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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력 믿고 막 간다-524화 (524/729)

# 524

제524장 인공지능

“서련 아가씨, 지도 좀요!”

그러자 공서련이 즉시 거대한 숲의 지도를 들고 와 펼쳤다.

천제현은 그 대형지도 앞에서 미노타우로스 협곡을 가리키며 말했다.

“미노타우로스 협곡 주변에는 광물이 풍부하죠. 미노타우로스들은 숲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운 힘을 지니고 있으면서 어째서 광산을 운영하지 않는 겁니까? 기적성은 향후 고속발전을 이루게 될 거고, 그 과정에서 광석이 날개 돋친 듯 팔리게 될 거예요. 가격은 폭등할 테고요. 이거야말로 놓쳐선 안 될 기회 아닌가요? 광산 개발이 이유라면 기적상회의 투자를 받아낼 수 있습니다. 우리가 함께 힘을 모아 광산을 개발하면 향후 미노타우로스들은 경제적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되겠죠.”

아르놀트는 그의 말에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다.

사실 그들은 멀리 내다보고 대출을 받으러 온 게 아니었다. 미노타우로스들은 몸에 지닌 게 팬티 한 장밖에 없을 정도로 가난한 종족이다. 그런 상황에서 대출까지 받으면 상황은 점점 더 악화되리라.

물고기를 주느니 물고기 잡는 법을 가르쳐주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기적상회와 미노타우로스들이 함께 광산을 개발하되, 기적상회에서 운수수단, 채광도구, 채광기술, 판매 루트 등을 제공하고 미노타우로스들은 직접적인 채광과 제련 등의 업무를 맡으면 향후 엄청난 수익을 낼 수 있을 것이다.

천제현은 다시 지도의 한 부분을 가리키며 말했다.

“또한, 이쪽에 있는 식인마 부족 부근에는 희귀한 3급 목재들이 대규모로 자라고 있습니다. 그야말로 보물을 끌어안고 있으면서 그게 보물인지도 모르는 셈 아닙니까! 우리는 식인마들과 벌목장 협력 계약을 체결할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이곳에서는 약초 재배가…….”

“이쪽에서는 가축 사육이…….”

혼란의 숲 중부 지역은 자원이 매우 풍부한 곳으로, 삽을 들고 아무데나 가서 땅을 파도 최소 50년은 채굴할 수 있을 만큼의 수정석이 나오곤 한다. 그 풍부한 천연자원은 숲의 발전과 성장을 이끌 것이다.

“보세요. 혼돈의 숲은 이렇게나 지원이 풍부한 곳입니다. 눈에 보이는 모든 곳이 보물창고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그런데 굳이 은행까지 찾아와 마석 몇 개에 전전긍긍할 필요가 있겠느냔 말입니다.”

천제현은 지도에 큰 원을 그리며 말했다.

“저는 이곳에 숲 산업단지를 설립할 생각입니다. 각 부족들은 투자를 통해 더 큰 부와 힘, 기술, 자원, 유통망을 얻을 수 있겠죠. 벌어들인 모든 이익을 투자자들과 나눌 거니까요. 그러니 이 정도 작은 일에 불쾌해하고 반목할 이유가 없지 않겠습니까?”

“옳소, 옳소!”

토착민들은 흥분하기 시작했다.

기적상회의 공간창고는 이미 기밀이라고 할 수도 없었다.

현지의 풍부한 자원에 기적성의 유통망이 더해지면 모든 이가 함께 부유해질 수 있다. 더 이상은 굶주림에 울부짖는 일도 없어질 것이다.

천제현은 입에 침이 마르게 이야기를 거듭한 결과 토착민들을 설득해 돌려보내는 데 성공했다. 그가 내놓은 건 초기 구상이었으니, 구체적인 계획을 짜는 건 공화련의 몫이 될 것이다. 이 일은 더는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 같았다. 숲은 여전히 몹시 혼란스러웠고, 성 주민들과 토착민 등 각종 세력이 복잡하게 얽혀 있는 상황이었다. 공화련처럼 인내력과 지혜를 모두 갖춘 관리자만이 산적한 일들을 융통성 있게 처리할 수 있으리라.

그래도 걱정이 되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천제현은 정말 대단해. 말 몇 마디로 그 막무가내 야만족들을 낚다니.”

“낚다니요! 그게 무슨 말이에요?”

천제현은 눈을 부릅뜨며 말했다.

“우리는 주변 지역의 안정과 단결을 원하잖아요. 모두가 함께 부유해지기 위해선 언젠가 꼭 해야 하는 일을 이참에 몇 개 얘기했을 뿐이에요.”

