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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력 믿고 막 간다-566화 (566/729)

# 566

제566장 화원에서의 격전

공화련이 까만 눈썹을 찡그렸다.

천제현이 또 주 정령을 사용하려는 건가?

이 정령은 천제현의 힘을 엄청나게 증폭시켜주지만 사용에 많은 위험이 따른다. 궁지에 몰린 게 아니라면 천제현은 자신의 실력을 함부로 드러내지 않았다.

칼이 두 손을 앞으로 뻗었다.

마력사슬 수십 개가 광속으로 천제현의 몸으로 날아들었다.

이 공격은 평범한 화령술사의 호신마력을 폭발시킬 수 있을 만큼 강한 파괴력을 지녔다.

공격 반경 밖에 있던 공서련과 남궁혜도 마력사슬에 실린 강력한 파괴력을 느낄 수 있었다.

“조심해!”

둘은 조심하라고 외치려 했으나 입을 열기도 전에 마력사슬이 천제현의 몸을 휘감았다. 칼은 천제현을 죽일 생각이 아니어서 마력사슬을 곧바로 폭발시키지 않았다. 마력사슬은 천제현의 몸에 닿자마자 수백만 가닥의 실로 바뀌었다. 이 실들은 마치 바늘처럼 천제현의 혈 자리와 경맥을 파고들어 갔다.

경맥을 못 쓰게 만들 속셈인가?

천제현이 싸늘한 미소를 지었다. 그의 두 눈동자가 검은색으로 변했다. 정상적인 검은색이 아니라 블랙홀처럼 세상의 모든 것을 다 빨아들일 듯이 짙은 검은색이었다. 그의 몸을 휘감았던 실들이 갑자기 바닷물에 소금 녹듯이 모두 사라졌다.

칼이 미간을 찡그리며 다시 마력사슬을 방출했다. 이번에는 사슬을 천제현의 몸에서 직접 폭발시켰다.

마력 일부가 흡수되었지만 칼의 힘이 너무 강해서 대부분의 사슬이 천제현의 몸에서 폭발했다. 그러나 칼의 공격은 천제현의 몸을 감싼 성광에 튕겨 나갔다.

천제현은 조금도 머뭇거리지 않고 칼을 향해 돌진했다. 그의 장검이 새처럼 날렵하게 허공을 갈랐다.

칼의 온몸에서 방출된 마력사슬이 파괴력 넘치는 검을 가볍게 튕겨냈다. 칼의 두 손이 천제현의 가슴을 강타했다. 천제현의 호신무공인 성광이 결국 파괴되었다.

천제현은 순식간에 수십 장 밖으로 밀려나다가 중간에 칼의 마력사슬에 난타당하고 결국 바닥에 곤두박질쳤다. 지면에 커다란 구덩이가 파일 정도였다.

천제현의 마력은 고작 진령 2성에 불과했다. 이에 반해 칼은 진령 8성의 강자이다. 둘의 실력은 세 단계나 차이가 났고, 마력은 6성이나 차이 났다. 그 어떤 무공이나 기교로도 메울 수 없는 격차이다.

그러나 이런 격차에도 불구하고 천제현은 칼과 정면으로 몇 차례 맞붙었다.

천제현은 곧바로 몸을 일으켰다. 뼈가 최소 일고여덟 개는 부러진 것 같았다. 장기 또한 크게 상한 듯 했다. 이때, 그의 눈동자가 녹색으로 변하면서 거대한 생명의 기운이 그의 몸 전체에 스며들어 상처를 빠르게 치유했다.

“이 정령은 대체…….”

칼은 믿을 수가 없었다. 천제현은 최소 8가지의 힘의 속성을 지니고 있는 데다 이 힘들은 모두 강력했다. 천제현은 생명의 힘을 방출하고 있었다.

천제현의 능력은 고대 생명수와 공명을 일으켰다. 주위의 생명 마력이 하나씩 끌려 들어오면서 신비롭게 하나로 뭉쳤다. 천제현은 눈 깜짝할 사이에 자그마한 상처 하나 남지 않고 기적처럼 회복되었다.

천제현은 주 정령이 지닌 생명의 힘과 고대 생명수가 만들어낸 생명력 마력장에 힘입어 단숨에 회복되었다.

“네게는 확실히 의외의 능력이 있군.”

칼은 평범한 자가 아니다. 그는 놀라긴 했지만, 대수롭지 않다는 듯, 다시 한 번 힘을 분출하여 수백 갈래로 엉킨 마력사슬을 만들어냈다.

“애석하구나. 나는 내 말에 절대복종할 개가 필요해. 언제라도 주인을 물 수 있는 굶주린 늑대는 필요 없어!”

‘빠르다. 너무 빨라!’

