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능력 믿고 막 간다-564화 (564/729)

# 564

제564장 대사건

수천 년 동안 고요했던 영혼의 숲이 발칵 뒤집혔다.

엘프의 노래는 수천 년 만에 처음으로 중단되었다. 수백만 명의 엘프가 창작활동을 중단하고 자신의 나무집에서 나와 엘프왕의 궁전으로 모여들었다. 엘프왕 궁전 밑을 가득 메운 엘프들은 고개를 치켜들고 소식을 기다렸다.

엘프왕이 긴급 엘프의회를 소집했다. 이번에는 부드럽고 온화한 엘프왕도, 엄숙하고 고지식한 오거스트도 모두 무거운 표정이었다.

“의심할 필요 없습니다. 이건 생명수의 힘입니다!”

고대 생명수는 고대의 신령이나 마찬가지이다.

혼돈의 시대가 끝난 후 이치대로라면 이런 신물은 이 세상에 계속 생존할 수 없다. 수만 년 동안 엘프족과 엔트족, 꽃의 엘프족이 모든 방법을 동원하여 고대 생명수의 씨앗을 싹틔우려 했으나 성공하지 못했다.

고대 생명수가 다시 나타날 것이라 누가 생각했겠는가? 이건 엘프족에게 엄청난 의미를 지닌 사건이다.

전설의 나무엘프족은 바로 고대 생명수의 보호를 받으며 탄생한 지혜로운 생명체로, 혼돈의 시기부터 지금까지 사라지지 않았다. 고대 생명수는 엘프족의 조상이며 엘프 문명의 기원지이고 엘프족이 지닌 힘의 근원이다. 엘프족에게 고대 생명수는 너무나도 중요했다.

“그때 엔트족과 꽃의 엘프족이 천제현을 믿기로 한 건 올바른 선택이었어.”

엘프족 부의장 율리시스가 흥분과 기쁨이 가득한 얼굴로 말했다.

“이건 분명 천제현의 걸작이야. 그 일을 해내다니 정말 믿을 수 없군.”

오거스트의 백발이 몇 차례 떨렸다.

이것 역시 그 녀석이 벌인 일이란 말인가?

고대 생명수가 얼마나 대단한 신물인가? 아무리 잔머리가 비상하다고 해도 비천하고 열등한 인간족이 어떻게 이렇게 대단한 신물을 깨울 수 있단 말인가?

엘프왕 랜스로드가 입을 열었다.

“어떤 이유든 고대 생명수가 다시 나타난 것은 운명이오. 이것은 천하에 다시없는 상서로운 길조요. 우리 엘프족은 다시 번영을 누릴 것이오! 고대 생명수가 다시 출현한 일로 숲이 깜짝 놀랐을 것이오. 그들도 이 사실을 감지했을 테니 우리가 직접 가서 고대 생명수를 지켜야 하오.”

“폐하 말씀이 옳습니다!”

율리시스가 찬성하며 나섰다.

“고대 생명수가 기적성에 나타났습니다. 그런데 기적성은 지금 바람 앞의 등불 신세입니다. 이걸 두고 볼 수는 없어요!”

“그건…….”

오거스트는 여전히 돌처럼 완고했다.

“영원의 숲은 어떤 분쟁에도 개입해서는 안 됩니다. 이건 만 년을 내려온 유훈이에요. 나무엘프족의 법전을 어기시려는 겁니까?”

이번에 엘프왕 랜드로스는 오거스트의 말에 물러서지 않았다.

“엘프법전은 선조께서 정한 것이오. 선조들께서는 엘프의 생활을 규제하기 위해 법전을 만드셨소. 이제 시대가 변했소. 선조의 유훈에만 집착한다면 엘프족은 발전할 수 없소. 고대 생명수는 나무엘프족의 신앙이 깃든 신물이오. 그 신앙과 신념을 저 버릴 수 없소!”

“맞습니다!”

엘프왕 쪽 의원들이 잇달아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들은 천재일우의 기회를 만났다.

엘프법전과 예절은 엘프족을 만 년 동안 구속했다. 이 기회에 이 두 가지를 깨뜨릴 수 있다면 엘프족은 다시 한 번 날아오를 수 있다.

“안 됩니다. 엘프족의 법치 정신을 위배하는 일입니다.”

오거스트는 진퇴양난에 빠졌다.

