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능력 믿고 막 간다-636화 (636/729)

# 636

제636장 고대 신마의 유해

핏빛 바다는 고대 신마의 정혈과 뼈와 살이 녹아 만들어진 것이다. 천족 제단은 여기에서 마력을 흡수하여 신마의 성질을 가진 보약을 재배할 수 있었다.

아도가 우연히 이 약을 먹은 후, 그의 몸은 환골탈태하여 신혈강시와 흡사한 존재가 되었다. 물론 신혈강시와 엄밀히 비교하면 아도는 신마의 힘을 가졌다기보다는 단지 월등한 신체 재생능력을 가졌을 뿐이라고 보는 게 더 맞았다.

신식 방출.

천제현은 핏빛 바다를 살펴보기로 했다. 신식이 핏빛 바다에 닿자 물이 스펀지에 닿은 것처럼 흔적도 없이 말끔히 흡수되었고, 갑자기 핏빛 바다에 거대한 물결이 일기 시작했다.

랜스로드의 낯빛이 가라앉았다.

“조심하게. 뭔가 이상해. 아무래도 무언가 건드린 것 같군.”

핏빛 바다 안에서 선홍빛 조각상과 같은 몇 개의 윤곽이 서서히 드러나기 시작했다. 이것들의 외관은 공포스럽고 흉측한 악마와 같았는데, 얼굴은 3개, 팔은 6개, 흉악한 생김새에 하나같이 만만치 않은 기운을 내뿜고 있었다.

아무래도 잔류한 고대 신마의 정신이 천만 년의 세월을 거쳐 성장하다 그 정신을 토대로 형성한 괴물 같았다.

이런 마력과 정혈로 만든 괴물에게 새끼 여우는 천적이나 다름없었다.

새끼 여우의 눈에는 괴물이 아닌 커다란 자양강장제 정도로 보인달까?

새끼 여우는 천제현의 명령이 떨어지기도 전에 자진해서 공격을 시작했다. 여우가 입속에서 보라색 기운을 분출하여 수십 마리에 달하는 핏빛 악마를 감싼 후 힘껏 빨아들이기 시작했다. 이 괴물의 몸집은 모종의 거대한 힘과 연결된 듯 바로 당겨지고 뒤틀렸으며, 결국 일부가 부서져 피의 안개로 변하더니 곧장 새끼 여우의 뱃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상황을 보니 그리 어렵지 않게 처리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천제현이 새끼 여우가 핏빛 악마들을 제거할 수 있을 거라고 여기던 그때, 생각지도 못한 일이 터졌다. 피의 안개를 흡입한 여우의 온몸이 온통 붉게 변하였고 재채기를 해대기 시작했는데, 재채기를 할 때마다 핏빛 마력이 곳곳으로 분출되었다. 이것은 시작에 불과했다. 새끼 여우는 후춧가루를 흡입한 것처럼 눈물을 펑펑 쏟더니 미친 듯이 재채기를 해댔다.

‘아뿔싸.’

새끼 여우도 아직은 성체가 아니었으므로 신마의 정혈을 그대로 흡수할 수 없었던 것이다.

다시 공격을 시작한 핏빛 바다 안의 악마들은 표창과 화살을 만들어내더니 천제현 일행을 맹렬하게 공격했다. 데스윙이 앞을 향해 왼쪽 날개를 여러 번 휘두르자 날개가 점점 커지면서 거대한 장벽처럼 적의 공격을 막아냈다.

푸식! 푸식!

핏빛 화살과 표창이 데스윙의 몸에 닿자 마치 황산이 닿은 것처럼 부글부글 끓어오르기 시작했다.

데스윙은 강력하고 괴이한 힘이 몸 안으로 들어오는 걸 느꼈다.

왼쪽 날개의 공격 받은 부분이 핏빛으로 변하면서 점차 퍼져 나갔고, 감각이 사라졌다.

데스윙의 낯빛이 크게 변했다. 이 힘은 그가 막으면 막을수록 더 빨리 확산되었고, 불꽃처럼 접촉하는 모든 물질과 마력을 불태웠다. 데스윙이 운공을 통해 막아보려 했으나, 오히려 더욱 맹렬하게 온몸으로 퍼져나갔다.

‘어떻게 이럴 수 있지?’

데스윙은 자신의 몸이 이미 통제력을 잃었음을 느꼈다. 이 힘이 온몸을 광폭하게 잠식한 후 정신과 영혼까지 뻗어나가기 시작했고, 어떤 강력한 의식이 데스윙의 머릿속에서 그의 사상과 의식을 장악하려고 하고 있었다.

