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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력 믿고 막 간다-584화 (584/729)

# 584

제584장 현성의 경지

심빙우는 동굴에서 가부좌를 튼 상태로 폐관 수련 중이었다. 은백색의 아름다운 머리카락이 폭포수처럼 흘러내렸고, 바람 한 점 없는 날씨에도 이리저리 흩날렸다. 성숙하고 풍만한 그녀의 몸 주위로 백색 화염이 휘감겨 있었는데, 신기하게도 그녀는 머리카락조차 그을리지 않았다.

이번 일은 심빙우에게도 전화위복이 되었다.

빙령화의 육체강탈이 절반 정도 진행되었을 때 저지당한 후 오히려 빙령화의 절반이 천제현에게 흡수되었고, 나머지 절반은 심빙우의 몸속에 들어갔다. 빙안의지는 그녀의 몸속에서 스스로 체내에 맞게 변화해갔다. 뒤이어 천제현이 빙화를 제거하자 이 힘은 고스란히 심빙우의 차지가 되었다.

빙령화는 아무나 육체강탈 대상으로 고르지 않는다.

반드시 체질과 경맥이 맞아야 한다. 천제현과 심빙우는 빙령화를 절반씩 차지했다. 천제현은 유명화를 통해 빙령화를 흡수하여 여기에서 핵심이 되는 정수를 취해 스스로 진화시켰다. 반면에 심빙우는 빙령화를 자신의 힘으로 전환했다.

이 둘은 별 차이가 없어 보이지만, 사실 본질적인 차이가 있었다.

결국 심빙우는 이번 일로 인해 진령 5성과 6성 사이의 마력으로 상승했고, 앞으로 더 높아질 여지도 많았다. 게다가 심빙우는 빙화와 일체화되어 그녀의 전투력은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높아졌다.

“정말 미안해!”

심빙우가 자신을 찾아온 천제현을 보고는 멀쩡한 모습에 안심했다.

“빙천 안에 내재된 의식이 너무 강한 나머지 무방비한 상태에서 순식간에 현혹되고 말았어. 그래서 이렇게 위험한 행동을 하게 되었고, 게다가 너까지 끌어들이고 말았지.”

“그런 말씀 마세요. 전 괜찮아요.”

천제현은 대수롭지 않다는 듯 호탕하게 웃어보였다.

“여기서 요양 잘 하세요. 정세를 안정시킨 후에 누님을 대주여왕으로 추대할게요!”

심빙우는 쓴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여왕은 무슨? 그녀는 전혀 관심도 없었다.

천제현이 대주국 일대를 지배하려면 직속 세력이 필요했다. 심빙우는 대주왕족 유적에서 가장 강력한 전승 무공을 얻었으니 그녀의 앞날은 꽃밭이나 다름없었다. 이 소식을 퍼뜨리기만 하면 얼마나 많은 사람이 찾아오겠는가.

대주왕의 자리는 심빙우도 마다할 수 없을 것이다.

천제현은 설원 근처에 왕성을 건립할 계획을 세웠다. 앞으로 설원의 막강한 영력을 통해 세력을 키울 수 있을 것이다. 여기에 기적상회의 대대적인 지원까지 더한다면, 대주왕국의 영향력은 향후 6대 영산보다 더 커질 것이므로 대주국을 완전히 손에 넣을 수 있게 된다.

“대장, 나 왔어!”

남궁혜가 사람을 데리고 서둘러 돌아왔다.

“좋은 소식이 있어. 원진남, 금규 등이 모두 항복했어. 그들의 이익을 침해하지 않는 조건으로 기적상회와 협력하겠대.”

“항복했다고요? 예상했던 대로군요!”

천제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이미 대세는 우리한테 기울었어요. 이제 각 종파와 대주국의 모든 중소 세력을 규합해야 합니다. 나라를 지키고 불순세력을 제거한다는 명목으로 천검산을 토벌할 거예요. 이번에야말로 이 눈엣가시를 반드시 뽑아 버리겠어요. 그리고 이를 본보기로 삼아 대주국의 모든 종파를 발아래 꿇릴 겁니다!”

“좋아!”

남궁혜는 자신감 넘치는 모습을 보였다.

“천검산의 수장도 이미 세상을 떴으니 저들을 제거하는 것쯤이야 식은 죽 먹기지.”

***

보름이 지나기도 전에 대주국에 극적인 반전이 일어났다. 처음 천검문은 사대 문파를 결집한 후 현음종 토벌을 호언장담했지만 불과 며칠 만에 도리어 패배하고 말았다.

천검문 장문인 능만검, 부장문인 능응은 이번 전투로 목숨을 잃었고, 5대 영산으로 구성된 연맹도 붕괴되었다. 30만 명에 달하는 사람이 현음종에 포로로 붙잡혔다.

모두 어리둥절한 이때 신기당, 약왕곡, 영허동, 현무교 등 문파는 기이하리마치 급작스러운 선언문을 발표했다. 내용인 즉슨, 천검문이 장응전국과 결탁하여 대주국의 내전을 일으켰고, 이에 현음종과 함께 천검문을 토벌하겠다는 것이었다.

