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능력 믿고 막 간다-597화 (597/729)

# 597

제597장 지하생명체

엘프은행의 빠른 발전을 지켜보며 엘프왕과 엘프성주들은 비로소 한시름 놓을 수 있었다.

엘프은행은 일족 안에서의 예금한도를 확대하는 한편, 지점의 수와 규모를 늘리기로 결정했다. 현재로서 가장 좋은 방법은 다른 도시에 은행을 설립해서 더 많은 예금을 유치하는 것이다. 그렇게 하면 엘프족의 영향력을 확장하는 동시에 외부인의 재산으로 일족의 발전을 이룰 수 있지 않겠는가. 생각만 해도 가슴이 떨리는 일이었다.

규모를 확장하려면 기적상회의 기술 지원이 필요하다.

공화련은 화통하게 알파브레인 20대를 판매하기로 결정했고, 가격은 할인해서 45만 마석만 받기로 했다. 너무하다고? 알파브레인은 기적상회의 첨단제품이다. 얼마를 부르든 그들 마음 아니겠는가?

게다가 엘프족에게는 그렇게 비싼 가격도 아니었다. 현재 엘프은행의 발전 상황을 보면 두세 배를 더 불렀더라도 아무 문제가 없었을 것이다.

기적상회는 매일 5~6대의 알파브레인을 생산했는데, 그 정도면 자체 수요는 충분히 충족시킬 수 있었다. 향후 알파브레인의 생산속도는 점점 더 빨라지겠지만, 협력 관계에 있는 친구들의 이익을 위해 보급에 차질을 빚어서는 안 될 것이다. 알파브레인은 매우 중요하고 또 돈이 되는 상품이니까.

현재 기적상회는 미친 듯이 무기를 팔아 치우며 황야고원과 용의 고개를 압박하는 한편, 영원의 숲에 대량으로 알파브레인을 공급함으로써 그들의 빠른 발전을 도왔다. 적을 제압하는 동시에 친구를 돕는 셈이었다.

마력무기와 알파브레인은 어마어마한 이익을 창출했다.

또한, 엘프 지역의 개방과 발 맞춰 휴대전화, 영화관, 마력식품 등 기적상회의 상품들이 진입했고, 그 상품들은 또 다른 지역으로 빠르게 퍼져 나가고 있었다. 그야말로 돈을 퍼 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였다.

한편, 지나치게 빠른 성장으로 인해 거액의 예금을 소화하지 못한 엘프은행은 기적은행에 자금을 예치했다. 그 돈 중 일부는 공장 및 자원장 증설에 사용돼 생산력 개선과 자원 수입 루트 확장에 쓰였고, 일부는 자회사에 들어가 더 많은 신상품과 신기술의 출시를 도왔다. 그리고도 남은 돈은 대주국을 위주로 한 삼대 왕국과 신규 시장 개척에 투입되었다.

기적상회의 모든 시스템이 선순환을 이루고 있었다.

이제 기적성의 영향력은 혼돈의 숲의 다른 도시들과 더 많은 왕국들로 확대되었다.

그러나 발전속도가 빠른 만큼 위험요소도 생겨났다. 기적상회의 눈부신 발전을 보는 숲의 다른 세력들은 이미 좌불안석이었고, 대륙의 다른 거대 세력들이 주목하게 될 가능성도 무시할 수는 없었다. 대형 제국의 심기라도 건드리게 되면 현재의 기적상회로서는 상대할 방법이 없었다.

기적상회는 더욱 강해져야 한다.

기적성의 모두가 고군분투하고 있었다. 남궁혜는 군수업자가 되어 무기 판매에 열을 올렸고, 풍채향과 운요는 신규 시장 개척을 위해 떠났으며, 공서련, 비비안, 델로리스는 엘프지구에 가 있었다. 또한 심빙우 등은 대주국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었으며, 동방호연도 기적성 군대 훈련에 여념이 없었다. 공화련은 더더욱 말할 나위도 없으리라.

성에 있는 사람이 거의 없었고 그나마 옆에 있는 공화련조차 천제현에게 신경 쓸 여력이 없었다. 이렇게 되자 천제현은 오히려 지루함을 느꼈다. 그래서 그는 심심할 때면 승강기를 타고 지하기지에 내려가 업무 진행 상황을 지켜보곤 했다.

그동안 하프엘프들의 지하 연구기지에는 큰 변화가 있었다.

