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능력 믿고 막 간다-587화 (587/729)

# 587

제587장 마이크로행렬 컴퓨터

제로가 말을 마치고 계산하기 시작했다. 이는 보통 일이 아니었다. 현재 기적상회의 규모는 대단히 방대하여 엄청난 연산을 거쳐야 기적상회를 위해 최적의 방안을 내놓을 수 있는 실정이었다.

알파브레인은 정말 대단한 물건이다.

공화련은 기적상회 물건 중 알파브레인을 가장 좋아했다. 이것은 시대에 한 획을 그을 만한 위대한 발명품이 아닐 수 없다. 비록 아직은 기술적 결함이 있어 행렬 연산 속도의 질적인 향상을 기대할 순 없지만, 행렬 값을 계산하는 시간은 점차 단축되고 있고 생산속도도 빨라지고 있다.

공화련은 알파브레인의 기본적인 배치를 마쳤다. 공화련은 기적성 백성의 신분 정보, 일반 행정 관리, 도시 재무 및 은행 재정 관리를 비롯하여 대형 상가, 통신, 정신인터넷 구축에 이르기까지 알파브레인을 통한 제어 시스템을 제법 잘 갖춰 놓았다.

이밖에 기적성과 엘프왕과의 협력이 심화되면서 각지의 전송탑도 늘어나기 시작했는데, 이러한 전송탑과 공간창고 등도 알파브레인이 전담하여 관리하고 있다.

공화련이 구축한 엄격한 신분 확인 시스템과 보안 시스템 역시 알파브레인을 도입하여 자동화 관리가 이루어지고 있다. 이 모든 것은 기적상회의 관리 감독 하에 일사불란하게 이루어져 향후 모든 위험이 최소화될 것이다.

원시적인 숲 속 깊은 곳에서 스마트형 도시가 탄생했고, 불가사의한 시대가 열리기 시작했다.

공화련이 창쪽으로 걸어가 흥성하고 번화한 도시를 훑어보았다. 순간 그녀의 가슴 한구석에서 말로 형용하기 힘든 자부심이 끓어올랐다. 그녀는 모든 지혜와 전략을 최적화된 환경에서 가장 멋지게 구현하였다. 앞으로 또 어떤 모습으로 발전할지는 그녀도 알 수 없었다.

어쨌든, 그곳은 분명 천국일 것이다.

***

천제현은 꼬박 열흘을 폐관하며 마력을 다듬고 안정시켰다. 물론 새로운 무공인 무상검결을 익히는 게 가장 중요했다.

무상검결은 고대의 신비한 종족인 천족이 남긴 기이한 무공이다. 이 검결은 공간 속성을 지닌 독특한 검법으로 형태와 상이 없어서 예측하거나 대비할 수 없다. 이런 까닭에 무상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무상검결은 수련 난도가 매우 높다. 최고의 검술 재능과 정령뿐만 아니라 공간능력까지 지녀야 한다. 이런 까다로운 조건을 만족시키기가 그리 쉬운 일이겠는가? 대주국 천검문의 창시자는 바로 이런 난제를 해결하기 위해 무상검결을 간소화하여 소무상검을 탄생시켰다.

소무상검은 변화무쌍한 공간능력을 포기했지만 여전히 형태와 상이 없는 특징을 지녔기 때문에 살상력이 뛰어났다. 그러나 위력이나 여러 면에서 소무상검과 원조인 무상검결의 격차는 엄청나게 컸다.

천제현은 원조인 무상검결을 수련했다.

그가 수련한 곳은 기적화원이었다. 천제현은 하얀 옷을 걸치고 경치 좋은 산골짜기에 가부좌를 틀고 앉았다. 주위는 온통 아름다운 꽃들과 각종 기이하고 진귀한 약초들로 가득했다. 자그마한 꽃의 요정들이 천제현 주위에서 수련에 필요한 정기를 보충해주었다.

“무상검지!”

천제현이 눈을 뜨고 손가락을 튕기자 수천 미터 밖의 산봉우리 꼭대기가 아무런 예고도 없이 기울어졌다. 수만 근에 달하는 묵직한 바위들이 우르르 미끄러져 내려와 호수에 빠졌다. 호수에는 거대한 파문이 일었다.

산봉우리가 깎인 자리는 거울처럼 매끈했다. 몇 초 지나자 푸르스름한 불꽃이 무시무시한 속도로 번지더니 나머지 바위들을 불태웠다.

“와, 대단해요!”

꽃의 엘프들이 일제히 손뼉을 치기 시작했다.

루루가 천제현의 어깨에 내려앉았다.

“이렇게 복잡하고 심오한 무공을 십여 일만에 연마하다니 정말 대단해요!”

천제현은 무상검결의 위력에 매우 흡족해했다.

