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능력 믿고 막 간다-549화 (549/729)

# 549

제549장 휴대전화

린지아의 물음에 한 아이가 대답했다.

“우리 부족 뒤에 과일 밭이 하나 있거든요. 거기에서 좋은 품종의 영과가 열려요. 인간들 중에서도 돈 많은 귀족들이 좋아하던데요. 존경하는 델로리스 님께서 우리 부족을 지나가실 때 그 과일 밭을 발견하시고는 대출을 해주셨어요. 과수원을 만들어보라고요. 이제 우리는 인간족의 나라인 대하국의 열 몇 개 도시 쇼핑몰에 진출한 상태예요. 매일 아주 많은 과일을 팔고 있죠. 저희는 물건을 운반하러 온 거고요. 쇼핑몰 창고 안에 보관한 과일이 거의 다 판매됐거든요.”

비비안은 그러냐는 표정을 지어 보이며 말했다.

“그럼 돈도 꽤 많이 벌었겠네?”

식인마들은 원래 가식을 모르는 종족이다. 두 아이는 감격스러운 표정으로 대답했다.

“요즘에는 일주일에 과거에 1년 동안 벌던 돈을 벌어요. 인간 귀족들은 정말 돈이 많은 것 같아요. 이런 영과는 숲 어딜 가도 있는 건데 그 귀한 마석을 내고 산다니까요.”

“그러니까요!”

또 다른 식인마 아이도 끼어들며 말했다.

“게다가 존경하는 델로리스 님이 식인마들을 위해 과일잼 공장을 만들어 주셨으니까 앞으로 영과를 잼으로 만들어 팔면 두 배는 많은 돈을 벌 수 있을 거예요.”

“숲 속에는 좋은 물건이 정말 많아요. 최근에는 또 광산을 하나 개발했는데, 거기에서 나는 광석들은 인간족 나라에서 아주 비싸게 팔린다더라고요. 저희는 존경하는 델로리스 님의 가르침대로 곧 식인마 상회를 설립할 생각이에요. 기적성만 있으면 모두의 삶은 점점 더 나아질 거예요.”

여태까지 숲에 식인마 상인이 등장했던 적은 없었다.

식인마들은 둔하고 멍청해서 장사를 할 머리가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 상황이 달라졌다. 델로리스는 시찰 후 그들에게 대출을 해주는 한편, 발전 팁도 제시해 줬고 사람을 붙여 그들이 창업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기적쇼핑몰이라는 플랫폼은 공평하고 투명했으므로 식인마라고 해서 사기당하는 일 없이 마음 놓고 장사를 할 수 있었다. 그러니 식인마 상인, 미노타우로스 상인들이 나타난 것도 당연하리라.

린지아는 이제야 알 수 있었다. 기적성은 자신뿐만 아니라 주변 사람들까지 함께 발전시키고 있음을…….

“저희는 과일을 옮기러 가야 할 것 같아요. 안 그러면 대하국 쪽에 물건이 부족해져서…….”

“그래!”

비비안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만 가서 일 봐!”

“네, 네. 저희 부족 판매대는 223호예요. 언제든 오셔서 영과 맛 좀 보시고 가세요!”

두 식인마 아이는 매우 바쁜 듯 비비안에게 인사를 올리자마자 급히 사라졌다.

린지아는 큰 충격을 받았다. 대주국의 국토 중 일부는 혼돈의 숲 변경에 있어 툭하면 식인마들의 습격을 받았다. 그래서 그녀의 인상 속 식인마들은 피에 굶주려 있는 야만적이고 흉악한 괴물들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 본 그 식인마 아이들은 어떤가?

두 아이는 깨끗하고 단정한 가죽조끼를 입고 있었다. 코뿔소보다도 강인하며 더럽고, 언제나 기생충이 득시글거리는 피부를 지닌 것이 식인마 아니었던가? 멀쩡한 몰골이 되려면 밖에 나가기 전에 거친 솔로 열 번은 솔질을 해줘야 했다. 사람의 피와 살을 간식거리처럼 씹어 먹으며 피 묻은 입을 헤벌쭉 벌리고 만족스러운 미소를 짓는 놈들인데…….

그러나 기적쇼핑몰에는 식인마뿐만 아니라 다양한 종족들이 세력과 힘을 뛰어넘어 바쁘게 각자의 일을 하고 있었다. 그 모습은 매우 질서정연해 보였다.

현재 기적쇼핑몰의 규모는 그리 크지 않지만, 지금 추세로 계속 발전한다면 델로리스를 위시로 한 여우족 상인들이 부단히 외부로 세력을 확장할 것이 분명하다. 미래의 기적쇼핑몰이 어떨지 기대가 됐다.

