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20
제620장 악마의 무덤
악마의 문 안쪽은 거대한 공간이 펼쳐져 있다. 또 외부세계보다 그 영기가 천배, 백배는 많다. 수많은 강자와 고수들이 목숨을 걸고 싸우러 오는 것은 귀한 옥약과 진기한 물건들 때문만은 아니다. 곳곳에 오래된 유적들이 흩어져 있는데, 유적마다 고대 선인들이 남긴 귀한 보물이 있기 때문이다.
유적에서 고대시기에 만들어진 신급 무기나 각종 고대 무공과 비술을 얻게 될 수도 있다. 모두 실력과 전투력을 크게 향상시키는 것들이니, 누가 눈에 불을 켜지 않겠는가?
추격병들이 가깝게 따라오고 있었다.
천제현은 많은 유적들을 지나쳤지만 안에 들어가 탐사할 시간이 없었다. 위치를 계속 바꿔가며 적을 현혹시키는 방법을 써서 기르단 등 추격병 무리를 따돌렸기 때문이다. 우선 안전거리를 확보한 후 다시 탐험과 보물찾기를 하는 숨바꼭질을 할 심산이다.
‘그러게 누가 공간재능을 가진 자가 없으래?’
천제현은 아직 그들을 상대하기에 충분히 많은 진원단을 갖고 있었다. 게다가 새끼 여우의 탁월한 보물찾기 능력 덕분에 수확이 적지 않았다.
이때, 처절한 울음소리가 울려 퍼졌다.
불에 타는 화염조 한 마리가 세 사람의 연합공격에 처리됐다.
이 화염조는 이곳의 중심에서 발견됐다. 고대악마를 만난 이후 가장 격렬한 전투를 벌인 상대였다. 전투 현장 수천 미터 반경에 울퉁불퉁한 커다란 구멍들이 가득했다. 모든 구멍 속에는 용암이 들끓고 있었다. 바로 화염조가 공격할 때 생긴 것들이다. 화염조의 공격력이 얼마나 강력했는지 볼 수 있는 결과들이다.
화염조의 전투력은 자그마치 진령 9성 정점에 달했다.
그 화염은 모든 물질을 불사를 수 있을 정도로 강력한 위력을 보였다.
세 사람은 서큐버스의 매환술의 보호를 받으며 사냥을 시작했고, 결국 강력한 괴물을 처리하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화염조는 추락 후에도 바로 죽지 않고 화염을 응축시키더니 투명하고 거대한 알로 변했다.
“이놈은 봉황의 혈통이기 때문에 봉황처럼 열반 후 다시 살아날 수 있어요. 죽을 때마다 알 모양으로 변하죠. 마력을 흡수할 시간만 충분하면 다시 부활해서 모든 전투력을 회복해요. 이런 괴물은 아무리 해도 죽일 수 없어요!”
“봉인할 방법은 없을까?”
“쉽지 않아요. 봉황은 신수니까 모든 속박을 파괴할 수 있어요. 이놈이 봉황의 일부 혈통만 이어받았다고 해도 대부분의 봉인은 다 막을 수 있어요. 아예 실력을 훨씬 뛰어넘는 자가 아니라면 불가능해요.”
화염조는 진령 9성 정점에 가깝다.
그럼 이 알은 진령 경지를 뛰어넘는 최고 강자만 봉인할 수 있는 거 아닌가?
화염조를 봉인할 방법이 없다면, 이 무시무시한 존재는 언젠가 부활할 것이다. 그리고 그 후의 결과는 상상조차 할 수 없을 것이다.
영이 얼굴을 찌푸리며 말했다.
“그렇게 번거롭다면 아예 알을 박살시켜 열반을 못하게 하자!”
“멍청하긴, 이건 선품급 알이에요. 망가지면 가치가 없어지잖아요?”
천제현은 퉁명스럽게 말했다.
“절대 깨뜨려서는 안 돼요. 다른 방법을 생각해 보죠!”
화염조는 봉황의 후손이고, 봉황은 신수다. 순혈 신수로는 신급 재료를 얻을 수 있다. 화염조는 등급으로 치면 아주 낮지만, 태고의 알로 돌아갔다면 이 알 안에는 봉황의 피와 선천적인 생명의 정수가 봉인되어 있을 것이다. 만약 남궁혜에게 가져다주면, 남궁혜의 대열반경은 아주 빠르게 발전해 높은 수준에 이를 것이다.
