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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력 믿고 막 간다-562화 (562/729)

# 562

제562장 공성

“큰일 났습니다!”

기적성의 곰족 전사 하나가 남궁혜 앞으로 부리나케 달려왔다.

“적이 바깥을 완전히 점령했습니다!”

“나도 봤어. 나 눈 안 멀었거든!”

남궁혜는 높은 산 위에서 적의 본진을 내려다보았다. 적이 끝도 없이 밀려들고 있었다.

“제기랄, 기적성을 함락시키려고 작심하고 준비했군!”

기적성을 둘러싸고 있는 산은 이미 사대 성의 연합군에게 점령당했다. 기적성은 내부의 산맥을 기본 방어선으로 활용했다. 성 외곽을 포기한 것은 부득이한 선택이었다. 방어할 범위를 줄여야지만 힘을 더 많이 응집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모두 겁에 질려 우왕좌왕했다.

“이제 어떡하지?”

남궁혜가 인상을 잔뜩 찌푸렸다.

“어떡하긴 뭘 어떡해? 적을 박살 내야지!”

사대 성 연합군의 기세가 엄청난 것은 사실이나 그렇다고 맥없이 당할 기적성이 아니다. 성 전역에 방어 결계가 깔려 있진 않지만 그린수호자 수백이 소규모의 결계를 치고 있었다.

공화련은 긴급히 기적성 및 각지에 보급된 마력무기와 대하국 군대에 판매한 무기까지 전부 기적성으로 운반했다. 마력대포 500여 문과 강화된 마력중형포 30여 문, 총기 수만 정이 모였다.

기적상회의 모든 힘을 긁어모은 셈이다.

기적성 주변의 부족들도 높은 충성심을 보였다. 한 곳도 배신하지 않고 수백만의 병사들과 함께 기적성으로 달려왔다. 전투력이 강한 부족의 병사들은 자발적으로 전투에 참여하여 기적성 방어에 큰 힘을 보탰다.

동방호연도 긴급히 소환되었다. 아르놀트도 긴급히 소환되었고 공서련과 델로리스까지 전투에 참가했다. 대하국의 여러 고수들 역시 소집되어 전투를 도왔다.

기적성은 동원할 수 있는 모든 전력을 전부 끌어모았다.

이것은 기적성의 사활이 걸린 전투였다.

쾅!

쾅!

서쪽 산에서 굉음이 울려 퍼졌다.

남궁혜의 휴대전화에서 제로의 음성이 들렸다.

“조심하십시오. 적군이 지하로 기적성에 침입하려고 시도하다가 지뢰 지역에 걸렸습니다.”

남궁혜가 적진의 지도를 꺼냈다.

이 지도는 가죽에 전영 재료를 덧입혀 만들었다. 알파브레인 기적 2호가 조종하는 사령정신파 레이더가 1초마다 한 번씩 기적산맥 내부의 생명 신호를 탐측하여 데이터를 처리한 후 중앙 알파브레인 제로에게 보낸다. 제로는 이 데이터를 전선의 지휘관이 지니고 있는 적진 지도로 다시 전송한다.

전선 지휘관은 두 명이다. 남궁혜는 남쪽 전선을 맡고 동방호연은 북쪽 전선을 맡았다. 각 전선은 여러 구역으로 나뉘는데 구역마다 부대가 배치되어 있었다. 델로리스는 빠르게 행동하는 대응부대를 맡았고 공서련은 비행선 이동과 공군을 책임졌으며 공화련은 중앙에서 전투를 총지휘했다.

“흥, 머저리들. 죽음을 자초하는군!”

남궁혜는 여러 부대가 땅굴을 파서 기습하려는 것을 똑똑히 보았다. 기적성은 일찌감치 거미족 전사들이 이 방법을 사용하리라 짐작하고 보유하고 있던 마력지뢰를 성 주변에 전부 매설해두었다. 지뢰밭에 발을 들였으니 거미족 전사들은 가루가 될 것이다!

제로의 알림소리가 한 번 더 울렸다.

“조심하세요. 대규모의 적군이 남서쪽을 공격하고 있습니다. 요격용 미사일을 발사했으니 지휘관께서는 전투 준비에 임하십시오.”

‘드디어 오는 것인가?’

전장이 너무 커서 맨눈으로는 전체적인 상황을 파악할 수 없었다.

남궁혜가 적진 지도를 몇 번 쳤다. 생명 신호 표시로 가득했던 지도가 순식간에 천안 비행선의 고공정찰도로 바뀌었다. 날개족 부대가 그녀의 위치로 다가오고 있는 것이 보였다.

