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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력 믿고 막 간다-612화 (612/729)

# 612

제612장 허공수

말이 막 떨어지자마자 공간마력이 일렁거렸다.

천제현은 발톱이 허공을 휘젓는 것을 분명히 느낄 수 있었다.

이 발톱은 누구도 위험하다고 생각하지 못할 정도로 아주 멀리 떨어져 있었다. 그러나 천제현은 이 발톱이 나타난 순간 공간마력파가 일어났음을 감지했다.

아무 공격력도 없는 발톱에서 공간 공격 마력이 방출된 것이다.

천제현이 황급히 피하는 순간 허공에 공간이 비틀린 흔적이 생겼다.

거대한 돌산 하나가 아무 기척 없이 몇 조각으로 갈라졌다. 갈라진 곳은 매우 반질반질했다. 견고하고 강력한 힘을 품고 있는 거대한 돌산이 아닌 얇은 종이처럼 찢어졌다. 이 모든 과정이 별다른 기척 없이 조용히 진행되었다.

위험했다.

조금만 늦게 피했으면 천제현은 가루가 되었을 것이다.

이건 힘으로 직접 타격하는 것이 아니라 공간의 층에 충격을 주는 공격으로 무척 예리하고 거칠다. 이 공격으로 보니 공간의 균열에 숨어 사는 마수는 매우 희귀한 공간 계통 마수임이 확실했다.

공간 재능이 얼마나 귀한 것인가?

공간 재능을 지닌 마수는 그중에서도 극히 희귀하다.

숨 돌릴 틈도 없이 강렬하고 위험한 기운이 다시 한 번 엄습했다. 이번에는 공간 강타였다. 천제현이 다시 공격을 피하는데 등 뒤의 공간에서 수면에 돌을 던진 것처럼 잔잔한 물결이 일기 시작했다.

공간에 무수히 많은 금이 가기 시작했다.

금이 가는 곳마다 공간이 바스러졌다.

공간마력 앞에서는 공간 그 자신도 너무 약했다.

공격이 오는 걸 매번 느낄 수 있었지만 상대의 존재는 전혀 감지되지 않았다. 천제현의 추측이 맞는다면 이 마수는 공간 능력을 사용하여 몸을 숨기고 있다. 마수는 아주 신중하고 조심스러웠다. 아무리 대단한 정찰 비술도 마수를 찾아낼 수 없다. 이 마수는 이 공간에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렇게 싸우면 승산이 없다.

다행히도 공간의 균열에 강력한 공간 난류가 발생하지 않아서 천제현은 신식을 펼칠 수 있었다. 신식 때문에 겨우 이 엄청난 놈의 공격 궤도를 파악할 수 있었다. 아무리 꼭꼭 숨어 있어도 공격을 하는 순간에는 위치가 노출되기 때문에 천제현은 몸을 피할 수 있었다.

이 마수는 강할 뿐만 아니라 공격 방법도 다양했다. 수백 번의 공격이 실패해도 한 번만 제대로 들어가면 천제현은 목숨을 잃을 수 있다.

이대로는 위험하다는 생각에 천제현은 두루마리를 꺼내 신혈강시 열여덟 명을 불러들였다. 신혈강시들은 천제현의 지휘에 따라 곧장 신비한 마수가 머무는 곳을 향해 돌진했다.

“으르렁!”

마수가 낮게 포효하며 즉시 발톱을 휘둘렀다. 웬만한 공격으로는 뚫지 못하는 신혈강시 두 명의 몸이 두부 썰리듯 잘려 허공으로 흩어졌다.

천제현은 마수의 위치를 알아내고 마수가 있는 곳으로 나머지 신혈강시들을 불러 모았다.

마수가 광분하여 연속 공격으로 신혈강시들 몇을 날려 버렸다. 천제현은 마수의 공격 궤도를 분석하여 범위를 좁혀나갔다. 남은 신혈강시들의 몸에 별안간 유명화가 타올랐다. 이들은 단숨에 마수가 숨은 곳 가까이 몸을 날렸다.

유명화로 어떻게 이런 괴물을 당해내겠는가?

