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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력 믿고 막 간다-576화 (576/729)

# 576

제576장 생화학 무기

실제로 대주국에 마수령이 나타난 적은 손에 꼽을 정도로 적었다. 하지만 지금 마수령이 대주국을 공격한 것은 사실이었다.

“생각해 보면 그렇게 이상한 일은 아니에요. 대주국은 북쪽으로 장응국 세력과 국경을 마주하고 있고, 서북쪽으로는 견융초원과 붙어 있으며, 최남단에는 혼돈의 숲이 있잖아요. 그곳들을 통해 얼마든지 마수령들이 들어올 수 있으니 대주국에 그들이 나타났다는 건 전혀 이상하지 않죠. 하지만…….”

천제현은 눈을 가늘게 뜨며 말했다.

“문제는 그들이 숲의 토착민들도, 견융초원의 패잔병들도 아니라는 거죠.”

그 말을 들은 남궁혜가 소리쳤다.

“장응국 사람이구나!”

천제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십중팔구는 그럴 거예요. 생각도 못 했네요. 장응국의 촉수가 이렇게 멀리까지 뻗어올 줄이야. 이 일에 장응국이 얽혀 있다면 대주국의 상황은 종잡을 수 없을 만큼 복잡해질 거예요.”

“그럼 어쩌지?”

“뭘 어쩔 수 있겠어요? 일단 산 아래 있는 놈들을 처리한 후에 생각하자고요!”

음무극은 적들을 처리한다는 말을 식은 죽 먹기처럼 쉽게 하는 천제현을 보고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머리가 어떻게 된 것 아니오?! 저들은 5대 종파의 정예병들이오. 방어만 하기에도 벅찰 지경인데 어떻게 저들을 처리한단 말이오!”

“조잘조잘 말도 참 많네!”

남궁혜는 자신의 실력을 의심 받았다는 것에 화가 난 듯했다.

“대장이 가능하다면 가능한 거지. 제발 입 좀 닥치고 있으라고. 자꾸 시끄럽게 굴면 반신불수로 만들어 버리는 수가 있어!”

음무극은 이 괄괄한 붉은 머리 여자의 실력이 심빙우보다도 뛰어나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는 결코 그녀의 상대가 될 수 없었다. 게다가 남궁혜가 데려온 수십 명의 일행은 모두 기적성의 고수들 아닌가. 그러니 잠자코 있는 수밖에.

“대장, 그놈들을 어떻게 처리했으면 좋겠어?”

“그들은 자신들이 압도적인 우위를 점했다고 생각했을 거예요. 그러니까 경계심이 풀어져 전 부대를 같은 분지 안에 주둔시켰겠죠. 서련 아가씨한테 준비해 둔 물건을 보내달라고 하세요. 바로 써야 한다고요.”

두 시간 후.

천제현은 공간창고를 통해 다섯 개의 마력무기 부품을 전달받았다. 부품들을 전부 조립하자 다섯 개의 미사일 발사체가 만들어졌다. 사실, 기적상회는 이미 오래전에 미사일을 발명했지만, 초기형 미사일은 위력이 약하고 단순해 지금 것과는 천지차이였다.

“대장, 발사대 설치가 끝났어!”

남궁혜가 임시로 만든 발사대 위에 서 있었다. 그녀의 주변에는 거대한 검은 상자들이 놓여 있었다. 슈퍼 마력진 컴퓨터였다. 발사대는 마치 소형 사령탑 같은 형태였다.

“알파브레인을 켜고 발사대를 가동하세요!”

“알았어!”

알파브레인이 말을 했다.

“성주님, 안녕하십니까. 저는 알파브레인 3호입니다. 주요 기능은 무기관리시스템이죠. 무엇을 해드릴까요?”

천제현이 탐측레이더 화면에 빽빽하게 떠 있는 생명 신호를 가리키며 말했다.

“사갈미사일로 저놈들을 전부 쓸어 버려!”

“네! 성주님!”

“발사 지점으로부터 거리 56.3121킬로미터. 현재 최적의 발사경로를 찾고 있습니다…… 탐색 완료! 사갈 생화학 독소 미사일 발사!”

방향을 조정한 다섯 개의 미사일 발사체는 3, 4초간 멈춰 있다가 동시에 거대한 진동을 일으키며 한 대당 6개의 미사일을 발사했다.

그 미사일들은 대하국 청주성에서 개발된 것이었다.

청주성의 청령은 사갈수가 자주 출몰하는 곳으로, 그놈들 때문에 천제현과 심빙우도 큰코다칠 뻔한 적이 있었다. 그러나 이후 기적상회의 연구를 통해 사갈독은 마취독소이며, 극히 짧은 시간 안에 광범위한 살상이 가능하다는 것을 발견해냈다.