칼 성주가 마력사슬을 거둬 전부 오른팔에 감고 다시 한 번 소리장벽을 폭발시키더니 초음속으로 돌진해왔다.

그때, 심등이 별안간 발동되었다.

천제현의 눈동자가 저도 모르게 금색으로 변했다. 원래도 대단했던 그의 신식은 정령이 강화된 후 몇 배나 더 강해졌다. 신식은 무수한 정신 가시로 변신했다.

정신 공격은 거리에 구애를 받지 않기 때문에 순식간에 적에게 상처를 입힌다.

막 공격 준비를 마친 칼 성주는 바늘 수십 개가 머리를 찌르는 것 같은 무시무시한 고통을 느꼈다. 이 고통으로 그의 공격 속도가 느려졌다.

이때 천제현의 금색 눈동자가 다시 한 번 강렬한 빛을 뿜어냈다.

“무진연옥!”

하늘과 땅이 급격히 가라앉으며 둘은 바닥을 알 수 없는 심연에 빠졌다. 정신이 응집시킨 힘이 온몸의 감각을 뒤덮더니 칠흑 같은 죽음의 수중세계가 펼쳐졌다.

칼은 수십만 미터의 물속으로 끌려 들어온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사방에서 밀려드는 엄청난 힘에 몸을 움직이는 것은 물론이고, 숨 쉬기조차 힘들었다. 칼은 질식할 것만 같았다.

이때 엄지손가락 크기의 물고기들이 그의 주변에 몰려들었다. 물고기들은 피 냄새를 맡은 식인물고기처럼 미친 듯이 그에게 달려들어 피를 빨고 살점을 뜯고 골수를 마셨다.

“죽어라!”

칼이 외쳤다.

물속에서 폭발이 일어났다.

무시무시한 힘에 허겁지겁 피를 빠는 물고기들이 전부 재가 되었다.

그러나 소용없는 일이었다. 칼을 짓누르는 힘은 더욱 커졌다. 어둠 속에서 더 많은 흡혈식인물고기가 몰려들었다. 칼이 다시 한 번 물고기들을 가루로 만들어 버렸다. 이런 상황이 서너 번 반복되자 그는 결국 힘이 빠져 제대로 저항할 수 없는 신세가 되고 말았다.

흡혈식인물고기 떼가 인정사정없이 그의 몸을 덮쳤다.

물고기들은 칼의 살점을 닥치는 대로 물어뜯었다. 아예 뱃속으로 들어가 오장육부를 뜯어먹는 물고기도 있었다. 뼈도 너덜너덜해지고 골수마저 전부 빨렸다. 이 고통은 세상의 그 어떤 형벌보다 가혹했다.

칼의 몸은 물고기들에게 전부 뜯어 먹혀 만신창이가 되었다.

하지만 칼의 의식은 여전히 남아 있었다. 이렇게 엄청난 고통을 겪은 후 그는 다시 지각을 회복했다. 그의 몸은 이상하게도 둘로 나뉘어져 끝도 없는 해저에서 꼼짝도 하지 못했다. 질식할 것 같은 압박감은 조금 전보다 두 배나 컸다. 그의 두 몸 주위에 다시 흡혈 식인 물고기가 몰려들었다.

정신공격이었다.

‘정신공격!’

칼의 의식은 매우 또렷했다. 그는 자신이 정신환각에 빠졌다는 것을 알았다. 이런 공격은 몸에 상처를 입히지 못하지만 정신에 직접 타격을 준다. 이 공격은 무척 잔인한 데다 반항도 할 수 없다.

보고 느끼는 모든 것이 허상임을 알지만 벗어날 수 없다. 이 공격으로 겪는 고통은 모두 가짜지만 정신이 무너져 의지를 잃게 된다.

그런데 흡혈식인물고기들이 다시 한 번 칼에게 달려드는 순간 주위를 짓누르는 힘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분리되었던 칼의 몸이 빠르게 합쳐지면서 주변의 기세등등하던 물고기들이 전부 물거품처럼 사라졌다.

칼이 별안간 현실 세계로 돌아왔다.

천제현은 번개 공격을 맞고 십여 장 밖으로 날아갔다. 주변의 진귀한 약초들이 상당수 파괴되었다.

칼은 정신을 되찾은 후 온힘을 다해 공격을 날렸다. 천제현은 다시 백 여장 멀리 나가떨어졌다. 이 공격으로 진귀한 약재 수백 가지가 망가졌다.

번개 공격은 지누가 감행한 것이다. 칼이 정신공격을 당하는 순간 그는 과감하게 천제현을 공격했다. 지누 역시 화령급 강자로 진령 7성에 달하는 강력한 마력을 지니고 있었다. 불멸체 방어를 뚫고 천제현에게 중상을 입히기 충분한 힘이었다.

안타깝게도 천제현의 정신공격이 중단된 것이다.

