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능력 믿고 막 간다-619화 (619/729)

# 619

제619장 유명 분신

마력의 충격이 어찌나 강력한지, 메이나마저 견디기 어려울 정도였다. 저 폭발 한가운데 있는 천제현은 어떻겠는가?

“어리석군, 어리석어!”

메이나는 화를 내야 할지 웃어야 할지 몰랐다.

“하늘 높은 줄 모르고 날뛰더니, 자기가 불사신이라도 되는 줄 아는 건가?”

저 오만하고 어리석은 인간 녀석은 이번에 아주 뼈도 못 추렸을 것이다.

이런 강도의 폭발은 방어속성의 화령술사도 견디기 힘들다. 그러니 천령술사 따위는 결코 버틸 수가 없다.

메이나도 천제현의 능력은 인정했다. 하지만 그 능력은 주로 강력한 폭발력에 있다. 하지만, 비술이나 무공은 몇 가지를 사용하면 모든 마력이 다 소진된다. 지속성 대신 폭발적인 살상력을 갖고 있었기에 진령 7, 8성의 화령술사와 싸울 수 있었던 것이다.

아무리 고급 무공과 대단한 비술을 익혔다 해도, 진령 5성 술사는 그 능력이 제한적이다. 메이나는 부상을 입지 않은 상황에도 절대 이런 괴물을 함부로 건드리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이 어리석은 인간이 정면으로 대항했으니, 목숨을 내놓은 게 아니면 뭐란 말인가?

영이 얼이 빠진 채 말했다.

“이렇게 죽었단 말이야?”

“죽은 게 분명해요!”

메이나가 영에게 말했다.

“신경 쓰지 말아요, 가죠!”

영은 천제현이 이렇게 쉽게 죽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

‘분명 오만하고 거들먹거리는 인간이긴 하지만, 바보는 아닐 텐데.’

메이나가 조급해하며 말했다.

“뭘 하고 있어요? 지금 우리 상태로는 이 악마를 절대 상대할 수 없어요. 저 녀석이 죽었으니, 그 다음은 우리 차례에요!”

“어이, 거기 악마 여인, 그래도 내가 당신 생명을 구했는데, 내가 죽기를 바란 건가요?”

매우 익숙한 목소리가 귓가에 들려오자 메이나는 순간 그 자리에 얼어붙은 듯 꼼짝도 하지 못했다. 잠시 후, 가만히 뒤를 돌아본 그녀는 귀신이라도 본 것처럼 붉은 입술을 쩍 하니 벌리고, 매혹적인 눈을 크게 떴다.

천제현이 멀지않은 뒤쪽에 꼿꼿이 서 있는 게 아닌가. 머리부터 발끝까지, 어디 하나 다친 곳이 없었다. 옷에 먼지조차 묻지 않았다.

천제현의 불멸체로는 지금과 같은 강력한 공격을 완전히 막아낼 수 없었다. 설사 흡수 능력을 최대화하여 간신히 목숨을 부지했다 해도 옷에 먼지 하나 묻지 않을 정도로 무사할 수는 없었다.

이건 마치 신과 같은 경지가 아닌가.

이때, 마력 소용돌이 사이에서 또 다른 사람 하나가 걸어 나왔다.

메이나는 눈이 휘둥그레졌다. 천제현과 똑같이 생긴 사람이었다. 다만 그는 온몸이 상처투성이에 머리는 부서졌고 팔 하나가 날아갔으며 온몸에 수십 개의 구멍이 나 있었다. 이렇게 심각한 상처를 입었다면 어떤 생물도 살아날 수 없을 것이다. 그런데 이 ‘천제현’은 마치 자신의 몸이 아닌 것처럼 아무렇지 않은 표정이다.

자세히 살펴봤다면 알 수 있었을 것이다.

이 ‘천제현’은 확실히 이상한 점이 있다. 모든 상처 속에 피와 살은 보이지 않고 오히려 화염, 그것도 푸르고 하얀 화염이 흐르고 있었다. 살아 있는 생물이 아니었던 것이다.

“주인님, 가져왔습니다.”

이 ‘천제현’이 한손에 든 오색선과를 건넸다. 곧이어 몸 전체의 땀구멍에서 화염이 빠져나왔다. 그는 한걸음씩 다가오더니 천제현의 몸으로 들어가 곧 천제현 본체와 하나가 되었다.

이건 무슨 비술인가?

분신술이다.

