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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력 믿고 막 간다-538화 (538/729)

# 538

제538장 공서련의 실력

공서련의 몸에서 성광이 반짝였다. 빛이 격렬히 충돌하면서 번개처럼 천제현 앞에 꽂혔다. 물방울 수십 개가 전부 공서련의 작고 어여쁜 몸으로 향했다. 검은 물방울은 공서련의 몸에 닿자마자 벌겋게 달아오른 솥에 떨어진 것처럼 치지직 소리를 내며 안개처럼 피어오르더니 순식간에 증발했다.

‘효력이 사라지다니!’

양묘의 안색이 조금 어두워졌다.

나이 어린 소녀가 벌써 진령 1성의 마력을 지녔다니 깜짝 놀랄 일이었다. 현음종에서 열여섯 살 정도에 진령 1성에 도달한 자는 없었다. 대주국의 역사에서도 이런 예는 몇 안 될 것이다.

‘코딱지만 한 나라의 소녀가 어떻게 이런 실력을 지니고 있지?’

더욱 놀라운 것은 그녀가 사용한 것이 듣도 보도 못한 방어 무공이라는 것이다. 이 무공은 강력한 방어 능력을 지녔을 뿐만 아니라 어둠과 저주의 침투를 막아내어 사수지인이 힘을 발휘하기도 전에 무력화시켰다.

대주국에는 수많은 종파가 있어서 오래된 무공이 부지기수다. 그러나 이런 무공은 생전 처음이었다.

양묘가 전력을 다해 힘을 방출하자 온몸이 다시 물처럼 흐물흐물해지기 시작했다. 검은 수증기가 순식간에 거대한 마수처럼 공서련을 집어삼키려고 했다.

방어력이 아무리 강한들 무슨 소용인가? 이건 공력이 물안개로 변하여 몸 안으로 직접 침투하는 초식이다. 이 물안개는 모공과 콧구멍, 귓구멍 등 몸의 모든 구멍을 통해 체내로 들어갈 수 있다.

자칫 잘못하여 몸에 조금이라도 들어간다면 진령 1성의 술사도 충분히 독살시킬 수 있었다.

공서련은 마력이 높지만 전투경험이 현저히 부족하여 양묘의 공격에 조금 당황했다. 공서련이 당황하여 멈칫한 찰나에 검은 물안개가 그녀를 빈틈없이 에워쌌다. 공서련은 저도 모르게 안개를 몇 모금 들이마셨다. 이치대로라면 거의 죽는다고 봐야 한다.

양묘의 음수마공은 시시한 무공이 아니다. 평범한 진령술사라면 죽지 않더라도 전투력을 상실하게 된다. 그러나 성광불멸체를 성광체 경지까지 연마하면 체내의 힘을 밖으로 방출하게 되어 몸의 외피뿐만 아니라 근육과 경맥, 오장육부까지 전부 방어된다. 따라서 이렇게 미처 손을 쓰지 못한 상황에서도 아무런 상처를 입지 않은 것이다. 다만 움직임이 잠시 둔해졌을 뿐이었다.

“현음대수인!”

이번에 양묘는 현음종의 상승 비술을 펼쳤다. 체내에서 분출된 엄청난 힘이 거대한 손바닥으로 변하여 공서련을 거세게 밀어붙였다. 양묘는 이번 공격에 모든 힘을 쏟아 부었다. 현음대수인은 양묘가 지닌 가장 강력한 필살기 중 하나였다.

공서련은 위험을 감지했다. 반응과 움직임이 느린 그녀지만 이번에는 반사적으로 자신의 거울 정령을 방출했다. 그러나 다음 동작으로 넘어가기도 전에 막강한 위력을 지닌 손바닥이 그녀의 몸으로 날아들었다.

“죽어라!”

양묘는 인정사정없이 소리를 지르며 온 힘을 쏟아냈다. 이 소녀를 완전히 가루로 만들어 버리겠다는 일념뿐이었다. 그러나 손바닥이 상대방 몸에 닿는 순간 강철을 내리친 것 같았다.

상대는 꿈쩍도 하지 않았고, 오히려 무시무시한 힘이 튕겨져 나왔다.

성광불멸체는 공격을 튕겨내는 힘이 있다. 공서련의 거울 정령 역시 반사 능력을 지니고 있다.

공서련은 공격을 받는 순간 곧바로 전력을 다해 불멸체를 펼쳐 힘을 대부분 양묘에게 튕겨냈다. 양묘가 만들어낸 손바닥이 갈라지더니 물방울로 변하여 그의 몸으로 떨어졌다. 물방울이 튀긴 바닥과 기둥, 벽, 천장에 전부 구멍이 숭숭 뚫렸다.

공서련의 첫 번째 반격이었다.

평범한 술사라면 반사된 힘에 의해 목숨을 잃었을 것이다. 양묘 역시 엄청난 충격을 받았다. 그러나 그가 익힌 무공은 특수했다. 음수마공을 신기의 경지까지 연마하면 몸이 원소처럼 변한다. 반사된 힘은 액체화된 몸에 거의 흡수되어 육신에는 별다른 상처를 주지 못했다.

