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45
제545장 제로의 능력
천제현은 너무 느긋해하지도, 조급해하지도 않았다.
“기적상회가 확장을 시작하면 각국 각지 구석구석에 전송탑이 세워질 거야. 지금 좀 더 일찍 전송탑을 짓는다면, 상상 이상의 장점과 이익을 얻을 수 있지. 설사 전송탑으로 얻는 많은 이익은 포기한다 해도, 종파 전송탑을 좌표로 한 전송두루마리를 맞춤 제작해서 갖고 다니면, 언제 어디서 어떤 모험을 하든지 예비 생명 하나를 들고 다니는 거나 마찬가지니 얼마나 좋아.”
현음종 사람들 모두 놀라움에 할 말을 잃었다.
‘하늘의 이치를 거스르는 이런 물건을 어떻게 만들어 냈을까?’
린지아는 속으로 재빨리 계산을 했다.
‘전송탑이 현음종 일부와 바꿀 만큼 값어치가 있을까?’
바로 답을 내릴 수 없는 문제였다. 기적상회 본부로 가서 직접 봐야 결론이 날 것이다.
“이건 다 네가 하는 소리지, 전송탑이 그렇게 유용한 지 누가 알겠어.”
“백 마디 말보다 한 번 제대로 확인하는 게 낫겠지. 종주 꼬맹이, 이리 와.”
“마지막으로 경고하는데, 다시는 날 꼬맹이라고 부르지 마라!”
“응, 꼬맹이!”
화가 난 린지아가 소매를 떨치며 전송탑으로 들어갔다.
천제현은 공서련과 심빙우를 불러왔다.
전송탑의 빛이 갑자기 밝아지면서 주변이 공간능력으로 덮였다. 순간 주위의 공간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이게 정말 그렇게 신기한 물건일까?’
이곳에서 혼돈의 숲까지의 거리는 수만 리. 기적상회 본부가 정말 혼돈의 숲 중앙에 위치한다면, 그 거리는 더더군다나 5~6배는 더 멀어진다. 린지아의 마력으로 고급 마수 탈것을 이용해도 5~8일을 멈추지 않고 가야 도착할 수 있는 거리이다.
‘이렇게 먼 곳을 단번에 도착한다고? 전송과정이 위험하지는 않겠지?’
린지아가 머릿속으로 수많은 생각을 하고 있을 때, 누군가 그녀의 어깨를 두드렸다.
“종주 꼬맹이!”
“꼬맹이, 꼬맹이. 꼬맹이는 개뿔!”
린지아의 화가 폭발하기 직전인 이때.
“다 왔어!”
“뭐?!”
린지아는 순간 멈칫했다.
주변 공간의 비틀림은 회복되었고, 빛은 다 사라졌다.
눈앞에 낯선 환경이 펼쳐졌다. 주변은 온통 평평한 초원이고, 저 멀리 동서남북으로 산들이 늘어서 있었다. 괴이하고 산꼭대기마다 정교하게 지어진 성들이 위치해 기저성을 동화 속 세상처럼 느끼게 만들었다.
“이곳은…….”
공서련은 놀란 표정을 짓고 있는 종주의 자그마한 얼굴을 보고 웃으며 말해 줬다.
“알면서 뭘 물어. 기적상회 총본부, 기적성이야!”
“이곳이 기적성이라고?”
기적성 전송탑은 성주 집무동에서 멀지 않았다. 공서련이 전송 시작 전에 통신기를 통해 공화련에게 연락을 해놓은 덕에 공화련은 비비안과 남궁혜 등을 데리고 이들을 마중 나왔다.
“대장, 어서와! 모두 보고 싶어 죽는 줄 알았어!”
여전히 스스럼없이 대하는 남궁혜가 열정적으로 이들을 맞았다.
“아, 맞다. 기적성을 보러 오신 꼬마 종주도 환영해요, 전 대장의 심복 남궁혜랍니다!”
‘역시 줄서기 하나는 잘하는군. 언제부터 이 몸의 심복이 됐더라?’
“공서련, 천제현!”
비비안은 순간이동으로 먼저 다가와 천제현과 공서련의 손을 잡았다.
“바깥세상은 재미있었어?”
‘순간이동? 공간재능!’
린지아는 비비안을 바라보다가 곧 눈썹을 찌푸렸다. 이 엘프 소녀의 마력은 자신보다 약하지 않았다. 아니, 더 강했다.
‘기적상회에 이런 고수가 있단 말인가?’
공서련이 신이 나서 말했다.
“당연하죠. 천제현이 대초원에 데리고 가줬어요. 초원은 끝없이 펼쳐졌고, 석양도 얼마나 아름답던지. 한바탕 논 후에 바로 대주국으로 갔죠.”
“정말 부럽다!”
