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능력 믿고 막 간다-573화 (573/729)

# 573

제573장 신무기

간신히 전화위복을 하긴 했지만, 그렇다고 모든 걱정이 사라진 건 아니었다. 삼대 세력이 이렇게 물러갈 리도 없고 엘프족이 이렇게 포기할 리도 없었으니까. 이 복잡한 국면에서 기적성이 해야 할 일은 엘프왕과 협력을 강화해 엘프족을 진정시키는 한편, 힘을 키우는 것이었다.

엔트족들은 어떤 명령도 받지 않겠다 선언했으므로 숲을 호령하려면 모든 세력들이 두려워할 만큼 강력한 힘이 필요했다. 당장 최고 수준의 고수들을 길러낼 수는 없는 노릇이니 첨단 무기에 집중하는 게 유일한 길이었다.

천제현과 공화련은 그것을 위해 대하국으로 향했다.

그들이 도착했다는 소식에 운문 총책임자인 고천추와 운천학이 직접 마중을 나왔다. 그 두 노인은 이미 진령의 경지에 접어들어 전보다 더 젊어 보였다. 연로한 나이에 그렇게 빨리 성장할 수 있었던 데는 수십 년간의 노력도 큰 역할을 했겠지만, 기적상회의 도움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회장님, 부회장님, 어서 오시지요.”

“여기가 바로 알파브레인이 자동 관리하는 최초의 신개념 공장입니다.”

두 사람의 말투에 자부심이 묻어 있었다. 그럴 만도 한 게, 그 공장은 이정표적인 의미를 지니고 있었다. 그것은 기적상회, 아니, 대륙 최초의 100% 자동화 공장이자 스마트시스템 공장이었다. 기적상회는 이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엄청난 인력과 자금을 쏟아 부었고, 이제 그 성과를 거둘 때가 된 것이다.

고천추는 걸으면서 천제현에게 말했다.

“우리는 새로운 제조업의 시대를 열었습니다. 이제 진법은 물론이고 부적, 장비 가공, 상품 제조 등 모든 제작 과정에 일꾼들이 필요하지 않을 것입니다. 이 설비들이 일꾼들을 완벽하게 대신할 테니까요. 이제 전등이나 마력 화로, 나아가 더 복잡한 휴대전화, 심지어 마력컴퓨터까지, 기적상회의 모든 주요 상품들을 공장에서 24시간 자동 생산으로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천제현과 공화련은 그의 설명을 들으면서 걸음을 옮겼다.

그렇게 크지도, 작지도 않은 공장에는 자동화 설비 200대가 동시에 가동되고 있었다. 설비의 속도와 효율은 일꾼을 쓰는 것보다 몇 배나 높아 우수한 기술자 1,000명의 몫을 거뜬히 해내고 있었다. 게다가 기계이므로 실수도 하지 않고 피로도 느끼지 않으며 휴식도 필요 없었다. 24시간 최고 효율로 생산이 가능하다는 의미였다.

번거로운 단순 작업에서 해방된 천 명의 기술자들은 연구 개발 업무에 투입되어 선순환을 이루고 있었다.

천제현이 물었다.

“이 공장에서 초월 마력행렬 컴퓨터를 한 대 만들려면 시간이 얼마나 필요하죠?”

“알파브레인과 자동 설비를 도입한 덕에 공장의 생산성이 크게 개선됐다네. 이제 일꾼들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지.”

운천학의 말투에서도 뿌듯함이 느껴졌다.

“요즘엔 매일 한 대씩 생산하고 있네. 예전에는 상상조차 할 수 없던 일이지.”

‘매일 한 대라고? 너무 느린데. 하지만 모든 일에는 순서가 있는 법이니 어쩔 수 없지.’

그때 공화련은 만족스러운 듯 입을 열었다.

“알파브레인의 연산 속도는 아직 한계가 있지만, 수량이 증가하면서 그 문제도 자연히 해결되겠죠. 앞으로 공간창고, 전송 시스템, 금융 시스템, 무기나 장비, 생산 제조, 연구 발전 등 모든 분야에서 알파브레인이 필요해질 거예요!”

알파브레인은 정말 대단한 물건이었다.