***

두 사람은 신나게 쇼핑을 했다.

쇼핑을 좋아하는 건 모든 여자들의 공통된 특징이다. 기적쇼핑몰은 아직 시스템이 완비되지 않은 상태였지만, 상품의 종류는 상당히 많았다. 여기에서는 드워프가 만든 무기와 각지의 특산 단약, 그리고 각양각색의 약재를 구할 수 있었다. 대륙에서 찾아보기 힘든, 더 편리하고 더 완벽하며 더 거대한 쇼핑몰이었다.

그 어떤 쇼핑 중독자라도 이곳에 오면 여태까지 누려보지 못한 만족감을 느끼리라.

이밖에, 편리성 또한 다른 어떤 상점이 갖추지 못한 뛰어난 이점이었다.

당장 재고가 없을지라도 주문서만 작성하면 기적상회에서 각지에 설치된 공간창고를 이용해 운반해 줬기 때문이다. 최근 이 플랫폼은 기적성 주민들의 쇼핑과 창업의 장을 넘어 주변 수많은 부족과 도시에 혜택을 주는 기회의 공간으로 거듭나고 있었다.

주변 마을과 대형 부족들은 공간창고를 지을 만한 조건은 갖추지 못했지만, 기적방송을 통해 기적쇼핑몰에 새로 들어온 상품과 최근의 혜택 이벤트를 확인할 수 있었고 통신기로 상품에 대해 알아본 후 매일 같이 쇼핑몰에서 상품을 구매하곤 했다.

기적상회는 오직 상품 운송만을 위해 화물 운반용 기적비행선 열 대를 준비했다.

고객이 오늘 주문을 넣으면 다음날 배송이 된다. 고공비행으로 제품이 운반되므로 안전하고 믿을 만한 배송 방법이었다.

이로 인해 기적성 인근 부족과 마을의 삶의 질은 크게 개선되었다.

그들은 자신의 마을에서 난 특산물들을 아주 쉽게 대륙 각지로 판매할 수 있었으며, 아주 멀리 대하국에서 만들어진 수제품이나 올드만 마을의 드워프 광산에서 제작된 고품질 장비들을 원하는 만큼 구매할 수 있었다.

이와 함께 자음기, 상영기 등이 토착민들 사이에서 유행하기 시작했다. 기적방송국에서 나오는 여러 정보를 듣고 기적상회에서 구입한 마력식품을 먹고 기적쇼핑몰에서 사온 미주를 마시며 인간족 나라에서 온 단약이며 도구들을 사용하는 게 일상이 된 것이다.

기적성은 한 달 남짓한 시간 안에 주변 토착민들의 삶 곳곳까지 영향을 미치게 되었다.

숲에서 눈부시게 발전하고 있는 산업단지 덕분에 많은 토착민들이 일자리를 찾았으며, 그로 인해 전처럼 부족간에 전투를 벌일 틈도 없었다. 모두들 공장에 들어가 훈련을 받거나 취업을 준비하고 있었으니까.

평범함을 거부하고 남다른 포부를 지닌 토착민들은 숲의 동업자가 되어 창업 열풍을 일으켰다. 기적상회의 본진인 기적성 옆에 있다는 것만 해도 대륙의 다른 어떤 도시도 갖고 있지 못한 우위를 점한 것이나 마찬가지였기 때문이다.

델로리스는 상단을 이끌고 곳곳을 돌아다니며 동업자들을 만들고 투자를 진행했다. 이제 혼돈의 숲에는 재배구역, 양식구역, 약초밭, 과수원, 공장 등이 모습을 갖추기 시작했으며, 향후 1~2년의 시간이 지나면 우후죽순처럼 세상에 등장할 예정이었다. 그것들은 모두 현지 토착민들이 창업한 사업이었지만, 대부분의 사업에 많게, 또는 적게 기적상회의 투자금이 들어가 있었다.

기적은행은 인색하게 굴지 않고 각지에 대출을 해줬다. 자금 부족으로 인해 대출 이자를 계속 올릴 수밖에 없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출을 원하는 사람들은 늘어만 갔다. 모두가 기적성의 전망을 낙관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당장은 아무 것도 없는 부족도 창업 흐름 속에 몸을 맡기면 손해를 볼 일은 없었다. 게다가 여우족 상인들이 컨설팅까지 해주고 있지 않은가.

린지아는 기적성의 모습에 혀를 내둘렀다.

이제 그녀는 기적성의 내일이 어떨지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가늠이 안 될 정도로 무한한 가능성이 열려 있었기 때문이다.

“여보세요, 공서련? 나야, 비비안. 날도 저물었는데 우리 같이 밥 먹자.”

비비안은 통신기를 들어 공서련의 번호를 누른 후 말을 했다.

