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능력 믿고 막 간다-542화 (542/729)

# 542

제542장 린지아의 절망

심빙우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입신의 경지에 이른 린지아의 마력이 들어갔으니, 강시요괴 하나의 공격강도나 기세가 부종주 음무극 수준이야. 이 강시요괴들은 진령 2성 수준에 불과하지만, 강시요괴 자체의 시독(屍毒)과 실력도 약하지 않은 상황에서 린지아의 실력과 신기 경지 무공까지 더해지니 진령 3성 술사 혼자 맞서면 당연히 질 수밖에 없어.”

공서련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세상에 저렇게 대단한 무공이 있단 말인가요?”

“저 무공도 약점은 있어. 강시요괴에게는 마력이 없거든. 다 린지아에게 받은 힘이지.”

심빙우는 침착하게 말했다.

“린지아가 주정령을 10개의 부정령으로 나누었으니 이제 정령은 쓸 수 없어. 마력 대부분을 강시요괴 몸에 주입해서 린지아의 힘도 약해질 거야. 진령 4성 술사인 건 변함없지만 그래도 정령의 힘이 사라진 상태니까 잘해도 극히 평범한 진령 4성 수준인 셈이지.”

공서련은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자신의 힘을 약화시키고도 여전히 보호능력을 갖추다니, 역시 대단하군요, 대단해!”

“하하하!”

린지아는 갖고 싶은 사탕을 손에 넣은 아이처럼 아주 흥분한 상태였다.

“해냈어, 다 해치워 버렸어. 너의 강시는 단번에 무너졌군!”

“정령도, 무공도, 아주 재미있군. 정말 훌륭한 인재야.”

천제현은 턱을 만지작거리며 린지아를 바라봤다.

“네가 마음에 들기 시작했어. 어때, 나와 함께하는 게!”

린지아는 일그러진 표정으로 말했다.

“꺼져! 넌 끝났…….”

그녀는 말을 끝맺을 수 없었다. 맹렬한 공격에 쓰러진 신혈강시가 다시 일어나기 시작한 것이다. 현음대수인의 맹렬한 공격을 정면으로 받고도 상처 하나 없이 멀쩡했다. 짙은 금색의 피부는 잘 다듬어진 금속처럼 칼과 총 하나도 들어갈 틈을 주지 않을 것 같은 신비로운 느낌을 주었다.

“네 강시는 좀 이상한걸.”

“아직 놀라기엔 이르지!”

린지아는 흥 하며 비웃었다.

‘그래봤자 조금 튼튼한 정도겠지.’

자신이 무너뜨릴 수 없는 강시가 있을 리 없다.

‘다시 강시요괴에게 공격을 시켜야겠군.’

강시들이 모두 현음종 비술을 시전했다.

현음대수인!

파멸십자검!

극음마영참!

…….

강시요괴 열 명이 제대로 실력발휘를 했다. 린지아가 할 수 있다면 강시요괴들도 가능했다. 신기 경지의 무공에 각종 강력한 비술과 무학이 더해진 맹렬한 공격이 이어졌다.

신혈강시는 연이어 공격을 받고 땅에 처박혔지만 곧 다시 벌떡 일어났다.

천제현은 일부러 반격을 하지 않으려는 듯, 팔짱을 끼고 구경만 했다.

10분이 지났다.

1분 1초, 시간이 흐르면서 린지아는 경악과 놀라움을 넘어 거의 절망 상태가 되었다.

아무리 맹렬한 공격을 퍼붓고 박살내어도 소용이 없었다. 신혈강시는 아주 짧은 시간에 바로 회복되었기 때문이다.

힘은 계속 소모되어 가는데 신혈강시는 단 하나도 제거하지 못했다.

‘어떻게 이럴 수가 있지? 이 강시들은 불사신인가?’

천제현이 린지아를 바라보며 웃었다.

“종주, 새로운 뭔가를 보여줄 줄 알았는데, 이렇게 빨리 속수무책으로 당할 줄은 몰랐네. 그쪽 강시도 뭐 별거 아니군!”

린지아의 창백한 얼굴이 흙빛으로 변했다. 린지아의 자랑거리인 10대 강시요괴가 지금 천제현에게 웃음거리로 전락했다. 짓밟히는 자존심에 화가 부글부글 끓었다.

천제현은 한술 더 떴다.

“사실 처음부터 불공평한 내기였어. 실력이 다르잖아. 나중에 꼬맹이를 괴롭혔다고 소문이라도 나면 어떡해! 우리 방법을 바꾸자. 신혈강시 하나가 공격했을 때, 그쪽 강시 전부가 쓰러지지 않고 버틴다면, 내가 진 걸로 해주지!”

“무시도 정도껏 해야지!”