비비안은 애처로운 모습으로 말했다. 기적성의 부성주 중 하나인 비비안의 지위는 공화련과 거의 같다. 천제현은 자리를 비우고 공화련은 분주한 지금, 기적성의 많은 일들을 그녀가 나서서 처리해야 했다. 비비안이 어디 이런 일을 해봤겠는가.
“다음에는 반드시 날 데리고 가야 해, 나 혼돈의 숲에서 지겨워 죽는 줄 알았어!”
그때 남궁혜가 크게 놀라 소리쳤다.
“심 선생님, 머리가! 하얗게 변했어요!”
심빙우가 눈을 흘기며 말했다.
“통신하면서 말하지 않았니?”
남궁혜는 멋쩍게 웃었다.
“그래도 놀랐는걸요. 그런데 더 아름다워지고 어려진 것 같아요. 앞으로 우리도 대장처럼 언니라고 불러야겠어요!”
십여 년 전 심빙우가 왕성에 왔을 때, 남궁혜는 겨우 네다섯 살이었고 심빙우는 스물 남짓이었다. 그러다보니 남궁혜에게는 심 선생님이라는 호칭이 매우 익숙했다.
“마음대로 하렴!”
“자, 자, 손님이 계시니 그런 말들은 조금 있다가 하세요.”
이때 공화련이 다가왔다. 그녀는 정신을 못 차리는 린지아 앞으로 다가가 아주 예의 바르게 두 손을 모으고 인사했다.
“종주님, 안녕하세요. 저는 기적상회 부회장이자 기적성의 부성주인 공화련입니다. 천제현이 태음산에서 폐를 끼쳤죠, 제가 대신해서 사과드립니다. 성주 집무동에서 종주를 맞을 준비를 했답니다. 함께 가시죠.”
린지아는 넋이 나가 한참을 멍하니 있다가 답했다.
“이곳에서 현음종으로 돌아가는 것도 순식간에 가능한가?”
“종주 꼬맹이는 돌아가지 못할 까봐 두려운가?”
천제현이 웃으며 공서련에게 눈짓했다.
“우선 종주를 데리고 한 바퀴 돌아보는 게 어떨까요?”
“언니, 잠깐만 시간을 줘. 얼른 다녀올게!”
공서련은 린지아의 손을 잡고 바로 전송탑을 가동시켰다.
“종주, 가자!”
린지아가 뭐라 말할 틈도 없었다.
전송빛이 순간 번쩍거리자, 그녀는 이미 화려한 대전에 도착해 있었다. 주변에는 그곳을 지키는 야만족 호위병들만 있었다.
“아, 공서련님 아니세요?”
야만족 광전사 대장이 서둘러 앞으로 나와 경례했다.
“대하국에 공무를 보러 오셨나요?”
“아니, 아니, 그냥 둘러보러 왔어. 예의 차리지 않아도 돼!”
공서련은 린지아에게 말했다.
“이곳이 대하국이야. 이제 태음산으로 가자.”
“대하국…….”
린지아가 머리를 굴릴 틈도 없이 눈앞의 상황이 바뀌었다.
빛이 번쩍였다.
“종주, 어떻게 바로 돌아오셨어요?”
“종주, 안색이 너무 안 좋으세요!”
“무슨 일입니까? 너희들 우리 종주에게 무슨 짓을 한 거야!”
공서련 살며시 웃자 양 볼의 보조개가 움푹 들어갔다.
“종주, 다시 해보겠어?”
린지아는 이제 두 손 두 발 다 들었다.
“아냐, 이제 됐어. 기적성으로 돌아가자!”
현음종 사람들이 어리둥절해 있는 가운데 두 사람은 다시 전송탑 앞에서 사라졌다. 숨 한번 쉬는 사이 그 멀고 먼 거리를 뛰어넘어 다시 기적성으로 돌아왔다.
린지아의 표정을 본 순간, 모두 그녀가 완전히 승복했음을 알아차렸다.
공화련이 말했다.
“음 종주, 기적상회의 공간전송 기술을 경험하셨죠. 사실 공간전송 기술은 기적상회의 여러 기적 중 하나에 불과하답니다. 충분한 시간을 갖고 기적성을 돌아보세요.”
“그래요, 꼬맹이 종주!”
남궁혜가 하하 웃으며 말했다.
“이곳에서 지내는 며칠 동안 세계관이 달라지실 거라 장담합니다. 전에 살던 세상이 얼마나 지루했는지 알게 될 거예요!”
모두 성주 집무동으로 돌아왔다.
천제현이 기적성을 떠난 보름 남짓한 기간 동안, 기적성에는 많은 변화가 있었다. 적어도 아주 질서정연해 보였다. 공화련은 성에 도시통제의 중추 역할을 하는 구역을 하나 마련해 놓았다.
이곳이 바로 가장 먼저 참관할 곳이다.
기적상회의 최초 지능 마력행렬 컴퓨터가 설치된 곳이기 때문이다.