더 이상 도시 관리에 신경을 쓸 필요가 없어진 하프엘프들은 전부 연구에 몰두했고, 거기에 운문의 학자들이 첨단 기술과 함께 대거 투입되면서 분위기는 예전보다 훨씬 활기찼다.

“성주님?”

도시 관리원 제로가 자동으로 클라크에게 통지했다. 그가 온다는 소식을 들은 클라크는 급히 달려 나와 그를 맞이했다.

“어떻게 여기까지 오셨습니까?”

천제현은 느긋하게 주변을 둘러보며 말했다.

“그냥 시찰 좀 하려고요. 프로젝트 진행 상황도 궁금하고요. 일은 잘 돼가고 있나요? 경비가 부족하진 않으세요?”

“충분합니다. 어제 공화련 부성주님께서 경비를 두 배로 늘려주셨거든요. 여태까지 연구 경비가 이렇게 많았던 적은 없었습니다.”

“다행이네요. 신혈강시 강화 작업은 어떻습니까?”

“따라오시죠!”

한 비밀연구실.

열여덟 신혈강시가 기계 안에 들어가 있었다. 개조 중인 것 같았다.

“성주님의 요구대로 대량의 재료를 구매해 신혈강시들을 개조하고 있습니다. 저것들의 체내에는 이미 강력한 마력이 들어갔지요. 1차 개조가 끝나면 진령 6성의 실력을 갖출 거라고 추측하고 있습니다!”

진령 6성이라면 혼돈의 숲에서도 손에 꼽히는 고수이다.

유사 이래 꼭두각시 강시를 이 정도로 강력하게 개조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개조를 거친 신혈강시를 데리고 다니면 천제현은 더욱 강력한 힘을 갖게 되리라.

“그렇군요! 돈, 자원, 시간도 있으니 얼마든지 성장시킬 수 있겠지요?”

천제현은 조금도 놀라지 않은 듯 담담하게 말했다.

“제가 궁금한 건 의식 삽입에 대한 연구 진행 상황입니다.”

그러자 클라크가 쓴웃음을 지으며 대답했다.

“성주님, 그 연구는 난이도가 너무 높아서 단시간 안에 실현시키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초월마력계산기 연구 부서를 전부 투입시키세요. 제가 원한 건 그런 대답이 아니니까요.”

연구기지를 둘러본 천제현은 지하보루로 향했다.

지하보루는 독립적인 장소로, 성과 분리되어 최고 수준의 보안과 방어를 갖추고 있었다. 그곳이 바로 초월 마력행렬 컴퓨터의 연구센터였기 때문이다. 지하보루의 규모는 대하국의 연구실보다 더 컸다.

초월 마력행렬 컴퓨터는 기적상회에서 가장 중요한 기술 중 하나였다. 운문에서 이 분야를 연구하던 학자들 전부가 이곳으로 이동되었고, 하프엘프 학자들까지 더하면 연구 인원만 5천 명 이상이었다. 그들 하나하나가 모두 최고 중의 최고 인재였다.

이곳의 시설은 다른 어떤 연구부서도 갖추지 못한 것이었다.

연구센터의 수백 개 연구실과 실험실은 모두 컴퓨터 행렬 연구로 정신이 없었다. 초월마력컴퓨터 시스템은 여러 개의 마력행렬로 구성되며, 각각의 마력행렬은 또 수백 개의 마력진으로 구성된다. 이것이 바로 마력 컴퓨터의 기본 구조였다.

“성주님이 제공하신 핵심기술과 운문학자들의 밤을 새운 연구, 그리고 수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여 마력행렬 컴퓨터를 만들었지만, 완벽한 건 아니었습니다.”

“지난 몇 달간 우리 연구센터는 계속 투자를 늘렸고, 각각의 행렬을 분리해 중점적으로 연구하기 시작했습니다. 행렬을 구성하는 모든 마력진을 개선할 정도였죠. 정말이지 방대한 작업이었습니다. 다행히 인원이 충분했고 알파브레인의 도움을 받을 수 있어서 효율성을 크게 개선할 수 있었습니다. 제로를 몇 번이고 개조한 결과 현재 연산속도는 수십 배 증가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성과는 모두 기존의 성과를 개선하거나 강화한 데에 그칠 뿐, 질적인 변화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연구센터가 만들어낸 최고의 성과는 마이크로 컴퓨터칩과 행렬언어의 발명입니다.”

그들이 이뤄낸 성과는 천제현도 대부분 알고 있었다.

