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능력 믿고 막 간다-635화 (635/729)

# 635

제635장 특별한 재배지

네간계는 동서남북과 중앙 등 5개 구역으로 나뉜다. 네간 형태가 규칙적이지 않아 이 다섯 구역은 공간과 면적이 각각 달랐다. 이 가운데 중간 구역은 면적이 가장 큰 지역으로 네간에서 절반에 달하는 지능종족이 밀집해 있었다. 가장 유명한 악마족 대영주 두 사람도 중간 지역에 자리 잡고 있었다. 나머지 동서남북 지역은 중간지역보다 약간 작았다.

지하궁은 중간 구역 근처에 있었다. 겉으로 봤을 때는 지극히 평범하여 딱히 특이할 게 없었고, 평범한 산맥 몇 개로 뒤덮여 있어 딱히 눈에 띄지도 않았다. 이 고대 유적의 입구는 낡고 허름해 보여 어디서나 볼 수 있는 고대 유적과 비슷한 느낌이었다.

천제현이 사대 거물과 함께 주변을 면밀히 탐색하기 시작했다.

이들은 산맥을 따라 주변 지역을 훑어보고는 이 지역의 지형이 지극히 평범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게다가 대지의 영맥이 이곳을 관통하지도 않아 전설의 신약은커녕 일반 영약도 자라기 힘든 곳이었다.

썬더가 언짢은 기색을 숨기지 못했다.

“아무래도 그 빌어먹을 놈한테 속은 것 같군. 이런 곳에 전설의 보약은 무슨!”

클로와 데스윙 역시 화가 치밀어 올랐다.

“누구보다 존귀한 신분을 가진 내가 비천한 악마에게 놀아나 이런 하찮은 곳까지 헛걸음하다니! 내 그놈을 가만두나 봐라!”

랜스로드는 잠자코 있다가 옆에 있는 천제현에게 물었다.

“자넨 어떻게 보는가?”

천제현은 아도가 감히 속일 리 없다고 판단했다. 아도는 단계를 거쳐 천역 경지에 이르렀다고 보긴 어려웠고, 그의 체질 역시 이상한 점이 많았기에 아도의 말이 거짓일 리 없다고 여긴 것이다.

“급하게 단정 지을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먼저 살펴본 후에 다시 말씀드리죠.”

하긴, 달리 뾰족한 방법이 없지 않은가?

어쨌든 이곳까지 왔으니 아예 보지도 않고 갈 수 없는 노릇이다.

이 지하궁은 소박한 외형에 파손 정도도 상당했으나 공간 자체는 확실히 넓었다. 그러니 아도가 이곳에 고립되어 나오지 못할 수밖에. 그러나 이 정도의 공간쯤은 천제현에게 별것도 아니었다. 천제현은 현성 경지의 신식과 새끼 여우의 신안이 있었으므로 딱히 애쓰지 않고도 환경을 파악할 수 있었다. 물론 아도가 신약을 얻었다고 한 곳도 찾을 수 있었고.

천제현이 안으로 들어가려던 그때, 100개가 넘는 기괴한 제단이 시야를 가득 채웠다. 이 제단은 높이가 30미터가량 되었고, 표면에는 갖가지 기묘한 주문과 토템이 새겨져 있었다. 천제현은 고대 천족이 사용한 제단일 것으로 추측했다. 게다가 이 궁전이 여기에 있다는 건 적어도 수만 년은 흘렀다는 것이다.

“아도가 말한 곳이 이곳인 것 같습니다. 여기서 출처를 알 수 없는 기묘한 약을 얻었을 거예요. 한번 들어가 보죠.”

천제현이 말을 끝내자마자 고대 제단 위로 올라갔고, 제단 표면에서 오목하게 파인 부분을 발견했다. 그곳은 회백색의 물질로 가득했는데, 한 움큼 쥐어 자세히 관찰해 보니 얼룩덜룩한 모래결정이 보였다.

랜스로드가 미간을 찌푸렸다.

“이건…….”

천제현이 대답했다.

“네, 영토(靈土)입니다.”

데스윙이 천제현의 말에 반박했다.

“분명 결정화(結晶化) 물질인데, 이게 어떻게 영토인가?”

영토는 말 그대로 특수한 재료가 서식할 수 있는 영험한 토양을 의미한다. 일반적인 상황에서 영토는 영맥이 깊은 곳에서 채취할 수 있는데, 천년, 나아가 만년까지 영맥이 이어져 형성된 초월급 토양을 의미한다. 그러나 영토 역시 결국은 토양이기 때문에 결정화(結晶化)가 진행되면 마력이 고착화되어 흡수하기 어려워진다. 그렇게 되면 더는 영토라고 할 수 없다.