“이건 아주 중대한 일이니 논의가 필요합니다. 법전을 고치는 것은 큰일이니 의회에서 논의해야지요.”

“의장님, 시간이 없습니다!”

율리시스가 엄숙한 얼굴을 하고 일어났다.

“시간이 지체될수록 기적성은 위험해집니다. 우리가 망설이는 동안 고대 생명수가 파괴될 수도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엘프족에게 천추의 한이 될 겁니다. 우리들은 이 일로 만고의 죄인이 되겠지요! 의장님, 후손들에게 대대손손 손가락질 받길 원하십니까?”

“맞습니다!”

“의장님!”

“우리가 나서야 합니다!”

“고대 생명수는 다른 것들과 다릅니다. 법전은 얼마든지 다시 만들 수 있어요. 선조께서도 우리를 이해하실 겁니다!”

이번에는 개혁파뿐만 아니라 보수파 의원들도 엘프왕이 즉시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엘프의회에서 간만에 의견이 일치하는 모습이 나왔다. 그러나 엘프의회의 의장인 오거스트가 동의하지 않는다면 엘프의회는 결정을 내릴 수 없다.

“의장께서는 계속 엘프족이 민주적인 문명 종족이라고 강조하셨소. 모든 엘프에게는 결정을 내릴 권한이 있소. 이제 민중의 의견을 들어봅시다!”

엘프왕은 오거스트에게 고민할 시간을 주지 않았다.

숲에는 수백만 명의 엘프들이 소식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때 엘프왕이 성루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의 목소리가 바람을 타고 영원의 숲 전역으로 퍼져나갔다. 우렁차진 않았으나 음성은 보이지 않는 힘에 이끌리듯 엘프들의 귓가에 또렷이 울렸다.

“좋은 소식이 있습니다. 고대 생명수가 다시 싹을 틔웠습니다!”

말이 끝나자 엘프들은 모두 환호하기 시작했다.

“고대 생명수는 나무엘프 일족의 뿌리이자 생명입니다. 생명수는 영원의 우물보다 더 강하고 찬란한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우리는 고대 생명수의 보호를 받으며 더욱 강성하고 위대해질 것입니다!”

순간 엘프족은 감격하여 서로를 얼싸안고 소리를 질렀다.

엘프족에게 역사적인 순간이었다.

“그런데 고대 생명수가 위험에 처해 있습니다. 생명수는 지금 바람 앞의 등불 신세요.”

엘프왕이 말을 잠시 멈췄다. 숲이 술렁거리기 시작했다. 엘프들은 일제히 고대 생명수의 안전을 걱정했다.

“우리에겐 두 가지 길이 있습니다!”

“첫째, 선조의 유훈에 따라 숲에 남는 것이오. 이곳에서는 분쟁을 피해 아늑하고 평화롭게 살 수 있소. 그러나 고대 생명수는 파괴되거나 약탈당할 것이오.”

“둘째, 법전을 고치고 숲에서 나가 고대 생명수와 엘프족의 신앙을 지키고 더 나은 시대와 미래를 위해 목숨을 걸고 싸우는 것입니다. 물론 이 선택으로 전쟁에 말려들어 피를 흘리고 사상자가 나오거나 더 큰 희생을 치러야 할 수도 있습니다.”

“이제 영원의 숲의 일원으로 찬란한 빛 속에서 성장한 여러분이 결정해야 합니다!”

엘프왕이 말을 마쳤다.

“고대 생명수를 구하자!”

“고대 생명수를 구하자!”

“고대 생명수를 구하자!”

영원의 숲이 거대한 함성으로 일렁거렸다. 모든 엘프가 격앙되어 강력하게 자신의 의견을 피력했다. 엘프왕이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

“의장, 엘프의회의 의장이자 민주정신의 수호자로서 결정을 내리시오!.

“휴, 이게 옳은 결정인지 모르겠습니다.”

오거스트가 볼을 몇 차례 실룩거리더니 마지못해 결정을 내렸다. 그는 고대 생명수가 엘프족에게 더 강력한 힘을 줄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러나 이로 인해 강적이 생기고 영원의 숲이 유례없는 분쟁에 말려들 수도 있다. 엘프족은 천성적으로 선량하며 전쟁을 싫어한다. 이 결정이 옳은지 그른지, 이 일이 복이 될지 화가 될지 알 수 없는 노릇이었다.