“응, 응. 기적대주점에서 만나!”

말을 마친 그녀는 통신을 끊고 린지아를 보며 말했다.

“가자, 종주야. 내가 맛있는 거 사줄게!”

그녀가 팔을 한 번 휘두르자 공간이 갈라졌고, 두 사람은 바로 기적대주점에 도착했다. 기적대주점은 호수 한가운데 있는 산 위에 있었다. 잔잔한 물결이 이는 호수 한가운데 우뚝 솟은 산, 그리고 그 산봉우리에 서 있는 주점의 위에는 밝은 달과 별들이 반짝여 더할 나위 없이 아름다웠다.

기적대주점 주변 10km 안에는 인가가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그렇게 외딴 곳에 있는데도 불구하고 엄청난 인기를 끌고 있었다. 부유한 족장이며 하프엘프들이 하루가 멀다 하고 이곳을 방문하는 통에 홀에 자리가 없을 정도였다.

비비안은 호수가 보이는 가장 좋은 룸을 예약해 놓은 상태였다.

크고 우아하게 인테리어 된 방이었고, 커다란 발코니까지 달려 있었다. 창밖으로 달빛 아래 은은하게 흘러가는 호수 표면이 비쳐 보였다. 식사를 하다가 기분이 고조되면 계단을 따라 내려가 작은 정자에 앉아 낚시를 하거나 차를 마시거나 달을 감상할 수도 있었다.

비비안은 두꺼운 메뉴판을 제대로 보지도 않고 가장 비싼 음식 열 몇 개를 시켰다. 그녀가 시킨 음식들은 모든 게 기적상회의 손을 거친 것들이었다. 스프만 해도 그린신전의 생명수로 끓인 고급 음식이었다.

모두가 엘프들은 소박한 종족이라고 생각하지만, 지금 린지아의 눈앞에 있는 이 엘프 공주는 조금도 ‘소박하다’는 단어와 어울리지 않았다.

이때, 공서련이 남궁혜와 함께 우당탕거리며 기적대주점 문 앞에 나타났다. 호수 속으로 미끄러져 떨어질 뻔한 남궁혜는 투덜대기 시작했다.

“서련아, 대체 어떻게 된 거야? 하마터면 호수에 빠질 뻔했잖아.”

“미안해요, 언니.”

공서련이 황급히 사과하며 말했다.

“공간능력은 정말 너무 복잡하다니까. 비비안의 정령을 복제했는데도 제대로 통제하기가 어려워서 그만.”

그 모습을 본 비비안이 벌떡 일어나며 말했다.

“여기야. 빨리 와!”

상다리가 부러져라 차려진 음식들의 재료와 향신료들은 모두 비할 데 없이 진귀한 3급 재료들이었다.

이렇게 귀한 식재료들을 손쉽게 요리할 수 있는 마력 주방장이라면 분명 진령 경지의 고수이리라.

그 정도의 실력자는 대주국 어디를 가도 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자가 주방장을 하고 있다니, 얼마나 귀한 대우를 해줬을지 짐작이 가는 대목이었다. 게다가 그 뛰어난 마력 요리사는 마력 고수라는 자존심을 내려놓고 주방장이 된 것이 아닌가. 미식에 대한 그의 열정과 뛰어난 솜씨가 가늠이 되었다. 과연 생각대로 탁자 가득 차려진 음식들은 산해진미, 그 자체였고 요리 하나하나가 마석 100개 이상의 값어치를 충분히 하고 있었다.

어쨌든, 그렇게 네 명의 소녀가 한 자리에 모였다. 그녀들의 나이는 모두 달라 보였는데, 남궁혜는 18~9세, 공서련은 16세, 비비안은 13~4세, 린지아는 10세 정도의 어린 아이로 보였다. 이렇게 어린 소녀들이 황제나 먹음직한 호화스러운 저녁 상 앞에 앉아 있다니, 보는 사람의 말문이 막힐 지경이었다.

“완전 맛있다!”

내숭 따위 모르는 남궁혜는 곰발바닥을 하나 집어 뜯어 먹으며 기름기가 번들거리는 입을 우물거렸다.

“쇼핑몰 구경은 어땠어? 저녁에 할 일 없으면 시련장에 가볼까? 빙우 언니도 부르자.”

비비안은 상기된 얼굴로 대답했다.

“시련장 안에서는 시간이 천천히 흐르잖아. 하룻밤이면 우리끼리 마룡을 해치울 수 있을 거야!”

공서련도 주먹을 꽉 쥐며 말했다.

“맞아요. 오늘은 꼭 마룡을 쓰러뜨릴 거예요!”

린지아는 투지를 불태우는 세 사람을 보며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대체 뭐길래 저렇게 기대하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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