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능력 믿고 막 간다-591화 (591/729)

# 591

제591장 윈윈

엘프은행은 엄청난 관심을 받았다.

엘프족은 혼돈의 숲에서 만 년도 넘게 생활한 가장 오래된 종족 중 하나이다. 최근 수천 년 동안 세력이 계속 약해졌지만 엘프족은 여전히 막강한 영향력을 지닌 종족이다.

용의 영주, 타이탄, 베헤모스는 한 지역의 패권자이며 그들의 세력은 엘프와 비등하다. 그러나 종족의 전반적인 영향력은 엘프족에게 한참 못 미친다. 기적성의 기술 지원만 있다면 엘프족은 은행을 설립하기에 가장 적합하고 훌륭한 자격을 지닌 종족이다.

그렇기 때문에 엘프은행이 설립되면 기적은행이 살아남을 수 있겠는가?

엘프족의 숲과 마을은 10여 곳이 넘는 데다 이들이 통치하는 대규모 숲 또한 여러 곳이다. 자신의 영역에서 발생하는 업무만으로도 기적은행을 멀찌감치 따돌리고 숲에서 최고의 은행이 될 수 있다. 이렇게 큰 파이를 내어주는데 기적성에서 기쁠 리가 있을까?

공화련은 천제현의 성격을 너무 잘 알기에 성급히 이견을 내지 않았다.

천제현의 생각은 늘 정상적이지 않았지만 손해를 본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천제현의 결정에는 분명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그렇다면 그의 생각은 뭘까.

공화련이 갑자기 몸을 부르르 떨었다. 천제현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것 같았다.

“델로리스, 조급하게 굴 것 없어요. 이게 우리에게 나쁜 일만은 아닐지도 몰라요. 우선 상황을 좀 살펴보죠.”

델로리스는 공화련이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자 어리둥절했다.

이 여우족은 비상한 사업머리를 지녔지만 줄곧 혼돈의 숲에서 자랐다. 그러다보니 오랫동안 사업을 이끌고 기적상회를 1년 넘게 경영해온 공화련보다 경험과 식견이 부족했다. 그녀는 공화련이 놀라지 않자 뭔가 이상하다고 생각하기 시작했다.

한편 비비안은 의기양양했다.

엘프족 은행 본부는 영원의 숲에 설립되고 엘프왕이 직접 은행장으로 명의를 올릴 것이다. 각지의 엘프성 성주들 및 기적성 부성주인 비비안은 엘프은행의 부행장이 될 것이다.

유례를 찾아보기 어려운 대단한 진영이다.

엘프족의 영향력과 평판은 혼돈의 숲에서 첫손가락에 꼽힌다. 엘프족이 이렇게 대대적으로 지원하니 혼돈의 숲에는 곧 첫 번째 은행이 설립될 것이다. 비비안은 사업머리가 그렇게 좋진 않지만 숲의 자본을 장악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는 잘 알고 있다.

숲의 자본을 장악하게 되면 엘프족의 발언권은 지금보다 훨씬 커질 것이다.

혼돈의 숲 엘프들은 대륙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거대한 재단이 될 수도 있다.

엘프족이 부강해지는 날이 바로 코앞에 다가왔다. 이건 비비안이 줄곧 바라는 일이었다. 그러나 비비안은 마음이 좀 무거웠다.

“천 회장이 우리 엘프족을 이렇게 지원하면 기적성은 큰 손해를 보게 되잖아? 기적성의 고유 기술이 있어야지만 은행을 세울 수 있어. 그러니 시간이 지나면 영원의 숲에도 자연히 기적은행이 세워질 텐데.”

비비안은 엘프이니 엘프족이 잘 되길 바랐다.

그러나 비비안은 기적상회의 일원이자 기적성의 부성주이기도 하다. 그녀는 천제현과 기적상회에 깊은 애정을 가지고 있다. 그러니 기적성에 손해를 끼치면서까지 엘프족이 잘 되는 것은 원하지 않았다.

천제현이 멋있는 척하며 말했다.

“우리의 비비안 공주님을 위해서 그깟 손해 좀 보면 어때요? 걱정 말아요. 이 일은 제 말대로 하는 게 좋아요. 공주님은 분명 엘프족의 영웅이 될 거예요. 엘프족을 부강하게 만든 위인이 될 거라고요.”

비비안은 몸 둘 바를 몰라 당황했다.

“이…… 이러면 안 되잖아? 상회에 폐를 끼치면 안 돼. 천 회장의 마음만 고맙게 받을게. 내가 아바마마께 가서 이 일을 잠시 접어두자고 말씀드릴게. 일이 이렇게 진행되면 공화련 언니 볼 면목이 없어.”

