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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력 믿고 막 간다-592화 (592/729)

# 592

제592장 자객

그저 순간적으로 떠오른 생각이었을 뿐인데, 이런 효과를 가져 오다니 과연 천재다.

공화련은 휴대전화로 천제현에게 연락했다. 영원의 숲과 모든 엘프성이 은행 첫 준비금을 다 마련해 이전수속 준비에 들어간다며, 천제현에게 엘프왕과 계약하러 달빛마을로 가면서 그 김에 알파브레인도 엘프쪽으로 데려가라고 했다.

일이 이렇게 순조롭게 돌아갈 줄은 천제현도 생각지 못했다.

엘프은행이 공식 유치한 예금은 200만 마석에 달했지만, 이제 막 설립된 엘프은행에게는 버겁도록 많은 자금이라 우선 기적은행 쪽으로 150만 마석을 예금했다.

기적은행 이자가 엘프은행보다 갑절 이상 높기 때문이다. 기적은행 이자만 갖고도 엘프은행을 유지할 수 있으니 엘프족은 가만히 누워 돈 버는 격이다. 게다가 앞으로 엘프족 예금은 계속 늘어날 테고,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돈이 쌓이면 모조리 기적은행에 예금할 테니, 기적은행에 자금이 부족할 일이 있겠는가?

“엘프에게 판매할 알파브레인을 모두 공간창고에 넣을게.”

공서련이 달려와 천제현을 찾았다. 천제현과 함께 달빛마을에 계약을 하러 갈 참이다.

“150만 마석이야. 기적은행 정기예금에 150만 마석이 더해졌다고. 정말 상상도 못한 일이야!”

그렇다.

누가 이런 결과를 예상했을까?

천제현이 손해를 감수하고 엘프은행을 세운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큰 이익을 본 건 기적은행이다.

기적은행에 취약한 업무는 엘프은행이, 엘프은행에 취약한 업무는 기적은행이 맡는다. 이렇게 서로 상생하며 모두가 만족하는 결과를 얻는다.

천제현은 조금도 겸손할 줄 몰랐다.

“어때요? 깜짝 놀랐죠! 큰아가씨와 그 여우여인은 뭐라던가요?”

공서련이 답했다.

“델로리스는 이번의 멋진 한 수로 기적상회 재무위기가 순식간에 해결됐다고 했어. 언니까지도 이번에 네가 자금을 아주 멋지게 움직였다고 인정했어. 차명을 이용할 생각을 하다니, 단번에 많은 문제가 해결됐잖아.”

천제현은 건방지게 웃었다.

“그러니까 평소에 일 열심히 안한다고 뭐라고 하지 말아요. 일하기 싫은 게 아니라, 능력이 너무 뛰어나다보니, 내가 나서면 다들 할 일이 없을까봐 그런 거예요.”

공서련은 천제현을 꼬집으며 살짝 눈을 흘겼다.

“잘난 척 좀 그만해..

이는 단순히 천제현이 똑똑해서만은 아니었다.

천제현은 상업적으로 뛰어난 감각은 없지만, 몇 만 년을 뛰어넘은 식견을 가졌다. 혁신적이지는 못하지만, 있던 것을 베끼는 것 쯤 뭐 어렵겠는가? 미래에서는 아주 일반적인 운영방식인 것을.

두 사람은 달빛마을에 도착했다.

엘프들은 이미 기다린 지 오래였다.

엘프족의 눈에 천제현은 마치 구세주 같았다.

엘프은행은 할 일 없이 한가하던 엘프족이 열정적으로 키우게 된 사업이다. 엘프족의 능력이면 이 은행은 분명 앞으로 더 크게 성장할 것이다.

“창고 10개와 알파브레인 10개를 특가로 30만 마석에 드립니다. 업그레이드와 애프터서비스까지 포함해서요. 괜찮나요?”

“문제없습니다. 앞으로 더 긴밀한 협력 기대합니다.”

천제현은 어쩐 일로 바가지를 씌우지 않았다. 창고와 알파브레인 모두 비매품이고, 천제현 쪽이 아니면 파는 곳도 없으니 얼마를 부르든 엘프족으로서는 별 도리가 없다. 이번에 엘프족에게 30만 마석으로 판매하는 건 특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은행에서 알파브레인은 없어서는 안 될 아주 중요한 부분이에요.”