하지만 이는 공서련의 위력을 보여주기에 충분했다. 모두가 공서련의 실력에 깜짝 놀랐다.

천제현이 옆에서 말했다.

“첫 번째 공격이 끝났습니다.”

공서련이 미간을 살짝 찌푸리자 몸을 감싸던 성광이 격렬하게 일렁거렸다. 그녀의 그림자가 섬광으로 변해 빠르게 돌진했다. 공서련이 가녀린 오른팔을 내밀자 성광이 날카롭기 그지없는 칼날이 되어 날아갔다.

양묘는 아직 비틀거리고 있었다. 이렇게 가까운 거리에서 이렇게 빠른 속도로 날아오는 폭발적인 공격을 피할 길이 없었다. 그는 겨우 물로 방패를 만들어냈다.

성광검이 방패를 뚫고 양묘의 몸을 관통했다.

‘끝났나?’

공서련이 성광검을 뽑는 순간에 맞춰 양묘가 몸을 뒤로 뺐다. 그의 가슴에는 커다란 구멍이 뚫려 있었다. 그러나 검은 물이 빠르게 솟구치더니 상처가 순식간에 아무 흔적도 없이 회복되었다.

“물의 정령에 괴상한 무공까지 더해져서 공격이 안 먹히는 거야?”

실전 경험이 없었지만 그녀는 이상한 낌새를 눈치챘다.

“그렇다면 상대하기 좀 힘든데. 저자의 마력은 나보다 높잖아. 방어를 깨는 게 쉽지 않다고!”

천제현이 일러주었다.

“이게 두 번째 공격이에요.”

공서련이 온 힘을 다해 마력을 쏟아냈다. 그녀의 등 뒤에 있던 거울에서 갑자기 불사조의 모습이 나타났다. 이글이글 타오르는 불길이 거울 밖으로 뿜어져 나와 순식간에 공서련의 몸을 감쌌다.

“불의 봉황이잖아!”

현음종 사람들이 대경실색했다.

“저건 전설적인 신급 정령이잖아!”

공서련의 불사조는 남궁혜 것을 모방한 것이었다. 남궁혜의 정령만큼 위력적이진 않지만 거울로 만들어낸 봉황도 봉황의 힘을 가지고 있었다. 공서련은 정령의 힘을 절반이나 사용하여 이글거리는 화염에 힘을 주입했다. 공서련을 감싸던 불길이 점점 거세지면서 거대한 봉황의 윤곽이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천제현 역시 조금 멈칫했다.

“대열반경?”

‘남궁혜의 정령뿐만 아니라 주력 무공까지 복제한 건가?’

물론 그건 불가능하다. 지금 공서련의 능력으로는 그저 겉모습만 흉내 낼 수 있을 뿐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위력은 강해진다.

‘고작 10대 소녀가 현음종에서 서열이 최고로 높은 나를 이렇게까지 몰아붙이다니!’

양묘가 놀라서 두 손으로 여러 수인을 짓자 몸에서 대량의 검은 물이 용솟음쳤다. 그의 몸이 순식간에 부풀어 오르며 거대한 흑수요마로 변했다. 힘은 두 배로 강해졌다.

“현음대수인!”

양묘는 음수마공을 최고의 경지로 끌어올려 자신의 몸을 흑수요마로 변화시킨 후 비술을 펼치며 공서련에게 미친 듯이 달려들었다. 이건 그의 가장 강한 공격이었다.

“분천권!”

공서련은 이미 힘의 절반 이상을 방출했다. 거울 정령이 등 뒤에서 계속 힘을 실어주었다. 너울거리는 불사조가 공서련의 온몸을 에워쌌다.

둘이 격렬하게 부딪쳤다.

불과 물, 빛과 어둠의 대결이었다.

순식간에 수증기가 온 대전으로 퍼져나갔다. 이 수증기는 양묘의 마력이 증발하면서 생긴 것으로 음수마공의 독성을 품고 있었다. 장로와 제자들은 공연히 화를 당할까 봐 서둘러 몸을 피했다.

양묘의 호신마력과 음수마공이 전부 봉황의 힘에 증발되었다.

그리고 그 순간 공서련이 묵직한 주먹을 날렸다. 매우 가까운 거리였지만 호신마력이 깨진 양묘는 줄 끊어진 인형처럼 순식간에 기둥에 처박혔다가 벽 귀퉁이에 떨어졌다.

“이럴…… 수가.”

양묘가 피를 토하며 혼절했다.

너무 많은 힘을 썼는지 공서련은 창백해진 작은 얼굴로 숨을 헐떡였다.

정말 위험했다. 사실 양묘의 실력은 공서련보다 더 강했다. 그러나 성광불멸체가 그의 공격을 모두 무력화시킨 덕분에 공서련은 온 힘을 다해 싸울 수 있었다. 양묘는 힘 일부를 호신에 사용한 데다 봉황의 힘까지 받게 되어 패배한 것이다.