린지아가 노발대발했다.

천제현이 어깨를 으쓱했다.

“난 호의로 한 말이라고. 싫다면 어쩔 수 없지. 계속 이렇게 공격하도록 해.”

린지아는 이가 부서질 듯이 어금니를 꽉 깨물었다.

10대 강시요괴는 신혈강시 18명을 상대할 수가 없는 상황이다. 지금 강시요괴의 힘이 벌써 절반이나 소진됐기 때문에, 이대로 가다가는 더 전투할 힘도 없어진다.

“좋아. 그렇게 자신만만해 하다니, 거드름 피울만한 녀석인지 한번 두고 보자고!”

10대 강시요괴가 뒤로 물러나 삼각형 진형을 이루었다.

이들은 서로에게 힘을 전달해 순식간에 검은색 결계를 만들어 냈다. 강시의 몸 마다 검은색 갑주가 나타나면서 이중방어가 시작됐다.

린지아의 냉랭한 목소리가 이어졌다.

“천마결계와 천마갑으로 만들어진 이중방어다. 어디 한번 뚫어 보시지!”

신혈강시 하나가 앞으로 나섰다. 미세한 힘이 몸 주변에 자욱이 깔리기 시작하자 짙은 금색 피부 위로 주문이 나타났고, 희미한 빛이 점차 온몸을 덮기 시작했다. 희미한 빛은 점차 선명해지는가 싶더니 다시 옅어지더니 은은하게 그의 몸을 감쌌다. 마치 온몸이 흰 실에 감싸져 있는 누에고치와 같았다.

린지아는 신혈강시 몸에서 흘러나오는 심상치 않은 기운을 느꼈다. 마치 신령이 내려오는 것과 같은, 현실과 동떨어진 느낌이었다. 무수한 강줄기가 모여 망망대해를 이루듯, 신혈강시의 기운이 빠른 속도로 모여들고 있었다.

신혈강시가 팔을 쫙 벌리자 피부 사이로 짙은 금색 피가 흘러 나왔다.

방금 전까지 린지아가 그렇게 오래 신혈강시를 공격했을 때만 해도 신혈강시 몸에서는 피 한 방울 나오지 않았다. 마치 원래부터 피가 흐르지 않는 괴물처럼 말이다. 그런데 지금은 짙은 금색 피가 팔뚝을 따라 번쩍이며 흘러내려 초를 바른 것처럼 팔 전체를 감쌌다.

“준비 완료. 자, 이제 공격한다!”

천제현의 친절한 신호와 함께, 신혈강시는 모든 힘을 최대치로 끌어올렸다. 그러고는 미사일처럼 강시 열 명 앞으로 쌩하니 날아갔다. 몸을 감싸는 빛이 최고조로 빛나는 순간, 신혈강시는 밀랍을 바른 듯한 오른팔을 번쩍 들어 검은색 결계를 향해 매서운 한 방을 날렸다.

신혈강시의 오른팔을 따라 흐르면서 주먹과 함께 표출된 하얀 빛은 짙은 금색을 머금고 있었다.

엄밀히 말하자면 공격 자체는 진령 3성에도 미치지 않을 정도로 강력하다고는 할 수 없었다. 마력 강도로만 보면 결계를 깰 수 없는 수준이었다. 하지만 평범한 물방울과 용암 한 방울은 같은 양이라도 완전히 다른 결과를 가져 온다.

신혈강시의 힘에 신력이 더해진데다가 이제는 어떤 저주와 어둠도 물리칠 수 있는 신혈까지 가세하는 바람에 검은색 결계는 어떤 저항도 하지 못하고 순식간에 산산조각이 났다.

강시요괴를 감싸던 호신무공이 완전히 무너졌다.

마치 뜨거운 용암에 휩쓸린 것처럼 강시요괴 열 명 모두 눈, 코, 입 모든 구멍에서 연기를 뿜으며 새카맣게 타서 땅 위에 쓰러졌다. 모든 힘을 쏟아 부은 신혈강시도 온몸이 굳은 채로 땅에 엎어졌다.

놀라움 속에 모두 할 말을 잃었다.

현음종의 자랑거리인 10대 강시요괴가 겨운 신혈강시 하나의 공격 한 방에 완전히 무너진 것이다.

현실을 받아들일 수 없던 린지아는 몇 분 동안 멍하니 있다가 갑자기 소리를 질렀다.

“안 돼, 내 강시요괴, 내 강시요괴가, 이 나쁜 놈아, 이게 얼마나 오랫동안 정련해야 나오는 건지 알기나 해? 망쳤어, 네가 이 모든 걸 망쳐놨다고, 가만두지 않겠어, 죽여 버릴 거야!”

린지아는 악에 받쳐 화를 냈다. 마치 마지막 장난감마저 빼앗긴 아이 같았다.