날개족은 매우 교활했다. 이들은 산등성이에 바짝 붙어 진군하여 맨눈으로는 구분할 수 없었다. 이들은 기적성을 기습하여 혼란에 빠뜨리려는 게 분명했다. 남궁혜가 싸늘한 웃음을 지었다.

“9시 방향으로 마력대포 발사!”

마력대포 80문이 포문의 방향을 산봉우리 틈새로 틀었다. 목표지점에는 개미 새끼 한 마리도 보이지 않았으나 그런 것과 상관없이 명령에 따라 포성이 작렬했다!

마력대포가 발사되는 순간 산 뒤편에서 먹구름처럼 적군이 모습을 드러냈다. 마력포는 정확히 그곳에 떨어졌다. 날개족 병사 수백 명이 손 한번 제대로 못 써보고 순식간에 당했다.

남궁혜가 시원하게 웃기 시작했다.

“둥지에나 얌전히 있을 것이지 쓸데없이 따라와서 죽음을 자초하는군. 네놈들에게 기적성의 위력을 보여주마!”

대포와 총, 활, 투창까지 모두 모였다.

기적성의 선진 마력무기와 토착 부족의 재래식 무기인 활, 투창이 모두 동원되었다. 무기에서 서슬 퍼런 빛이 끝없이 하늘로 뿜어져 나왔다. 눈부시게 번쩍이는 빛과 무시무시한 굉음에 어안이 벙벙해질 지경이었다. 그러나 날개족은 공중을 민첩하게 날아다녔다. 날개족은 숲의 정예 부대로 날개족 전사는 모두가 빼어난 고수였다. 이들의 이동 속도가 너무 빨라서 기적성의 공격은 모두 수포로 돌아갔다. 거센 바람과 불길이 기적성 수비군을 잇달아 덮쳤다.

그린수호자는 날개족의 공격에 방어선이 무너지지 않도록 양팔을 벌려 방호벽을 지탱했다.

이때 대규모의 초록거인족이 고릴라처럼 무시무시한 기세로 산을 넘어왔다. 초록거인족은 강철로 만든 것처럼 몸으로 폭풍소총을 막으며 돌진했다. 이와 함께 오크 기사가 검은 물결처럼 협곡을 넘어 빠르게 밀려들었다. 양측의 전투는 순식간에 절정으로 치달았다.

칼은 이 모습을 멀찌감치 바라보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기적성을 단독으로 공격하지 않은 게 천만다행이었다. 전기성의 힘만으로는 전력을 다한다고 해도 기적성을 함락시키기 어려웠을 것이다. 함락시킨다고 해도 전기성 부대 역시 막대한 피해를 보았을 것이다. 그건 밑지는 장사이다.

지누의 말처럼 남 좋은 일만 하게 되는 꼴이다.

기적성의 저항은 상상 이상이었다.

기적성에는 대형 방어 결계가 없다. 이 산들은 방어벽이 되기는커녕 오히려 반격을 가로막는 장애물이다. 기적성은 전형적인 숲의 성으로 면적이 너무 커서 이런 전쟁은 평범한 방어전보다 힘들었다.

방어 부대는 빈틈이 가득한 엄청난 면적을 방어해야 한다.

기적성은 전쟁이 시작되자마자 불리한 위치에 놓이게 되었다. 기적성 부대는 자체적으로 훈련시킨 일부 광전사들과 새로 모집한 병사 수만 명, 그린캐슬의 하프엘프 군대, 토착 군대로 형성되어 있다. 이렇게 여러 세력을 끼워 맞춘 비정규군은 서로 호흡이 맞지도 않았고 전력이 강하지도 않았다.

그러나 사대 성 연합군은 달랐다.

이들의 주력부대는 모두 각성의 정예들로 기적성과는 비교도 안 되었다. 이렇게 시기도 지리적 이점도 군사적 우세도 없는 기적성이 연합군의 거센 공격을 정면으로 막아내고 있었다. 마력무기가 전력 차이를 크게 메워준 것이다. 성의 동태정보시스템은 방어의 빈틈을 메워주었다.

그렇기 때문에 기적성은 사대 성 연합군의 첫 번째 공격을 막아낸 것이다. 한 시간가량 맹공을 퍼붓고도 기적성의 방어선을 무너뜨리지 못하자 사대 성 연합군은 혼란에 빠졌다. 칼은 이렇게 공격을 감행하다가는 막대한 피해를 입겠다는 생각에 급히 전 부대를 철수시켰다.

혈전이었다.

날개족 부대는 2만 명, 초록거인족은 1만 5천 명, 거미족은 3만 명, 오크족 기병은 2만 5천 명의 병사를 잃었다. 모두 합쳐 9만 명의 전사자가 나왔다.