허공수가 허공으로 숨어 버리면 아무리 근접해도 놈을 태울 수 없다.

천제현의 하얀 눈동자에 공간 파동이 일렁였다. 이와 거의 동시에 신혈강시들의 포위망에도 공간 파동이 일어났다. 공간 파동에 의해 투명한 윤곽이 흐릿하게 드러났다. 위치가 노출된 마수는 신혈강시들의 공격 목표가 되었다. 신혈강시들이 무시무시한 기세로 달려들었다.

퍽.

신혈강시들이 마치 보이지 않는 벽에 부딪힌 듯 동시에 멈췄다.

거대한 마수가 꼬리를 흔들자 신혈강시들이 전부 밀려 날아갔다.

천제현은 바로 이 순간을 노렸다. 공간 교란으로 마수가 모습을 드러내게 한 것이다. 신혈강시들을 공격하는 순간 아주 잠시의 시간이면 됐다. 평범한 술사라면 이 상태의 마수를 공격하는 게 어려울 수도 있겠지만 천제현에게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다.

“무상공검지!”

천제현이 모든 마력을 끌어 모아 막강한 무상검 공격을 두 갈래로 펼쳤다. 무형의 장벽이 순식간에 뚫렸다. 무시무시한 마력은 공간 장벽을 뚫고 원래의 위력 그대로 마수에게 꽂혔다. 날카로운 비명이 울려 퍼지며 수정처럼 투명한 마수의 살점이 사방으로 튀었다.

“아직 안 죽었단 말이야?”

검지 공격은 목표를 정확히 타격했으나 급소를 공격하지 못했다. 마수는 죽지 않고 중상을 입었을 뿐이었다. 마수가 다시 공간에 들어가려는 모습에 천제현은 크게 당황했다. 이번 공격이 성공할 수 있었던 까닭은 전부 신혈강시들이 마수의 주의를 끌어주었기 때문이다.

똑같은 방법을 다시 써먹을 수 없다.

지능이 낮은 마수가 아니므로 다시 걸려들지 않을 것이다. 게다가 신혈강시들은 조금 전 격투로 만신창이가 되었다. 아무리 불사의 능력을 지녔다고 해도 회복하려면 시간이 꽤 필요하다. 천제현의 마력 역시 전력을 다해 펼친 공검지 공격으로 바닥나 있었다. 마수가 다시 공간에 섞여 버리면 이제 승산은 없다.

컹!

이 절체절명의 순간, 여우가 공중으로 날아오르며 수 미터 크기의 여우요괴로 변신했다. 여우는 크고 두꺼운 꼬리 네 개를 흔들며 온몸에서 신비로우면서도 천하를 뒤덮을 듯 강한 기운을 뿜어냈다. 짙은 청록색 눈동자에서는 기이한 빛이 번쩍였다.

여우는 이미 마력이 크게 증가하여 꼬리가 네 개로 늘어났다.

공간에 숨으려는 마수가 몸을 부르르 떨었다.

저지당한 것이다.

천제현은 여우가 이렇게나 성장했을 줄 생각지도 못했다. 허공수는 4급 마수가 아니지만 그래도 최정상급 3급 마수이다. 무시무시한 살상력을 지니고 있어 4급 마수보다 훨씬 더 위험했다. 이렇게 강력한 마수가 여우에게 잡힌 것이다.

이런 기회를 놓칠 수 있겠는가?

천제현이 정원단을 삼키고 마력을 회복하여 다시 한 번 공검지를 펼쳤다. 이번에는 마수의 머리를 직접 노렸다. 모든 것을 압도하는 힘이 마수의 머리를 둘로 쪼갰다.

마수는 비명을 지를 틈도 없이 순식간에 목숨을 잃었다.

이렇게 쉽게 저 위험한 마수를 처치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이번에는 여우의 공이 컸다. 위기의 순간 요술로 마수를 붙잡아두지 않았다면, 마수를 처치할 기회를 잡지 못했을 것이다.

“이건 대체 무슨 마수지?”

