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능력 믿고 막 간다-588화 (588/729)

# 588

제588장 난제

기적성 집무동에서 또다시 전체회의가 열렸다.

상회는 전환점에 놓여 있었다. 이번 회의는 과거를 결산하고 미래를 논의하고자 열렸다.

공화련이 성주 도포를 걸치고 부성주 자리에 앉아 있었다. 아름답고 단정한 얼굴에 무척 심각한 표정이었다. 자리에 앉아 있는 수십 명 중 여러 부족의 족장과 동방호연을 포함한 장수들을 제외하고 모두 어린 절세의 미녀들이었다. 자리의 모든 사람들은 전부 심각한 표정이었다.

이때 갑자기 유쾌한 음성이 회의실의 무거운 분위기를 깼다.

“어라! 운요? 채향? 너희들이 여긴 어쩐 일이야?”

천제현이 옆문을 통해 들어오며 한참 동안 보지 못했던 운요와 채향을 보고 물었다. 두 사람 역시 기적상회의 고위 간부였으나 오랫동안 올드만 마을에 파견 나가 있었다.

천제현은 깜짝 놀랐다.

“언제 본부로 돌아온 거야? 이거 까맣게 몰랐잖아!”

풍채향은 여전히 온화하고 우아했다. 누가 봐도 머리부터 발끝까지 교양 넘치는 양갓집 규수였다. 풍채향이 천제현을 보며 봄바람과 같은 따뜻한 미소를 지었다.

“올드만 마을은 이제 운소 하나면 충분해요. 공화련 언니가 저흴 소집했지요. 마침 이틀 전에 전송탑이 완공되어서 운요 언니와 본부 일을 도우러 왔어요.”

운요는 천제현을 흘겨보며 장난스럽게 말했다.

“성에 온 지 꽤 되었는데 이제야 나타나다니 정말 한가한 성주야.”

“그건 오해야. 평소에는 아주 바쁘게 일한다고. 이번에는 폐관수련 때문에 그런 거야!”

천제현이 대답을 하는데 공서련과 남궁혜가 그를 째려봤다. 공화련도 매서운 눈초리로 그를 흘겨봤다. 그러나 천제현은 조금도 눈치채지 못했다.

“두 미녀가 멀리서 왔는데 제때 환영회도 열어주지 못했네. 오늘 회의는 그만 접고 술이나 마시러 가자고!”

“성주님!”

재무부 부장 델로리스가 언짢아하며 일어섰다. 평소에 불여우 같던 델로리스지만 이번에는 공화련보다 더 진지하게 정색하며 혼을 내듯 말했다.

“오늘 회의는 매우 중요해요. 도와주지는 못해도 훼방을 놓으시면 안 되죠.”

“미안해. 너무 반가워서 그랬어.”

풀이 죽은 천제현이 자리에 앉아 다리를 꼬며 공화련에게 말했다.

“시작하시죠!”

공화련이 회의를 진행했다.

“생산부서부터 시작하죠!”

생산부서는 아주 중요한 부서라 가장 믿을 수 있는 사람이 관리했다. 생산부 부장 공서련이 서둘러 준비한 자료를 읽었다.

“우리 기적상회 생산부는 지난 1개월 동안 뛰어난 실적을 거뒀습니다. 생산 임무를 평균 20% 초과 달성했어요. 새로 지은 공장은 50곳이 넘습니다. 그중 3부의 2는 혼돈의 숲에 위치하며 나머지는 알파브레인을 결합하여 지능 제조 방향으로 전환 중입니다. 현재…….”

공서련이 각종 데이터를 늘어놓으며 업무 상황을 자세히 설명했다. 연이어 생산 계획과 구체적인 업무 배치에 대해 매우 유창하게 소개했다. 이 모습에 천제현은 공서련을 다시 보게 되었다.

공화련은 발표를 듣고 여러 의견을 제시했다.

공서련이 서둘러 내용을 기록했다.

“좋습니다!”

천제현이 아주 과장되게 손뼉을 쳤다.

“서련 아가씨같이 우수한 간부가 있으니 우리 생산 공정은 문제없겠네요!”

공서련의 얼굴이 빨개졌다.

사실 그녀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언니가 배분해 준 알정브레인 두 대가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한 것이다. 생산 계획과 임무까지 알파브레인의 작품이다. 공서련은 이 데이터를 정리하여 자신의 의견을 조금 덧붙였을 뿐이다. 큰 틀은 언니가 짜니 그녀는 특별히 계획을 짤 것도 없었다.

