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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력 믿고 막 간다-537화 (537/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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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37장 거침없는 도발

대주국에는 많은 종문이 있다. 종문은 모두 내외로 구분된다. 현음종처럼 큰 종문은 최소 사방의 토지 수천 리와 성 수십 개를 차지하며 수천만 명을 거느린다. 이들이 외문에 속한다.

외문은 종문에 종속된 세력이다. 내문은 진정한 핵심 세력이다. 외문은 종문을 받들어 키우고 강해진 종문은 다시 외문을 보호한다. 또한 내문의 제자는 모두 외문에서 선발한다. 외문과 내문은 상호의존관계지만 둘의 지위는 천양지차이다.

일전의 귀면노자는 바로 외문의 장로였다. 사실 말이 장로지 현음종을 위해 심부름을 하는 행상인에 불과했다. 염귀와 빙마도 뛰어난 재능을 타고났으나 내문의 예비제자로 선발되지 못했다.

그러나 강시내단 열 알로 인해 큰 상을 받고 일 년 동안 실력이 급상승하여 이제는 현음종에서 가장 주목받는 샛별이 되었다. 이들에게 뚱보 같은 외문 사람은 이제 안중에도 없었다.

형제는 세 사람 중 가장 어린 공서련도 진령급 마력을 지니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대주국에도 이런 실력을 지닌 자는 매우 드물다. 남하국처럼 자원이 척박한 곳에서 이 정도 실력자들이 나타났으니 형제가 얼마나 놀랐겠는가?

이런 속도로 가면 10년 후에는 상상도 못 할 경지에 올라 대주국조차 얕볼 수 없게 될 것이다.

전방에 웅장한 건물들이 나타났다.

현음종 내문은 약 20만 명이며 이들은 대부분 혼성술사였다. 이 힘만으로도 평범한 소국은 우습게 여길 수 있었다. 진령술사는 십여 명 정도였다. 일개 종문이 예전의 남하국보다 훨씬 강했다.

이게 바로 대국과 소국의 차이였다.

“부종주님과 사대 호법 장로님, 여러 장로님들을 뵙습니다!”

염귀와 빙마 형제가 천제현을 데리고 한 대전으로 들어섰다. 대전 양측에는 현음종 술사들이 서 있었다. 이들의 차림은 거의 흡사했다. 다른 색의 옷을 입긴 했지만 모두 가면을 쓰고 있었다.

“이분이 바로 대하국의 천제현 국사입니다!”

천제현 일행 셋이 대전의 중앙에 섰다. 천제현은 자신을 경계하는 현음종 술사들을 무시하고 곧장 대전 맨 앞쪽을 쳐다보았다. 그곳에는 다섯 사람이 서 있었다. 그중 하나는 우람한 체구에 새까만 도포를 걸치고 흑철로 만든 흉측한 가면을 쓴 채 온몸에서 옅은 마기를 가득 뿜어냈다.

이자의 양옆에는 각각 두 사람이 서 있었다. 이 네 사람은 각각 푸른색, 붉은색, 남색, 노란색 옷을 입고 있었다. 옷 색상이 다른 것 외에 다른 장신구나 가면은 똑같았다. 이들은 모두 긴 모자가 달린 빳빳한 도포를 걸치고 있었고, 저마다 각기 다른 마력을 뿜어냈다.

부종주 음무극과 사대 호법 장로 풍, 화, 수, 토였다.

이외에도 현음종 장로 몇이 더 있었다.

이들은 모두 귀신 얼굴의 가면을 쓰고 있었다. 대전에 가득한 음산한 기운에 공서련은 기분이 찜찜했다.

현음종은 무공의 특수성 때문에 정상적인 상황에서는 동일한 유형의 재능을 지닌 제자만 받아들이거나 제자를 받아들인 후 자신들의 무공으로 원래 지녔던 능력을 억눌렀다. 이렇게 하여 종문은 모두 통일된 하나의 무공을 익힌다.

이점은 사주호의 상어해적단과 유사하다.

현음종은 다른 종문과는 달리 타고난 재능에 구애받지 않고 고유의 정령에 현음종의 현음 무공을 덧입힌다는 특징을 지니고 있다.

사대 호법의 마력은 풍, 화, 수, 토일 것이다. 풍은 음풍(陰風,) 수는 음수(陰水,) 화는 음화(陰火), 토는 음토(陰土)로 범상치 않은 마력이다.

부종주 음무극이 천천히 몸을 일으키자 그를 감싸고 있던 검은 기운도 주위로 퍼져나갔다. 낮고 묵직한 음성이 가면 밖으로 흘러나왔다.

“네가 바로 1년 전에 현음종에 천년강시내단 열 알을 준 남하국의 술사인가?”

“그렇습니다!”

천제현은 음무극의 홀대를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현음종은 대주국의 6대 종문 중 하나죠. 대주국의 기둥이라고 할 만합니다. 저희 대하왕께서는 여러분께 경의를 표하셨습니다. 저희는 대주국과 손을 잡고 북방의 강국인 장응전국과 맞서고 싶습니다!”

