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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력 믿고 막 간다-611화 (611/729)

# 611

제611장 균열

이 광석들은 매우 진귀하여 누구나 채굴할 수 있는 게 아니다. 그랬다면, 이미 남아나지 않았을 것이다.

천제현이 미동도 없는 공간광석의 중앙에 섰을 때 그는 신식으로 공간 광산 주변의 마력 변화를 감지했다. 모든 수정석이 발산하는 마력은 주파수가 제각각 불안정했다. 완전히 정지된 상태로 보여 움직이지 않는 것 같지만, 사실 1초마다 공간차원이 변화하여 신식을 사용한다고 해도 실제 위치한 곳을 찾아내기가 매우 어려웠다.

이런 상태는 허공둔과 상당히 유사하다.

허공둔을 시전하면, 대략 비슷한 효과가 나타난다. 허공둔은 일반적인 공격을 무효화하는 데다 정신 공격도 반감시킨다.

물론 허공둔이 천하무적은 아니다.

허공둔이 포함된 모든 공간 능력의 본질은 공간조종의 과정에 있기 때문에 공간조종 과정에서 소모되는 마력은 결국 교란 여부와 관련이 있다. 예컨대, 한 사람이 정상적인 공간에서 전송할 때와 물속 공간에서 전송할 때 소모되는 마력이 각기 다른 것처럼 말이다.

공기는 가볍고 약해 공간조종 시 교란을 훨씬 적게 받아 소모되는 힘도 상대적으로 적다.

반면에 물은 상대적으로 무거워 공간조종 시 교란을 크게 받기 때문에 물속 공간조종 시 더 많은 힘이 소모된다.

이는 마력이 높고 밀도가 조밀한 물질일수록 공간저항을 더 크게 발전시킬 수 있다는 의미이다. 그러므로 상대의 실력이 압도적으로 강하면, 일반 공격으로도 허공둔을 제압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이곳에서도 동일한 논리를 적용할 수 있지 않을까. 천제현이 강력한 채굴장비나 마력장을 구축하기만 하면, 공간 수정석을 모조리 물질적 차원으로 환원시킬 수 있다. 그럼 보다 손쉽게 채굴할 수 있게 된다.

물론 이 또한 쉽지 않다. 네간의 기술로는 아예 불가능한데, 이는 공간 광산이 지금까지 개발되지 못한 이유이기도 하다. 하지만 기적성의 기술력으로는 네간계와 기적성을 연결할 수 있을 것이다.

가고일 우두머리는 천제현이 깊은 생각에 빠진 모습을 보고 주저하며 조심스럽게 물었다.

“이 광산이 가치가 없다면 다시 찾아보겠습니다!”

“아니다. 쓸모 있어. 다만 지금 당장 채굴할 수 없어서 문제지.”

천제현이 물었다.

“이 공간구역에 신비한 마수가 출몰한다고 했지? 그건 어디에 있지?”

그 말을 듣자 가고일 우두머리의 낯빛이 완전히 바뀌었다.

“수령님, 그 괴물은 대단히 강합니다. 그것을 본 자들 가운데 살아 돌아온 사람이 없을 정도로요. 어쨌든 저희도 그것에 대해 잘 알지 못합니다. 수령님도 괜히 모험하려 들지 마십시오.”

“그래?”

천제현은 전혀 놀란 기색 없이 말을 이었다.

“그럼 더더욱 살펴봐야 겠는걸. 지금 당장 그 마수가 있는 곳으로 안내해.”

가고일들은 서로의 눈치를 살폈다.

수령님은 무공도 강하고 담도 크군.

가고일은 울며 겨자 먹기로 금지구역에 천제현을 데려다 주었다.

“그 괴물이 앞에 있는 저곳을 점거한 상태입니다. 그것의 정체나 생김새 등에 관하여 정확한 정보는 없습니다. 다만 인근 마을에서 전설로만 존재하고 있을 따름이지요.”

천제현은 해당 구역을 뚫어져라 쳐다보니 시야가 안개 같은 것에 휩싸여 몽롱해지는 것을 느꼈다.

이것은 평범한 안개가 아니었다. 천제현의 신식으로도 꿰뚫어볼 수 없었다. 이는 미세한 공간들이 요동치며 형성되는 것으로, 천제현의 예상이 틀리지 않다면, 바로 이곳에 공간 균열이 있을 것이다.

“너희는 밖을 지키거라. 난 들어가서 살펴볼 터이니.”