연구자들은 사갈수의 독을 대량으로 채취한 후 몇 종류의 강력한 마비독을 추가하고 고농도의 액체로 제련했다. 그 과정에서 고밀도 압축 방식으로 미사일에 독을 탑재할 수 있었고 그렇게 생화학무기가 만들어진 것이다.

이 무기의 제작 단가는 매우 저렴했으며, 제작 방법 또한 단순한 편이었다.

단 한 가지 결점이라면 적군과 아군 구분 없이 모두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것이었다. 사갈미사일에 탑재된 독은 강력한 휘발성을 지녔으므로 미사일이 터지면 순식간에 반경 1킬로미터 안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중독될 수 있었다.

알파브레인을 통한 발사대 조종이 가능해지기 전까지 이 무기가 실전에서 사용된 적은 없었다. 오늘 이 무기를 테스트해 보는 것도 나쁘진 않으리라.

***

노을이 들며 저녁 어스름이 깔리고 있었다.

5대 영산의 술사들은 진영 안에서 다음 번 공격을 계획 중이었다.

“지난 몇 번의 공격으로 현음종의 호산대진이 많이 약화되었습니다. 그러나 밤만 되면 수복되니 날이 어두워지기 전에 철저하게 파괴하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천검문, 현무교가 정면 돌파를 할 테니 신기문은 태음산의 시귀들을 막아 주시고, 영허동은 진법 파괴를, 약왕곡은 후방 지원을 맡아 주시오. 괜찮겠소이까?”

“문제없소!”

대주국의 6대 종파는 천검문, 신기문, 현음종, 현무교, 영허동, 약왕곡을 일컫는다. 이 여섯 종파의 전승무공은 모두 다른데, 그중에서도 천검문은 가장 오래되고 가장 강력한 공격 특화 무공을 자랑한다. 신기문은 기관과 꼭두각시 조종술에 능하고, 현음종은 사공을 통한 시귀 제련이 특징이었으며, 현무교는 육박전에, 영허동은 진법과 무기 제조에, 약왕곡은 약초 제련에 뛰어난 실력을 보이고 있었다.

그중 다섯 종파가 손을 잡았으니 현음종이 무슨 수로 그들을 막아내겠는가?

신기문의 문주는 온몸을 철갑옷으로 단단히 두른 상태였다. 노출된 곳이 전혀 없었기에 외모를 파악하기 힘들었지만, 거대한 체구로 봤을 때 장사가 분명했다. 그의 주위에는 수십 명의 부하들이 앉아 있었는데, 하나같이 철통처럼 온몸을 방어구로 둘러싼 상태였다.

신기문주의 이름은 원진남으로, 진령 2성에 불과했다.

사실 5대 종파에서 그 정도 마력이면 장로급 수준이지만, 신기문에는 진령 술사가 몹시 드문 관계로 그가 문주가 된 것이었다. 신기문의 종합 실력은 6대 종파 중 가장 약했으나, 신기당의 실력만큼은 절대 우습게 볼 수 있는 게 아니었다.

“이렇게 중요한 전투에 천검문의 문주께서는 어째서 참가하지 않으신 거요?”

원진남이 천검문 제자들을 보며 말했다.

“저 이민족들을 정말 믿어도 되는 것이외까?”

천검문의 제자들은 모두 검사 행색이었으며, 등에 보검을 하나씩 차고 푸른색 또는 흰색 장포를 입고 있었다. 그들의 우두머리는 중년의 검사였는데, 많아 봤자 마흔 살 안팎으로 보였으나 번갯불 같은 두 눈에 비범한 풍채를 지닌 것이 누가 봐도 보통 인물은 아닌 것 같았다. 그가 바로 천검문의 부문주, 능응이었다.

이 밖에도 약왕곡의 곡주 옹천운, 영허동의 동주 고연산, 현무종의 종주 금규 등 대주국에서 내로라하는 유명인사들이 전부 한 자리에 모여 있었다.

그런 자리에 천검문의 문주만이 빠진 것이다.

“걱정하실 필요 없습니다. 우리가 전부 현음종을 공격하면 잔당들을 추포하는 일은 누가 하겠습니까? 저희 문주님은 심씨 일가와 쌓인 감정이 많은 관계로 직접 그 일을 맡기로 하신 겁니다.”

천검문의 부문주, 능응이 고개를 저으며 대꾸했다.

“아, 천검종에서 데려온 저 이민족들의 실력은 지난 몇 번의 전투로 잘 알았소이다. 그 고수들의 도움이 없었더라면 현음종의 호산대진을 이렇게 빨리 깨부수진 못했을 것이외다!”