알을 깨는 일은 본말이 전도된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알을 안 깨자니 화염조가 언제 부활할지 모르는 상황에서 시한폭탄을 곁에 두는 셈이다. 게다가 화염조의 위력은 모두 이미 경험했다. 저 녀석과 다시 싸우고 싶은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새끼 여우가 천제현을 향해 소리쳤다. 그는 알을 가리킨 후, 다시 자신을 가리키며 앞으로 나섰다.
“네게 방법이 있다고? 좋아, 그럼 한번 해봐!”
새끼 여우는 불꽃색의 투명한 알 앞으로 다가가 발을 들고 껍데기 위에 부호를 하나 그렸다. 천제현도 본 적 없는 부호다. 아마도 고대의 한 요술 주문일 것이다.
‘아무리 강력한 주문이라 해도 화염조의 알에게는 아무 효과가 없을 텐데.’
새끼 여우가 주문을 다 그리자 곧 자연소각 현상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몇 초도 버티지 못할 것 같았다.
새끼 여우가 알을 향해 세차게 숨을 들이쉬자 주문을 통해 강력한 흡인력이 작용했다. 불꽃색의 알 안에서 날카롭게 울부짖는 소리가 들려왔다. 적자색 형체가 산채로 발버둥 치며 끌려나오고 있었다. 날개가 달려 있고 온몸은 불빛으로 덮여 있었다. 바로 방금 세 사람과 전투를 치른 화염조였다.
새끼 여우는 이 모습을 보고 나무인형 하나를 꺼내들었다. 인형을 핥으며 침을 좀 묻힌 후, 바로 영혼체를 향해 찔렀다.
잡아당겨져 나오는 화염조 영혼은 아주 질긴 고무처럼 길게 늘어지기만 할 뿐, 알에서 분리되지 않았다. 새끼 여우도 이젠 버티기가 힘들어 졌는지 매우 힘든 표정을 지었다.
화염조가 알로 변한 지금이 바로 그 영혼이 가장 약할 때다.
하지만 그런 때라도 살아 있는 강력한 영혼을 산 채로 끌어내는 게 어디 쉬운 일인가? 새끼 여우는 지금까지 이런 일을 해본 적이 없었다. 생각보다 훨씬 힘든 일이었다.
천제현은 새끼 여우가 뭘 하려는 지 알아차렸다. 순간 정령이 방출되었다. 두 눈동자는 영혼의 힘을 뜻하는 보라색으로 변했고, 보라색 낫이 허공에 나타나 휘둘려졌다.
“영혼참!”
화염조의 질긴 영혼이 끊어졌다.
새끼 여우는 기뻐하며 바로 영혼을 거두어 들였다. 다시 몇 개 주문을 더해 나무인형의 봉인력을 강화했다. 영은 모든 상황을 눈으로 보면서도 이해가 되지 않아 물었다.
“뭘 하는 거지?”
“화염조의 영혼을 산 채로 빼낸 후에 저 이상한 나무인형 안에 봉인하고 있어요.”
메이나는 이런 괴이한 일은 본 적이 없었다.
“화염조가 아무리 능력이 강해도, 영혼이 없으면 절대 부활할 수 없어요.”
알의 마력은 하나도 약해지지 않았지만, 영혼은 이미 뺏긴 후였다.
부활할 수 있을 정도로 마력이 쌓여도, 부활할 영혼 없이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천제현은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훌륭해!”
새끼 여우는 득의양양하게 나무인형을 챙겼다. 천제현이 기적성의 성주가 된 후, 새끼 여우도 신도를 많이 거느리게 된 덕에 영혼이 부족할 일이 없었다. 새끼 여우는 일반 영혼을 모두 봉혼병에 넣어두고 일회용품처럼 사용했다. 그중 특별히 진귀한 영혼은 나무인형에 봉인해 사용했다.
화염조의 혼을 가진 새끼 여우는 더욱 강해졌다.
어느덧 추격병이 또 가까이 왔다.
새끼 여우는 재빨리 상황을 파악하고 바로 천제현에게 보고했다. 싸우는 몸짓을 보이며 천제현에게 제안하고 있다.
도망가긴 어딜 도망가? 바로 싸우자.
강력한 소환수가 손에 들어왔는데, 이런 오합지졸들을 무서워할 필요가 뭐 있어.
천제현은 섣불리 결정을 내릴 수 없었다. 싸우기 위해선 장소가 중요했다. 근처에 이용할 물건이 있으면 적은 힘을 들여 이길 수 있다.