천제현이 엘프왕과 엘프 성주들에게 당부했다.

“알파브레인은 지능생명체 로직으로 연산, 사고, 기억에 뛰어나서 공간금고의 보안을 책임지고, 은행고객 정보도 보존할 수 있습니다. 수치가 아무리 복잡해도 오류가 나타날 위험이 없어요. 또 은행고객 서비스 제공, 예금 상황분석, 대출가능성 평가도 가능합니다. 이윤 계산과 불량대출 감소, 위험관리까지 가능하죠.”

어려운 설명에 엘프들의 머리가 핑 돌 것 같았다.

하지만 조금만 이해해도 충분했다.

알파브레인은 계산과 장사에 서툰 엘프들의 걱정을 해소해주는 존재다.

“아주 좋소. 3일 내로 기적성에 마석을 보내겠소.”

엘프왕은 엘프족의 큰 변혁을 이끌게 되어 기분이 아주 좋았다.

“예금이전에 관한 협의와 세칙은 공화련 부성주와 이미 이야기를 다 나누었소. 이 계약에는 성주의 서명이 필요하오.”

천제현이 서명하는 게 당연했다.

자그마치 100만이 넘는 대규모 예금이니 말이다.

천제현은 내용을 슥 훑어봤다. 총 150만 마석은 네 부분으로 분할한다. 이율이 가장 높은 5년 예금, 3년 예금, 1년 예금, 나머지는 소규모 보통예금이다.

별문제는 없다.

천제현은 계약서에 정신날인을 찍었다.

“긴밀한 협력 기대합니다!”

엘프왕은 조심스럽게 계약서를 접었다.

“엘프족은 이 은혜를 절대 잊지 않겠소. 후히 대접하고 싶은데, 영원의 숲에 들렸다 가지 않겠소.”

“하하, 괜찮아요.”

천제현은 하품을 하며 말했다.

“이제 엘프은행이 세워지면 폐하께서도 많이 바빠지실 텐데요, 별거 아닌 일로 폐를 끼칠 순 없죠. 기적성에 아직 일이 많아서 그만 물러가겠습니다.”

“알겠소.”

엘프왕이 곁에 있는 딸을 불렀다.

“비비안, 천제현 성주를 배웅하거라!”

“네, 아바마마!”

비비안은 천제현과 공서련을 데리고 달빛마을을 떠났다. 비비안은 얼굴이 빨개질 정도로 흥분한 상태였다. 가는 동안 기뻐 어쩔 줄 몰라 하며 요 며칠간 일어난 일을 설명했다.

“이번 협력에 가장 큰 수익자는 엘프야. 엘프은행은 앞으로 혼돈의 숲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거야. 엘프족의 영향력과 실력도 더 커지겠지! 하지만 엘프족은 많은 돈을 쓸 수 없으니, 이제 그 많은 여유자금은 모두 기적은행에 들어가고, 우린 큰돈을 벌게 될 거야! 천제현, 이번 방법은 진짜 끝내줬어!”

“엘프의회가 방해하지 않은 게 의외였어요.”

“영원의 숲 엘프의회야 당연히 불만이 있었지. 하지만 민심과 성주들의 의견을 거스를 수 없으니 결국 어쩔 수 없이 통과시킬 수밖에. 어쨌든 누구도 손해 보지는 않으니까. 이번에 엘프의회는 전송탑과 통신정보기술의 편리함을 체감했거든. 사실 이미 태도가 달라지기 시작했어.”

엘프은행은 엘프의 자원을 더 가치 있게 사용하게 할 뿐 아니라 엘프족의 발전에 큰 도움을 준다. 창업대출, 수련대출 등 여러 방면의 대출은 엘프족 생활과 긴밀하게 연관되어 엘프족의 생활을 더 풍성하게 했다.

엘프족은 은행을 통해 혼돈의 숲 자본을 손에 쥐게 됐다.

이제 엘프가 돈자루까지 쥔 것이다. 그럼 누구나 엘프의 눈치를 봐야 한다.

기적성이 혼돈의 숲 자본에 대한 통제권을 넘겨준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엘프족 이름을 빌려 발전에 박차를 가한 것이다. 엘프은행이 앞으로 혼돈의 숲 전체를 차지하면 어떤가? 기적상회 쪽으로 충분한 자금을 모아준 덕분에 기적은행은 대륙 다른 지역으로 널리 발전하게 된다. 무엇 때문에 혼돈의 숲 하나에만 집착한단 말인가?