천제현이 그것을 만들어내기 전까지 공화련은 그 위력을 제대로 실감하지 못했었다. 하지만 이제는 알파브레인이 없으면 못 살 정도가 되었다. 이제 기적성은 제로와 2호만으로는 부족하다. 훨씬 더 많은 알파브레인이 필요하다.

“향후 이곳은 컴퓨터 전용 제조공장이 될 겁니다. 슈퍼 컴퓨터만 만드는 공장이요. 다른 건 신경 쓰지 않으셔도 됩니다!”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생각한 천제현은 한 마디 덧붙였다.

“더 빠르고 더 선진적이며 더 다양한 스마트 공장을 구축해야 합니다. 향후 반 년 동안 대하국에 열 개, 올드만 마을에 다섯 개, 기적성에 스무 개의 공장을 만들겠습니다!”

그 말을 들은 두 노인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렇게 많이?”

“이건 최저 요구치입니다.”

공화련이 천제현 대신 대답했다.

“제조업은 발전과 번영의 기반이에요. 기적상회에 자금이 많은 건 아니지만, 지난 1년 동안 자원을 꽤 모았고, 하프엘프족에도 학자들이 많으니까 일손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될 거예요. 기적상회 내부의 자원과 인재 조합은 최고 수준이니까요. 생산부 책임자인 공서련에게 바로 업무보고를 해주세요.”

고천추와 운천학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무기 분야에서 이룬 성과를 볼까요?”

“좋습니다. 회장님이 주신 설계도를 보고 총 500명의 연구팀이 몇 달간의 연구를 진행했습니다. 거기에 최근에 개발된 알파브레인까지 합류해 개발 속도가 크게 올라갔지요. 1세대 근거리 무기와 방어무기의 개발이 마침내 성공했습니다.”

“그래요?”

천제현은 살짝 놀랐다.

“어서 보여주세요!”

고천추는 검은색 금속으로 된 칼자루 한 개와 똑같이 검은 금속으로 만들어진 완갑 하나를 들고 왔다. 천제현과 공화련은 운문의 최고위 인사였다. 운문의 거의 모든 핵심 기술과 아이디어가 천제현의 머릿속에서 나왔지 않은가.

공화련도 단순한 인물은 아니었다. 그녀는 강력한 학습 능력과 기억력 덕에 운문의 그 어떤 학자들보다도 더 많은 기술을 파악하고 있었다.

마력검과 마력방패는 기적상회에서 중점적으로 개발한 마력 장비로, 두 사람은 보자마자 그 위력을 알아챌 수 있었다.

기적상회의 마력무기는 모두 원거리 총이나 폭탄, 미사일 위주였기에 근거리 공격 및 방어 부분에서는 빈틈이 있었다. 이 마력검과 마력방패는 바로 그 결함을 메우기 위해 개발된 것이었고, 다른 마력 무기보다 많은 고급 기술이 적용되어 있었다. 천제현이 핵심 기술과 아이디어를 제공했고, 몇 개월에 거친 연구 개발과 마석 수만 개에 달하는 연구비용을 들여 수만 번의 시행착오 끝에 만들어진 무기였다.

“마력검과 마력방패는 흰색 마력을 사용하네.”

운천학이 칼자루를 들어 올리며 겉에 새겨진 진법을 활성화하자 거미줄 같은 빛의 무늬가 퍼져 나갔다. 곧이어 작게 웅웅거리는 소리가 들리는가 싶더니 밝은 빛의 검날이 칼자루 밖으로 솟구쳐 나왔다. 그 빛은 퍼지지 않고 응축되어 있었으나 눈부실 정도는 아니었고, 매우 아름다우면서도 강력하고 위험한 마력 파동을 발산하고 있었다.

“이 검의 마력 밀집도는 마력폭탄의 몇 배에 달한다네. 이게 있으면 근거리에서 손쉽게 진령 고수의 호신 마력을 깨부술 수 있지. 근접전에서 엄청난 파괴력을 보여줄 거란 말일세.”

“훌륭하네요.”

천제현이 완갑을 보며 말했다.

“마력방패는 어떤가요?”

사실 공화련은 마력검보다 마력방패에 더 큰 기대를 하고 있었다. 마력검은 근접전에서만 사용할 수 있을 뿐이지만 마력방패는 다르지 않은가. 기적상회가 고도의 마력방패 기술을 손에 넣는다면, 곳곳에서 사용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되면 개개인의 안전을 보호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마력폭탄, 미사일 발사기, 심지어 비행선, 전함, 성벽과 해자까지 방어할 수 있게 된다.