천제현은 데스윙의 상태를 발견하였다.

핏빛 바다가 봉인하고 있는 것은 아무래도 악마인 것 같았다.

천제현은 중주에서 얻은 신의 기억 조각으로 혼돈 신마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는 있었다. 신과 악마는 유사한 면이 많았으나 본질적인 차이가 존재했다. 천제현이 얻은 신혈은 모든 저주를 무력화할 수 있지만, 신혈 자체는 선천적으로 무시무시한 저주의 힘을 담고 있다. 따라서 신혈 한 방울로 수많은 생명을 몰살할 수도 있는 것이었다.

지금 니드호그는 신혈에 중독되면 나타나는 증상을 보이고 있었다.

마혈은 강력한 저주 마력을 담고 있어 살과 마력부터 살아 있는 영혼까지 침투할 수 있다. 생명체가 마력에 완전히 지배당하게 되면 더 큰 힘을 얻게 되지만, 주화입마에 걸려 자아의식을 잃고 마혈의 꼭두각시로 전락하게 된다.

이를 본 랜스로드가 모래시계 정령을 소환하여 시간 마력을 데스윙의 체내에 주입했다. 그러자 마혈의 힘이 순식간에 걷히고 데스윙의 체내에서 빠져나갔다.

“대단한 독성이군!”

데스윙은 자칫하면 위험에 빠질 수 있었기에 바로 경계태세로 들어갔다.

“이 공격이 몸에 닿으면 상상도 못할 결과가 빚어질 게요. 다들 저놈들 공격에 닿지 않도록 조심하시오”

악마가 다시 공격하기 시작했다. 악마의 전투력은 진령 8~9성 수준에 불과해 엄청 강하다고 말할 수는 없었지만, 악마의 수가 너무 많은 게 문제였다. 게다가 저들이 갖고 있는 신체적 특징 때문에 살짝 스치기만 해도 마혈에 잠식당하게 되니, 정말이지 진퇴양난이 아닐 수 없다.

썬더가 울부짖으며 양 날개를 펴자 팔뚝만한 번개 수백 개가 맹렬하게 날아가 핏빛 바다 표면에 번개망을 형성했다. 강력한 뇌광이 서로 교차되는 과정에서 끊임없이 분열되고 중첩되니 번개망이 갈수록 조밀해졌다. 그는 괴물 전부를 지하로 내리 누르려고 했다.

타이탄의 번개는 일반 번개와 견줄 수 있는 게 아니었다.

이 번개는 타이탄족이 태어날 때부터 지닌 일종의 선척적인 능력이었다. 타이탄의 번개도 타고난 능력으로 썬더가 수천 년 동안 이를 진화시킨 것이었다. 그의 번개는 거룡조차 맨몸으로 막아낼 수는 없을 만큼 강력한 힘을 자랑했다.

바로 이때 핏빛 악마들이 불나방처럼 번개망으로 뛰어드는 것이 아닌가! 그들의 몸은 강력한 타이탄의 번개에 맞아 그 자리에서 가루가 되었으나 피의 안개를 대량으로 방출해 번개 표면에 달라붙기 시작했다. 본래 남보라색으로 빛나던 번개의 불빛이 점차 핏빛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썬더가 자신의 힘을 통제할 수 없음을 느꼈다. 번개망이 극도로 짧은 시간에 전부 핏빛을 띤 기괴한 색으로 변해 번쩍이고 있었다. 모종의 새로운 의식이 번개를 조종하자, 수많은 번개의 불빛이 재조직되더니 붉은 뇌광거인을 만들어냈다.

악마들은 번개망 위로 계속 뛰어들었고, 번개망과 부딪힐 때마다 악마는 가루가 되어 ‘이제 막 태어난’ 괴물에게 더 강력한 힘을 불어넣어 주었다.

데스윙이 양손을 들어 죽음의 화염을 응집한 후 괴물의 가슴 부분을 향해 내리쳤다. 용의 화염이 순식간에 불타올라 괴물의 3분의 1을 태워 버렸고, 클로도 허공에서 발톱을 내리쳐 괴물의 나머지 부분을 갈기갈기 찢어 놓았다.

그러나 이 모든 공격은 아무런 효과도 보지 못했다.

이 괴물은 데스윙 등의 공격에 갈기갈기 찢겨도 이내 다시 합쳐져 본래 모습으로 돌아왔다. 게다가 데스윙과 클로의 힘까지 흡수하여 힘은 갈수록 강해졌다.

