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능력 믿고 막 간다-539화 (539/729)

# 539

제539장 대주 공주

심빙우는 기적상회의 일원이 된 후 기린무도관의 모든 수업을 빠짐없이 들었다. 또한 기적상회의 루트를 이용하여 다양한 무공 비술을 수집하고 정리했다. 그녀는 매일 이 무공들의 정수를 연구했다.

앞으로 심빙우의 전투력이 남궁혜에 못 미칠 수도 있다. 그러나 무학에 대한 조예로 치면 남궁혜는 그녀의 상대가 못 된다.

방금 펼친 공격에서 심빙우는 초식을 변화무쌍하게 운용했다. 그녀는 찰나의 순간에 네다섯 가지 다양한 무공을 사용했다. 천제현이 고안한 시대를 초월하는 이론과 지식을 흡수하여 이를 토대로 우수한 여러 무공과 무학을 집대성했다고 할 수 있다.

얼마나 깊은 깨달음인가.

눈길조차 주지 않았던 여인이 연합 공격을 저지하자 현음종 사대 호법은 벌컥 화를 내기 시작했다.

“뭣들 하는 거야? 사음사상진을 펼치자고!”

사대 호법은 이미 달아오른 상태였다. 이들은 각자 양묘에 뒤지지 않는 실력을 지녔다. 현음종 사대 호법은 항상 붙어 다닌다. 이들은 저마다 다른 성질의 무공을 지녔지만 이 무공들은 서로 완벽히 결합할 수 있었다. 완벽히 결합한 무공은 상승효과를 발휘하여 진령 3성의 강자 대다수를 제압할 수 있다.

‘네 명이서 고작 여자 하나를 어쩌지 못할까?’

다른 장로들은 사대 호법의 실력을 잘 알고 있기에 싸움에 끼어들지 않았다. 장로들은 모두 대주국에서 이름난 고수들이다. 쪽수로 밀어붙였다는 소문이 퍼진다면 꼴이 우스워진다.

사대 호법은 천제현과 공서련을 일단 제쳐두기로 했다. 이들은 세 사람 중 심빙우의 마력이 가장 높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마력이 가장 높은 사람을 처치하면 나머지는 별문제가 안 된다.

암청색 바람이 거칠게 일었다.

자홍색 불꽃이 맹렬히 타올랐다.

검은색 음수가 세차게 출렁였다.

황금색 암석이 주위를 둘러쌌다.

네 사람의 몸이 도깨비처럼 변하더니 무수한 잔영들이 방출되었다. 네 가지 색깔의 빛이 교차하면서 괴상한 기운을 지닌 진법이 허공에 나타났다. 심빙우는 그 진법에 갇혀 버렸다.

사대 호법이 진의 네 귀퉁이에 섰다.

“우리 현음종의 사대 호법은 쌍둥이다. 원래 한 몸이라서 마음이 통하지. 각기 다른 재능을 타고났지만 서로 보완되고 같은 뿌리의 무공을 연마했다. 넷이 하나가 되어 전투력은 훨씬 강해지지.”

음무극은 진법이 완성되자 바로 마음을 놓았다.

“너희 같이 하찮은 놈들이 사대 호법의 상대가 될 것 같으냐?”

사대 호법은 모두 희귀한 원소 유형의 정령을 가지고 있었다.

이런 유형의 정령은 상대하기 극히 어렵다. 게다가 이 정령들은 빈틈없이 완벽하게 결합하였다. 심빙우는 힘이 제압당하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조금 전까지 대전에 휘몰아치던 눈보라는 이들의 진법에 갇혀 버렸다.

“현음종은 역시 대단하군!”

공서련이 분통을 터트렸다.

“여러 명이 한 명을 상대하다니 너무 비겁해. 심 선생님이 당하겠어.”

“그렇게 말하기엔 아직 일러요!”

천제현은 확실히 현음종의 실력을 얕보긴 했다. 심빙우 정도면 동급의 상대 넷은 충분히 상대할 수 있다. 그러나 사대 호법의 결합은 너무 완벽해서 네 배 이상의 힘을 냈다. 그렇지만 천제현은 서두르지 않았다. 그는 심빙우에게 뭔가 감춰진 힘이 있다는 것을 감지했다.

“누님은 그리 쉽게 당할 분이 아니세요!”

심빙우가 마력으로 일으킨 눈보라는 여전히 뼈를 에듯 차가웠지만 계속 대전의 중앙에 묶여 있었다. 아무리 애를 써도 사대 호법의 방어선을 뚫을 수 없었다.

사대 호법이 심빙우에게 여러 공격을 가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불멸체와 막강한 실력으로 심빙우는 아직 무사했다.

상황이 몹시 불리했다.

홀로 네 명을 상대하니 마력 소모 속도가 사대 호법보다 훨씬 빨랐다. 이렇게 가다간 마력이 버티지 못하고 패배한다.

