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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력 믿고 막 간다-594화 (594/729)

# 594

제594장 무기라는 좋은 패

기적성 성주가 성 안에서 암살 공격을 받았다는 소식이 퍼지면 좋을 게 없다. 천제현은 기적성의 평화로운 분위기를 해치고 싶지 않았기에 이 사실은 비밀에 부쳐졌다.

어쨌든 누구도 본 사람은 없지 않나?

천제현은 부상도 입지 않았으니, 아무 일 없던 셈 치면 된다.

하지만 천제현에게는 경종을 울리는 사건이었다. 아직도 기적성을 없애고 싶어 하는 자들이 있다니. 보이는 창은 피하기 쉬워도 몰래 쏘는 화살은 막기 어렵다. 언제 올지 모르는 공격을 대비해야 한다. 한 번 공격한 적이 두 번을 하지 않겠는가.

엘프왕은 영원의 숲 부의장인 율리시스를 기적성으로 보내 천제현 쪽 상황을 제대로 조사하게 했다.

공화련이 물었다.

“누가 했는지 알 수 있나요?”

“어렵소!”

율리시스가 고개를 가로저으며 답했다.

“시체까지 샅샅이 조사했지만, 신분을 알 수 있는 실마리 하나 발견하지 못했소.”

이런 대답으로 어떻게 마음을 놓을 수 있겠나?

천제현과 공서련이 하마터면 목숨을 잃을 뻔 했다. 그것도 자신의 근거지에서!

자객들은 희귀유형인 화령 강자까지 있을 만큼 아주 강했다. 만약 천제현이 마력을 크게 증진시키지 않았다면, 또 새로운 무공을 습득하지 않았다면, 뜻밖의 사고를 당하지 않았을 지 누가 알겠는가?

공화련은 만족하지 못하고 다시 물었다.

“이런 자객들을 보낼 수 있는 자들이라면 분명 큰 세력일 텐데, 어느 쪽에 더 의심이 가나요?”

“이번 자객들 중에는 마수령도 있고 다크엘프도 있소.”

율리시스가 얼굴을 찌푸린 채 말했다.

“종족으로 유추하자면, 마수령은 황야고원 쪽이지만 황야고원에 다크엘프가 있다는 소리는 들어본 적이 없소. 다크엘프는 용의 고개 쪽에만 존재한다오.”

이런 근거 없는 추측은 들어맞는다 해도 별 의미가 없다.

“직접적인 증거는 없지만, 십중팔구 그들이 한 짓이죠!”

천제현이 일어서서 말했다.

“당한 대로 갚아주는 게 인지상정!”

기적성의 보호능력이 어느 수준에 도달했다고 한들, 이런 거대한 세력들과 정면으로 맞설 수 있을까? 그들은 영원의 숲에서 차원이 다른 수준인데.

모두의 눈이 천제현을 향했다.

‘이 녀석, 또 깜짝 놀랄만한 일을 벌일 생각인가.’

천제현의 발표가 이어졌다.

“이번 일은 우리에게 경고인 셈이에요. 우선 자체방어를 강화하고, 하루 빨리 방어결계를 만들어야 합니다. 또 고위급 인물들은 만일에 대비해서 다닐 때마다 호위병과 귀환두루마리를 충분히 갖추고 다니세요. 그리고, 이번 일은 이대로 넘어갈 수 없어요. 이 숲 세력들에게 기적성이 아무나 건드릴 수 있는 만만한 존재가 아니라는 걸 행동으로 보여줘야 합니다!”

“당연히 방어는 강화할 거야. 하지만 어떻게 맞설 생각이야? 쉽게 건드릴 수 있는 세력이 아니야. 제대로 대처하지 않으면 오히려 큰 전쟁이 날 수 있어. 기적성은 더 이상 전투를 견뎌낼 수 없다고!”

“천제현 성주, 절대 감정적으로 대처하지 마시오!”

율리시스가 땀을 닦으며 말했다. 지금 엘프와 기적성의 협력이 날로 깊어지는 가운데 천제현이 소동을 일으킨다면, 영원의 숲도 함께 휘말리게 된다.

“우선 이거 하나는 확실하게 하겠소. 엘프족은 전투에 휘말리지 않을 것이오!”

‘이 속 좁은 자 같으니.’

천제현은 경멸의 눈빛을 보냈다.

됐다. 엘프족이 도와줄 거라고는 애초에 기대도 안했다.

천제현이 웃으며 말했다.