“비비안, 저 녀석 말 듣지 마세요!”

더는 두고 볼 수 없었는지 공서련이 비비안을 옆으로 잡아당겼다.

“우리와 함께한 시간이 얼만데 아직도 저 녀석을 몰라요? 절대 손해 볼 녀석이 아니니까 쓸데없는 걱정 마세요.”

천제현이 너털웃음을 터트렸다.

“기적성은 독식하지 않아요. 그럴 능력도 없고요. 때론 이익을 나눠야 더 큰 걸 얻을 수 있는 법이죠. 두고 보세요.”

비비안은 뭔가 알 것도 같았다.

천제현은 확실히 손해를 볼 사람이 아니다.

비비안은 안심하며 다시 한 번 천제현에게 감탄했다.

이 소식이 엘프들의 성과 숲에 퍼지자 수많은 엘프들이 크게 흥분했다. 엘프족은 오랫동안 고인 물처럼 변화가 없었다. 은행 설립은 획기적인 사건임에 틀림없었다.

엘프의회에서 반대하는 목소리가 나왔지만 엘프왕과 성주들은 전력으로 밀어붙였다. 엘프들 역시 90%에 달하는 찬성표를 던졌다. 엘프의회는 민심을 외면할 수 없었다. 게다가 숲을 벗어나는 것도 아니니 법전의 규정에 어긋나는 것도 아니었다.

계획이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은행은 기적성의 기술 지원 없이 설립할 수 없다. 은행 설립은 몹시 중요한 사안이라 기적성의 고위 간부들과 구체적인 협력 내용을 상의해야 한다.

천제현은 의견을 제시했을 뿐이다.

실제로 협상을 책임지는 건 부성주 공화련과 재무부장 델로리스이다. 둘은 기적은행의 부행장이니 상회와 기적성, 기적은행까지 대표할 수 있다.

비밀회의가 사흘 동안 진행되었다.

마침내 기적성과 영원의 숲이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엘프족은 엘프은행 설립 계획을 본격적으로 실행에 옮긴다. 기적성은 아낌없이 기술을 지원한다. 양측은 서로의 지분을 보유한다. 영원의 숲은 기적은행 지분 10%를, 기적은행은 엘프은행의 지분 10%를 보유한다.

양측의 협력 세부 사항은 기밀이었다. 그러나 두 은행이 상대의 지분을 서로 보유한다는 사실은 엘프은행이 기적은행과 경쟁 관계가 아닌 협력 관계라는 메시지를 전달하기에 충분했다.

기적성과 영원의 숲은 이로써 더욱 돈독해졌다.

델로리스의 태도가 180도 달라졌다.

처음에 이해 못 하고 화까지 냈는데 갑자기 열정적이고 적극적으로 바뀌었다. 델로리스의 독촉에 엘프족은 예전처럼 느긋하게 굴지 않고 곧바로 영원의 숲에 은행 설립 기념식을 개최했다. 엘프족은 지역마다 설치되어 있는 방송 채널과 동영상으로 쉴 새 없이 홍보를 했고, 엘프족 내부에서도 이 일에 깊은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어떻게 관심이 없을 수 있겠는가?

이것은 엘프족의 역사를 뒤흔들 대사건이다.

그뿐만 아니라 숲을 뒤흔들 대사건이기도 하다.

공화련은 사람을 불러 모든 과정을 전부 촬영했다. 이 영상은 어쩌면 후세를 위한 가치 높은 사료가 될 수도 있다. 기념식을 참관하러 영원의 숲에 올 수 없는 많은 엘프들도 자신이 머무는 지역에서 전영경 화면을 통해 생중계를 시청했다.

성주들이 한 명씩 연설을 했다.

엘프의회 역시 은행 설립의 합법성을 인정했다.

마지막으로 엘프왕이 직접 은행 설립을 선포했다.

이 순간 엘프족은 모두 부둥켜안고 모자를 던지며 기뻐했다.

엘프은행은 영원의 숲에 설립되었고 엘프족 성과 도시 열 곳이 이에 참여했다.

엘프은행은 기적은행처럼 은행에 예금한 사람들에게 이자를 제공하고, 예금한 돈을 다른 대상에게 더 높은 이율로 대출해 준다. 이자의 차익이 가장 주요한 수입이긴 하지만, 이것이 유일한 수입원은 아니다. 이외에 타지 출금 수수료나 담보, 임대 등의 서비스 분야 수익과 중개업무 수익이 있다. 새로운 수익 창출 수단이 개발될 수도 있다.

