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능력 믿고 막 간다-568화 (568/729)

# 568

제568장 전후 복구

“빨리 옮겨라!”

“빨리 부상자들을 옮겨 치료해라!”

“빨리 이 약품을 보내야 해!”

“그쪽 통조림 준비는 어떻게 되고 있지? 재고가 대하국에 전달되면 병사들 식사를 챙겨야 해!”

공서련의 명령 하에 수백 명 직원이 물자 상자들을 운송 비행선에 집어넣고 있었다. 비행선 5척에 물건이 가득차자 공서련은 천제현을 따라 그중 한 척에 올라탔다. 창고 쪽에서 날아오른 비행선은 천천히 최전방 쪽으로 향했다.

공서련은 비행선 창에 다가가 아래를 내려다 봤다. 산수가 아름다웠던 기적성은 아주 엉망이 됐다. 무너진 산등성이와 불타 버린 숲, 그 짧은 며칠 동안 기적성은 처참한 지경이 되었다.

‘이 악마 같은 전쟁.’

기적성은 4만 여명의 병사를 잃었고, 부상자는 7~8만 명에 달했다. 그나마 적군에 비해 사상자 수는 적었다. 기적성이 보유한 대량의 마력무기로 방어에 나섰고, 매우 위험한 순간에 다행히도 전쟁이 끝났기 때문이다.

만약 하루라도 늦어졌다면, 사상자 수는 몇 배나 늘어났을 것이다.

공서련은 가슴이 아팠다.

“산 좋고 물 좋던 우리 기적성이 지금은 말이 아니구나.”

천제현은 공서련의 어깨를 잡으며 말했다.

“속상해 마세요. 기적성에는 고대 생명수가 있잖아요. 생명수의 힘을 이용하면, 산과 숲도 금방 회복될 거예요.”

그제야 안심이 된 공서련이 고개를 끄덕였다.

“기적성 용사 여러분!”

“적군은 패배했습니다. 기적성이 승리를 거두었습니다!”

“성주 천제현, 생산부 부장 공서련이 직접 여러분을 위로하고, 음식과 약품을 드리려고 합니다. 안심하세요, 기적성을 위한 여러분의 희생은 절대 헛되지 않습니다. 기적성을 위해 여러분이 피 흘려 싸워주신 덕분에, 기적성은 대대손손 번영하고 발전할 겁니다! 기적성을 위해 싸워주신 용사 여러분, 기적성은 영원히 잊지 않겠습니다!”

운송 비행선들이 아직 착륙하기도 전에 나팔을 통해 소리가 울려 퍼졌다.

구조 작업을 기다리던 백성과 병사들은 이 말을 듣고 모두 환호하며 기뻐했다. 정말 믿을 수 없는 승리다. 모든 기적성 사람들이 함께 누리는 승리의 결과다.

기적비행선 5척이 천천히 착륙했다.

천제현과 공화련의 지휘 아래 통조림과 약품 상자가 백성과 병사들에게 전달되었다.

이때 도시 각지 방송에서 인력이 부족하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공화련이 직접 나서서 담화를 발표했다. 우선 승리에 대한 확신과 찬사가 있은 후, 곧이어 인력 동원을 호소했다. 외부에 있는 부락이 전쟁에서 심각한 피해를 입었기 때문에, 현재 기적성 안팎의 모든 이가 함께 복구 작업에 나서야 했다.

명령이 떨어지자 온 성이 적극적으로 호응했다.

기적성 내부의 하프엘프든 외부에 사는 부족이든 모두가 함께 모여 들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20~30만 명이 모였다. 이 인원은 여러 소대로 나누어져 각종 부락의 복구 작업에 뛰어들었다.

모두가 하나 되어 움직이는 모습을 통해 사람들은 새로운 뭔가를 느끼게 되었다.

전에 없던 따스함, 마치 한 가족 같은 소속감이었다. 이번 전투로 기적성이 얻은 것은 승리만이 아니었다. 토착민 부족과 기적성이 더욱 하나로 뭉치게 되었다.

기적방송국은 각 지역 상황을 실시간으로 보도했다. 전쟁 중 발생한 감동적인 이야기들을 방송하여 부족과 도시 간의 화목한 분위기를 더욱 고양시켰다. 더 나아가 관련 영화도 만들 계획이다.