무진연옥은 막강한 정신공격이다. 정신세계의 시간의 흐름은 물질세계와 다르다. 평범한 고수가 이 공격에 걸리면 환각 속에서 정신이 완전히 파괴될 때까지 괴롭힘을 당하여 실성하거나 식물인간으로 전락한다.

예전에 초원에서 대융국의 마림에게 쫓길 때 천제현은 이 공격을 펼쳤다. 둘의 실력 차가 꽤 컸으나 마림은 순식간에 전투력을 상실했다.

그러나 지금의 상황은 그때보다 훨씬 안 좋았다.

칼은 당시의 마림보다 마력이 높은 데다 신식도 강했다. 게다가 칼을 공격에 끌어들이느라 너무 많은 힘을 소모해서 공격 시간을 길게 끌 수 없었다. 지누의 방해로 공격은 시작되자마자 중단되었다.

천제현이 공격을 받고 날아갔다.

주위에서 생명마력이 용솟음치며 천제현의 상처를 빠르게 회복시켰다. 그는 아무 공격도 받지 않은 것처럼 공중에서 안전하게 착지했다.

“정말 대단한 정신 능력이군!”

입으로는 천제현을 칭찬했지만 칼의 눈에는 분노가 가득했다. 천제현이 쓸모 있는 인간이 아니었다면 진즉에 명줄을 끊어놨을 것이다.

“더 보여줄 재주가 있느냐?”

천제현의 상처는 고대 생명수의 힘으로 완전히 회복되었으나 신식의 힘은 돌아오지 않았다.

천제현은 어지러워서 앞이 보이지 않았다. 아직 상태가 온전히 회복되지 않았다. 적이 칼 하나라면 천제현의 주 정령으로 상대할 수 있다. 그러나 칼 이외에도 십여 명의 고수가 버티고 있다.

“천제현, 저희가 도울까요?”

루루와 꽃의 엘프들이 정기를 내뿜으며 물었다. 이 정기는 어떠한 약보다도 효과가 좋았다. 소모된 마력과 신식이 빠르게 회복되었다. 꽃의 엘프들은 역시 만능 조수다웠다.

천제현이 다시 회복되자 칼은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었다.

“인간은 생포하고 나머지는 모두 죽여라!”

공화련 자매와 남궁혜는 두려움을 느꼈다. 이들과 천제현은 전송 두루마리를 가지고 있으므로 여차하면 대하국이나 대주국으로 몸을 피할 수 있었다. 그러나 꽃의 엘프들은 어떻게 한단 말인가? 꽃의 엘프에게는 전투력이 없다. 이들은 분명 칼에게 몰살당할 것이다.

“시작하자!”

칼이 다시 한 번 힘을 방출했다.

공화련이 단호하게 말했다.

“공서련, 루루와 꽃의 엘프들을 데리고 어서 피해.”

공서련이 몸을 움직이기도 전에 칼과 지누 일행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천제현이 황급히 힘을 회복한 신혈강시들을 조종하여 칼 일행을 에워쌌다.

“어림없다!”

신혈강시들은 또다시 줄 끊어진 목각인형처럼 나동그라졌다.

천제현은 칼의 일격을 막았지만 지누의 번개를 피하지 못했다. 고수 네다섯이 돌아가며 공격을 퍼부었다. 천제현은 또다시 중상을 입었다.

“놈이 회복되지 못하게 끝장을 내버려!”

칼이 오른팔에 힘을 모아 천제현의 단전을 향해 날렸다. 이 일격에 맞으면 마력의 절반 이상이 사라지게 된다.

그때.

절체절명의 순간 푸른 이무기 같은 나무넝쿨이 땅을 뚫고 빠르게 올라와 칼의 팔을 휘감았다. 이런 나무넝쿨 따위는 막강한 마력을 지닌 칼에게 아무것도 아니었다. 설령 강철로 만든 사슬이 온몸을 옥죈다고 해도 칼은 눈 하나 꿈쩍하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웬일인지 나무넝쿨은 손쉽게 칼의 공격을 저지했다.

이 틈에 천제현은 공간능력을 사용하여 단숨에 백여 미터를 뛰어넘어 공화련 자매 곁으로 왔다. 남궁혜가 급히 물었다.

“대장, 괜찮아?”

“걱정하지 마세요. 멀쩡하니까!”

무한한 생명마력을 흡수하여 천제현의 모든 상처는 순식간에 회복되었다. 천제현이 정령을 천천히 불러들이며 말했다.

“걱정할 필요 없어요. 기적성은 이제 안전해요.”

“그게 무슨 말이야?”

칼이 한 손으로 나무넝쿨을 쪼개며 고개를 들고 험악한 표정을 지었다.

“어디서 온 놈이 감히 내 일을 방해하려 드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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