“하하하하!”

대전에 웃음소리가 퍼졌다. 장로 차림을 한 사람이 일어섰다.

“대하국도 참 딱하군! 대국이라면서 사자로 보낼 사람도 없단 말인가? 젖비린내 나는 애송이에 계집을 보내놓고 뭘 하겠다는 거야? 현음종의 지지를 받을 생각인가? 가소롭군! 네놈들에게 그럴 자격이 있다는 거냐? 강시내단 몇 알로 현음종의 환심을 살 생각은 접어라!”

천제현이 눈을 흘겼다.

“존함이?”

“나는 현음종의 형벌장로 양묘다!”

조금 난처해진 염귀와 빙마가 천제현에게 눈짓을 보냈다.

양묘 장로는 만만한 상대가 아니다. 그의 음수마공은 이미 신기의 경지에 이르렀다. 그는 가장 서열이 높은 장로 중 하나로, 마력은 진령 2성이나 되고 현음종의 비술을 수십 가지나 익혔다.

‘진령 2성? 혼돈의 숲에서 그 정도는 별것도 아니지! 그 정도 실력으로 내 앞에서 건방을 떨어?’

이렇게 거만하고 삐딱하게 나오는 자들에게 계속 허리를 굽힌다면 오히려 무시만 당한다. 강한 실력을 보여주어야만 말이 먹힌다.

“그렇습니다. 저희는 대하국에서 별 볼일 없는 미미한 존재지요.”

천제현은 염귀와 빙마에게 한 약속을 이미 까맣게 잊었다.

“그렇지만 저희는 호기심이 아주 강하여 대주국의 명문 종문의 위대한 무공을 직접 보고 싶군요. 괜찮다면 저와 내기를 하시겠습니까?”

양묘가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

“네놈 따위가 나와 내기를 할 자격이 되느냐?”

“천년강시내단 열 알 외에 만시고묘에서 얻은 게 또 있죠. 저야 자격이 안 되지만 이건 될 겁니다!”

천제현이 장검을 뽑아 땅을 짚었다. 얼음처럼 차갑고 매끄러운 칼날이 지면에 닿자 음산한 냉기가 퍼지면서 서리가 내렸다.

“고대의 불멸 혼기인 유명검입니다. 이 정도면 대주국에서도 귀한 보물이지요. 장로님께서 저희 셋 중에 한 명이라도 이긴다면 이 검을 현음종에 선물로 드리겠습니다.”

“그런…….”

대전에 있던 모든 사람들의 얼굴이 미묘하게 변했다.

음무극의 눈빛도 조금 흔들렸다.

천제현의 유명검은 예전의 유명검이 아니었다. 완전히 힘을 회복하여 예전보다 훨씬 강해진 상태였다. 현음종 같은 종문에서도 이 정도면 매우 귀한 보물이다.

현음종은 몹시 거만하다. 남하국 같은 소국에서 온 천제현 일행이 안중에 있겠는가. 이번에 접견을 허락한 것도 천제현이 진귀한 보물을 많이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손을 벌리기도 전에 천제현이 먼저 유명검을 내어놓았다.

양묘의 가면 속에서 음흉한 웃음소리가 흘러나왔다.

“진심이냐?”

“이곳에서 제가 어떻게 장로님을 속입니까?”

천제현이 어깨를 으쓱했다.

“제가 이기면 저희의 요구조건을 들어주십시오.”

‘이 소국의 애송이놈이 미쳤나?’

‘이런 상황에서 무슨 자격으로 조건을 운운해?’

이런 상황에서 조건을 수락한다고 해도 현음종이 그 약속을 지킬까.

“젊은 친구가 자신만만하군.”

부종주 음무극이 불쑥 입을 열었다. 제 발로 찾아온 보물을 놓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양 장로, 저들과 한 번 겨뤄보게. 좋은 일 하는 셈 치고 소국의 술사들에게 우리 현음종의 무공을 보여주라고.”

“알겠습니다!”

양묘가 마력을 모아 방출시켰다. 앉아 있던 양묘의 몸이 검은 물로 변해 앞쪽 땅 위로 솟구치더니 다시 원래의 몸으로 변했다. 주위에는 여전히 검은 물방울이 용솟음치고 있었다.

“날 너무 매정하다고 생각하지 말거라. 자신 있는 사람이 나서라고. 난 셋 중 누구를 상대해도 상관없어!”

‘괴상한 무공이다!’

양묘의 몸은 마치 형태는 없지만 실체가 있는 물처럼 변화무쌍하고 위험했다. 이게 바로 신기의 경지에 이른 음수마공이었다.

공서련이 자진해서 나섰다.

“내가 할게!”

천제현이 일부러 공서련을 자극했다.

“괜찮겠어요?”

