맹에 속한 성 사이에 갈등이 벌어졌는데 각 수령이 독단적으로 처리하는 것은 모두 불법이다. 반드시 의회에 보고하여 공평하고 공정하게 처리하기 위해 삼자가 중재를 진행한다. 중재원은 감독 권한을 지니며 월권하는 성이나 세력이 나올 경우 사전 중재에 나서거나 경고를 보낼 수 있다.
공화련은 순식간에 법학자로 변신한 것 같았다.
의회와 세 권력기구는 구조가 명확하고 각기 담당하는 역할이 분명하며 서로 견제한다. 법의 최저선을 설정하면서 지방의 풍속과 실제상황을 고려하여 각 지역에 충분한 여지를 주었다. 연맹 제도가 성공적으로 시행되면 숲의 어지러운 상황은 대폭 개선될 것이다.
사대 거물이 조약에 서명했다.
연맹이 정식으로 설립된 셈이었다.
공화련은 가장 중요한 안건이 순조롭게 마무리되자 마음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사대 거물이 이렇게 흔쾌히 연맹 설립에 동의한 것은 기적성에 바라는 점이 있기 때문이다. 기적성의 힘은 아직 턱없이 부족하고, 종이 쪼가리에 불과한 조약이 가진 구속력은 미약하다. 공화련은 이점을 분명히 알고 있었다. 조약을 위반하는 것이 준수하는 것보다 훨씬 이득이라면 이들은 거리낌 없이 연맹에서 탈퇴할 것이다.
그렇다 해도 상관없다.
지금 사대 거물은 기적성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숲의 연맹은 당분간 깨지지 않을 것이다.
공화련의 믿음은 확고했다. 기적성이 강해지는 것은 시간문제이다. 연맹이 탄생한 후 규모는 더욱 커져서 온 숲을 뒤흔들 것이다. 다른 세력과 독자적인 성은 자신들의 안위와 이익을 위해 숲의 연맹에 가입할 것이 분명하다.
이 기타 세력들은 사대 세력 휘하가 아닌 연맹의 일원이 될 것이다. 둘의 차이는 정말 크다. 공화련이 방금 언급한 것처럼 혼돈의 숲에는 모두 300여 개의 성이 있다. 그중 사대 거물의 통치를 받는 성은 1/3에 불과했다.
기적성에서 사대 세력과 손을 잡고 연맹을 세웠으니, 그 위세가 얼마나 대단하겠는가? 이 기세를 몰아 많은 성을 연맹의 일원으로 가입시킨다면 사대 거물의 영향력은 현저히 줄어들 것이다. 연맹도 사대 세력에 너무 많이 의존하지 않아도 된다.
기적성은 연맹에서 독보적인 지위에 올랐다.
이 성들은 기적성 휘하에 들어오는 것이 아니라 연맹에 가입하는 것이다. 그러나 사실 이 모든 상황은 기적성이 주도했다.
기적성은 이익을 봤지만 욕심을 부리지 않았다. 기적성은 힘을 얻었지만 패권을 추구하지 않았다. 기적성은 부강해졌지만 천하를 위협하지 않았다. 이게 바로 공화련의 지혜였다. 기적성이 직접 여러 세력을 복속시켜 성을 늘린다면 주위의 반발을 사게 될 것이다. 그러나 이런 방식으로 연맹이라는 명분을 활용하면 상황은 완전히 달라진다.
통치자는 한 세력이나 국가의 발전 방식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를 가지고 있다.
공화련은 천제현과 마찬가지로 권력욕과 소유욕이 강하지 않다. 기적성은 강대하지만 다른 성을 공격하여 세력을 확장하지 않았다. 그럴 필요가 전혀 없기 때문이다. 과학을 선도하는 기적성에서 다른 지역을 점령한다는 게 말이 되는가? 제품과 기술만으로도 충분히 이익을 도모할 수 있다.
숲의 연맹이 설립되자, 다시 세부적인 방안을 논의했다.
기적성과 사대 거물의 협력 관계는 더욱 긴밀해졌다. 기적은행의 지원으로 각 지역에 타이탄은행, 거룡은행, 베헤모스은행이 설립된다. 삼대 은행의 경쟁력은 엘프은행에 뒤떨어지지만 각 세력이 직접 관할하는 영지에서라면 크게 성장할 수 있다.
삼대 거물은 모두 야망에 불타는 야심가들이다. 기적성에서 기술 지원을 받을 수만 있다면 영지를 더 훌륭하게 관리할 수 있다. 그뿐만 아니라 원대한 포부를 품고 좁아터진 혼돈의 숲에서 나와 광활한 대륙으로 진출할 수 있다.