“영토에도 등급이 있습니다. 이런 영토의 경우 가공할 마력을 포함하고 있는 최상급 영토에 해당하죠. 단지 너무 오래 방치되다 보니 마력이 고착화되어 모래결정으로 변한 것이지요.”

천제현은 말을 멈추고 주변의 제단을 눈으로 훑기 시작했다.

“이 지하궁 유적의 제단에 영토층이 깔려 있습니다. 제 예상이 틀리지 않다면 이곳은 아주 특별한 서식지 같군요.”

“이곳이 서식지라고? 이상하긴 하네만!”

랜스로드가 주변을 둘러본 후 말했다.

“이 제단 표면의 모래결정이 영토가 변한 것이라고 해도 제단의 번식공간에서는 오직 약제 한 뿌리만 키울 수밖에 없었겠군.”

“한 뿌리만으로도 충분해요!”

천제현이 허리를 굽힌 채 모래결정을 계속 파냈다. 이 모래결정도 층이 나누어진 것 같았다. 가장 위층에 있는 결정은 건조하고 거칠었으며 중간층의 모래결정은 매끄럽고 윤이 났다. 천제현이 가장 낮은 층에 있는 모래결정을 파내자, 놀랍게도 암홍색이었다.

‘이상하군. 이건 대체 뭐지?’

천제현이 암홍색 모래결정을 잡고 새끼 여우 앞에 내밀었다.

“이거 성분이 뭔지 좀 봐봐.”

새끼 여우가 모래결정에 혀를 갖다 대고 자세히 맛을 보더니 아예 삼켜 버렸다. 여우가 미심쩍은 표정을 짓고는 쩝쩝대며 몇 초간 맛을 음미했다. 이때 천제현도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졌다. 새끼 여우가 갑자기 크게 울부짖더니 천제현의 몸 위에서 펄쩍 뛰어올랐다. 여우는 마치 매운 고추를 잘못 먹은 아이처럼 위아래로 뛰어 오르다가 곧 바닥에 구르기 시작했다.

엘프왕이 놀라 물었다.

“중독된 게 아닌가?”

“그럴 리가요!”

천제현은 새끼 여우의 반응에 소스라치게 놀랐다. 새끼 여우가 여태껏 이런 이상 증상을 보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이 여우를 중독 시킨 독약은 본 적이 없어요.”

새끼 여우는 꼬박 5분 간 덩실덩실 춤을 추고난 후에야 회복되었다. 혀를 내밀고 색색대던 새끼 여우가 굉장히 흥분한 모습으로 천제현을 향해 연신 손짓했다.

천제현의 눈빛이 순간 반짝였다.

“정말이야?”

새끼 여우가 힘껏 고개를 끄덕였다.

클로는 아무리 봐도 천제현과 새끼 여우의 소통 방법을 알 수 없었다. 결국 참지 못한 그가 물었다.

“대체 무슨 일이지?”

“아직 확실치가 않아서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모르겠군요. 조금 더 살펴봐야 할 것 같아요. 하지만 만약 여우의 말이 사실이라면, 우린 이번에 어마어마한 돈을 벌어들일 수 있을 겁니다.”

천제현의 이 한마디가 사대 거물을 더욱 오리무중에 빠뜨렸다. 천제현은 발아래를 가리키며 말했다.

“이 전당 지하에 공간이 있는 것 같아요. 해답도 이 아래에 있을 것 같군요. 절 따라 오세요!”

천제현은 말을 마치자마자 신식을 사방으로 방출해 중앙 제단 안에 숨겨진 비밀통로를 찾아냈다.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즉시 통로를 따라 아래로 내려갔고, 사대 거물도 그의 뒤를 따랐다.

“마력 파동이 엄청나군!”

천제현 일행은 지하에 도착하기도 전에 이상한 점을 감지했다. 안에는 엄청나게 강력한 마력 파동이 가득했다. 이 파동은 만년 가까이 살아온 데스윙조차 처음 느껴보는 것이었다. 이 마력 파동 안에 느껴지는 기운에 타이탄, 베헤모스 거룡도 거대한 압박감을 느꼈다.

이게 대체 어찌 된 일이지?