“물론이지!”

공서련은 자신만만했다.

“공격 열 번으로 끝내겠어!”

천제현이 못마땅해 하며 고개를 저었다.

“너무 길어요. 세 번 안에 끝내요.”

공서련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고민했다.

“노력해 볼게!”

양묘의 눈빛이 험악하게 변했다.

“남하국 놈들은 다 네놈처럼 건방진가 보군?”

“아닙니다. 사실 대하국 사람들은 대게 겸손한 편이에요.”

천제현이 실실 웃으며 대답했다.

“주제 파악도 못 하는 어리석은 놈과 마주칠 때만 좀 건방져지죠.”

천제현이 이 말을 뱉자 모두의 얼굴이 급변했다.

염귀와 빙마는 놀라서 저도 모르게 입을 떡 벌렸다.

‘천제현님의 머리가 이상해진 게 아닐까?’

‘현음종 한복판에서 이렇게 많은 현음종 사람들을 앞에 두고 이런 말을 뱉었는데 무사히 빠져나갈 수 있을까?’

천제현의 말은 노골적인 도발이었다. 만약 천제현이 무사히 빠져나간다면 대주국 6대 종문 중 하나인 현음종의 체면은 땅에 떨어진다.

양묘가 대로하여 외쳤다.

“무엄하구나!”

“아이고, 화내지 마십시오. 양 장로님께 드리는 말씀이 아니니까요.”

천제현은 주위의 장로들과 앉아 있는 호법, 부종주를 훑어봤다.

“여기 계신 모든 분들께 드리는 말씀입니다만…….”

“이놈!”

천제현이 말을 마치기도 전에 폭발한 양묘가 공서련을 제치고 천제현에게 달려들었다.

일이 이렇게 되자 염귀와 빙마 형제는 죽고 싶은 심정이었다. 이번에는 정말 대형 사고를 친 것이다.

대주국이 대하국보다 강하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현음종 하나에도 혼성급 술사가 10~20만이다. 이 힘을 제대로만 쓰면 대하국을 멸망시킬 수 있다.

현음종은 대주국의 여러 종문 중 하나일 뿐이다.

대주국의 모든 종문을 결집시킨다면 천제현 정도는 가루로 만들어 버릴 수 있다. 게다가 천제현 일행은 현음종의 본거지에 와 있다. 현음종은 대주국에서 가장 오래된 종문 중 하나로 금제와 결계, 진법이 도처에 깔려 있다. 들어오기도 어렵지만 빠져나가는 것은 더욱 어렵다.

천제현의 이런 도발은 현명한 처사가 아니었다.

어찌 보면 천제현의 행동은 제 무덤을 파는 짓 같았다. 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았다. 천제현은 이들을 조금도 두려워하지 않았다. 세 사람은 모두 귀환두루마리를 가지고 있다. 상황이 불리하게 돌아가면 내빼면 그만이다.

아직 공간두루마리를 막을 방법이 없는 이 시대에 현음종 사람이 아무리 많아도 천제현 일행을 어쩔 수 있겠는가?

천제현에게는 이들과 천천히 협상을 벌일 여유가 없었다.

현음종은 마교 색채가 짙은 종파이다. 그렇게 사악한 것은 아니나 마교는 대부분 약육강식의 법칙을 따른다. 구두로 한 약속이나 맹세는 무의미하다. 이러쿵저러쿵 말로 설득하기보다는 절대적인 힘으로 굴복시키는 게 더 먹힌다.

현음종의 저력이 아무리 강하다 해도 그게 뭐 대수인가? 대주국의 강함은 자원과 군대, 경제 등 종합적인 실력에서 나온다. 그러나 만약 강자의 수만 놓고 보자면 현음종은 기적성에 비할 바가 아니다.

사정이 이런데도 몸을 사린다면 그게 어디 천제현이겠는가?

어쨌든 천제현은 양묘를 손쉽게 자극했다. 양묘가 두 손을 모으자 온몸이 녹아내리듯 출렁거렸다. 인간 모형의 물처럼 변한 양묘의 몸에서 대량의 물방울이 튕겨져 나와 허공에 떠다녔다. 이어 양묘가 두 손을 앞으로 힘차게 밀자, 물방울 수십 개가 천제현을 향해 날아들었다.

“사수지인!”

사수지인은 현음종의 비술 중 하나였다. 양묘는 아주 희귀한 원소 유형의 정령을 가지고 있었다. 그의 정령은 바로 물이었다. 여기에 음수마공을 결합하여 비술을 펼치니 물방울이 극강의 침투력과 살상력을 지니게 되었다. 이 비술의 가장 무서운 점은 호신마력을 가볍게 뚫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비술은 대다수의 호신무공을 무력화시킬 뿐만 아니라 맹독을 품고 있어서 물방울에 스치기만 해도 바로 죽는다.

“엉뚱한 곳에 힘쓰지 마세요. 당신의 상대는 나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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