“기적성이 앞으로 어떻게 변모할지 기대되는걸!”

공서련은 조용하고 광활한 숲의 땅을 바라보며 내뱉듯이 말했다.

“비비안이 남하국에 전송탑을 세우려면 최소 며칠은 걸리겠지. 그동안 다른 계획 있어?”

“물론이죠. 우리, 남하국에 가기 전에 잠깐 어디 들러서 뭐 좀 가지고 가요.”

***

얼마 전, 드라코리치와 격렬한 전투를 벌인 분지는 하프엘프들에 의해 봉쇄되어 있었다.

경천동지의 전투가 끝나고 이미 어느 정도 시간이 흘렀건만, 해당 구역은 여전히 짙은 죽음의 기운에 뒤덮여 있었다. 몇십 리 반경의 식물들이 모두 말라비틀어졌고, 허공에는 망령들이 떠돌아다니고 있었다.

기적성이든 다른 토착부족이든 그곳에 관심을 보이는 자는 아무도 없었다.

하프엘프의 대장로인 클라크가 일족 몇몇과 함께 그곳을 파본 적이 있었는데, 분지 아래에서 강렬한 죽음의 마력으로 뒤덮인 공간을 발견했다. 고대에 만들어진 죽음의 유적이 분명했다. 리치는 그 유적 위에 제단과 진법을 구축함으로써 유적에서 수만 년간 묵은 죽음의 마력을 뽑아 쓸 수 있었고, 그 덕에 도시 하나를 궤멸시킬 정도의 무시무시한 힘을 응축했던 것이다.

만약 천제현이 제때 저지하지 않았더라면, 기적성은 진작에 죽음의 땅으로 변했으리라.

천제현은 공서련과 새끼여우, 열여덟 신혈강시, 그리고 10명 남짓한 여우족 제사장들과 함께 유적 안으로 들어갔다.

“모두 조심해요.”

뒤를 돌아보며 손짓한 천제현이 어둡고 깊은 지하공간을 보며 말했다.

“위험한 망령들이 득시글합니다.”

여우족 제사장들의 머릿속에는 의문이 가득했다.

‘등 따시고 배부르니 할 일이 없었나!’

‘이곳엔 괜히 왜 오자고 한 걸까?’

‘게다가 성주 주위엔 고수들이 즐비할 텐데 왜 하필이면 우리를 데리고 오냔 말이다.’

요괴신 제사장들의 전투력은 그리 강하지 않다. 기적성에서 여우족들의 업무는 마수를 길들이고 사업을 경영하는 것 아니던가.

“맙소사, 뭐가 이렇게 음산한 거야?”

천제현의 꽁무니를 쫓아 지하로 들어간 공서련은 온몸에 한기가 맴도는 것을 느꼈다. 모공 하나하나에 얼음물을 들이부은 것 같이 머리털이 쭈뼛거렸다.

“해골바가지 천지잖아. 대형 무덤 같아. 대체 여기엔 왜 온 거야? 여기 보물이라도 있는 거야?”

천제현은 헤헤거리며 대꾸했다.

“맞춰보세요.”

그의 말에 공서련은 흥 하고 콧방귀를 뀌었다.

클라크가 일족과 함께 죽음의 유적을 탐색한 바 있지만, 유적 자체가 너무 위험하고 부정적 마력이 강해 들어가자마자 나올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제대로 된 정보를 수집하지 못한 상태였다. 하지만 이번에는 천제현이 검을 뽑아 들고 최전방에서 움직이고 있었고, 그의 어깨 위에 앉은 새끼여우는 분주하게 강렬한 죽음의 마력을 삼키고 있었다. 그 덕분에 일행은 겨우 그 엄청난 압박감에서 자유로울 수 있었다.

지하세계는 하나의 거대한 고묘 같았다. 고대 생명체들의 유해며 해골은 정체를 알 수 없는 강력한 힘에 의해 천장으로 솟구치는 나선형의 뼈기둥을 만들었고, 그 기둥들이 지하공간을 단단히 받치고 있었다.

천제현은 거대한 힘의 파동을 느꼈다.

유적은 단순하지 않은 물리구조를 가진 듯 신비하고도 강력한 마력 파장을 이루고 있었다. 거대한 무덤 전체가 그 파장에 뒤덮여 오랜 시간의 흐름 속에서도 파괴되지 않은 것이다. 분지에서 그렇게 격렬한 전투가 벌어졌음에도 지하공간은 조금도 무너지지 않은 상태였다.

“이 망할 지하에 대체 뭐가 있는지 나중에 꼭 말해줘야 돼…….”

그러나 공서련은 말을 채 끝맺기도 전에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녀의 턱이 덜덜 떨리면서 새하얀 치아가 위 아래로 딱딱 부딪혔다.