이때 풍 호법이 날카로운 바람을 날렸다. 심빙우가 몸을 틀어 피할 때 검은 복면이 바람에 찢겼다. 도도하고 아리따운 농익은 얼굴이 드러났다.

심빙우는 서른이 넘었지만 20대처럼 보였다. 그 나이에 이런 마력이면 대주국에서도 뛰어난 귀재에 속한다.

음무극이 높은 보좌에 앉아 말했다.

“생각보다 실력이 좋구나. 현음종에 충성을 바치겠다고 하면 목숨만은 살려주마!”

“웃기시네!”

심빙우의 눈에서 노기가 일었다. 눈꽃들이 빠르게 회전하다가 엄청나게 거대한 얼음 연꽃으로 변했다. 화염과 물방울, 바람, 흙송곳 공격이 날아들었다. 그러나 심빙우 몸에 닿기도 전에 모두 얼어붙어 위력을 상실했다.

심빙우가 양손으로 수인을 만들었다.

그녀의 미간에 푸르스름한 각인이 나타났다.

몸 안에 봉인되었던 것 같은 힘이 솟구치더니 심빙우의 마력이 급속히 커졌다. 그녀의 마력은 조금씩 진령 2성의 경지를 넘어섰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이지?’

더욱 괴이한 건 원래 까맣던 심빙우의 머리카락이 갑자기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속도로 은색으로 변하고 있다는 점이다.

“어라!”

천제현 역시 깜짝 놀라 소리를 질렀다.

“혈맥의 힘? 누님의 몸에 혈맥의 힘이 있었어? 함께한 시간이 얼만데 그걸 몰랐지! 제대로 한 방 먹었군!”

혈맥의 힘은 조상과 혈통에서 오는 힘이다.

남하국의 남궁 가문은 불사조를 숭배한다. 가문의 조상이 불사조와 관계가 있어서 그 힘을 후대에 전승시켜준 것일지도 모른다. 혈맥의 힘은 아주 먼 고대에서부터 전승된 것이라 긴 시간 동안 방출되지 않으면 점점 그 힘을 잃게 되고 결국 깨울 수 없는 지경에 이르게 된다.

심빙우는 혈맥의 힘을 가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이 고대로부터 전승된 힘을 마음껏 방출시킬 수 있었다. 이 힘이 더해지자 그녀의 실력은 폭증했다.

“빙하강림!”

심빙우 미간의 각인에서 점점 더 강한 빛이 뿜어져 나왔다. 그녀의 길고 하얀 두 손은 푸른 빙염에 덮여 있었다. 손을 허공을 향해 좌우로 펼치자 사방으로 얼음이 번져나갔다. 공기가 얼어붙고 공간이 얼음 안에 갇혀 버렸다.

“물러서세요!”

천제현이 공서련을 잡고 허공으로 백여 장 뛰어올랐다. 조금 전에 서 있었던 곳이 순식간에 얼어붙었다. 이 얼음은 마력이 응집되어 만들어진 것이라 물이 전혀 필요 없다. 전당의 절반이 얼음으로 봉인되었다.

미처 도망치지 못한 장로들과 염귀, 빙마 형제는 모두 차가운 얼음에 갇혀 버렸다.

얼음에 갇힌 사람들은 죽지 않았다. 봉인된 것이다.

사대 호법은 도망치려 했지만 이미 너무 늦어 버렸다.

수정처럼 투명한 얼음이 도망칠 기회를 주지 않았다. 사대 호법은 허둥지둥 대는 모습과 공포에 질린 표정을 한 채 그대로 얼음에 갇혀 버렸다.

공서련은 대전을 바라보며 입을 다물지 못했다.

“엄청나다. 한 번에 대전 절반을 얼려 버렸어!”

“너, 너는…….”

현음종 부종주 음무극은 믿기 힘들다는 표정으로 은발을 휘날리는 심빙우를 쳐다봤다.

“네가 바로 18년 전에 사라진 대주 왕족의 공주로구나!”

“놀랐나 보군!”

심빙우가 은발을 나부끼며 이상하리만치 냉정한 눈빛으로 말했다.

“대주 왕족이 몰살당할 때 유일하게 도망쳐 오늘까지 살아남았지.”

“그래, 18년 전에 운 좋게 살아남았겠지만, 오늘 제 발로 죽으러 왔군!”

음무극이 노기등등하게 하늘로 날아올랐다. 그는 마기를 장풍으로 바꿔 심빙우를 향해 날렸다.

“네 목숨을 끊어주마!”

퍽!

음무극은 진령 3성의 마력을 지니고 있었다.

심빙우는 기력이 다해 장풍을 맞고 멀리 날아갔다. 마력을 거의 소진했지만 다행히 불멸체는 유지되고 있어서 가벼운 상처만 입었다.