마수의 몸은 수정처럼 투명했고, 매끄러운 비늘로 덮여 있었다. 비늘은 우수한 공간 재료였다. 천제현은 이 비늘을 벗겨 뛰어난 품질의 방어구를 만들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비늘 외에도 마수의 발톱과 이빨, 뼈, 살은 모두 희귀한 재료였다.

“이건…… 요수내단 같군!”

천제현이 둥그런 물체를 발견하여 끄집어냈다. 천제현은 마수의 정체를 몰랐지만 뭐가 마수의 마수정이고 뭐가 요수의 내단인지 구별할 수 있었다.

마수와 요수는 다르다.

마수는 개체군과 번식 방법이 정해져 있지만 요수는 변신과 진화를 거듭한다. 보잘것없는 작은 동물도 요수가 될 수 있다. 요수의 성장 능력은 마수보다 훨씬 강하다. 여우도 어떤 의미에서 보면 요수의 일종이다.

마수의 마수정은 마수 힘의 근원으로 저수지와 같이 힘을 비축시켰다가 필요할 때 사용할 수 있게 해준다. 요수내단은 요수가 지닌 마력의 정수이다. 요수내단은 요수의 근원적인 힘이자 요수의 전부이며 인간이 흡수할 수 있다.

요수는 아주 귀하다.

공간요수는 더 말할 나위도 없다.

요수내단은 요수가 죽으면 따라서 힘을 잃는다. 천제현은 이렇게 귀한 내단이 쓸모없어질까 봐 곧장 거산 꼭대기로 날아가 가부좌를 틀고 앉아 내단에 담긴 힘을 흡수하기 시작했다.

천제현은 내단을 흡수하며 이 마수의 이름이 허궁수임을 알게 되었다.

허공수는 부모가 없이 특정한 환경에서 만들어지는 선천적인 요수이다. 허공수는 여러 허공을 떠돌며 공간수정석을 먹고 자란다. 다 자란 허공수는 아무리 약해도 4급 수준이다. 이번에 마주친 놈은 아직 다 자라지 않은 허공수였다.

허공수 내단은 극히 귀한 것이다. 내단은 생명의 근원이자 허공수의 오래되고 원시적인 기억까지 담겨 있다. 허공수 내단을 흡수하면 마력이 증가할 뿐만 아니라 공간 재능 강화로 인해 공간 능력이 강해진다.

며칠 동안 공간이 수차례 진동했다.

천제현은 진령 5성을 돌파했고, 무상검과 허공둔 실력 또한 크게 증가했다. 허공수 한 마리로 인해 그의 힘은 몇 배나 향상되었다.

“정말 좋은 곳이군.”

천제현이 주위를 둘러봤다. 가장 흐뭇한 것은 이곳에서 기적성의 공간좌표를 감지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이곳에 전송탑을 세운다면 천연 요새가 되겠어..”

공간 균열 입구의 난류는 너무나도 거셌다.

이런 세기라면 진령 9성 정점의 강자라도 균열 입구에 들어설 수 없다.

이게 뭘 의미하는가? 대군이 몰려와도 안으로 진입할 수 없다는 뜻이다. 적의 수가 아무리 많고 사기가 높아도 공간 입구만 잘 지켜낸다면 모든 위협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다.

공간의 면적을 대략 가늠해 보았다.

공간은 수십 킬로미터 정도였다. 높이를 재어보지는 않았지만 대강 백여 킬로미터는 되어 보였다. 그렇다면 여기에 수백만 명이 살 수 있는 도시를 세울 수 있다.

그러나 도시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이곳을 손에 넣었으니 급하게 굴 필요는 없었다. 천제현이 어렵사리 공간에서 빠져나오자 나비악마와 가고일이 그를 에워쌌다.

“뭐 보고할 게 있느냐?”

“수령, 큰일 났습니다. 암흑성에서 폭군 숙영지로 병사들을 보냈습니다. 이 위기를 넘기지 못한다면 폭군 숙영지를 빼앗기게 될 겁니다.”

“그래? 올 게 왔군. 가보자!”

근래 천제현의 기세가 너무 강했다.

이렇게 미친 듯이 영역을 확장하는데 암흑성에서 가만히 두고 볼 리가 없었다. 그나마 지금 찾아온 게 천제현에게는 다행스러운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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