칼의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다. 기적성에도 적지 않은 피해를 입혔지만 전사자 수가 예상을 훨씬 초과했다.

날개족 부대 수령이 칼에게 원망을 쏟아냈다.

“칼 성주, 기적성의 실력이 생각보다 훨씬 강하오. 우리 날개족은 2만이 넘게 희생되었지만 적의 방어선을 함락시키지 못했소. 게다가 기적성의 사상자는 우리보다 훨씬 적을 것이오!”

“내 능력을 의심하는 것이오?”

칼이 싸늘하게 대답했다.

“기적성에는 뭔가 알 수 없는 탐측 방법이 있는 것 같소. 교전 중에 기습 부대를 열 부대나 보냈는데 골짜기에 잠입할 때마다 기적성에 의해 저지당했소. 그리고 이제 저들이 지닌 무기가 얼마나 위력적인지 알게 되었잖소!”

“그럼…….”

“그래서 대책이 뭐요?”

초록거인족 수령이 거칠게 말을 끊었다.

“지금 우리는 심각한 피해를 입었소. 부족의 희생을 헛되게 만들 수는 없지 않소! 기적성을 반드시 함락시켜야 하오!”

“서두를 것 없소.”

칼 성주가 자리에 앉아 자신 있게 말했다.

“오늘 전투에서 승리를 거두지 못했지만 기적성의 피해도 만만치 않을 거요! 놈들은 무기에 대한 의존도가 높소. 하지만 이번에 무기를 많이 소모했소. 우리가 부족의 전사들을 더 많이 모아 사방에서 맹공을 퍼부어 저들의 무기를 소모시킨다면 큰 부담 없이 기적성을 일거에 함락시킬 수 있을 거요!”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일리가 있는 소리다. 그렇게 하자!

전투 막바지에 사대 성 연합군이 혼란에 빠져 우왕좌왕한 건 사실이지만 기적성의 화력도 눈에 띄게 약해졌다. 기적성도 맹공을 막아내느라 많은 전력을 소모한 것이다.

***

남궁혜는 온몸이 온통 그을린 채로 성주 집무동로 돌아왔다. 옷은 갈기갈기 찢어져 있었다. 오늘 전투에서 그녀가 맡고 있던 구역은 집중공격 목표였다. 승부욕에 불타는 남궁혜가 가만히 있을 리 없었다. 수많은 고수를 상대로 그녀는 자신의 안위를 전혀 돌보지 않고 전면에 나서 싸웠다. 불멸체와 대열반경이 아니었다면 목숨이 열 개라도 모자랐을 것이다.

동방호연과 다른 일원들 역시 집무동으로 돌아왔다. 모두 부상이 심각했다. 전황이 매우 불리했다.

모두 돌아가며 상황을 보고했다.

방어선은 지켜냈지만 피해가 너무 컸다.

델로리스가 얼굴을 찡그렸다.

“지뢰를 거의 다 소진했어요. 전투가 다시 시작된다면 거미족 부대를 막기 힘들 거예요.”

거미족 부대를 막을 수 없다면 참담한 일이 벌어질 것이다.

거미족 부대가 곧바로 기적성의 중심부로 들어올 수 있다.

“위기의 순간에 천벌비행선 여러 대를 출동시켜 전세를 뒤집으려 했어. 그런데 폭탄을 절반도 투하하기 전에 날개족 병사 대여섯 명이 비행선 위치를 알아냈지 뭐야!”

공서련이 씩씩대며 말했다.

“그날개족 병사들은 최소 천령 이상의 실력이었어. 속도가 너무 빨라서 도망칠 수가 없었단 말이야. 천벌비행선이 완전히 파괴되었어!”

“나도 제대로 당했어!”

남궁혜가 탁자를 내리쳤다.

“놈들의 공격에 대포가 6할이나 파괴되었어! 다시 전투가 시작되면 무기가 부족할 것 같아! 공화련 언니, 남은 대포 없어요? 백 문 정도 더 필요할 것 같아요!”

“없어요!”

공화련 역시 심각한 상황에 탄식을 뱉으며 고개를 저었다.

“대하국 사주호 함대에 장착한 대포까지 전부 해체해서 모았어요. 이번 전투로 전력과 자원을 거의 다 썼어요. 이제 방법이 없어요!”

모두 말없이 서로를 쳐다봤다.

이제 어떻게 해야 하나.

기적성 방어선은 아직 무너지지 않았으나 방어력이 크게 떨어졌다.

사대 성 연합군은 더욱 맹렬하게 공격을 퍼부을 것이다. 현재 상황이라면 기적성은 이들을 막아낼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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