화염조의 알을 잘 담은 후, 먼 곳을 바라보니 평원 중앙에 궁전 유적지가 보였다. 다른 곳에서는 보기 힘든 규모로 위치도 악마의 문 핵심에 가까웠다.
“저긴 어디죠?”
“악마의 무덤.”
메이나가 천제현의 질문에 답했다.
“저 안에는 다른 곳으로 통하는 입구가 있다고 해. 하지만 듣도 보도 못한 별의 별 악마들이 날뛰기 때문에 지금까지 탐색 금지구역이었지.”
“여우, 상황을 파악해 봐!”
새끼 여우가 신의 눈동자를 꺼내 원거리 정찰을 시작했다. 우선 고공에서 궁전 유적지 부근을 살폈다. 겉으로 보기에는 유적 주변에 별다른 움직임은 없었다. 온통 파손되고 허물어진 폐허들뿐이었다. 그리고 기괴한 거대한 구덩이들이 보였다.
“아무 것도 없다고? 그럴 리가!”
천제현은 직접 그곳을 가지 않고도 그 지역을 가득 덮고 있는 살기를 느낄 수 있었다. 이런 지역에는 보통 귀신과 요괴, 악마가 대량 모여 있다. 지금처럼 평온할 리가 없다.
“어떻게 그럴 수 있지?”
천제현이 몇 번 더 자세히 살펴도 마찬가지였다.
“저 구덩이들이 문제가 있군. 안에 뭐가 있는지 보자.”
여우는 천제현의 명령을 받고 유적에 빽빽하게 분포된 거대한 구덩이들을 살펴봤다. 여우는 보고 있는 화면을 모두 천제현의 시야로 전송했다. 천제현이 보니 커다란 구덩이들마다 흑녹색의 거대한 옥이 묻혀 있었다.
‘이것들은 모두…….’
천제현은 이것들을 보고 확신이 생겼다. 다시 여우에게 말했다.
“좋아. 이제 정찰범위를 넓혀보자. 주변에 또 뭐가 있는지 보여줘.”
새끼 여우는 유적을 살펴봤다. 역시 예상대로였다. 너무 위험한 곳이라 감히 탐사하러 오는 이들이 없어서 유적 안에 좋은 물건이 아주 많았다.
유적지역 한 가운데에 신전이 하나 있었다.
신전 안에는 금속으로 만든 조각상이 수십 개였다. 오랜 세월이 지났음에도 별다른 흔적이 없었다. 새끼 여우가 조각상 안쪽을 살펴본 순간, 놀랍고도 기쁜 광경이 나타났다. 조각상들의 눈은 모두 성안을 끼워 만든 것이었다.
성안.
백 개에 달하는 성안이다.
‘이게 다 얼마야.’
천제현은 이미 공간광산을 갖고 있어서, 채굴만 하면 공간수정석 걱정은 할 필요가 없다. 이제 부족한 것은 성안이다. 그런데 이런 곳에서 백 개에 달하는 성안을 발견할 거라고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 전송탑이 수백 개다. 천제현에게는 일반 선품보다 더 진귀한 물건이다.
“안으로 더 들어가 보자.”
새끼 여우가 신식을 안쪽으로 이동하려는데 갑자기 보이지 않는 장벽에 막힌 것처럼 아무리 해도 들어갈 수 없었다.
“신식을 막는 것도 있단 말인가? 상관없어! 이 성안들은 반드시 손에 넣어야 해.”
천제현은 어떻게 기적성으로 돌아갈 지 고민 중이었다. 성안을 손에 넣고 전송탑 몇 개를 설치하면, 지상과 지하 세계도 몇 초 만에 오갈 수 있겠지?
“기르단 무리가 뒤에서 바짝 추격해오고 있어요. 당신들 두 사람도 거의 다 회복됐겠죠.”
천제현은 생각도 않고 바로 말했다.
“더 이상 힘들여 숨을 필요가 없을 것 같아요. 이곳에서 한판 붙어보죠!”
“좋아!”
영은 이 말을 기다리고 있었다.
메이나는 천제현이 아무리 대단해도 세 사람의 힘으로 스무 명에 달하는 최고 고수들을 상대해서 이기기는 힘들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천제현은 계속 믿을 수 없는 수많은 기적들을 만들어 왔기에, 메이나는 자신의 생각에 확신이 없어졌다. 이대로 쫓겨 다니는 것도 방법은 아니다. 그렇다면 우선 저자의 계획이 뭔지나 살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