기적상회에서 처음으로 출시한 휴대전화에는 최신 핵심 기술이 전부 들어가 있었다. 연구원들은 삽입형 마이크로 행렬 컴퓨터를 휴대전화의 중앙 처리장치로 삼았는데, 그것을 바로 ‘칩’이라고 불렀다.

마이크로행렬 컴퓨터는 매우 작았고, 연산 능력도 많이 떨어져 그 안에 인공지능을 탑재할 수 없었다. 핵심 지능체의 명령이 없는데 어떻게 행렬을 움직일 수 있겠는가? 그래서 연구센터와 운문이 합동으로 ‘행렬언어’라는 개념을 발명한 것이다.

행렬언어는 컴퓨터가 식별할 수 있는 언어로, 행렬언어를 프로그래밍하면 각종 명령어를 만들 수 있다. 휴대전화가 뛰어난 반응성과 다양한 기능을 갖출 수 있었던 것도 연구센터가 행렬언어로 단순하고 원시적인 시스템을 가동시켰기 때문이었다.

행렬언어는 엄청난 잠재력이 있는 분야였다.

앞으로는 컴퓨터에 인공지능을 탑재하지 않고서도 행렬언어를 통해 복잡한 시스템과 기능을 프로그래밍할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은 컴퓨터 연구에 획을 긋는 큰 성과라 할 수 있었다.

그러나 행렬연구의 개념은 휴대전화를 위해 만들어진 게 아니었다.

천제현은 삽입형 인공지능을 만들어 꼭두각시들의 몸에 넣고 싶었다.

물론 쉽지 않은 일이다. 연구센터는 이제 겨우 일반 설비에 탑재할 수 있는 칩을 만들어냈을 뿐이다. 현재의 기술로는 생명체나 꼭두각시에 삽입할 수 있는 칩을 만드는 것이 불가능했다.

천제현이 물었다.

“가장 큰 문제가 뭡니까?”

“크게 두 가지 문제가 있습니다. 하나는 기술입니다. 그건 시간이 해결해주기를 바라는 수밖에 없겠죠. 또 하나는 재료입니다. 우리는 더 작고 더 빠르며 더 좋은 행렬 컴퓨터를 원하지만, 그것을 위해서는 더욱 완벽한 매개체가 필요합니다.”

천제현은 재료실을 둘러봤다.

대량의 투명 수정필름이 가지런히 진열되어 있었다. 그것 하나하나가 모두 마력행렬을 구성하는 단일 마력진이었다. 이 수정판들을 한데 쌓아 입체처럼 결합시켜 행렬을 만들고, 그런 행렬 여러 개를 연결한다면 완벽한 초월 행렬 컴퓨터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복잡하구나. 너무 복잡해.’

재료에 따라 마력진을 수용할 수 있는 한계도 달랐다.

더 완벽한 재료를 찾으면 컴퓨터의 크기를 열 배 가까이 축소시킬 수 있을 것이다. 현재 가장 필요한 게 바로 그런 재료였으나 그것을 찾지 못한 상황이었다.

천제현이 골똘히 생각에 잠겨 있을 때였다.

갑자기 지하기지 전체가 흔들렸다.

살짝 놀란 천제현이 물었다.

“뭡니까? 지진인가요?”

아니, 이곳에서 지진이 일어날 리가 없다. 하프엘프들이 지하연구기지를 만들면서 대량의 방진석을 사용해 안전성을 높였으므로 대지에 진동이 일어나면 방진석이 그 진동을 전부 흡수한다. 그래서 이 구역은 지진의 영향을 거의 받지 않았다.

클라크가 뭔가에 생각이 미친 듯 외쳤다.

“큰일입니다! 아무래도 악마의 입 쪽에 문제가 생긴 것 같습니다!”

천제현은 클라크와 함께 악마의 입 주변으로 순간 이동했다. 그곳의 상황을 파악한 두 사람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무슨 일이 벌어진 건지는 몰라도 주변이 엉망진창으로 변해 있었다.

곧이어 그들의 눈에 수십 미터 두께의 거대한 이무기들이 들어왔다.

징그럽고 무시무시한 지하 생명체들이 용트림을 하며 미친 듯이 악마의 입을 뚫고 튀어나오고 있었다.

하프엘프 경비병들은 갑자기 튀어나온 괴물들의 공격에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말았다. 그나마 다행인 건, 기적성에서 마력무기를 가져다 놓았다는 것이다. 중형 기관총 몇 대가 쉴 새 없이 불을 뿜으며 간신히 놈들을 막아내고 있었다.

“암흑 생명체들이 끝없이 밀려나오고 있습니다.”

“얼마 버티지 못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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