이 세상에 분신속성의 비술이나 무공이 존재하는 것은 사실이다. 이 무공은 수련 난이도가 아주 높고, 수련재료에 대한 요구가 엄격하다. 대부분 이런 분신술로 나온 분신체의 강도는 본체보다 못하다. 하지만 지금 천제현 상황은 완전히 반대다.

천제현의 실력이 강하다고는 하지만 고대악마를 이길 정도는 아니다. 그러나 천제현의 분신에서 나오는 기운은 천제현보다 훨씬 강력하다. 결정적인 순간에 진령 8성에 못지않은 힘을 발휘해 고대악마의 눈을 빼온 것이 아닌가.

전혀 말도 안 되는 이런 상황을 메이나는 이해할 수 없었다.

사실 이해가 되지 않는 게 정상이다. 천하에 이해가 되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오히려 이해하는 것이 이상한 것이다.

천제현은 신외화신(身外化身) 술법을 수련한 적이 없다. 힘들게 분신을 연마한 적도 없다. 이건 다 뜻밖에 얻게 된 능력이다.

천제현의 주요 전투무공은 유명염화검결이다. 이 무공은 유명화의 도움이 있어야 시전할 수 있고, 최고 정점까지 수련하면 유명분신참을 쓸 수 있다. 유명분신참의 원리는 유명화를 활성화시켜 자신의 모습으로 변신시킨 뒤, 본체의 위력과 동일한 공격을 하는 것이다.

천제현은 마력이 점차 강해지면서 많은 기회를 얻었다. 무상검을 수련하고 심검을 만들어냈다. 유명검이 죽음의 설원에서 부러지는 바람에 유명염화검결이 계륵으로 전락할 뻔 했다. 하지만 아주 우연히 천제현이 빙령화의 의지를 흡수하고 유명화가 빙령화를 삼키면서 알 수 없는 변화가 일어나 천제현은 유명화와 완전히 하나가 되었다.

유명화는 기령 형태로 존재해왔다.

그런데 이제 기령을 천제현 본인이 담게 된 것이다.

천제현이 몸이 불을 담는 그릇이 되어 어떤 방해도 받지 않고 자유롭게 조종할 수 있게 됐다. 또 천제현의 신식이 현성급으로 성장하면서 천제현의 의지가 유명의 신식에 더해질 수 있게 되었고, 이를 기반으로 유명분신술이 만들어졌다.

진정한 분신술이다.

기령유명은 자체 전투력도 충분히 강하다.

천제현이 되도록 내보이지 않는 것은 천제현도 싸움 중에 유명화를 쓰기 때문이다. 일단 기령유명이 몸에서 떠나면 천제현은 유명화와 유명염화검결을 사용할 수 없다.

벌써 천제현의 검결이 점차 힘을 잃기 시작했다.

천제현은 유명화를 더 중요한 곳에 쓰고 싶었기 때문에 이런 분신술과 같은 비술을 만들어 냈다. 이 분신은 본체보다 실력이 뛰어나다. 유명분신에게 는 검 정령과 보통 무공능력 하나만 부여할 수 있고, 본체처럼 각종 능력을 다양하게 사용할 수 없다는 점이 다르다.

천제현은 힘을 최대한 끌어 모아 유명을 밀어내고, 자신은 남은 마력만 갖고 순간 이동을 했다. 그래서 메이나와 영이 천제현을 봤을 때, 천제현은 전혀 다친 흔적이 없었던 것이다.

천제현은 직접 분신을 제어할 수 있다.

또한 분신의 핵심이 기령유명이기 때문에 분신도 자아의식을 가진다. 천제현이 조종할 수 없게 되거나 실수를 범하면 유명이 상황에 따라 다르게 움직인다.

색색이 다른 수정으로 구성된 고대악마의 거대한 몸체가 운동 마력을 상실한 기계처럼 철컥철컥 소리를 내더니 귀를 찌르는 소리를 내며 울부짖었다. 하지만 이제는 전혀 위협적이지 않았다. 그저 죽어가는 자의 비명일 뿐이다.

고대악마의 본체는 오색선수다.

오색선수는 선과도 맺고 이토록 많은 능력도 갖고 있다. 그 자체로 강력한 마력을 가진 셈이다. 오색교룡과보다 못할 리 없으며, 오히려 더 뛰어날 것이다. 오색교룡과는 악마의 심장과 같다. 근육질의 건장한 신체도 심장이 없으면 무용지물이다.