엘프은행은 은행 건물이 아직 완공되지 않아서 먼저 예금 이자율부터 공표했다.

엘프은행 이자율은 기적은행보다 훨씬 낮았다. 당좌 예금 연이율은 2%, 달마다 저축하는 정기예금의 연이율은 3%에 불과했다. 반년, 1년, 그보다 만기가 더 긴 적금의 이자율은 기적은행의 반도 못 미쳤다.

그렇지만 이 이자율도 충분히 높았다.

은행 건물이 완공되기도 전에 첫 번째 예금이 들어왔다. 이것은 엘프족 정부에서 맡긴 것으로, 영원의 숲에서 곧바로 50만 마석을 예금했다. 다른 엘프 성에서도 잇달아 마석 수십만 개를 맡겼다. 은행이 막 설립되자마자 마석 200만 개가 넘는 거액이 예금으로 들어왔다.

이건 엘프족 정부에서 맡긴 금액에 불과하다.

기적상회는 엘프와 긴밀히 협력하고 있다. 엘프은행이 개설된 후 계좌를 개설하여 은행카드를 발급받으면 기적쇼핑몰과 상회 휘하의 여러 업체에서 직접 결제할 수 있다. 생활은 훨씬 편리해지고 재산 관리도 쉬워질 것이다.

엘프족은 결속력이 좋은 종족이다.

엘프족은 영원의 숲과 엘프왕을 절대적으로 신임한다.

또한 엘프은행은 엘프족의 대변혁을 이끌 결정적인 한 수이다.

따라서 엘프들은 모두 주저하지 않고 엘프은행을 지지했다. 게다가 밑지는 장사도 아닌데 예금을 이용하지 않을 이유가 있을까? 그렇다면 엘프은행에 예치될 금액은 얼마나 될까? 혼돈의 숲에 거주하는 엘프족 인구는 2천만 명 이상이다.

엘프족은 믿을 수 있는 종족이다.

엘프족은 강한 실력을 지닌 종족이다.

엘프은행은 설립되자마자 수백만에 달하는 예금을 유치했고 앞으로 더 많은 자본이 물밀 듯이 유입될 것이다. 게다가 영원의 숲과 여러 엘프 도시, 상회에서 안전을 보장한다. 엘프족의 성격으로 봤을 때 집단적인 사기 사건이 발생할 가능성은 없다.

숲에 사는 어느 누가 엘프족이 자신들의 재물을 편취할 것이라 걱정하겠는가?

숲의 여러 부족은 분명 속속들이 은행으로 달려와 돈을 맡길 것이다.

기적성의 기세가 아무리 강해도 엘프족과는 비교도 할 수 없다. 엘프은행이 순조롭게 성장한다면 혼돈의 숲이 보유한 대부분의 마석을 빨아들일 것이다.

그러나 예금만으로 은행이 건전하게 성장할 수는 없다.

은행에 예금만 많고 대출해 줄 대상이 없으면 유치한 예금이 많을수록 부담이 된다. 수지와 예대금리차가 선순환하지 않으면 마석 예금 이자는 은행의 적자를 초래한다.

그렇다면 이제 의문이 생긴다.

엘프는 어디서 대출 대상을 찾는단 말인가?

엘프족 내부 개혁은 막 시작되었고. 엘프들의 대출 신청이 늘기에는 시간이 필요하다. 게다가 엘프은행에 유치되는 자금이 너무 많아 엘프족만으로는 이를 다 소모하기 벅차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엄청난 자금을 은행에 썩힌다면 이자에 대한 부담이 계속 증가한다.

엘프은행이 이 문제를 해결할 최고의 방법은 바로 이 대량으로 유치한 마석을 기간과 이자율을 확정하여 기적은행에 저축하는 것이다. 이런 은행 간의 거래로 엘프은행의 위험을 줄일 수 있다. 게다가 기적은행의 이자율은 엘프은행보다 높다. 이자율 차이로 엘프은행은 충분히 이윤을 창출할 수 있다.

기적은행의 상황은 엘프은행과 반대이다.

엘프은행은 자금이 많지만 투자할 곳은 마땅치 않다. 기적상회는 전망 좋은 사업 건수가 많지만 자금이 부족하다. 엘프족은 평판이 좋고 막강한 영향력을 지녔다. 기적성은 실력이 부족하여 발전이 더뎠다. 이제 이런 방식으로 협력하면 서로 부족한 점이 보완되어 양측에게 모두 득이 되지 않겠는가?

기적상의 고위 간부들은 내막을 듣고 천제현의 의도를 알게 되었다.

우회적인 방법이긴 하나 결국 기적성에 자본을 끌어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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