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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력 믿고 막 간다-543화 (543/729)

# 543

제543장 협상

작은 몸집에 열 살 남짓 되어 보이는 린지아가 주름 하나 없는 붉은 두루마기를 걸치자 마치 인형 같았다.

대체 누가 저 모습을 보고 종주라 하겠는가? 그런데도 위엄을 부리며 수많은 노인 무리 한 가운데 앉아 있는 그녀의 모습은 참으로 기이했다.

장로나 부종주가 아무리 화를 내도 린지아의 표정은 변하지 않았다. 다만 호기심 가득한 새까만 두 눈동자로 천제현을 살피고 있었다. 그녀는 영문을 알 수가 없었다.

‘인질도 없이, 천제현은 대체 뭘 믿고 저렇게 오만방자한 것일까?’

린지아의 마력은 진령 4성 수준이고, 수십 명에 달하는 장로와 호법의 실력도 만만치 않다. 수많은 정예 술사가 저 정도 되는 인원을 죽이려고 마음만 먹으면 절대 놓칠 리 없다.

그런데 차갑고 쌀쌀한 심빙우, 앳된 공서련, 신비로운 인물인 천제현, 이 세 사람에게서 두려움은 찾아볼 수 없었다. 뭔가 믿고 있는 게 있다는 소리다.

‘그렇다면 그것은 대체 무엇일까?’

“저기, 종주 꼬맹이, 여기 개처럼 떠들어대는 이놈들 입 좀 다물라고 할 수 없어?”

천제현은 더 편하고 거만한 자세로 고쳐 앉으며 말했다.

“현음종의 운명이 달린 협상을 하려는 마당에 이렇게 시끄러워야 되겠어?”

“다시 한 번 말한다. 날 꼬맹이라고 부르지 마!”

린지아가 꼬맹이라는 호칭에 진절머리를 내며 작은 손으로 석탁을 내리치자 대전 전체가 서너 차례 흔들렸다.

“네 녀석은 이미 태음산에 심각한 손해를 입혔어. 지금 나는 협력을 생각하는 게 아니다. 너희 세 사람을 어떻게 처리할지 고민하는 거야.”

“현음종과 기적상회가 손을 잡으면 이익만 있지, 손해는 전혀 없어. 태음산 명성에 대한 것이라면, 미안하게 됐네, 그건 내 뜻이 아니었어. 하지만 작은 손실은 어쩔 수 없지. 어쨌든 완전히 망하는 것보다 낫잖아.”

대놓고 위협하며 도발하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대주국 6대 명산이 이끄는 시대는 끝났어. 대주국 세력은 새로운 구도로 재편될 거야. 그쪽이 원하든 원치 않든, 어차피 일어날 일이란 말이지. 운명을 거스르려는 자에게는 패망만이 있을 뿐이야.”

“방자하다!”

분노한 음무극이 소리쳤다.

“감히 네놈이 6대 명산을 뒤엎기라도 하겠다는 거냐?”

“맞아, 바로 내가!”

천제현은 거리낌 없이 적극적으로 나섰다.

“사실 내가 나서지 않아도 북방 장응전국이 쳐들어오면 그 난리에 누가 살아남겠어. 대주국 하나로는 감당하기 어렵지. 속세를 떠나 은거한다 해도, 세속에서 들어오는 자원 없이 6대 명산이 발전할 수 있겠어? 심지어 장응전국 강자들이 구름떼처럼 많은데, 당신들의 수호대진으로 제대로 막을 수나 있겠냐고. 개종입파는 물론 조상님 무덤도 보존하기 어려울 걸!”

이 말에 장로들은 분노로 폭주할 지경이었다.

안하무인에 비꼬는 말투로 일관하는 이 녀석을 가만둘 수 있겠는가?

린지아는 소매에 가려졌던 작은 손을 탁자 위로 뻗었다. 그녀의 눈 속에 서늘한 기운이 번뜩였다.

“천 회장이 흥미로운 인물인 것도 알고, 기적상회에 신기한 물건이 많은 것도 안다. 하지만 세상 모든 물건이 마석 몇 개를 갖고 살 수 있는 건 아니야.”

“난 세상에 협상 불가능한 것은 없다고 생각해. 마석 몇 개로 살 수 없다면, 수십, 수백, 수만, 수억, 수천 억, 아니, 수조 개라면?”

천제현은 유혹하듯 미소를 지었다.