“생산부서는 아주 순조롭네요. 연구개발 역시 정상 궤도에 진입하여 일사불란하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우선 관련 내용을 좀 보시죠.”

공화련이 손을 흔들자 거대한 화면이 내려왔다. 화면에 바삐 돌아가고 있는 공장이 나타났다.

“보세요. 이건 기적상회에서 최근에 지은 공대함 기지입니다. 대량의 인력과 자원, 자금을 투입하여 미래의 전쟁에서 지배적인 역할을 할 대형 무기를 제작하려고 준비 중이에요. 너무 복잡한 작업이라 개발에 성공하려면 1년 걸릴 것 같습니다.”

‘1년?’

너무 오래 걸린다.

그러나 이렇게 정밀하고 복잡한 대형 무기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공서련이 서둘러 말을 받았다.

“생산부서는 즉시 관련 부대 공장을 준비하겠습니다. 공대함 연구개발에 성공하면 바로 생산할 수 있게요.”

이때 두 번째 화면이 내려왔다.

공화련이 화면을 보며 말했다.

“이건 새로운 마력무기 연구실입니다. 대주국에서 경험이 풍부한 기관술사를 대거 모집했어요. 저와 운문은 기관술사의 기관 투구와 갑옷이 아주 괜찮다고 생각했습니다. 우리 기적상회의 기술로 개조하여 마력전지로 구동하고 마력방패와 마력마력검, 마력무기를 장착하면 마력전투기갑을 만들 수 있어요.”

말을 하는 도중에 다른 화면에 설계도가 나타났다.

공화련이 천제현을 바라봤다.

“어떤가요?”

“꽤 괜찮네요.”

천제현이 한참 동안 설계도를 찬찬히 살펴봤다.

“기갑을 개발하면 아무리 약한 병사도 고수가 될 수 있어요. 그렇지만 좀 더 강화할 필요가 있겠어요. 기갑에 동력엔진을 달아 더 빠르고 강하게 만들 수 있죠. 비행 설비까지 장착하면 최고죠. 기갑 전사들이 자유자재로 하늘을 날 수 있잖아요. 그리고 모든 기갑에 알파브레인을 설치하여 정보화, 지능화된 전투를 치를 수 있다면…….”

공화련이 급히 손을 저으며 말을 끊었다.

“그만, 그만!”

“큰아가씨, 뭐 더 좋은 생각이 있나요?”

“의견은 좋지만 너무 비현실적이에요.”

공화련이 한숨을 쉬며 말했다.

“기적상회의 근본적인 문제는 바로 자금 부족이에요. 현 단계에서는 그렇게 고급 기갑을 개발할 수 없어요. 평범한 기갑 개발에 성공한 후에도 대규모 제조에 들어가기 힘들어요. 정예 부대 정도만 무장시킬 수 있을 거예요.”

“자금이 부족하다고요? 설마요!”

천제현은 믿을 수 없었다.

“얼마 전에 영원의 숲에서 빌려온 마석 십만여 개로 자금을 보충했잖아요. 상회의 수입으로 이 정도 비용을 감당 못 하다니요?”

“성주님께서는 재정 돌아가는 상황을 전혀 모르시는군요!”

재무부 부장 델로리스가 참지 못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 기갑을 개발하는데 얼마나 많은 자원이 필요한지 아세요? 현재 예산은 마석 30만 개라고요! 공대함 예산은 그보다도 더 어마어마하고요! 게다가 하프엘프 실험실과 운문실험실에서 지출하는 경비도 매달 늘고 있어요. 밑 빠진 독처럼요. 또 얼마 전에 정복한 견융초원, 대주국에도 많은 투자가 필요해요. 그리고 기적성에 대출을 신청한 사람이 엄청나게 많아요. 현재 재무 상태로는 뭐 하나 제대로 할 수 없다고요!”

천제현은 머리가 터질 지경이었다.

‘대체 뭐 하는 거야? 돈을 그렇게 쓰다니.’

“지금 진행하는 프로젝트가 정말 많아요. 기적쇼핑몰과 정신인터넷 외에도 급한 것들이 많이 있어요.”

화면 몇 개가 더 내려왔다. 공화련이 그중 하나를 가리키며 말했다.

“이 성 방어시스템 구축프로젝트를 보죠. 기적성 주위의 산맥에 은밀하게 미사일 발사대를 설치할 계획이에요. 원거리 무기를 배치하려는 거죠. 그 밖에 적의 침입을 막기 위해 산에 초대형 마력중포를 배치할 예정이에요.”

설명을 들을수록 천제현은 마음이 답답했다.