어떤 내기를 했는지 그건 이미 상관없는 일이 됐다. 인질을 다 죽이는 한이 있어도 린지아는 이 재수 없는 녀석을 없애야 했다. 오랜 세월 피땀 흘려 만든 것들을 모조리 망쳐 놓다니.

“종주, 왜 그렇게 화를 내? 강시요괴는 망가진 게 아니야, 고치면 쓸 수 있어.”

천제현은 린지아의 살기와 분노는 아랑곳하지 않고 얄밉게 말했다.

“게다가 이미 신혈강시의 위력을 실감했는데, 이런 평범하고 하찮은 물건이 눈에 차겠어?”

린지아는 갑자기 말이 없어졌다. 좌절과 실패로 낙담한 표정이었다.

신혈강시를 바라보는 그녀의 얼굴은 부러움으로 가득했다. 심혈을 기울여 만든 강시요괴는 이 신혈강시들과 비교하면 똥통에 빠진 돌덩이와 극상품 보석만큼 차이가 났다.

천제현의 유혹어린 말이 귓가에 들렸다.

“이 신혈강시들은 다 내가 만든 것들이지. 마침 남은 재료들도 있으니, 강시를 신혈강시로 바꿔줄 수 있어.”

“정말?”

린지아의 얼굴이 마치 신기한 장난감을 본 아이처럼 밝아졌다. 천제현에 대한 분노는 완전히 잊은 듯했다. 하지만 곧 경계를 늦추지 않았다.

“이렇게 현음종 전체를 매수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하지는 마.”

“꼬맹이, 그렇게 말하면 안 되지. 나 천제현은 부당한 이익을 취하지 않아. 특히 너 같은 미성년자에게는 말이야.”

천제현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협력, 협력이야. 현음종과 기적상회가 손을 잡으면, 모두에게 이익이라고.”

“꼬맹이라고 부르지 마! 내가 너보다 나이도 많다고!”

린지아는 갑자기 뭔가 생각이 난 듯 말했다.

“잠깐, 네가 천제현이라고? 기적상회의 천제현?”

“종주도 내 보잘것없는 명성을 들었나 보군. 이거 정말 영광인데. 그럼 이제 협상을 할 수 있을까?”

“협상이라면 최소한 성의를 보여야 할 것 아냐.”

천제현은 음무극을 풀어준 후, 심빙우에게 손짓했다. 그 뜻을 알아차린 심빙우가 바로 봉인을 해제했다. 현음종 장로 호법들이 얼어붙은 상태에서 해방되었다.

‘이렇게 쉽게 인질을 풀어준다고? 너무 대담한데!’

현음종 제자들이 바로 세 사람을 둘러쌌다.

“물러서라!”

린지아가 소리치며 종파 제자들을 막았다. 그녀는 천제현을 바라보며 말했다.

“대담한 녀석이군. 과연 범상치 않은 인물이야. 들어가서 하던 얘기나 계속 하지!”

천제현은 협상 테이블에 다리를 꼬고 앉아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의 어깨 위에는 새끼 여우가 축 늘어진 채 하품을 하고 있었다.

왼쪽에는 심빙우, 오른쪽에는 공서련이 서 있었고, 뒤에는 신혈강시 18명이 석상처럼 늘어서 있었다. 전후 상황을 전혀 모르는 자라면 천제현이 부잣집 도련님 쯤 되는 줄 착각할 정도였다.

좌우로 미녀를 끼고, 뒤에 호위무사를 거느린 채 다과를 즐기고 있으니 말이다.

맞은편에 앉은 이들과는 아주 선명한 대비를 이루는 모습이었다. 수십 명의 현음종 장로, 호법, 부종주 음무극은 수치와 분노로 가득한 얼굴로 천제현을 노려보고 있었다. 한번 움직이면 대주국도 흔들 만큼 명성이 자자한 인물들이 지금은 천제현 하나 어쩌지 못하고 속수무책 보고만 있어야 했다.

“종주님, 우리가 왜 이 녀석과 협상을 해야 합니까?”

“이 녀석 때문에 현음종 체면이 말이 아닙니다. 오늘 일이 외부에 알려지면 천년의 명성은 다 허사가 됩니다. 태음산 만년 정통의 위엄은 어찌 되겠습니까?”

“죽입시다, 살려두면 안됩니다!”

분노한 현음종 세력이 시끄럽게 떠들어댔다.

천제현 일행을 도저히 용서할 수 없었다. 이번 일은 단순히 개인의 명예만 헤치는 게 아니다. 대주국 6대 명산 중 하나인 태음산의 수치다. 천 년간 쌓아온 명성이 겨우 풋내기 하나의 손에 무너진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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