혼돈의 숲 최고 갑부인 용 영주는 가진 게 돈뿐이다. 게다가 이 거룡의 취미는 더 많은 돈을 버는 것이다. 거룡은행이 설립되면 그는 용궁에서 500만 마석을 출자하여 기적성과 함께 혼돈의 숲 최대의 상단과 채굴단을 만들 계획이다. 이들은 세계 각지를 돌며 돈을 긁어모을 것이다.
타이탄 산맥의 타이탄은 타이탄은행이 설립된 후 거금을 들여 기적성과 기술 협력을 맺고 혼돈의 숲 최대의 공업지역을 조성할 계획이다. 타이탄산맥 지역의 타이탄족과 드워프족은 수억 명에 달한다. 이들은 혼돈의 숲은 물론이고 전 대륙에서 최고 수준의 제조 능력을 지녔다. 게다가 타이탄산맥에는 기술이 부족하여 채굴하지 못한 자원이 많았다. 기적성과 협력하면 모든 것이 가능해진다.
황야고원의 목표는 이 두 지역보다 더 직접적이고 구체적이었다.
베헤모스은행은 황야고원의 대규모 군비를 조달하기 위해 설립된다. 마수령에게 군비를 지원하여 대량으로 병력을 증강하고 기적성의 여러 선진 무기를 구매할 것이다. 마수령은 강력한 무기와 물자로 무장한 후 숲의 알려지지 않은 곳으로 진군하여 흉악한 마수들과 야만족을 쓸어버리고 숲 밖으로까지 나가 주변의 소국들을 점령할 것이다. 황야고원은 전쟁으로 부강해질 것이다. 마수령에는 인구와 염가의 병력이 남아돈다. 사대 세력 중 황야고원만이 이럴 능력을 지녔다.
그 외에 숲의 연맹은 네간계도 매우 중요한 지역이라고 생각했다.
천제현이 비비안을 파견하여 짓고 있는 공간요새는 진척이 빨라 곧 정식으로 가동할 수 있다. 기적성의 운송장비와 마력무기는 암흑성에 도착했다. 이와 함께 지상세계와 네간계의 자원을 교환하기 위해 네간의 악마전사와 암흑 땅의 엘프 엔지니어를 모집했다.
기적성은 거대한 거미 같다.
이 거대한 거미는 날로 커지는 거미줄을 짜서 혼돈의 숲 전체를 연결하고 있다. 기적성은 시샘을 받을 정도로 빠르게 발전 중이었다. 그런데 이 모든 것을 창조한 천제현은 계속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었다. 그에게는 더 중요한 임무가 있기 때문이다.
천제현은 기적성 지하 연구기지의 한 실험실에 처박혀 있었다. 그는 요 며칠 동안 쉬지도 않고 매진한 끝에 몇 가지 일을 완료했다. 첫째는 신의 척추에서 척수를 추출하는 일이었다. 둘째는 악마의 본크리스탈에서 신마의 정수가 담긴 정수를 추출하는 것이고 셋째는 이 최고급 재료들을 처리할 마력진을 연구하는 것이었다.
악마의 본크리스탈은 네간계 지하궁전에서 찾아냈다. 신의 척추는 예전에 중주탑에서 고대신이 선물한 것이다. 이 둘은 신마의 몸에서 얻은 극히 진귀한 재료이다.
천제현은 신골(神骨)과 마골(魔骨)을 그대로 흡수할 수 없었다.
안에 너무 강력한 신마의 마력이 담겨 있어 평범한 몸으로 흡수했다가는 몸이 터져 죽는다. 그렇기 때문에 천제현은 이 귀한 재료를 사용하지 않고 보관만 해왔다.
고대신의 기억 파편에 이를 사용할 방법이 기록되어 있었다.
신과 악마의 마력을 섞으면 중화된다. 올바른 방법으로 적정선을 지키면 두 재료는 균형을 이루게 되면서 몸이 흡수할 수 있게 된다.
며칠 동안의 연구 끝에 방법을 알아낸 천제현은 신마 골수를 재료로 한 단약을 제련하려고 준비했다. 그러나 중화한다고 해도 두 재료에 담긴 마력이 너무 강력해서 몸에 큰 충격과 상처를 줄 수 있다. 중화가 제대로 되지 않으면 몸이 받아들이지 못하고 파괴될 수 있다.
천제현은 이런 위험을 충분히 고려하여 단약을 만드는 주요 재료로 오색선과를 선택했다. 오색선과에는 강력한 재생력과 치유력이 담겨 있어 이런 위험을 최소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단약은 천제현의 미래를 좌지우지할 만큼 매우 중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