“그, 그건…….”

천제현은 더 이상 그들과 말하지 않고, 바로 몸을 일으켰다. 그러자 몸이 마치 깃털처럼 가볍게 공중으로 뜨더니 순식간에 안개 속으로 사라졌다.

천제현은 순식간에 신식이 완전히 차단되는 느낌을 받았다.

이 역시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주위 공간의 모든 입자가 균열의 틈새에서 퍼져 나와 공간마력 파동을 더욱 불안정하게 만들었다. 신식이 발동하면 공간입자에 흔들려 서로 다른 아공간차원으로 분산될 테니, 오랜 시간 이 공간을 신식으로 뒤덮을 수 없고 더 먼 곳으로 뻗어 나갈 수도 없다.

이러한 환경에서 천제현은 장님이나 다름없었다.

육안이든 신식이든 완전히 가로막힌 것이다.

이렇듯 혼란스러운 공간구역에서 방향감각을 잃게 되면, 영원히 공간 균열을 찾을 수 없게 된다.

“여우야, 저기 어때?”

새끼 여우의 신의 눈동자에서 나타나는 것은 백색 안개뿐이었다. 여우가 숨을 한 번 크게 들이마시고, 발톱으로 매만져보았지만, 결과는 같았다. 어쨌든 여우의 신의 눈동자도 먹히지 않았다.

“그만해.”

천제현의 눈동자가 점차 흰색으로 바뀌었다. 신마구변을 통해 공간의 힘으로 완전히 전환하자 천제현의 공간감지 능력이 훨씬 세밀해졌다. 그는 이 공간에서 어지럽게 굽이치는 방향을 감지했고, 그곳을 공간 균열이 있는 위치라고 판단했다.

“여기다!”

천제현이 새끼 여우를 데리고 그 위치를 향해 천천히 이동했다.

공간 균열에서 입자가 끊임없이 흘러나왔고, 공간입자마다 공간마력을 담고 있었다. 사실 공간입자는 아주 짧은 시간만 존속했는데, 이는 흩어지는 과정에서 불안정한 공간마력이 빠르게 방출된 후 붕괴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까닭에 공간 균열에 가까워질수록 그 마력 기류는 갈수록 거세졌다.

천제현이 일종의 분열감을 느끼기 시작했다.

이 분열감은 보통을 넘어 위에서 아래로, 안에서 밖으로 거의 모든 신체부위와 세포 하나까지 보이지 않는 톱으로 잘려 나가는 것 같았다.

이곳은 공간 균열의 위치와 굉장히 가까웠다.

이로 인해 공간입자에 엄청난 마력이 내포되어 물질을 교란할 수 있는 정도까지 이르렀다. 천제현이 불멸체를 수련하여 체질을 강하게 만들지 않았거나 극강의 회복력을 지니지 못했다면, 수많은 공간입자에 이리저리 털리다가 온몸이 분열되어 붕괴하였을 것이다.

천제현조차 이리 고전하는데, 과연 누가 이곳을 개발할 수 있겠는가?

‘허공둔.’

천제현은 허공에 들어가 대다수의 공간 진동을 회피했고, 부상이나 직접적인 열상 등으로부터 벗어났다.

“전방공간의 기류가 더 어지러워졌어.”

천제현의 눈동자에서 미세한 물결이 일기 시작했다.

“여우야, 준비하고 있어. 공간 균열 안으로 단숨에 들어가는 거야.”

새끼 여우가 고개를 끄덕이며 천제현을 꽉 붙들어 잡았다.

천제현의 허공둔은 주변에 접촉하는 물체를 선택적으로 허공 상태에 끌어들일 수 있었다. 이러한 능력은 일반적으로 생명이 없는 물체에 적합하지만, 새끼 여우가 가진 특별한 능력으로 천제현의 능력과 스스로 융합시킬 수 있었다. 그러므로 천제현이 허공둔을 열 때 새끼 여우도 동일한 상태에 있게 된 것이다.

“자, 간다!”

천제현이 순간 이동을 통해 순식간에 수백 미터를 이동했고, 다시 모습을 드러냈을 때에는 주변 전체가 모두 왜곡된 공간지대였다. 공간입자가 세차게 굽이치는 공간은 마치 엄청난 온도에 구워지는 공기와도 같아 왜곡의 정도가 몇 배는 더 심각했다.

어쩔 수 없이 이곳으로 순간 이동했다.