랜스로드가 이 모습을 본 후 소리쳤다.

“그만하시오! 우리 공격이 전혀 먹혀들지 않소. 우리가 공격할수록 놈은 더 강해질 뿐이외다!”

데스윙, 썬더, 클로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그들은 여태껏 이렇게 골치 아픈 상대를 만난 적이 없었다. 이 성가신 생물은 그들이 생각한 것보다 훨씬 강했다. 최상급 천역 고수들이 난생 처음으로 무력한 상황을 맞이하게 된 것이다.

무수히 많은 핏빛 악마가 계속해서 융합되더니 데스윙, 썬더, 클로의 힘을 흡수하여 엄청난 힘을 갖게 되었다.

“제길! 물러나야 하나?”

“제게 방법이 있어요. 한 번 해보겠습니다!”

모두들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던 차에 천제현이 두루마리를 꺼내 들어 신혈강시 18명을 소환했다. 신혈강시들에게서 방출되는 금빛 광채가 이내 서로 연결되더니 상공에 거대한 주인을 형성했다.

“파마인(破魔印)!”

신혈강시들이 형성한 거대 주인이 거인을 내리치자 이 거인은 마치 거대한 빙산에 부딪힌 것처럼 순식간에 부서져 버렸다. 수많은 파편이 모두 핏빛 바다로 떨어지면서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이게 어찌 된 일이지?”

데스윙 등은 아무리 생각해도 도무지 알 수 없었다. 그들조차도 어쩌지 못했던 괴물을 어떻게 천제현이 하찮은 꼭두각시들만 가지고 쉽게 무너뜨릴 수 있었는지 말이다.

신혈강시는 천제현이 대량의 고대 신의 정혈을 쏟아 부어 만든 것이었다.

아직 실력이 강하다고는 할 수 없지만, 각자의 몸 안에 고대 신의 힘이 봉인되어 있어 마혈이 침투할 수 없었다. 신혈강시들은 고대신혈의 힘으로 핏빛 악마를 쉽게 소멸시킬 수 있었던 것이다.

신혈강시가 천제현 옆으로 돌아왔다.

핏빛 악마의 위협으로부터 잠시 벗어날 수는 있었지만, 이런 생물체는 완전히 죽일 수 없는 터라 얼마 지나지 않아 금세 다시 살아날 게 분명했다. 이곳에서 저들은 불사의 몸이나 다름없었다.

천제현이 말했다.

“신혈강시는 마혈을 두려워하지 않지만, 안타깝게도 아직 실력이 충분하지 않아요. 그렇다고 저희가 저놈들을 다시 상대할 수 없는 노릇이고 시간도 얼마 없어요. 아무래도 저 안에서 건져낼 게 있는지 좀 봐야겠습니다!”

데스윙, 썬더, 클로, 엘프왕 4인이 영역의 힘을 방출해 핏빛 바다 위에 아래로 통하는 통로를 만들었다. 천제현은 신혈강시와 함께 그 안으로 들어갔다.

고대 신마의 사체가 핏빛 바다 아래에 봉인되어 있었으나 사체의 피와 살은 핏빛 바다에 이미 녹아든 뒤였다. 천제현이 자신이 생각한 물건을 찾지 못해 실망하던 찰나, 핏빛 바다의 바닥에서 검푸른 색의 신비한 결정체를 발견했다.

‘고대 신마의 뼈. 이미 결정화가 진행된 건가?’

천제현은 젖 먹던 힘까지 다 짜내 신혈강시를 조종하여 결정체 몇 개를 건져 올렸다. 그러나 여기까지가 한계였다. 사대 거물은 더 이상 통로를 유지할 수 없었고, 핏빛 악마도 이제 막 되살아나기 시작했다.

여기까지만 해야겠다.

“원하는 물건을 찾았어요. 어서 이곳을 떠나도록 하죠!”

천제현은 신혈강시가 건져 올린 신마의 본크리스탈을 품에 안고 공간 마력을 발동하여 사대 거물과 함께 지하궁으로 돌아왔다. 생각했던 신약을 얻진 못했지만, 본크리스탈을 얻었으니 헛고생한 셈은 아니었다.

본크리스탈은 고대 신마가 남긴 물건으로 대륙에서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희귀한 것이다. 데스윙 등도 이걸 어떻게 사용하는지 모를 정도로 말이다. 그들은 하는 수 없이 천제현이 연구를 마칠 때까지 기다려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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