그는 여태까지 기적상회가 돈을 무한대로 벌어들이는 괴물이라고 생각했다. 눈앞의 난관만 넘기면 돈 걱정 할 일은 없을 거로 생각했는데, 지금 상황으로 보니 자금이 엄청나게 부족했다.

“자금이 많이 필요하긴 하지만 너무 낙담하지 마세요.”

공화련은 풀죽은 사람들을 보며 부성주로서 기운을 북돋우며 말했다.

“기적상회의 잠재력은 여전히 매우 큽니다. 현재 주요 사업은 대하국과 숲의 일부 부족에 국한되어 있고 이 시장도 아직 완전히 개방되지 않았어요. 현재 숲에 전송탑을 세웠으니 영원의 숲과 협력 관계가 더 진전되면 앞으로 엘프 도시 10여 곳 및 더 많은 부족들과 무역을 시작할 수 있어요. 또 대주국과 북융국을 중심으로 사업을 그 주변 국가까지 확대해야지요. 지금 투자가 좀 많긴 하지만 앞으로 수익도 많아질 겁니다.”

천제현이 계속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요. 숲의 작은 부족 마을 몇 개와 대하국에 시장이 얼마나 되겠어요? 반드시 새로운 시장을 개척해야 해요!”

“일을 빠르게 처리해야 합니다. 황야고원 등의 세력은 아직도 우리를 노리고 있어요. 변수가 너무 많으니 느긋하게 움직여선 안 됩니다.”

공화련이 임무를 할당하기 시작했다.

“운요와 채향은 델로리스의 업무를 인계받아 기적쇼핑몰과 외교 무역을 담당하세요. 이미 경험이 있으니 별문제 없을 거예요. 이건 숲의 도시와 지하 도시 분포도 및 도시들의 대략적인 상황을 정리한 자료예요. 인근의 대형 부족 상황도 포함되어 있어요. 기적상회에서 충분한 상단과 인력을 지원할 테니 이들과 좋은 관계를 맺으면 돼요.”

만만치 않은 임무였다.

풍채향은 외교부장에 임명되었다.

운요는 상무부장에 임명되었다.

둘이 곧장 자리에서 일어났다.

“훌륭히 해내겠어요.”

천제현이 한마디 물었다.

“그럼 우리의 위대하신 재무부장님 델로리스는요?”

지금까지는 델로리스가 기적성의 상무부장을 겸임했었다. 여우족 상단 역시 그녀가 세운 것이다. 이제 외교와 무역 업무를 풍채향과 운요에게 넘겼으니 할 일이 없지 않은가? 이 능력 좋은 불여우를 놀리는 것은 너무나 아까운 일이다.

공화련이 대답했다.

“현재 기적성의 가장 큰 문제는 자금 부족이에요. 델로리스에게는 따로 맡길 중요한 임무가 있어요. 오늘부터 기적은행을 키우는 일에 전력을 다해주세요!”

델로리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부성주님, 걱정 마세요. 지금 기적성의 주민들은 우리를 아주 신뢰하고 있어요. 최근 주민증을 기반으로 개인 저축 업무를 추진한 이후 기적은행의 실적이 급상승했어요. 그리고 아직도 성장할 여력이 많다고 생각해요!”

기적은행은 델로리스가 제안한 것이다. 따라서 이 업무는 그녀에게 남다른 의미를 지니고 있다. 델로리스는 분명 기적은행을 키우는데 최선을 다할 것이다.

공화련이 다시 한 번 강조했다.

“모두 명심하세요. 지금의 평화가 영원히 계속될 수는 없어요. 엔트족과 엘프족의 도움을 받는 건 결국 외부 세력에 의존하는 셈이죠. 강해지지 않으면 늘 걱정을 달고 살아야 해요. 위기는 주위에 도사리고 있어요. 그러니 모두 위기의식을 가지고 기적성을 최대한 빨리 부강하게 만들어야 합니다!”

“예!”

천제현은 공화련이 주최하는 전체 회의에 많이 참석하지 못했다. 그는 공화련에게 이런 카리스마가 있는 줄 몰랐다. 자신과 1년 넘게 다니면서 그녀는 더욱 성숙해졌고, 전반적인 틀을 구상할 수 있는 훌륭한 여장부가 되었다.

회의는 이것으로 끝났다.

모두 자신의 업무를 배정받았다. 기적성과 기적상회의 가장 큰 난제는 자금 부족이다. 앞으로 한동안 기적상회의 가장 큰 임무는 수익을 올리는 것이다. 모든 부서와 팀은 전부 이 목표를 위해 분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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