운천학이 왼손에 완갑을 차고 마력진을 활성화하자, 윙! 하는 소리와 함께 완갑 앞부분에 푹 파인 홈에서 반원형의 마력방패가 형성됐다. 그 방패는 사용자의 몸을 3분의 2 정도 가리고 있었으며, 마력검처럼 빛이 한곳에 모인 채 일렁거렸다.

“마력방패에도 흰색 마력을 사용했다네. 수많은 마력 분자가 서로 부딪히는 과정에서 반발력이 생겨 외부의 마력과 물리적 공격을 튕겨낼 수 있지. 물론 한 번 공격을 받을 때마다 방패의 위력도 조금씩 약해진다네. 마력이 가득 채워져 있을 경우 지령술사의 공격을 한 번은 막을 수 있지.”

그 말을 들은 공화련의 눈이 반짝였다.

‘정말 강하잖아.’

일반 병사들이 단 한 번이라도 지령술사의 공격을 막아낼 수 있다면 군 전체의 전투력이 크게 오르지 않겠는가.

이 무기들이 진즉에 양산되었더라면 이번 전쟁에서 입은 피해도 그렇게 크진 않았을 텐데 아쉬울 뿐이었다.

그러나 연구 개발에 성공했으니 대량생산도 먼 일은 아닐 것이다.

천제현도 매우 만족한 듯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우리의 마력무기 기술이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른 것 같군요. 이제 더 높은 수준의 전쟁 무기를 개발할 때가 되었습니다.”

그 말을 들은 공화련이 살짝 미간을 찌푸렸다.

“더 높은 수준의 전쟁 무기라고?”

천제현이 대답했다.

“기적비행선의 전투력은 너무 약해요. 우리는 더 높은 수준의 동력 장치를 만들어야 해요. 알파브레인과 레이더, 미사일, 마력폭탄, 마력갑옷 등을 탑재한 비행선 정도는 가지고 있어야 진정한 공중전의 제왕이라고 할 수 있지 않겠어요?”

그 말을 들은 일행은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했다.

알파브레인, 레이더, 미사일무기, 마력폭탄, 그리고 최근에 개발된 마력갑옷을 현재의 비행선보다 더 수준 높고 강력한 동력체에 탑재하겠다고? 상상만 해도 모골이 송연해지는 무기였다. 그 무기 몇 대만 있으면 작은 나라 하나쯤은 거뜬히 손에 넣을 수 있으리라.

“개별적인 기술은 이미 성숙 단계에 이르렀으니, 그리 큰 문제는 없을 거예요.”

잠시 눈을 감고 생각에 잠겨 있던 공화련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하지만 그렇게 복잡한 전쟁무기를 개발하려면 알파브레인이 필요할 테고, 그 밖에도 다양한 분야의 수많은 인재들과 엄청난 자원, 자금 등이 있어야 할 거야. 현재 기적상회의 인원으로는 역부족이야. 경비도 여력이 없고. 아무래도 당장은 힘들 것 같은데?”

답답한 심정이 된 천제현이 대꾸했다.

“우리에겐 하프엘프들이 있잖아요. 그런데도 인력이 부족하다고요?”

“하프엘프족 학자들이 많기는 하지만, 기적상회에서 일을 해본 적은 없잖아. 이곳 기술들에 대해서도 잘 모를 테고. 학습 과정이 필요할 거 아냐? 게다가 현재 진행 중인 연구 프로젝트가 너무 많아. 하프엘프 학자들이 전부 참여한다고 해도 일부 프로젝트에는 여전히 인재 부족 현상이 나타날 거야.”

자원과 경비 역시 문제였다.

그건 마력검 한 자루나 마력방패 한 개를 개발하는 것처럼 단순한 문제가 아니었다.

‘내가 너무 마음만 앞섰던 걸까?’

천제현이 고민에 잠겨 있을 때, 비비안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다. 비비안은 신나서 어쩔 줄 모르는 목소리로 소리쳤다.

“영원의 숲의 마석들을 창고로 운반했어. 난 지금 아바마마랑 기적성에 있는데 넌 어디 갔어? 빨리 와!”

‘엘프왕이라……’

천제현의 머릿속에서 좋은 생각이 하나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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