전방의 구역은 마력이 너무 강해 천제현이 공간을 조종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천제현이 도착한 이 위치에서 그가 고개를 들면 왜곡되고 무질서한 공간을 볼 수 있었다. 마치 소용돌이가 일 듯 빛이 나는 구역을 에워싸고 있었다.

이 구역이 바로 공간 균열이다.

굉장히 빠르게 대량으로 방출하는 공간입자가 금방이라도 허공둔을 뚫고 들어올 기세였다.

천제현은 자신에게 시간이 많이 없음을 잘 알고 있었다. 천제현이 손끝에 힘을 모으자, 거대한 힘이 돌연 폭발하기 시작했다.

“무상검!”

꽈배기처럼 꼬아진 공간이 이 거대한 힘을 막아냈다.

천제현의 검이 공간의 난기류마저 베었다. 그는 이 기회를 틈타 하늘로 높이 도약하더니 난기류가 회복하기도 전에 거울처럼 생긴 구역에 성공적으로 착지했다. 모든 사람이 이 공간마력이 형성한 거울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성공했어.”

천제현이 진원단을 하나 삼키자 방금 소모된 마력이 빠르게 회복되었다.

“위험했어. 하마터면 공중분해될 뻔 했네!”

천제현이 느긋하게 안으로 들어갔다. 온몸 곳곳은 상처로 가득했는데, 이는 공간마력이 침식하여 생긴 것들이다. 천제현은 이러한 상처에 전혀 개의치 않았다. 순간 그의 눈동자가 녹색으로 변해 생명 속성으로 바뀌었고, 체내의 마력도 생명의 힘으로 신속하게 변했다. 5분 내에 모든 상처가 치유될 것이다.

“큰아가씨가 준 진원단은 역시 쓸만하다니까!”

천제현이 한 알을 더 꺼내 입속에 털어 넣었다.

“이번에 돌아가면 열병, 아니 스무 병을 가져와야겠다.”

이곳은 공간 균열 안에 연결된 공간 즉, 천연의 아공간이다.

아공간은 주 공간에 기대어 있지만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공간영역이다. 기적상회의 공간창고가 사용하는 것이 바로 이 아공간이다. 그러나 아공간은 정신과 영혼을 수용할 수 없어 살아 있는 생명체나 심지어 망령까지도 진입할 수 없다.

이 아공간의 특징은 매우 크다는 데 있다. 균열은 거대한 아공간과 ‘주(主) 공간’을 연결시켜주어 물질과 마력을 이곳으로 옮길 수 있다. 따라서 이 공간은 이미 ‘주 공간’과 연결되어 완전히 융합되었다고 할 수 있다.

“공간 수정석. 전부 공간 수정석이다!”

천제현이 눈을 들어 바라보니 이 공간 안에 작은 산과 같은 거대한 바위가 떠다니고 있었다. 거대한 바위의 표면에는 공간마력이 방출되는 백색 물질이 있었다. 이처럼 주 공간 물질이 흡수된 후 공간 안의 공간마력과 결합하여 조금씩 쌓이고 응집되어 이러한 거대 광석을 수천 개나 형성하였다.

“잘됐다. 앞으로 공간 수정석 걱정은 안 해도 되겠네.”

천제현이 공간 수정석의 품질을 확인하려던 찰나 위험을 감지한 새끼 여우가 날카롭게 울어댔다.

주변의 공간마력이 마치 주먹처럼 느껴졌다.

천제현은 주변을 탐색한 후 자신이 무형의 주먹 한 가운데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주먹을 쥐기만 하면 천제현은 공간의 힘에 의해 으스러질 게 뻔했다.

‘순간 이동.’

천제현이 순간 이동을 통해 공간에서 달아났다.

이 공간 안에서 분노로 가득 찬 야수와도 같은 울부짖음이 들려왔다. 마치 자신을 모독하고 도발하는 자와 대면한 신과 같았다. 천제현은 이것이 가고일이 말한 괴물이라고 생각했다. 그가 허리춤에 있는 전송 두루마리를 매만졌다. 두루마리가 기적성의 공간좌표에 반응했으니 천제현도 뒤탈을 걱정할 필요가 없게 되었다.

“능력 있으면 나와 보거라. 계집애처럼 숨어 있지 말고!”

천제현은 이 생물체가 엄청나게 강한 힘을 가졌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토록 강한 힘을 소유하고 있다면 지능 역시 낮지 않을 것이고, 천제현의 도발을 그냥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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