“뭘 그리 긴장하세요. 제가 바보도 아니고. 안심하세요. 저도 주제파악은 해요. 다들 이 일은 신경 쓰지 마세요!”

성주가 습격 받은 일은 새어나가지 않았지만, 항간에 근거 없는 소문들이 돌았다.

천제현이 공격을 받은 지 이틀도 되지 않아서 기적성이 대대적인 토목공사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기적성에 더 많은 금제와 방어시설이 만들어졌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사령탑 건축이었다.

기적산맥의 사령탑 밀도가 4배 정도 증가해 이제 총 100여 개 정도가 됐다. 각 사령탑이 망령 1만을 제어한다고 해도, 이 사령탑으로 100만 망령대군을 조종할 수 있다.

망령은 스켈레톤을 사용하는 것이 적당하다.

거수나 죽음의 기사 같은 흉악한 것들이나 가고일 같은 비행병종은 혐오스럽긴 해도 전투력은 스켈레톤보다 몇 배는 뛰어나다. 하지만 이런 병종은 제작과 유지비용이 비싸고, 심각한 환경오염을 일으키기 쉽다.

스켈레톤은 상대적으로 약하기는 하지만 전염병을 몰고 오지도 않고, 환경을 오염시키지도 않는다. 개별적으로 약하기 때문에 오히려 더 많이 조종할 수 있다. 스켈레톤은 기적성의 호위병으로만 쓸 수 있는 게 아니다. 광산과 공장에 대량 투입할 수 있기 때문에 기적성은 지칠 줄 모르는 100만 노동력을 얻게 된다.

기적성은 죽음의 유적 부근을 대대적으로 발굴하기 위해 몇 천 명을 파견했다.

죽음의 유적 표층과 주변에는 유실된 유골이 아주 많았다.

이 유골들은 오랜 세월 사망의 마력에 잠겨 있어 아주 강한 마력을 갖고 있다. 이들을 각성시켜 망령으로 만들면 그전투력은 절대 약하지 않을 것이다.

컨테이너에 유골들이 가득 담겼다.

기적성의 운송 비행선이 상자를 가득 담고 돌아갔다.

기적상회는 하프엘프 제약사 수백 명을 불렀다. 이들은 상회가 제공한 재료를 가지고 천제현의 처방에 따라서 강시제련용 물약을 만든 후 유골들을 물약에 담가 처리했다.

이 물약은 죽음의 마력을 유골 안에 고정시켜주기 때문에 유골은 더 견고해지고, 마력이 밖으로 새어나가는 것을 막아 환경도 오염시키지 않았다. 간단한 처리를 마친 유골들은 다시 전문적으로 각성시키는 곳에 보내졌다. 죽음재능을 가진 수백 명의 현음종 술사들을 불러서 그 비법으로 혼불을 활성화시키고 망령을 깨웠다.

이런 방식으로 스켈레톤이 하나씩 일어나기 시작했다.

이 스켈레톤은 일반 스켈레톤과는 다르다. 여전히 소름끼치게 음산하지만, 마력이 밖으로 새지 않고 모든 뼈가 새하얀 것이 백옥 조각처럼 보인다. 기적성은 대하국에서 스켈레톤 무장을 위한 전신용 갑옷, 날카로운 장창과 장검을 주문했다.

이제 수천 명에 달하는 스켈레톤은 단단한 갑옷으로 무장을 하고 손에는 무기와 방패를 든 채 나란히 줄을 맞춰 지정구역을 향해 가는 중이다. 투구만 벗지 않으면 일반 사병처럼 보일 정도다.

충분한 자원을 보유한 기적상회의 스켈레톤 생산 속도는 아주 빨랐다.

며칠 만에 그 수는 수만 명 정도가 됐다.

이때, 기적성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옅은 회색 마력이 기적산맥 사방에서 일어나 기적성 중앙으로 모여 거대한 덮개 모양으로 변하더니 순식간에 기적성 전체를 덮었다.

기적성 백성들은 순간 놀란 듯하더니 곧 환호성을 질렀다.

“만세, 만세!”

“기적성에도 방어결계가 생겼다!”

이 마력 결계는 영맥과 죽음의 유적 속 마력의 도움을 받아 만든 것으로, 주변 산맥까지 덮을 수 있는 초대형 결계다. 이 결계의 방어력은 아주 훌륭했다. 무엇보다도 결계만 있으면 적군의 기습은 아주 어려워진다.

기적성은 완전한 지능형 결계를 갖추게 되었다. 그러니 적의 공격이 어떤 곳에서 이루어지든 모두 사전에 파악이 가능하다.