지난 몇 백 년 동안 숲에는 부락 간 다툼이 끊이지 않았다. 부락과 도시 사이에도 자주 갈등이 발생했다. 그런데 이번에 함께 전쟁을 겪으면서 부락과 도시 간의 우정이 더 깊어졌다.

천제현과 공서련이 물자를 공급하느라 분주할 때였다.

남궁혜가 황급히 달려왔다.

“대장, 잡은 포로가 총 6만 명이야! 어떻게 처리하면 좋지?”

“그렇게나 많아요?”

남궁혜는 답을 듣기도 전에 먼저 의견을 냈다.

“아예 다 죽이자! 남의 터전을 짓밟았으면 목숨으로 대가를 치러야 한다는 것쯤은 보여줘야지! 죽여서 기적성 백성들의 사기도 올리고, 다시는 이런 짓을 못하도록 겁도 주자고.

“하지만 6만 명이나 되는 걸요!”

공서련이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6만 명을 다 죽여요? 그럼 피바다가 될 텐데, 너무 잔인하잖아요!”

“안 죽이면 어떡해?”

남궁혜는 극단적인 무력숭배자이기는 했지만, 잔혹한 살인을 즐기는 건 아니었다. 다 죽이는 게 적절치 못하다는 생각은 들었지만, 더 나은 방법이 떠오르지 않았다.

“기적성을 침략한 나쁜 놈들이야. 그자들의 손에 기적성 사람들의 피가 묻어 있다고. 만약 이대로 놓아줬다가는 기적성 사람들의 사기에도 영향을 줄 거야!”

공서련이 의견을 냈다.

“하지만 우리 기적성이 앞으로 더 확장하고 발전하면 더 먼 곳에 있는 부락 도시와도 왕래를 하게 될 거예요. 이번에 6만 명이나 되는 포로를 모조리 죽인다면, 그들 부족에게 기적성에 대한 적대감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어요. 이는 상회의 발전에 불리하게 작용할 거예요.”

“네 말도 일리가 있군.”

남궁혜는 또 놓친 부분이 있었다. 죽여도 안 죽여도 다 문제였다. 6만 명의 포로도 먹어야 하지 않나. 기적성 재무 상황은 거의 붕괴 직전인데, 이 많은 사람을 어떻게 장기적으로 먹여 살리겠나.

“대장, 대장이 말해 봐.”

“이렇게 간단한 문제도 나한테 물어봐야 하나요? 절대 석방은 안 돼요, 자기가 한 짓에 대한 대가를 치러야죠.”

천제현이 눈을 부라렸다.

“하지만 죽일 필요는 없어요. 큰아가씨에게 포로들 몸값을 표로 만들어 달라고 해서 그걸 각 부락과 도시에 보내세요. 몸값 내고 데려가라고! 가격은 물론 비쌀수록 좋겠죠!”

“안 데려가면?”

“안 데려가요? 그럼 기적성을 탓할 수 없죠. 기적성은 어쨌든 포로들에게 기회를 주었는데, 그들의 부족이 포기한 거니까요. 기적성은 성의를 다했고요.”

천제현은 잠시 쉬었다가 말을 이었다.

“만약 장기적으로 다 처리가 안 되면 가둬놨다가 기적성 노예로 빚을 갚게 해야죠. 아니면 노예상에게 팔고요. 몸값이나 기타 수익으로 들어온 돈은 모두 부상당한 병사들에게 보상금으로 줄 거예요.”

공서련과 남궁혜의 눈빛이 밝아졌다.

좋은 방법이다. 토착민들의 원한도 사지 않으면서 관용적인 이미지를 숲에 심어줄 수 있다. 게다가 기적성 사람들에게 더 많은 보상금을 줄 수 있고, 기적성 재무 상황에도 도움이 되니이 얼마나 좋은 일인가.

“대장은 진짜 똑똑해, 그럼 그렇게 하자!”

기적성 전체는 전후 복구 작업으로 분주했다.

천제현은 성주로서 직접 백성과 병사들을 위로하고 포상하기 위해 생산부 부장인 공서련을 데리고 곳곳을 다니며 보상금을 지급했다.