린지아는 이곳을 보자마자 놀랐다. 길이 100미터, 너비 50미터 정도의 공간에 기둥 하나 없었다. 정중앙에 놓인 거대한 검은 상자들, 그 상자들 중앙에는 영체 하나가 떠 있었고. 주변에는 3미터 높이의 거울 100여 개가 있었다. 거울마다 숲, 성 등 갖가지 다른 화면이 나타났는데, 모두 기적성 내부의 모습이었다.
모두를 보자마자 제로가 아주 공손하게 인사했다.
“기적성 관리원 제로, 성주님, 부성주님을 뵙습니다. 무슨 도움이 필요하신지요?”
제로는 지능은 있지만 감정은 없다. 모두 공화련이 설정해 만든 것이다.
호기심 가득한 린지아가 물었다.
“지능 있는 영체 생명이라고? 넌 어떻게 만들어 졌지?”
제로가 아무런 감정 없는 목소리로 답했다.
“이 질문은 기적상회 1급 기밀에 해당합니다. 권한이 없는 분이므로, 대답해 드릴 수 없습니다!”
린지아의 표정이 구겨졌다.
“이 지능 영체는 왜 이렇게 이상하게 생겼어?”
천제현은 중추구역이 어떤 곳인지 대충 알아챘지만 확실하게 하기 위해 직접 물어보았다.
“이곳은 어떻게 된 거지?”
“부성주님이 기적성과 그 주변에 200여 곳의 감시지점을 설정하셨습니다. 100여 곳의 순찰지점과 기적비행선 감시범위 내에 있는 각 감시지점에서 이루어지는 모든 상황들이 실시간으로 이곳에 전송되며, 제가 최종 분석하여 도시를 관리합니다.”
“이…… 이게 어떻게 가능하지?”
린지아는 영상전송 시스템을 보며 호기심이 발동했다. 하지만 이미 신통한 전송탑을 본 뒤라 그다지 놀라지 않았다. 다만 제로가 하는 모든 말에 그녀는 강한 의구심을 드러냈다.
“이 영체에게 지능이 있다고 해도 어떻게 동시에 이 많은 곳을 살필 수 있지?”
공서련이 답했다.
“몰랐어? 제로는 지능 영체이기도 하지만, 아주 뛰어난 알파브레인이라고. 계산능력이 뛰어나서 1초에 10억 번의 연산을 정확하게 해낸다니까. 정보처리 능력은 우리 같은 생명체보다 훨씬 뛰어나!”
“10억 번?”
린지아는 이런 개념이 아예 없었다.
천제현이 연이어 제로에게 물었다.
“다른 기능도 있나?”
“감시기능 외에 도시 관리 기능이 있습니다.”
제로는 사무적인 말투로 답했다.
“방송국 시스템, 통신 시스템을 연결하여 백성들이 통신기로 바로 저와 통신할 수 있습니다. 상담, 문의, 갈등 조정까지 모두 처리 가능합니다. 도시방위군과 치안부대 권한까지 위임받았기 때문에 구역주둔군과 순찰대를 동원할 수 있습니다. 이로써 도시치안과 효율적인 자원 활용이 가능하고, 각종 돌발사건에 대응할 수 있습니다. 그 외, 도시 내 의사 결정 및 전략에 관한 공문이 모두 저에게 전달되어 분석, 수정 후 집행여부를…….”
공서련마저 어안이 벙벙해졌다.
너무 놀라운 일이다.
제로라는 알파브레인 하나가 기적성에서 하는 업무 수준은 그 어떤 우수한 정치조직과 관리조직을 능가한다.
천제현이 턱을 만지작거렸다.
“네 기능이 이게 다가 아닐 텐데.”
“그렇습니다, 성주님. 하지만 제 처리능력에는 한계가 있어 지금은 이 작업들만 처리할 수 있습니다.”
“얼마나 강화되어야 다른 업무까지 감당할 수 있을 것 같아?”
“마력행렬 컴퓨터 능력이 5배 강화되면 기적쇼핑몰 시스템, 정신인터넷 시스템, 전송탑 시스템, 기적은행 시스템, 공간창고 시스템을 연결해 최상위 단말에서 각 지역 쇼핑몰, 은행, 전송탑, 공간창고 운영을 제어하고, 정신력인터넷 등을 구축함으로써 주요 플랫폼이 정상적으로 운행되게 할 수 있습니다. 만약 제 마력컴퓨터 시스템이 20배 강화되면, 운문실험실을 연결해 복잡한 실험에 참여하고 안정적인 정신 가상세계를 구축할 수 있습니다.”
천제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형태를 고려하지 않으면 마력행렬 컴퓨터를 여러 개 추가할 수 있으니 5배, 20배 강화는 어렵지 않아. 큰아가씨, 중주 쪽을 서둘러 주세요.”
“당연한 소리를?”
공화련이 눈을 흘기며 말했다.
“이미 다 얘기해 뒀어.”
‘이건…… 마치 신 같은 존재 아닌가!’
모두가 제로에게 내릴 수 있는 유일한 평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