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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력 믿고 막 간다-614화 (614/729)

# 614

제614장 결투

‘3급 선약? 게다가 상품?’

너무 무리한 조건이었다. 선약은 원한다고 구할 수 있는 게 아니다. 게다가 상품은 더더욱.

그러나 이 영이라 불리는 다크엘프는 매우 자신감 넘쳐 보였다. 유적에는 분명 진귀한 약들이 있다. 다만 그걸 손에 넣을 수 있느냐는 개인의 능력에 달려 있다.

즉 악마의 문이 심상치 않은 유적이라는 뜻이다.

천제현은 이제야 구미가 좀 당겼다.

메이나는 강하게 반대했다. 악마의 문은 몇 년에 한 번 열려서 참가할 기회를 얻기 매우 힘들다. 게다가 악마의 문 안의 유적은 공공장소이다 주변의 네간 소속 성들은 모두 탐험에 참가할 자격이 있지만 정원은 5~6명으로 제한되어 있다. 탐험은 모두에게 매우 귀한 기회이다. 이 자리 하나를 인간에게 넘긴다면 암흑성에는 큰 손해가 아닌가?

무엇보다 가장 큰 불만은 메이나가 보기에 천제현의 실력이 그렇게 뛰어나지 않다는 점이다. 이 인간의 실력이 약한 건 아니지만 마력은 진령 4~5성 정도일 뿐이었다. 악마의 문 탐험 참가자는 모두 네간의 고수들로 최소 화령급의 실력자들이다.

“내게 좋은 생각이 있습니다.”

천제현은 이번 기회를 잡아야겠다고 생각했다.

“부성주께서 제 실력을 못 믿으시는군요. 그렇다면 제가 다른 참가자와 대결을 해보는 게 어떻습니까?”

메이나가 어리둥절한 눈빛을 보였다.

“대결이라고?”

“그렇습니다. 실력이 강한지 약한지 한 번 붙어보면 바로 알게 되겠죠.”

천제현은 마치 별거 아니라는 듯 매우 편안해 보였다.

“내가 이기면 탐험에 참가하여 약을 가져오지요. 내가 지면 귀한 기회를 내게 줄 필요 없습니다. 어떻습니까?”

영이 살짝 미간을 찌푸렸다.

그가 천제현을 높이 산 건 그의 능력이지 전투력이 아니었다.

그런데 천제현이 먼저 대결을 자청했다. 대결을 벌이면 천제현에게 몹시 불리하다.

메이나가 곰곰이 생각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네게 기회를 주겠다. 참가자 중 한 명이라도 이긴다면 악마의 문 시련에 참가할 자격을 주지.”

몇 분이 지난 후, 흑자색 용암 호수.

이곳은 암흑성의 한 지역이다. 용암 호수에서는 마력이 느껴지지 않았다. 마력은 모두 내부에 갇히기 때문에 열기조차도 느껴지지 않았다. 그러나 흑자색 용암으로 들어가는 순간 뼈까지 다 녹아 버릴 것이다.

암흑 용암 호수 표면에는 크고 작은 암초들이 가득했다. 여기가 바로 천제현이 결투를 벌이는 장소였다. 천제현이 자신의 상대를 훑어보았다. 상대는 우람한 체구의 암흑마였다. 이 종족은 외모가 아니라 머리 꼭대기에 난 뿔을 보고 나이를 가늠해야 한다.

이 암흑마의 뿔을 보니 최소 500살 정도는 된 것 같았다.

암흑마의 온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기운을 보니 진령 7성 정점의 술사였다.

메이나와 영이 옆에서 결투를 관전했다.

영은 계속 인상을 쓰고 있었다.

암흑성을 이끄는 세력은 크게 둘로 나뉜다. 하나는 다크엘프로 대표되는 암흑족인데, 이들의 세력은 암흑성의 3분의 2에 달한다. 다른 하나는 부성주 메이나가 이끄는 악마족이다.

천제현과 대결하는 암흑마 지휘관은 사실 메이나가 거느린 두 명의 심복 중 하나였다. 영이 직접 나선다고 해도 이길 확률은 반밖에 안 되었다.