기적성 성방위부, 무장부의 부장인 남궁혜의 임무는 포로 처리, 망가진 마력무기 복구다. 상무부와 재무부 부장인 델로리스는 당연히 구체적인 손실액과 각 부락들에게 지급할 피해 보상금과 위로금을 계산해야 했다. 동방호연은 기적성 장군으로서 기적성 군대가 전투력을 회복하도록 부대를 정비했다.

전체를 총괄하는 공화련이 물론 가장 바빴다. 부적 처리에 전후 복구 작업 계획까지 짜야 했다. 다행히 알파브레인 제로가 있어 어마어마한 작업량에도 불구하고 다른 사람의 도움 없이 일을 마칠 수 있었다.

엘프왕은 완전히 잊힌 것 같았다.

물론 엘프왕 랜슬로드는 그런 사소한 일을 따지는 인물은 아니다. 그는 이틀 간 꽃의 엘프들과 함께 고대 생명수 재배를 도우면서 기적성의 동태를 살폈다.

랜슬로드는 기적성이 거대한 재난을 당한 후 질서정연하게 회복되는 과정을 지켜보았다. 모든 과정에서 그 어떤 혼란도 문제도 발생하지 않았다. 그야말로 놀라운 일이었다.

기적성 구역에는 10여 개의 종족이 함께 살고 있다.

이런 지역은 혼란스러운 상황은 물론 평소에도 아주 불안하고 무질서하기 쉽다. 그런데 기적성에 있는 모든 종족들은 진심으로 기적성의 발전을 바라는 것 같았다. 혼돈의 숲에서 아주 보기 드문 모습이다.

아직 어린 천제현 일행이 아주 뛰어난 능력을 보여주고 있다.

기적성의 복구 작업이 어느 정도 끝나자 천제현은 도시의 고위관료, 클라크, 각 부족 족장들을 소집하여 회의를 열었다. 성의 위기를 훌륭하게 대처한 데 대해 표창하기 위해서였다. 천제현은 또 각 부족에게 시민자격 정원을 10만 명 더 늘려 주었다.

기적산맥의 각 부락은 농촌에 가깝고, 기적성은 대도시 급이다.

농촌 사람의 대도시 입주는 매우 자랑할 만한 일이다.

기적성에 살면 더 안전하고, 시민으로서 더 많은 혜택을 누리며 다채로운 삶을 살 수 있다. 정원이 10만 명 더 늘었다는 것은 부락에게 매우 기쁜 소식이었다.

회의를 마친 후 델로리스는 긴 한숨을 내쉬었다.

“결국 일단락이 됐네요. 어서 돈 벌 방법을 생각해야 해요. 지금 자금이 너무 부족해요.”

공화련이 물었다.

“제로, 지금 재무상황으로 얼마나 버틸 수 있지?”

“보고 드립니다. 대부분의 자원이 전후 복구작업에 투입되었습니다.”

제로는 사실 그대로 답했다.

“외부 부족의 상황이 심각하고, 산업단지가 광범위한 피해를 입었기 때문에 기적은행에 악성부채가 대량 생겨났습니다. 현재 기적상회 재무수준으로는 감당할 수 없습니다. 만약 현재와 같은 상황이 계속된다면, 2~3개월 내 재무상황은 완전히 붕괴됩니다.”

공화련이 눈썹을 찌푸렸다.

“이렇게까지 심각해졌어? 빨리 신규 시장을 개척해서 새로운 수입원으로 현재 상황을 해결해야겠어.”

사실 기적상회가 1년 반 정도만 안정적으로 발전하게 된다면, 지금 기적상회의 실력과 조건으로 보아 이런 문제들은 충분히 해결할 수 있다.

그러나 과연 1년 반 동안 아무런 일도 발생하지 않을까?

공화련은 앞으로 얼마간은 숲 전체의 관심이 기적성에 집중될 것이라는 걸 예견할 수 있었다.

지금은 억지로 버틴다지만, 더 이상 문제가 생겨서는 안 된다. 이런 전쟁이 또 일어난다면, 기적성은 버틸 수 없다.

공화련이 대책 마련에 몰두하고 있을 때, 공서련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전화기 너머로 초조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언니, 큰일 났어요. 어서 전송탑 쪽으로 와주세요. 영원의 숲에서 많은 사람이 와서는, 우리 기적성을 뺏겠다고 난리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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