사대 거물은 이제야 이 지하궁이 생각했던 것보다 단순한 곳이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천제현이 네 사람과 함께 출구로 걸어 나오자 자연적으로 형성된 지하 종유동이 보였다. 이 종유동은 매우 넓었는데, 가장 먼저 눈낄을 끈 것은 100개가 넘는 선홍색의 수정가시였다. 수정가시는 상층 지하궁에서 종유동 천정을 뚫고 밑에 흐르는 핏빛 바다에까지 뻗어 있었다.

이 선홍색의 거대 수정가시가 지하궁 안에 있는 제단 100여 개인 것이다. 제단은 이 수정가시를 통해 핏빛 바다에서 모종의 마력을 섭취했으니, 이는 제단에 서식하는 영약을 재배하기 위한 용도였다. 이는 획기적인 재배방법으로, 천제현조차도 이런 희귀하고 이상한 방식을 들어본 적이 없었다.

“이건 뭔가?”

데스윙이 단상에 서서 용의 눈동자로 종유동 지하의 핏빛 바다를 뚫어져라 응시했다. 그것은 진득진득하고 유동적인 마력으로 형성된 것 같았다.

“어째서 엄청난 기운이 느껴지는 거지? 이 기운은 거룡을 압도할 수 있을 정도야!”

천제현이 핏빛 바다를 보자 자신의 추측이 사실임을 확신하였다.

“알았어요. 드디어 뭔지 알았습니다!”

썬더가 서둘러 물었다.

“뭘 알았다는 거야?”

“아도가 거짓을 고한 게 아닙니다. 그의 모든 변화는 이 지하궁에서 시작됐어요!”

여기까지 말한 천제현의 눈에서 충만한 열정이 피어올랐다.

“이곳은 신마를 사료로 삼은 재배지입니다!”

사대 거물은 모두 어리둥절했다.

이놈이 뭐라는 거지? 신마를 사료로 삼은 재배지라니, 그게 가당키나 한가? 이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란 말인가.

“믿기지 않으실 테지요. 하지만 이 모든 것은 사실입니다. 발밑에 이 바다가 보이시죠?”

천제현이 종유동 아래에서 흐르고 있는 붉은색 걸쭉한 물질을 바라보았다.

“제 예상이 틀리지 않다면, 혼돈시대 신마가 이곳에 떨어졌고, 그 후 고대 천족 사람이 이 신마의 사체를 발견한 게 분명합니다. 그들은 모종의 수단을 써서 마력을 섭취할 수 있는 수정가시 100여 개를 고대 신마의 체내에 끼워 넣었지요. 그 다음 이 마력 흡수 장치를 토대로 삼아 제단을 구축했을 겁니다. 그래서 제단에 최상급 영토를 깔아 보약을 키운 거지요.”

랜스로드는 이해한 듯 말했다.

“그렇다면, 고대 천족 사람이 신마 체내의 마력을 가지고 약제에 영양분을 공급했던 거로군. 여기에서 생산된 보약은 엄청난 신마의 힘을 얻게 되는 거고?”

“그렇지요!”

천제현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설명을 이어나갔다.

“후에 무슨 이유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들은 이곳을 떠나게 됐고, 자신들이 키운 보약을 모두 가지고 갔어요. 그때 씨앗 하나를 떨어트린 거죠. 그 씨앗은 수만 년이 지나면서 신마의 힘을 흡수하면서 자라났고, 신마의 모든 정수를 지니고 있었을 거예요. 그리고 우연히 이곳에 떨어진 아도가 그걸 먹은 거죠. 그 다음은 말하지 않아도 다 아시겠죠?”

듣기만 해서는 세상에 이런 궤변도 없었다.

하지만 현재 상황에 딱 맞는 해석이기도 했다.

사실 천제현은 처음 아도의 심상치 않은 재생 능력을 발견했을 때부터, 아도와 신혈강시를 함께 연관지어 생각했었다. 다만 이것이 황당무계한 일이었기에 경솔하게 판단을 내릴 수 없었던 것뿐이다.

지금은 의심할 바 없는 사실이었다.

천족 사람이 어떻게 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천제현은 핏빛 바다 안에 신마의 유해가 숨겨져 있을 거라 여겼다.

신마의 몸이라, 얼마나 귀하겠는가?

천제현은 중주 시련탑에서 신혈과 뼈 몇 조각만 얻었을 뿐이지만, 신혈강시와 같은 거대한 괴물을 만들어냈다. 전체를 구할 수 있다면, 천제현의 연구에 얼마나 큰 도움이 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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