무상검결은 공간의 층을 가르고 검기를 공격에 융합시킬 수 있다. 기본적으로 어떤 견고한 물체도 벨 수 있으며 공격 거리도 아무 문제가 되지 않는다. 천제현의 막강한 신식과 결합한다면 적이 어디에 있건, 수만 미터 떨어져 있다고 해도 탄지 공격으로 손쉽게 목을 벨 수 있다.

무상검결은 거의 완벽에 가까운 무공이다. 굳이 결점을 든다면 마력 소모가 너무 크다는 점이다. 천제현은 폐관수련을 진행한 며칠 동안 순조롭게 진령 4성을 돌파하여 지령술사에서 천령술사로 발돋움했다. 천제현의 마력은 동급 술사보다 몇 배나 많았지만 가까스로 무상검결을 펼쳤다.

그러나 천제현은 무상검결을 익히는 데에만 집중하지 않을 것이다. 기적상회는 천검문의 각종 정상급 검법보전과 비술을 손에 넣었다. 다른 5대 영산의 여러 무공과 비술 역시 모두 기적상회로 들어왔다.

천제현의 직속 기관은 두 곳이다.

하나는 기적상회의 핵심인 운문이다. 운문은 초대형 연구기관으로 현재 연구 인력이 수만 명에 달한다. 기적상회의 새로운 기술과 상품은 기본적으로 운문에서 나온다.

다른 하나는 천문이다. 운문은 학자 집단이고 천문은 술사 집단이다. 천문은 대량의 문객을 받아들였다. 숲의 여러 부족 족장들과 대주국의 대형 종파 장로와 종주가 천문의 문객이 되었다. 기린무도관은 천문의 중요 부속 기관이다. 천문은 주로 무공을 연마하고 비술을 연구한다.

한 곳은 지식을 한 곳은 무공을 책임진다.

천제현이 도입한 여러 지식과 기술로 운문은 지금까지 기적상회에서 가장 잘나가는 부문이었다. 천문은 상대적으로 눈에 띄지 않았다. 그러나 기적상회가 발전을 거듭하여 천제현이 더 많은 보전과 비술을 긁어모은다면 초월적인 수련 경험과 무학을 입수하게 될 것이다. 천제현은 머지않아 천문도 역사를 바꿀만한 곳으로 거듭나게 될 것이라 믿었다.

천제현이 마력을 천천히 조절하며 몸을 일으켰다.

“열흘을 넘게 수련했으니 이제 출관해야겠어. 도와줘서 고맙구나!”

“천만에요. 시간 나면 자주 놀러 오세요!”

천제현이 기적화원의 중앙을 지났다. 30미터 높이의 거목이 기적화원의 정중앙에 우뚝 서 있었다. 온 화원이 나뭇잎들이 뿜어내는 왕성한 생기로 가득했다.

“고대생명수는 정말 빨리 자라네. 싹을 틔운 지 아직 보름도 지나지 않았잖아.”

“그야 당연하죠. 고대생명수는 신물이에요. 평범한 나무들과 비교할 수 없어요!”

고대생명수는 기적성 중앙에 우뚝 서서 점점 더 넓은 범위에 영향을 미치고 있었다. 고대생명수는 혼돈의 숲의 지맥을 모아 기적성의 환경을 근본적으로 변화시켰다.

앞으로 고대생명수는 무럭무럭 자라 본연의 능력과 힘을 깨우고 기적성의 수호신이 될 것이다.

현재 고대생명수는 꽃의 엘프들의 보살핌과 엔트족의 보호를 받고 있다. 고대생명수를 약탈하기란 하늘의 별 따기보다 어려운 일이다.

전쟁이 끝난 후 기적성이 어떤 상황인지 알 수 없었다.

천제현은 미복으로 성을 돌아보기로 했다. 성의 백성들이 알아보면 번거로운 일이 생길까 봐 일부로 챙이 넓은 삿갓을 썼다. 전쟁이 끝난 지 한 달 남짓 지난 기적성은 예전 모습을 완전히 회복했다. 전쟁의 흔적은 사라지고 성은 더욱 시끌벅적했다.

쇼핑몰 앞에서 엘프족 여자아이들이 확성기와 광고판을 들고 외쳤다.

“깜짝 놀랄 소식이 있어요!”

“오래 기다리셨던 휴대전화가 드디어 출시되었습니다!”

“한정 수량이라 지금은 온라인에서만 살 수 있어요. 성의 주민증이 있으면 20% 할인됩니다!”

‘휴대전화가 양산되어 출시되었다고?’

휴대전화는 기적상회의 여러 제품을 결합하여 만든 신제품이다. 부품으로 쓰이는 제품들의 성능이 다소 떨어지지만 이것들을 결합하여 편이성이 크게 높였기 때문에 휴대전화는 분명 시장에서 돌풍을 일으킬 것이다.

천제현이 사정을 알아보려고 다가갔다.

새 휴대전화는 예전에 고위 간부를 위해 제작한 시범용보다 더 정교하고 예뻤다. 게다가 기적상회와 기적성에서 처음으로 출시한 휴대전화이므로 소장 가치가 높아서 모두 앞다투어 사려고 했다.