“충분히 좋은 조건을 제시한다면, 현음종 전체를 사들이는 게 뭐 어렵겠어?”

린지아는 귀여운 덧니를 내보이면서 웃었다.

“어디 천 회장이 가격을 얼마나 부를 수 있는지 듣고 싶은데?”

“반년 내 현음종을 대주국 제일 종파가 되게 해주지. 일반 종파의 작은 파벌은 물론 6대 명산까지 대주국 전체가 태음산 아래에 있게 될 거야!”

모두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이 녀석은 자기가 무슨 말을 하는지 알고 하는 걸까?’

6대 명산의 암투는 수천 년 동안 이어져 왔다. 어느 한 종파가 두각을 나타내는 일이 생겨도, 백 년을 넘기지 못했다. 일단 어느 명산의 세력이 지나치게 강해지면 나머지 5대 명산이 손을 잡고 그를 눌러 세력균형을 이뤄왔기 때문이다. 지금껏 한 종파가 나머지 다섯 산을 제압한 적이 없다.

그런데 반년 만에 그런 결과를 내겠다니, 이 무슨 허세인가.

천제현의 말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그는 손가락 세 개를 내밀었다.

“3년 안에, 주변 크고 작은 여러 나라에 현음종 분파를 세워서 현음종을 이곳 최고 종파, 가장 부유한 종파로 만들겠어!”

더 말도 안 되는 소리다.

린지아는 깔깔거리며 웃기까지 했다.

“천 회장은 진짜 농담을 잘 하는군. 당신들 기적상회 능력을 갖고 이런 허풍을 떨다니, 진짜 너무 웃긴 거 아니야.”

“꼬맹아. 그렇게 생각하면 안 돼. 기적상회를 너무 모르는군.”

“짜증나!”

린지아의 분노에 찬 한 방에 석탁이 그 자리에서 갈라졌다.

“내가 꼬맹이라고 부르지 말랬지!”

천제현은 린지아가 화를 내든 말든 전혀 상관하지 않았다.

“내 뒤에 있는 신혈강시를 보고도 기적상회가 그저 보통 상회로 보이나?”

“흥, 신혈강시가 아주 훌륭한 건 인정해. 그런데 그게 뭐?”

신혈강시를 바라보는 린지아의 눈은 강렬한 갈망의 빛으로 가득했다. 그녀의 음령경과 신혈강시를 결합해 아바타로 만든다면 그 위력이 얼마나 대단할까.

“네 실력은 아직 증명이 안 됐잖아? 네가 말로 한 약속만 믿고 현음종 전체가 네 편이 된다? 스스로를 너무 과대평가하는 거 아냐!”

“맞는 말이야.”

천제현이 눈을 굴리며 말했다.

“이곳 종파에 공간수정석이 있나?”

“공간수정석은 아주 진귀하다지만 태음산은 만년 정통을 이어온 곳이야. 당연히 어느 정도는 가지고 있지. 그건 왜 묻지?”

“그럼 잘 됐네!”

천제현이 말했다.

“당장 강시 10명을 개조해 주지. 비용은 공간수정석으로 계산해. 절대 손해 보는 거래는 아닐 거야.”

“내 강시를 신혈강시로 개조해주겠다고?”

“그건 안 돼. 재료가 얼마 없거든. 완전히 신혈강시로 개조해 줄 수는 없지만 비슷하게는 만들어 주지. 신혈강시에 가까운 회복력과, 신혈강시 절반의 신력을 갖춘 녀석으로. 즉, 사령 꼭두각시가 되는 거야. 사령시라고도 하지.”

린지아는 신혈강시처럼 개조할 수 없다는 말에 탐탁치는 않았지만, 신혈강시와 같은 강한 회복력을 갖출 수 있다는 것만 해도 충분히 매력적이라고 생각했다. 그 대가로 공간수정석을 주면 되는 것이니 절대 손해는 아니다.

현음종이 공간수정석을 어디에 쓸 수 있겠는가? 기껏해야 저장수단이나 만들 수 있을 뿐이다.

사령시는 신혈강시처럼 대단하지는 않아도 상대하기 힘든 강력한 꼭두각시다. 아무리 죽여도 죽지 않는 이런 괴물은 실력도 만만치 않은데다가, 린지아의 독보적인 무공을 통해 모두 신외 아바타로 변하면 무시무시한 실력자가 된다. 그렇게 되면 현음종은 더욱 강력해질 것이다.