어쨌든 공서련이 해냈다. 세 번의 공격으로 자신보다 마력이 한 단계 높은 술사를 물리친 것이다.

“흥!”

현음종 부종주 음무극의 얼굴이 몹시 어두워졌다.

“감히 우리 현음종을 욕보이다니. 사대 호법, 저놈들에게 매운맛을 보여주게!”

사대 호법이 나섰다.

풍, 화, 수, 토, 네 명의 정령은 각기 다른 힘을 가지고 있었다. 모두 양묘에게 뒤지지 않는 실력자들이었다. 네 사람이 동시에 나섰으니 위력은 상상을 초월할 것이다.

천제현이 고개를 저으며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일대일로 붙어서 안 되니까 이제 쪽수로 밀어붙이겠다고?”

대전 안에 뼈를 에는 듯한 한기가 퍼졌다.

사대 호법이 아직 공격을 펼치기도 전에 눈보라가 몰아쳤다. 천제현 옆에 있던 검은 옷에 복면을 한 여인이 힘을 쓴 것이다.

그 여인은 지금까지 아무 말도 없이 조용히 있었다.

‘그런데 한 번 나서자마자 이렇게 강한 공격을 펼치다니, 조금 전 그 계집아이보다 훨씬 강한 것 같다!’

귀신이 곡할 노릇이었다.

‘손바닥만 한 남하국에 언제 이런 고수들이 나타났단 말인가?’

심빙우가 허공으로 날아오르는 순간 온몸의 마력이 방출되면서 눈보라가 온 대전을 휘감았다. 온도가 급강하하면서 극지에 있는 것처럼 한파가 몰아닥쳤다. 옆에서 관전하는 사람들도 이 정도이니 공격을 직접 받는 사대 호법이 받는 압박은 더 말해 무엇 하겠는가.

투명한 눈꽃 수만 개가 빛을 발하며 꽃비처럼 쏟아졌다. 아름답지만 몹시 위험했다. 눈꽃은 심빙우의 정령이 응결된 것으로 상대 체내의 마력을 얼려서 순식간에 전투력을 잃게 만든다.

시야를 뺏긴 사대 호법은 어쩔 수 없이 눈보라의 힘이 가라앉기를 기다려야 했다. 심빙우의 풍만하고 매혹적인 몸이 눈꽃 사이로 날아올랐다. 위력이 다 떨어진 눈꽃은 마치 자석에 빨려 들어가듯 심빙우 곁으로 뭉쳤다. 하나가 된 눈꽃이 아름답고 정교한 설룡 두 마리로 변했다. 심빙우가 손뼉을 치자 설룡은 다시 사대 호법을 향해 날아갔다.

너무 조용해서 눈에 띄지 않던 여인이 단숨에 모두를 깜짝 놀라게 했다.

심빙우 역시 성광체를 펼칠 수 있었다. 그리고 그녀의 마력은 공서련보다 훨씬 강했다.

심빙우의 실력은 진령 2성으로 공서련처럼 흉내 내기에 급급한 반쪽짜리와는 다르다. 그녀는 뛰어난 전투 재능을 타고난 천재이다. 심빙우의 정령과 재능은 중주를 주름잡던 천성하와 맞먹었다.

사대 호법 역시 만만한 상대가 아니었다. 잠시 공격을 피할 생각이었지만 심빙우가 예상보다 강하자 네 사람은 곧바로 힘을 모아 반격했다. 설룡 두 마리가 순식간에 산산이 조각나더니 다시 눈꽃이 되어 흩날렸다.

얼음 파편은 칼날처럼 날카로웠고, 심빙우의 움직임은 번개처럼 빨랐다.

심빙우는 눈 깜짝할 사이에 대여섯 가지 비술을 펼치며 풍, 화, 수, 토, 네 호법과 맞붙었다. 그녀가 하늘을 나부끼는 눈꽃을 거느리며 장풍을 날리자 네 호법은 모두 뒷걸음쳤다.

“멋져요!”

공서련이 저도 모르게 환호했다.

“심 선생님은 정말 대단해요!”

두말하면 잔소리다. 천제현이 키운 사람들 중 전투 재능이 가장 뛰어난 건 남궁혜이다. 남궁혜는 신급 정령에 최고의 신공을 지녔다. 주 정령을 사용하지 않는다면 천제현도 그녀를 이기기는 쉽지 않다.

그 다음이 바로 심빙우와 동방호연이다.

심빙우와 남궁혜는 모두 무학을 숭상한다. 남궁혜는 무공의 순수한 힘을 추구하기 때문에 대결과 파괴를 좋아한다. 심빙우는 남궁혜보다 더 높은 경지를 추구한다. 그녀는 무학의 본질을 추구하며 무공을 예술로 생각하여 대결이나 힘에 집착하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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