새끼 여우는 움직일 리 없는 악마의 머리꼭대기로 뛰어올라가 악마의 거대한 몸을 바라보며 숨을 들이쉬었다. 그러자 악마수정체의 몸 안에서부터 엄청난 양의 오색영기가 끊임없이 분출되어 여우의 몸속으로 흡수되었다. 여우의 몸은 부풀어 오르기 시작했고, 악마의 거대한 몸은 태양 아래 아이스크림처럼 빠른 속도로 녹아내렸다.

새끼 여우는 고대악마의 몸을 모조리 흡수했다. 만족스러운 트림소리와 함께 입 속에서 오색 기운이 튀어 나오자, 부풀어 올랐던 몸이 다시 원래 모양으로 줄어들었다. 악마의 몸은 이미 엄청나게 작아진 후였다. 나머지 부분은 칙칙하고 광채도 사라져 갈라진 돌덩이 같더니 결국에는 가루가 되어 흩어졌다.

메이나와 영은 할 말을 잃었다.

‘인간이든 이 여우든 둘 다 모두 괴물 같은 실력을 가졌다. 대체 얼마나 많은 능력을 숨기고 있는 거지?’

천제현은 오색수정과를 저장조롱박에 넣었다. 그리고 진원단을 복용한 후, 심각하게 망가져 땅에 쓰러져 있는 신혈강시들을 모으기 시작했다.

신혈강시는 몸 안에 신혈이 있어서 쉽게 죽지 않는다.

단번에 신혈강시 몸을 망가뜨리고 신혈을 사라지게 할 정도로 강한 힘의 공격을 받지 않는 이상, 보통 방법으로는 치명적인 상처를 입지 않는다. 신혈강시는 고대악마의 공격을 받고 심각하게 망가졌지만 겨우 몇 분 정도 지나자 상태가 거의 회복되었다.

심지어 만들어낸 꼭두각시들도 불사의 몸이라니.

이 인간과 관련된 물건들은 모두 일반적인 상식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것인가?

천제현은 이 선과를 독차지하기로 결정했다. 혼자 차지하려면 응당 그에 맞는 이유가 있어야 한다. 그는 진지하게 말했다.

“당신들은 결정적인 순간에 별 소용이 없기도 했지만, 내 뒤에서 비아냥대고 저주까지 했으니, 당신들 몫의 열매는 없어요. 왜냐하면 이건 나 혼자 힘들여 얻은 결과니까요!”

두 사람이 뭘 어쩌겠는가?

천제현이 전리품을 나누겠다는 계약을 맺은 것도 아니다. 그리고 고대악마와 싸우는 중에 메이나와 영이 아무 역할도 못한 건 사실이다. 무슨 자격으로, 어떤 이유를 대며 몫을 나누자 하겠는가?

“표정을 보니 제 말에 동의하는 것 같군요. 한결 마음이 놓이네요.”

천제현은 메이나를 바라보며 헤헤 웃더니 다시 말을 이었다.

“이곳에서 한바탕 소동이 벌어졌으니 녀석들이 추격해 올 지도 몰라요. 한 곳에서 오래 머무는 건 좋지 않아요. 그만 갑시다!”

사실 천제현 무리의 지금 실력이라면, 주변에 대군이 둘러싸고 있지 않은 이상 저들에게 패할 리는 없다. 다만 그들에게 힘을 낭비할 필요가 없을 뿐이다. 천제현은 계속해서 보물을 찾아 나서야 했기 때문에 바로 두 사람을 데리고 떠났다.

천제현의 예상 대로였다.

떠난 지 삼십 분도 되지 않아 기르단과 조로가 이끄는 십여 명의 최고 강자들이 고대악마가 소리 질렀던 곳에 나타났다.

“방금 남긴 흔적이야.”

조로가 칼로 땅을 조금 파내 코앞에 갖다놓고 냄새를 맡았다.

“아주 처참한 전투 흔적이다. 이곳에서 위험한 전투가 발생했군. 부상자 없이 완벽한 승리를 거두고 떠난 것 같아.”

암흑거인이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물었다.

“어떻게 그럴 수가?”

“흥, 상관없어.”

천제현의 유명화에 당한 적 있는 암흑마수령이 분노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냄새를 맡아보니 떠난 지 30분도 안 됐어. 분명 멀리 도망가진 못했을 거야.”

기르단이 망설임 없이 말했다.

“가자, 절대 살아서 이곳을 나가지 못하게 해야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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