게다가 가장 중요한 것은 사령시는 망령괴물에 속한다는 점이다.

노쇠해서 죽는 일이 없는 괴물이기 때문에 현음종의 보물이 되어 대대손손 남길 수 있다.

“공간수정석으로 뭘 하려고?”

“현음종에 전송탑을 지어주려고. 이 전송탑이 현음종에 세워지면 엄청난 변화를 몰고 올 거야.”

천제현은 한마디 덧붙였다.

“하지만 전송탑은 공짜가 아니야. 기적상회와의 협력에 동의하든 말든 이 전송탑은 추가 조건 사항이야. 전송탑을 지을 건지 말지는 현음종이 선택해.”

“만약 짓겠다면?”

“기적상회 지분 매입 조건이 충족되므로 현음종의 3분의 1은 기적상회의 소유가 되지. 뭐, 꼬맹이는 이제 기적상회 직원이 되는 거고.”

주위 사람들의 안색이 변했다.

“무엄하다!”

“이 탐욕스러운 놈, 감히 현음종을 삼키려 들다니!”

종파의 지분을 산다는 이야기는 살다 살다 처음 들었다. 정말 말도 안 되는 소리였다.

린지아는 이를 더욱 악 물었다.

“현음종의 종주씩이나 되는 나를 감히 상회 직원으로 앉히겠다고?”

“너무 빨리 결론짓지 마.”

천제현은 신비로운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받아들일 지 말지, 선택은 그쪽에서 하는 거라니까. 만약 전송탑을 짓지 않겠다면 억지로 진행할 생각은 없어. 재료를 떼어내 수거하면 되니까. 그리고 최악의 경우라도 사령시 열 개를 얻게 되니 이 거래는 아무리 생각해도 현음종에게는 전혀 손해될 게 없거든!”

린지아는 곰곰이 생각해 봤다.

전송탑이 무슨 물건인지는 모르겠지만 짐작컨대 위험하지는 않아 보였다. 어쨌든 모든 과정을 옆에서 지켜볼 테니 별문제는 없을 것이다.

“좋아!”

린지아가 결정을 내렸다.

“허락하지! 그 전송탑인가 뭔가 하는 걸 만들어 봐. 너의 꿍꿍이가 뭔지 보고 싶군!”

현음종은 종파에서 보관중인 공간수정석을 모두 꺼내왔다.

천제현이 찬찬히 살펴보니 전송탑 하나를 세우기엔 충분했다. 공간수정석을 다 모은 후, 공서련에게 전송탑 구축을 맡겼다. 그리고 천제현은 남은 신혈을 가지고 린지아의 소중한 강시를 개조해주러 나섰다.

전송탑 구축에는 며칠 정도의 시간이 필요하다. 하지만 괜찮다. 천제현은 전혀 급할 게 없었다.

***

며칠 동안 린지아에게 사령시를 정련해 주던 중 천제현은 남는 시간 동안 가만히 쉬지 않고 단약을 복용하며 마력을 높였다.

기적상회가 혼돈의 숲 중앙에 위치한 상태에서 번화한 올드만 마을 시장까지 생겨 각종 자원이 끊임없이 기적성으로 유입되고 있었다.

천제현 일행은 그야말로 가장 행복한 술사들이었다.

주머니에서 나온 이 단약은 일반 자유 수련자들이 앞다투어 갖고 싶어 할 만큼의 가치를 지녔다.

천제현은 일반 자유 술사가 수년 간 먹어온 것과 맞먹는 양의 단약을 매주 먹고 있었다.

이런 조건이면 아무리 평범한 재능을 갖고 태어났어도 충분히 정상급의 강자가 될 수 있다.

그렇다고 해서 무리하게 최고급 성약만 복용하는 것은 아니다. 천제현은 일반 성약급 위주로 구매하고 있다. 이런 약들도 단약으로 만들면 마력 증진에 매우 효과적이다. 무리하지 않고 기본을 차근차근 다져야 크게 발전할 수 있다.

순식간에 마력을 1, 2성 높여주는 진귀한 재료는 기적상회의 현재 재력과 경로로도 구하기 어렵다. 그것도 다 기회와 인연이 닿아야 만날 수 있는 물건들이다.

천제현은 리치와의 전투 후 성수단을 복용한데다가 일정 기간 수련을 하면서 진령 1성 정점 경지에 도달했다.

그런데 이날, 천제현은 돌연 때가 되었다는 느낌을 받았다.

바로 마력 급상승의 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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