그 말이 맞았다.

이민족 고수들의 실력은 전부 뛰어났다.

영허동의 동주 고연산은 왜소한 노인이었는데, 능응의 옆에서 침묵을 지키고 있는 망토 차림의 이방인들을 껄끄럽게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천검문은 원래부터 강력한 종파이었는데, 이제 이민족들의 힘까지 더해졌으니 더욱 빠르게 성장하겠구려. 현음종을 함락한 후에 전리품은 우리 네 종파가 나눠 갖기로 한 약속을 잊지 말아주기 바라오.”

“하하하!”

능응이 박장대소를 하며 말했다.

“쓸데없는 염려를 하시는군요. 천검문은 약속을 어기지 않습니다. 현음종의 물건 그 무엇도 손끝 하나 대지 않겠습니다!”

그 말에 다른 문파의 종주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천검문은 대주국 6대 영산 중 첫손가락에 꼽히는 종파로, 원래부터 뛰어난 실력을 자랑했다. 그런데 최근 몇 년간 이민족 고수들을 데려오는 데 매진하더니 더더욱 강력해져 다른 종파들이 경계심을 갖기에 이른 것이다.

“다행이군. 분위기 파악은 되는 모양이야.”

천검문은 너무 빠른 성장의 역효과를 알고 있는 듯, 사대 세력과 함께 현음종을 공격하면서 그 과정에서 얻는 전리품은 하나도 건드리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현음종을 병합함으로써 다른 사대 세력의 성장을 돕고, 대주국의 세력 균형을 이루겠다는 설명이었다.

어쨌든 종주들은 전술을 의논하기 시작했다.

술사 부대가 집결하려고 이동하고 있을 때였다.

생각지도 못한 일이 벌어졌다. 주변 분지에 셀 수 없이 많은 그림자가 나타난 것이다. 불꽃처럼 붉은 몸에 주문이 가득 새겨진 뭔가가 5대 종파를 향해 달려들었다.

콰과광.

자폭시귀들의 자살 공격으로 진영에 구멍이 생기자 엄청나게 많은 강시들이 분지 안으로 물밀 듯 밀려들어왔다. 현음종의 기습이었다.

5대 영산의 술사들은 현음종의 반격이 있을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던 터라 수비에 별로 신경을 쓰지 않고 있었다. 현음종은 바로 그 틈을 노려 습격을 한 것이었다. 마치 그들의 상황을 훤히 아는 듯 가장 수비가 허술한 부분을 노린 바람에 모두들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원진남이 경악한 얼굴로 말했다.

“태음산 놈들이 미쳤나? 죽겠다고 호산대진 안에서 제 발로 기어 나와? 쳐라! 모조리 죽여 버려라!”

5대 산의 술사들은 간신히 정신을 추슬렀으나, 제대로 반격도 하기 전에 꼬리에 흰색 화염을 매단 십여 개의 물체가 분지 상공에 나타났다. 그 물체들은 매우 빠른 속도로 술사들을 향해 날아오고 있었다.

“저게 대체 뭐지?”

“알 거 없고, 일단 격추시킵시다!”

천검문의 고수들은 일제히 검을 뽑아 쥐었다. 미사일의 속도가 빠르다고는 하나 진령 검사의 검보다 빠르지는 못할 것이라는 계산이었다.

펑펑펑.

연달아 몇 번의 폭발음이 울려 퍼지며 미사일 일부가 분지 상공에서 파괴되었다.

멀리서 그 장면을 지켜보고 있던 남궁혜는 몹시 안타까워하며 중얼거렸다.

“젠장, 명중한 게 하나도 없네!”

기적상회의 기술은 날로 발전했고, 탐측 레이더와 슈퍼컴퓨터, 그리고 알파브레인의 조종으로 인해 몇 백 리 밖에서도 높은 명중률을 보여줬다. 그러나 미사일은 큰 결점을 갖고 있었다. 바로 요격이 쉽다는 것이었다.

진령 술사는 힘을 폭발시키면 순간적으로 음속의 속도를 낼 수 있고, 반응속도는 마하 3~4에 달한다. 그러므로 미사일로 진령 고수들을 해치우려면 최소한 마하 5 정도의 속도는 내야 하지만, 사갈미사일의 최대 속도는 마하 1~2에 불과했다. 그러므로 비검술을 사용하는 검사들의 공격 앞에 힘을 못 쓰고 떨어지는 것도 당연했다.

“조급해 할 것 없어요.”

천제현은 느긋한 표정이었다.

“사갈미사일의 주 용도가 폭발 공격은 아니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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