실로 이상한 변화이지 않은가.

아무리 생각이 트인 사람이라도 이토록 극적인 변화는 납득하기 어려울 것이다.

며칠 전만 해도 죽이지 못해 안달이 났던 종파들이 일주일도 되지 않아 대군을 편성하여 ‘사악한 세력 타도, 대주국 수호, 왕족 재옹립’ 등등의 기치를 내걸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으니 말이다. 게다가 크고 작은 세력을 선동하고 있는 통에 대주국 전체가 어수선할 수밖에. 어쨌든 이로 인해 천검산 토벌전투가 대대적으로 시작되었다.

6대 영산 중 으뜸으로 꼽힌 천검산이 그리 쉽게 무너지겠는가.

그러나 이미 천검문의 수장이 목숨을 잃었다. 게다가 현음종을 주축으로 한 5대 영산의 세력이 천검산 자락에 집결하여 그 위용을 자랑했으니, 전투가 본격적으로 시작하기도 전에 천검산 일대는 혼란에 빠져 있었다.

린지아가 천제현에게 다가왔다.

“진격할 준비 끝났어!”

“서두를 것 없어!”

천제현이 가만히 미소 지으며 사대 종파 사람들을 훑어보았다. 천제현은 델로리스의 언변이 얼마나 뛰어난지 이미 잘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종주급 인물들이 이토록 빨리 태도를 바꿀 거라곤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

“어차피 싸움은 우리가 이기게 되어 있어. 지금 중요한 건 어떻게 이기느냐 하는 거야. 완벽한 승리를 거두어야 해.”

“지당하신 말씀이오.”

종파의 종주들이 연이어 고개를 끄덕였다.

걸출한 인재는 시국의 흐름을 잘 파악하는 법이다. 기적성을 친히 참관하였다면, 더는 그들과 협력을 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기적성의 과학기술, 기적성의 잠재력, 기적성의 고수, 특히 엘프족 고수 등 어느 것 하나도 간담을 서늘케 하지 않는 것이 없었다. 이들 중 아무거나 뽑아 전면에 내세워도 모두 대주국의 종주들을 능히 뛰어넘고도 남는다.

기적성 자체가 이토록 강한 힘과 과학기술을 가지고 있는데 구태여 대주국을 욕심낼 리가 있겠는가?

천제현의 말처럼 대주국은 기적성 세력범위의 일부일 뿐이므로 기적성이 나서서 대주국을 완전히 지배할 필요는 없는 것이다. 대주국의 종파들도 일찍부터 기적성의 세력범위 안에 들어 향후 상상조차 할 수 없는 혜택을 누릴 심산이었다.

공서련이 천제현에게 달려와 교섭 결과를 보고했다.

“천검산과 얘기를 나눠봤는데, 고집불통 원로 몇몇이 절대 투항하지 않겠대! 우리가 한 걸음만 더 가까이 가면 만검 호산진법을 발동해서 우릴 갈기갈기 찢어놓겠다고 으름장까지 놨어!”

‘그렇게 날뛰었단 말이지? 그럼 한 수 가르쳐줄 수밖에.’

천제현은 옆에 있는 남궁혜를 향해 말했다.

“무기는 어떻게 됐어요?”

남궁혜가 자신감 넘치는 모습으로 대답했다.

“천벌비행선은 이미 전투태세를 갖췄고, 마력 중형포도 20대 배치해 뒀어. 대장이 명령만 하면 바로 공격할 거야!”

“굳이 화를 자초하니, 우리가 친히 무서움을 보여주자고요!”

“좋아!”

이번 포위 공격은 5대 종파가 주축이 되었고 기적상회가 무기를 지원했다. 천검산이 제아무리 견고하다고 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기적비행선이 폭격을 시작했고, 마력 중형포 20여 대가 몇 시간 동안 쉴 새 없이 공격을 퍼부었다. 거기다 가공할 위력과 파괴력을 자랑하는 미사일 공격도 이어졌다.

이런 공세에 당해낼 재간이 있겠는가?

천검산의 호산진법은 공격력이 막강하기로 정평이 나 있었으나 5대 문파가 공격을 시작하기도 전에 이미 절반 이상 힘이 소진되었다. 천검산의 방어력은 대폭 낮아졌고 천검산의 사기도 크게 저하되었다.

“지금이다!”

“전속력으로 진격하라!”

기적상회의 폭격이 거의 끝나갈 즈음, 5대 종파가 진격을 시작했다. 천검산의 방어체계는 이미 구멍이 뚫린 상태였다. 천검산을 공격하는 부대 가운데에는 숲 속에서 동원된 고수가 다수 포진해 있었다. 몇 번의 연속 공격을 퍼붓자 천검산의 호산진법이 무너졌다.

“사원이 파괴되었다! 천검산도 이제 끝이다!”

“즉시 무기를 버리고 투항하라! 투항하면 목숨만은 살려주마!”