휴대전화를 홍보하는 엘프는 분명 기적성의 토착민이 아니었다.

그러나 전혀 이상하지 않았다. 엘프왕 랜스로드와 부성주 비비안 때문에 많은 엘프들이 기적성에서 와서 일하고 있었다. 아예 기적성 근처에 작은 마을을 지어 이주한 엘프들도 있었다.

엘프족 일부, 특히 청년들은 기적성으로 와서 기적상회에 가입하거나 팀을 만들어 창업을 준비했다.

엘프족으로 구성된 영화제작 상회만도 여럿이었다.

천제현이 궁금해하며 물었다.

“주민증이 뭐죠?”

“그것도 몰라요? 외지인인가 보네!”

하프엘프 한 명이 시골뜨기를 보는 눈빛으로 천제현을 쳐다보며 주머니에서 얇은 수정석 카드를 꺼내 자랑스럽게 흔들었다.

“기적성에서 최근 성 주민들의 정보를 수집하여 데이터베이스에 저장하고 첨단 과학기술로 개인 정보를 담은 카드를 만들었어요. 이 카드를 우습게보지 말아요. 여기에는 개인의 정신날인이 담겨 있죠. 정신날인은 개인마다 다르니 이 주민증은 모방하거나 복제할 수 없어요. 일종의 공식 신분증인 셈이죠!”

천제현은 성주로서 이 일에 대해 전혀 몰랐을 뿐만 아니라 자신의 백성에게 무시까지 당했다.

정말 창피한 일이었다. 다행히 아무도 그를 알아보지 못했다.

“주민증으로 물건도 살 수 있나요?”

“뭘 몰라도 너무 모르시네! 기적성의 주민증은 단순한 신분증이 아니에요. 이걸로 기적은행에 계좌를 열 수 있어요. 마석을 은행에 저축하고 기적성에서 주민증으로 물건을 살 수 있죠. 정말 편리해요. 게다가 은행에서 이자까지 준다고요!”

“무슨 이야기를 그렇게 오래 해? 외지인은 들어도 잘 몰라!”

“맞아. 얼른 휴대전화나 사야겠어. 서두르지 않으면 매진될 거야.”

하프엘프 일행은 천제현을 버려두고 신제품을 구매하러 쇼핑몰로 몰려갔다.

기적성은 현재 주민증을 대대적으로 보급하고 있었다. 공화련은 기적성을 더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대량의 인력과 자원을 투입하여 주민 정보시스템을 구축했다.

기적성에 사는 모든 주민의 개인 정보와 상인이나 상단의 정보까지 전부 수집했다. 이 정보로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여 개개인의 실제 상황에 따라 주민증이나 다른 신분증을 발급했다.

공화련의 시대를 앞서나가는 아이디어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런 정보 데이터 시스템 구축에는 엄청난 의의가 있다. 성 관리부터 치안, 은행 계좌 개설, 대출, 전송, 물류 관리까지 기적성의 모든 업무를 순조롭게 처리할 수 있다. 정보화 제국을 위한 탄탄한 기반을 닦는 셈이었다.

“이 휴대전화는 우리가 사용하는 것과 좀 다른데!”

천제현은 기적쇼핑몰의 휴대전화 가판대에서 놀라운 것을 발견했다. 새로 나온 휴대전화는 외형뿐만 아니라 기능도 달랐다.

“이건 기적상회에서 처음으로 출시하는 휴대전화입니다. 방송과 사진촬영, 통신 기능을 하나로 합쳤을 뿐만 아니라 마이크로행렬 컴퓨터까지 내장되어 있어요. 기적상회는 이 마이크로행렬 컴퓨터를 기반으로 휴대전화를 체계적으로 설정하여 조작이 훨씬 간편하고 기능도 더 다양합니다!”

이번에 천제현은 정말 깜짝 놀랐다.

마이크로행렬 컴퓨터는 마력행렬 컴퓨터를 간소화한 것이다.

현재 기적상회의 마력행렬 컴퓨터 연산속도는 아직도 20억을 넘어서지 못했다. 아무리 압축시켜도 크기 역시 엄청난 데다 무게도 수백 킬로에 달해 휴대할 수 없었다.

운문실험실은 거대한 마력행렬 컴퓨터를 축소하는 작업을 진행했다. 마력행렬 컴퓨터를 최소화하기 위해 모든 노력을 기울인 끝에 결국 마이크로행렬 컴퓨터가 탄생했다. 최소화된 컴퓨터는 연산 속도가 수십만 정도에 불과한데다 지능을 탑재할 수 없어서 데이터를 처리할 능력이 없었다. 하지만 간단한 시스템 정도는 처리할 수 있다.

첫 번째 휴대전화는 마이크로행렬 컴퓨터 칩을 탑재하여 정보 처리 능력을 갖춘 덕에 인터페이스 기능이 매우 편리했다. 이것은 꽤 의미 있는 발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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