지상 세계에서 온 천제현은 비범한 구석이 있지만 마력이 너무 약했다. 그의 마력은 암흑마 지휘관보다 한참 떨어졌다. 게다가 인간은 악마족처럼 전투에 능하지 못하니 이 전투에서 이길 가능성은 아주 희박했다.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는 영과는 달리, 메기는 재미있는 구경이라도 하듯 대결을 지켜봤다.

지상 세계에서 온 보잘것없는 인간이 그녀 휘하의 암흑마 지휘관을 상대할 수 있을까? 정말 말도 안 되는 소리였다.

“여기서 우물쭈물할 시간 없어.”

메이나가 휘하에게 명령을 내렸다.

“열 초식 이내에 해치워.”

“알겠습니다!”

암흑마 지휘관은 천제현이 미처 반응을 보이기도 전에 거대한 양 날개를 펼치고 날아올랐다. 주위에 흑자색 용암이 무서운 기세로 솟구치더니 수십 미터의 이무기 모습으로 변하여 꽈배기 모양으로 똬리를 틀며 천제현을 집어삼켰다.

‘공격 한 번을 제대로 못 받아내? 이거 결투가 너무 시시하잖아.’

암흑마 지휘관은 이런 생각을 하다가 갑자기 이상한 느낌이 들어 고개를 들었다. 천제현이 자신의 머리 위에 있었다.

메이나는 이 모든 과정을 전부 파악했다. 진령 8~9성의 실력이 그냥 얻어진 게 아니었다. 그녀의 표정을 보니 매우 놀란 듯했다.

“순간이동? 공간 재능이라니!”

“난 저 인간족의 속내를 모르겠어.”

영은 천제현의 공간 능력이 더욱 빨라지고 노련해졌음을 알아차렸다.

“허나 한 가지 확실한 건 저 인간족에겐 공간 재능 말고도 훨씬 많은 능력이 있다는 거지.”

암흑마 지휘관은 천제현이 공격을 피하자 험악한 얼굴로 웃었다.

“어느 정도 상대가 돼야 재미있지!”

암흑마는 말을 하면서 양손으로 오래되고 복잡한 주인을 짓자 용암으로 만들어진 이무기 여덟아홉 마리가 거대한 기둥을 감쌌다. 이무기들이 감싼 기둥은 순식간에 교룡으로 변했다. 암흑 용암과 암흑마의 비술로 만들어낸 엄청난 파괴력을 지닌 교룡이 천제현을 향해 돌진했다.

이번에 천제현은 숨지도 피하지도 않고 양팔을 높이 벌려 포옹하는 자세를 취하더니 무시무시한 교룡을 향해 뛰어들었다.

“죽음을 자초하는군!”

제 발로 죽겠다고 뛰어들었으니 사정 봐 줄 필요 있겠는가.

가공할 마력을 지닌 교룡이 천제현과 정면으로 충돌했다. 놀랍게도 믿기 어려운 일이 벌어졌다. 용암 교룡의 머리가 천제현을 들이받는 순간 새카만 결정으로 굳어 버렸다. 교룡의 머리에서부터 목을 타고 석화가 진행되더니 결국 암흑 용암으로 된 교룡의 온몸이 돌로 변해 버렸다.

“마력…… 마력을 흡수당했어!”

메이나는 믿을 수 없다는 얼굴이었다.

천제현의 두 눈동자가 마치 블랙홀처럼 깊이를 알 수 없을 만큼 비정상적으로 까맣게 변했다. 교룡과 충돌하는 순간 천제현의 몸은 블랙홀처럼 교룡의 모든 마력을 빨아들였다.

천제현이 눈부신 빛을 뿜는 주먹을 치켜들고 돌로 변한 교룡의 머리를 가격했다. 엄청난 마력이 훑고 지나가자 돌이 된 교룡의 몸은 쩍쩍 갈라졌고, 그 사이를 뚫고 거대한 흑자색 주먹이 암흑마 지휘관에게 날아갔다.

“좋다!”

암흑마 지휘관이 으르렁거리며 정령을 소환하여 주먹을 날렸다. 두 주먹이 용암 호수 중앙에서 맞부딪치며 마력을 폭발시켰다. 흑자색 용암 호수에 물결이 출렁이며 주위의 암초를 덮쳐 버렸다.