엘프은행의 설립은 숲의 크고 작은 세력 모두에게 좋은 일이다.

신뢰할 수 있는 세력이 재산을 보호해 주고, 다른 지역에 가서도 사업에 필요한 자금을 끌어 쓸 수 있다. 게다가 엘프은행 카드로 구매하면, 안정적인 증분이익도 누릴 수 있다. 마력이 난관에 부딪치거나 아니면 곧 한계돌파를 앞두고 있다면, 수련대출을 통해 돌파할 수 있다. 사업이 자금문제에 부딪쳤을 때, 대출로 압박을 해소할 수 있다. 창업 아이디어와 능력은 있는데 자금이 없다면, 창업대출을 신청하면 된다. 생활의 모든 부분이 개선된다.

엘프, 기적성, 숲 속 부족들, 모두에게 좋은 일이다.

혼돈의 숲은 법도 없고 무질서하다. 이런 곳에서 기적성이 영원의 숲처럼 깊은 영향력을 미치는 것은 단기간에는 불가능한 일이다. 힘든 시장을 개척하기 위해 많은 시간을 들이는 것보다, 차라리 더 적합한 인물에게 시장개척을 맡기는 게 낫다.

이제 협력은 이루어졌다.

기적성과 영원의 숲은 이제 뗄 수 없는 동맹관계가 되었다.

앞으로 상호 협력관계는 더욱 깊어지고, 혼돈의 숲에서 기적성의 지위는 더 공고해질 것이다. 비비안이 가장 기대하던 결과다. 천제현은 다시 기적 같은 쾌거를 이루어냈다.

“공간이동으로 돌아가게 해줄게!”

“아, 아니에요.”

공서련이 고개를 저었다.

“바로 근처 산업단지로 가서 새로 지어진 지능공장을 살펴보려고요.”

천제현은 비비안에게 손을 흔들며 말했다.

“자, 부성주님 겸 엘프은행 부행장님, 지금이 바로 당신의 도움이 필요한 때에요, 얼른 가보세요. 날 실망시키면 안 돼요!”

비비안은 허리를 곧추세우고 큰 소리로 말했다.

“응, 걱정 마, 비비안은 절대 천제현을 실망시키지 않아!”

비비안은 두 사람에게 인사를 하자마자 마을로 순간 이동했다.

천제현은 공서련을 데리고 신규 공장을 시찰하러 나섰다. 가는 길 내내 두 사람은 기분이 좋았다. 특히 공서련은 더욱 그랬다. 며칠 전 회의 때만해도 재무압박에 눌려 모두 그렇게 힘들었는데, 믿기 힘들 정도로 쉽게 모든 일이 해결되었다.

공서련이 천제현에게 말했다.

“기적은행에 이렇게 많은 예금이 생기다니, 상회내부 투자만이 아니라 대주국, 북융국에도 투자할 수 있게 됐어. 상회 규모도 곧 크게 성장할거야!”

‘무슨 당연한 소리를…….’

천제현이 대꾸하려고 입을 열려는 순간, 주머니 속 휴대전화가 울리기 시작했다. 천제현에게 전화를 건 상대는 공화련도, 남궁혜도, 다른 누구도 아니었다. 예상 밖의 상대, 바로 제로였다.

“성주님, 알파브레인 2호가 조금 전 이상 생명체의 파동을 감지했습니다. 아주 강력한 생명체의 파동이 성주님 주변에 나타나고 있습니다. 외부에서 침입한 강자로 의심되니 주의하십시오.”

“이상 생명체의 파동?”

천제현은 얼굴을 찌푸리고 바로 경계에 들어갔다. 맹렬한 기세로 신식을 표출하려는 찰나, 아주 강하고 위험한 살기가 느껴졌다.

천제현은 바로 공서련을 꽉 붙들고 자리를 박차고 옆으로 몸을 날렸다. 순식간에 보이지 않는 힘이 천제현이 원래 있던 자리에 커다란 구멍을 만들어 놨다.

“이런! 자객이 있어요!”

공서련의 안색이 변했다.

지금의 기적성은 과거와 완전히 달랐다. 그런데 지금 이곳까지 숨어들어오다니 절대 보통 자객이 아니다.

‘대체 누가 보낸 자객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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