“어리석구나. 정말 어리석기 짝이 없어. 어렵사리 대주국을 빠져나가 뭔가 굉장한 경험을 한 것 같은데 이렇게 빨리 죽으러 오다니!”

음무극이 허공을 답보하자 귀기가 주위를 맴돌았다.

“제 발로 죽으러 찾아왔으니 살려 보내는 건 예의가 아니겠지!”

음무극이 두 손을 높이 치켜들자 짙은 남색의 귀두도가 나타났다.

쨍!

도와 검이 부딪쳤다.

천제현이 심빙우 앞에 나타나 유명검으로 음무극의 공격을 막은 것이다. 천제현은 음무극의 도에 튕겨 나가는 순간 상처를 입은 심빙우를 껴안고 급히 공서련 곁으로 물러났다.

“괜찮으세요?”

심빙우는 입가에 피를 흘리며 흔들리는 눈빛으로 대답했다.

“괜찮아. 고마워!”

“제가 공주님을 몰라 뵈었네요!”

“놀리지 마.”

심빙우의 눈에서 씁쓸함이 묻어나왔다. 천제현은 심빙우의 출신이 범상치 않음을 알고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그런 이야기를 할 때가 아니었다.

“심 선생님은 내게 맡겨!”

공서련이 보법을 사용하여 달려왔다.

“밖에 있는 술사들이 곧 들이닥칠 거야. 수가 너무 많아서 상대할 수 없어. 빨리 도망치자.”

“도망치자고요? 무슨 바보 같은 소리예요!”

천제현이 실실 웃었다.

“모르겠어요? 지금 현음종 장로와 호법은 우리 손아귀에 들어온 인질이라고요! 우리가 유리한 상황인데 왜 도망을 쳐요? 빙우 누님을 잘 보살펴주세요. 저는 저 자식을 좀 때려주고 올게요!”

천제현이 심빙우를 공서련에게 맡긴 후 검을 쥔 채 땅을 박차고 공중으로 날아올랐다. 그는 음무극과 같은 높이가 되자 마력을 방출하며 크게 웃었다.

“하하하, 대주국의 현음종은 형편없군요! 장로에 호법까지 일격을 못 버티네요. 부종주의 실력을 좀 더 보여주시죠!”

말이 끝나자 천제현은 자리에서 모습을 감췄다. 빛나는 검광이 음무극을 향해 날아들었다.

남하국에서 온 젊은 술사가 대주국의 6대 종문 중 하나인 현음종에 선제공격을 날렸다!

“배짱 좋군!”

음무극은 너무 화가 난 나머지 웃음이 나왔다.

“진령 1성의 마력으로 내게 도전하는 놈은 네가 처음이다!”

현음종 대전에 굉음이 울려 퍼졌다.

하늘을 찌르는 도기가 방출되었다.

도의 위력에 대전의 천장이 날아갈 뻔 했다.

그림자 두 개가 엄청난 속도로 움직였다. 하나는 현음종 부종주 음무극이고 다른 하나는 화염에 휩싸인 악마 같은 모습의 낯선 사람이었다. 둘은 허공에서 서로를 공격했다. 도기와 검기가 격렬하게 부딪치며 폭발했다.

쾅!

두 사람 모두 반대 방향으로 튕겨져 나가자 현음종 제자들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부종주님과 막상막하야!”

“5대 명산의 최고 고수인가?”

“검을 쓰고 있어. 설마 천검산쪽 사람인가?”

“누가 됐든 간에 종문의 금지에서 우리를 도발했어. 금제와 결계를 열고 부적과 활로 놈들을 처치해!”

현음종은 벌집을 쑤신 것처럼 시끄러워졌다. 수많은 술사들이 대전을 에워쌌다. 천제현이 절정의 고수라고 해도 태음산의 호산대진에 술사들이 연합공격을 한다면 절대 저항할 수 없을 것이다.

“멈춰! 모두 멈추라고!”

공서련이 대전 벽을 박살내며 밖에 있는 사람들에게 외쳤다.

“안에 누가 있는지 똑똑히 봐. 공격한다면 여기 인질들을 죽일 거야!”

현음종 제자들은 눈이 튀어나올 것만 같았다.

대전 벽이 무너지며 피어오른 먼지가 점점 흩어지자 거대한 얼음이 눈앞에 나타났다. 이 빙산은 티끌 하나 없이 완벽하게 깨끗했다. 모서리에서 반사되는 빛과 지독한 한기가 없었다면 얼음이 있다는 사실을 전혀 알아차리지 못했을 것이다.

“아, 장로님들이시다!”

현음종 제자들은 어안이 벙벙했다. 평소에 신처럼 받들었던 장로들이 모두 거대한 얼음에 봉인된 게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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