천제현은 출렁이는 용암을 무시하고 곧바로 호수에 걸어 들어갔다. 한 걸음 뗄 때마다 그가 지나친 부분이 돌처럼 굳어졌고, 천제현 몸을 휘감은 힘은 더욱 강해졌다.

잇달아 예닐곱 걸음을 걸었을 때 등 뒤의 호수는 모두 돌처럼 꽁꽁 굳어 버렸다.

천제현 주위에 일렁이는 마력이 최고치에 도달했다. 마력은 수백 마리의 교룡이 엉키고 부딪치는 것처럼 곧이라도 폭발할 기세였다.

암흑마 지휘관은 천제현에게 극히 드문 흡입 재능이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암흑마력은 모든 것을 빨아들인다. 흡입 재능은 암흑 재능의 일종으로 원소 재능이 아니지만 놀랄만한 위력을 가지고 있다.

천제현이 주위의 힘을 흡입하여 거대한 마력을 응집시켰다.

‘시간을 더 끌면 안 된다! 속전속결로 처리해야 돼!’

암흑마 지휘관은 천제현에게 시간이 더 주어지면 또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몰라 더 이상 봐주지 않기로 했다. 그는 정령과 무공을 최고점으로 끌어올렸다. 암흑마 지휘관의 몸이 팽창하더니 칠흑처럼 까만 십여 미터 높이의 거대한 악마로 변했다.

퍽!

거대 악마가 두 발로 호수를 내디뎠지만 암흑 용암은 그에게 어떤 상처도 입히지 못했다. 거대 악마는 화살처럼 초고속으로 천제현에게 돌진했다.

천제현의 흡입 마력 또한 정점으로 치달았다.

“검!”

천제현이 세차게 손을 뻗어 정령의 검을 움켜쥐고 무릎을 살짝 구부려 뛰어올랐다. 돌처럼 굳은 용암 호수가 갈라지며 그 틈으로 대량의 용암마력이 화산 터지듯 분출되었다.

넘치도록 방출된 신마검 정령의 힘이 순식간에 검광으로 변했다. 엄청난 파괴력 때문에 화산에 구멍이 날 정도였다. 천제현 몸을 휘감은 마력은 검광이 뿜어져 나오는 순간 전부 분출되어 검의 기세를 북돋았다. 산과 강을 베고 하늘과 땅을 쪼갤 만크 거대한 기세였다.

그 어떤 꾸밈도, 그 어떤 기교도 없었다.

그야말로 정면충돌, 순수한 힘과 힘의 대결이었다.

거대한 검은 검광이 악마의 몸을 베었다. 악마의 모든 마력이 흩어지면서 무시무시한 힘이 그의 몸을 강타했다. 암흑마 지휘관은 수천 미터 떨어진 용암 호수 맞은편으로 날아갔다. 그가 떨어진 곳에는 깊은 골짜기가 생겨 버렸다.

이겼다.

천제현이 이겼다.

천지를 뒤흔드는 일격이었다.

천제현이 혼신의 힘을 다해 공격한 건 아니지만 암흑마 지휘관은 단시일 내에는 회복할 수 없을 것이다. 따라서 메이나가 원하지 않아도 천제현은 이번 악마의 문 탐험에 참가하게 되었다.

영 역시 가까스로 정신을 차렸다.

“저 인간족이 약하지 않다는 걸 알았지만 이 정도로 강할 줄은 몰랐어! 메이나, 이제 할 말 없지?”

“흥, 전 약속은 지켜요. 암흑마 지휘관을 물리쳤으니 참가할 자격이 있죠.”

메이나는 천제현의 실력이 이게 다가 아님을 느꼈다. 천제현은 정말 신비로웠다.

“그렇지만 이건 짚고 넘어가야겠어요. 암흑성에 배정된 정원을 넘겼으니 공을 세워야 해요. 사욕을 위한 것이라면 놈을 절대 용서하지 않겠어요!”

천제현은 암흑성에서 감옥에 갇히지 않았을 뿐더러 갑작스럽게 유적을 탐험할 기회를 얻게 되었다. 소발에 쥐잡기로 운이 좋은 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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