“귀, 귀신…… 엄청나게 많은 귀신이 오고 있어!”

일행은 비교적 넓고 평평한 공간으로 이동했다.

주변의 나선형 뼈기둥들은 천연적으로 생성된 종유석처럼 땅에서 솟아나 있었다. 수많은 해골들이 쌓여 이뤄진 기둥이라는 점만 다를 뿐이었다. 그 해골들에서 안개 같은 힘이 뿜어져 나왔다. 순식간에 허공에서 하나로 뭉쳐진 그 힘은 흉측하고 공포스럽기 이를 데 없는 유령정령의 형태를 갖췄다. 속도가 어찌나 빠른지, 눈 깜짝할 새에 유령정령 수백 개가 만들어져 일행을 둘러싸기 시작했다.

주변에 산처럼 쌓인 유골들도 덜컹거리며 움직이기 시작했다.

휙!

갑자기 팔뼈 하나가 불쑥 튀어나와 공서련의 가는 발목을 잡았다. 가뜩이나 긴장하고 있던 그녀는 비명을 지르며 황급히 그 뼈를 밟아 뭉갰다. 전투력이 강한 편은 아니었지만, 그녀 역시 진령술사였다. 진령술사의 마력이 순간적으로 폭발하자 그 뼈는 즉시 가루가 되어 흩어졌다.

공서련은 혼비백산할 지경이었다. 해골에 닿은 부분에서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성광불멸체가 있기에 망정이지, 그렇지 않았더라면 강력한 죽음의 마력이 체내로 파고들어 다리를 잘라내야 했을 것이다.

덜그럭 덜그럭!

산더미처럼 쌓여 있는 해골들이 움직이면서 소름 끼치는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괴상하게 생긴 해골이며 뼈들이 천천히 기어 나오고 있었다. 숫자가 어찌나 많은지 헤아리기도 힘들 정도였다. 게다가 그중에는 원형 그대로 보존된 고대 흉수의 뼈들도 있었다. 그것들은 온몸에서 3급 마수 괴물 수준의 기운을 내뿜고 있었다.

공서련은 깜짝 놀라 정신이 혼미해졌다.

“도망쳐!”

“도망은 무슨!”

천제현은 그녀의 머리에 꿀밤을 먹이며 말했다.

“왜 그렇게 겁이 많아요? 나중에 어디 가면 저랑 안다는 말 하지 말아요.”

공서련의 얼굴에 불만의 빛이 떠올랐다.

그들의 눈앞에 나타난 망령이며 괴물들은 최소 2천 마리는 넘는 것 같았다. 이 무덤 속에서 수많은 세월을 버텨온 놈들이니 하나하나의 힘이 엄청날 것이다. 그중 일부는 진령급이라고 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였다.

공서련은 천제현이 직접 키운 제자라고 봐도 과언이 아니었지만, 제대로 된 전투에 참여해 본 적이 없어 마력은 높아도 실질적인 전투력은 한심할 정도로 약했다. 게다가 그녀가 이런 장면을 어디에서 봤겠는가.

그러나 천제현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새끼여우의 등을 두드리며 말했다.

“가라!”

새끼여우의 몸이 몇 번 번쩍이더니 순식간에 그 망령들 중 가장 강한 놈을 스치고 지나갔다. 그들도 새끼여우를 발견했지만, 별 볼 일 없는 짐승이라 생각했는지 무시했다. 그러나 작은 총알이 사냥감의 몸에 막히듯 여우가 스치고 지나간 곳마다 그 강력한 망령들이 궤멸하고 있었다.

어쨌든 그놈들은 이성이 없는 괴물에 불과했다.

새끼여우는 혼불을 뿜으며 망령들 사이를 휘젓고 다녔고, 동시에 그들을 삼키기 시작했다.

천제현이 주변을 보며 손짓하자 이번에는 요괴신 제사장들이 십여 마리의 소환수를 소환해 주변을 가로막았고, 신혈강시들은 방어벽을 만들어 망령들의 공격을 막았다.

해골로 된 새 한 마리가 빠르게 날아들었으나 신혈강시의 일격에 산산조각 났다.

그 모습을 본 공서련은 입을 쩍 벌렸다.

“와, 저것들이 언제 저렇게 강해졌대?”

“별걸 다 궁금해 하네요. 제가 만든 강시들이 평범할 리 없잖아요?”

천제현은 요괴신 제사장들에게 다시 명령했다.

“저 망령들이 보이시죠? 지금 제가 필요로 하는 게 바로 저 영체들입니다. 저것들을 모으는 걸 도와주시면 크게 사례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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