방어결계 하나를 만드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이던가?

숲 도시에서 이것을 만들려면 수십 년의 시간이 필요하고, 강화하는 데 수백 년이 걸린다.

그런데 천제현은? 영맥을 연결하고 죽음의 유적 마력을 표출해 기적성에 대형 결계를 만들어냈다. 절대 가볍게 볼 수 있는 결계가 아니다. 이 보호막 아래서 기적성 백성들은 안심하고 생활할 수 있다. 민심안정과 도시의 경비강화에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한다.

린지아가 피곤한 얼굴로 천제현에게 다가왔다.

“1주일만 더 있으면 1차 스켈레톤 10만이 완성돼!”

“종주 꼬맹이, 고생했어!”

천제현은 현음종의 성과가 만족스러웠다.

“죽음의 유적에 분타를 하나 세우는 게 어때. 수련하기 아주 적합한 곳이잖아!”

린지아의 눈이 반짝였다.

아주 좋은 생각이다.

죽음의 유적에 있는 강한 마력은 무예 연마와 수행에 적합하고, 강시를 만들고 길러내는 것도 가능하니, 현음종에게는 아주 이상적인 곳이다. 게다가 죽음의 유적은 기적성과 가까워 오가는 전송비용을 아낄 수 있으니 현음종에게 편리한 장소다.

하지만 린지아는 가볍게 코웃음을 쳤다.

“네가 그냥 호의를 베풀겠어? 우리를 여기에 남겨두려는 속셈이겠지. 장기적으로 우리를 이용해 기적성에서 죽음의 유적을 개발할 생각이지!”

“종주 꼬맹이, 어떻게 말을 그렇게 해? 우리 사이를 어떻게 보고!”

이때 남궁혜가 뛰어들어왔다.

“대장, 부탁했던 조사를 다 끝냈어!”

“오? 이렇게나 빨리요!”

천제현은 정말 의외였다.

“어떻게 됐나요!”

남궁혜는 눈썹을 치켜세우고 가차 없이 답했다.

“뭘 물어? 내가 알아보니 황야고원에서 외부 마수령 국가들을 삼키려고 혈안이 돼서 서로 전쟁 중이더라고. 그래서 이 마수령 국가들과 기적성 무기 판매 계약을 맺었어. 돈도 벌고 황야고원 뒤통수도 치는 거지!.

“용의 고개는요?”

“용의 고개는 더 쉬웠어. 용의 영주가 아주 탐욕스럽잖아. 혼돈의 숲에서 가장 많은 도시를 갖고 있어. 하지만 자기 종족이 아닌 다른 부족들이라 응집력이 부족해. 수가 많아지면 반란을 일으키기 쉽지. 최근에 4~5개 도시가 용의 고개를 배반하려고 손을 잡기 시작했어. 마찬가지로 그쪽에 무기를 팔아서 데스윙과 싸우는 걸 돕는 거지. 데스윙과 맞서려는 걸 보니 어느 정도 실력도 있는 자들이야. 거기에 기적상회 무기까지 얻으면 더 오래 버틸 수 있을 거야. 그럼 데스윙도 우리를 상대할 여유는 없을걸!”

“그렇게 해요!”

천제현이 남궁혜에게 말했다.

“아가씨에게 기적상회의 무기거래를 모두 맡길게요. 이제 혼돈의 숲 무기 쪽 최고 우두머리는 아가씨예요. 기억하세요. 무기는 아주 좋은 카드예요. 기적성에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엄청난 수익을 안겨줄 수도 있고, 적의 힘을 약화시켜 세력들을 견제할 수 있죠!”

남궁혜는 아주 기뻤다. 이렇게 중요한 일을 맡겼다는 건 천제현이 자신을 신뢰한다는 뜻이다.

“대장, 안심하고 내게 맡겨!”

천제현이 일을 다 처리하고 나니 공화련도 그 속셈을 자연스레 알 수 있었다.

기적상회의 마력무기는 이미 개발된 지 오래다. 지금은 무기 종류, 위력, 생산성에서 모두 상업화 초기단계의 조건을 갖췄다. 수익성이 아주 좋은 사업이라 판매할 때가 된 것이다.

천제현이 마력무기를 ‘적의 적’에게 판매한다는 것은 아주 훌륭한 전략이다. 그 효과는 직접 싸우는 것보다 훨씬 낫다.

클로와 데스윙은 이제 가슴 치며 후회할 일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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