“이번 사태는 천검문의 장로와 장문인이 장응국과 결탁하여 만들어낸 것이다. 그러니 천검 제자들은 아까운 목숨을 희생하지 말도록 하라!”

5대 문파 사람들이 목소리를 높여 투항을 권고했다. 어느 누구도 죄 없는 목숨이 희생되거나 천검문의 일반 제자가 고위층이 벌인 일에 휘말려 들지 않기를 바랐다. 더구나 천검문 술사의 전투력은 대단히 강해 향후 장응전국을 상대할 때 핵심적인 역할을 맡게 될 수도 있다. 그런 그들이 내전으로 인해 희생된다면, 이 얼마나 안타까운 일인가?

“저놈들 말을 들을 것 없다!”

문파의 원로 한 사람이 높은 곳에 서서 소리를 질렀다.

“천검산은 만년의 전통을 이어왔고, 무수한 영웅호걸을 배출했다. 어찌 하루아침에 무너질 수 있겠느냐! 천검산이 있어야 우리가 있고, 천검산이 망하면 우리도 망한다. 천검문을 수호할 때가 왔느니라! 괜한 내분을 일으키는 저 극악무도한 자들을 죽여라!”

“죽으려면 혼자서 죽지, 왜 다른 사람까지 끌어들이는 거야?! 너 먼저 죽여주마!”

남궁혜의 양손이 거대한 화염 날개로 변하더니 하늘로 비상했다. 순식간에 온몸이 화염으로 뒤덮인 남궁혜가 상대에게 돌진했다. 천검문 장로도 결코 만만한 상대가 아니었다.

그가 굽이치는 강물처럼 세찬 검기를 휘두르자 폭포수 같은 검기가 남궁혜에게 떨어졌다. 그녀의 화염이 분산되기는 했지만, 남궁혜의 불멸체는 생채기조차 나지 않았다.

“겨우 진령 3성 주제에 왜 이렇게 날뛰는 거야?! 죽어라!”

남궁혜는 군더더기 없는 깔끔한 동작으로 상공을 향해 솟아오르더니 곧장 상대를 공격했고, 그녀의 거센 폭발력은 장로를 순식간에 가루로 만들었다.

“또 누가 있느냐!”

남궁혜는 단 일격에 천검문에서 손꼽히는 장로를 쓰러뜨렸다. 그녀는 오만한 봉황처럼 공중에 선채 아래를 굽어보았다. 그녀의 기세와 난폭하고 거침없는 힘에 사람들은 차마 그녀를 바라볼 수 없었다.

그러나 바로 이때, 군중 사이로 망토를 두른 사람들이 튀어나왔다. 그들이 내뿜는 기운은 원로인 장로들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었고, 이들 가운데 수장 격으로 보이는 자는 진령 6성의 마력을 지니고 있었다.

아무리 성질이 사나워도 결국 마력에서 밀린 남궁혜는 상대방의 연합작전에 한발 물러설 수밖에 없었다. 물론 불멸체와 열반경 덕분에 남궁혜의 방어력과 회복력은 흠잡을 데 없이 완벽했다. 하지만 이런 그녀로서도 쉽사리 무너뜨릴 수 있는 상대가 아니었다.

밑에서 이 상황을 지켜보던 요더가 말했다.

“장응국 사람인 듯하오. 내가 직접 저들의 정체를 밝히겠소. 그럼 천검문의 사기도 크게 떨어져 우리가 공격할 필요 없이 자멸하게 될 것이오.”

“저런 오합지졸들을 상대하는데 요더 선지자님을 수고스럽게 할 수 있나요?”

천제현이 군중들 틈에 앉아 흥미로운 표정으로 눈앞의 전투를 주시했다.

“제가 마침 새로운 무공을 익혔습니다. 이참에 시험해 보죠!”

요더는 짐짓 놀랐다.

‘새로운 무공?’

상대에는 진령 5성만해도 여럿이 있다. 천제현의 마력이 크게 높아졌다고는 하나 이토록 높은 마력의 차이를 어떻게 극복할 수 있단 말인가? 더욱이 일대일의 전투도 아니지 않은가.

남궁혜는 자신이 상대를 이길 수 없으리란 걸 잘 알고 있었다. 그러나 패배를 참지 못하는 그녀의 성격으로 보아 결코 후퇴할 리 없었다. 남궁혜가 더욱 강력하고 맹렬한 공격을 가하려던 그때, 그녀조차 생각지 못한 기묘한 힘이 느껴졌다.

그 힘은 시간과 공간에 구애받지 않는 것처럼 돌연 속박의 힘으로 변해 남궁혜에게 주입되었다.

남궁혜의 온몸이 부들부들 떨렸고, 청백색 화염이 그녀의 몸을 휘감았다. 가공할 힘이 그녀에게 더해지자 자신의 힘이 끝없이 증폭되는 것을 느꼈다. 그녀는 평소보다 최소 10배는 강해진 것 같았다.

“이…… 이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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