“우선 고대 생명수를 지키고 봅시다. 나머지 문제는 다음에 논의하시지요!”

“좋소!”

“그리 합시다!”

의장이 동의했으니 이제 일을 처리하기 수월해졌다.

엘프의회가 이 소식을 발표하자 영원의 숲은 다시 한 번 출렁거렸다. 엘프들은 나무집으로 돌아가 오랫동안 먼지에 쌓인 활과 검을 꺼내들었다. 모두 들고 일어나 기적성을 구하러 갈 기세였다.

“이렇게 무질서하다니 정말 어이없군!”

오거스트는 엘프들이 어설프게 몰려나와 구호를 외치는 모습에 눈살을 찌푸렸다. 엘프족이 마땅히 갖추어야 할 우아함과 교양이 무너진 모습이었다.

“영원의 숲 엘프들이 강하긴 하지만 이곳에서 기적성은 너무 멉니다. 이렇게 움직이면 늦을 겁니다.”

엘프왕이 방법을 생각해냈다.

“가서 비비안을 데려오너라.”

며칠 동안 연금 중이었던 비비안은 기쁨에 들떠서 눈썹을 휘날리며 날아왔다.

“아바마마, 보셨지요? 천제현이 해냈어요. 천제현은 우리 엘프족의 은인이에요. 제가 해낼 거라고 말씀드렸잖아요!”

“그 이야기는 나중에 하자꾸나.”

엘프왕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기적성은 몹시 위태로운 상황이야. 당장 구하러 가야 한다. 기적성으로 가는 두루마리가 얼마나 더 남아 있지?”

비비안이 미간을 찡그렸다.

“그 두루마리는 성안 조각으로 만든 것이에요. 기적성에도 성안은 몇 개 없어요. 저한테도 하나밖에 없고요.”

“하나밖에 없다고?”

“제게 방법이 있어요!”

비비안이 저장주머니에서 성안을 꺼냈다.

“전 전송두루마리를 어떻게 만드는지 모르지만 전송탑은 만들 수 있어요. 이 성안은 천제현이 무공을 수련하라고 준 거예요. 이걸로 영원의 숲에 전송탑을 지어 버리죠. 그럼 모두 함께 기적성으로 바로 갈 수 있어요.”

“시간이 얼마나 필요하지?”

“최소 사흘이요!”

“안 돼. 사흘이면 늦어.”

엘프왕이 비비안의 전송두루마리를 움켜쥐었다.

“그렇다면 내가 먼저 가야겠구나.”

비비안의 눈이 순간 반짝거렸다.

“아바마마께서 직접 가시려고요? 그럼 너무 좋죠. 아바마마께서 친히 나서시면 놈들은 그저 오합지졸에 불과하죠!”

그러나 오거스트는 걱정스러웠다.

“폐하께서는 엘프족의 최고 지도자이자 영원의 숲을 다스리는 통치자이십니다. 폐하께서 직접 나서시면 용성과 타이탄성, 마수왕성에서 가만히 있지 않을 겁니다. 엘프족은 아직 그들과 맞설 수 없습니다!”

영원의 숲은 수천 년 동안 분쟁에 끼어들지 않았다.

그러니 적절한 절차에 따라 조금씩 상황에 적응해야 한다.

“언젠가 맞붙어야 한다면 우물쭈물할 필요가 있겠소? 걱정 마시오.”

엘프왕이 손가락으로 두루마리를 가볍게 쳤다. 두루마리가 자동으로 펼쳐지면서 공간마력을 방출했다.

“비비안, 영원의 숲에 전송탑을 짓는 일을 부탁한다.”

“걱정 마세요!”

비비안은 날아갈듯이 기뻤다.

오늘 엘프족에게 기념비적인 의의를 지닌 사건이 벌어졌다. 비비안은 공화련과 천제현의 허락 없이도 정정당당하게 영원의 숲에 전송탑을 지을 수 있다는 점에 더욱 기뻐했다.

일이 너무 갑작스럽게 벌어졌다.

비비안에게도 꿈이 있었다. 그녀는 영원의 숲이 더욱 살기 좋아지길 바랐다. 전송탑은 영원의 숲에 가늠조차 할 수 없는 엄청난 영향을 미칠 것이다.

영원의 숲과 기적성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가 될 것이다.

엘프들은 더욱 아름답고 행복한 생활을 누리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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