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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력 믿고 막 간다-522화 (522/729)

# 522

제522화 돈방석

무한한 가능성을 지닌 기적은행은 향후 기적상회의 영향력을 대대적으로 확대하는 한편, 숲의 경제 흐름을 틀어쥠으로써 기적성이 전 대륙의 상업, 금융 중심으로 발돋움하게 할 중요한 패가 될 것이다.

미래에서 온 천제현은 현 시대 사람 그 누구도 갖지 못한 뛰어난 식견을 지니고 있었고, 그래서 기적은행의 엄청난 잠재력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은행을 만든다는 생각이 천제현의 머릿속에서 나왔다면 별로 놀라울 것 없는 일이었겠지만, 평생을 숲에서 산 델로리스가 먼저 제안했다는 건 대단한 일이었다.

천제현이 물었다.

“그럼 상회에서 얼마나 투자하면 좋을까요?”

델로리스는 머뭇거림 없이 대답했다.

“전부 필요해요!”

“전부요?”

“그래요.”

그녀는 자신만만한 어조로 입을 열었다.

“기적쇼핑몰은 이제 막 걸음마 단계에 들어섰을 뿐이에요. 고작해야 20여 개의 마을과 외부의 대형 부족들을 대상으로 운영을 시작하게 되겠죠. 하지만 대출 금액이 적어선 안 된다고 생각해요. 우리에게 대출을 받은 고객들이 다시 상회로 와서 필요한 설비며 재료, 기술 등을 구매하고 수수료를 지불할 테니까요. 판매 후 유지보수와 기술자들에 대한 제공도 필요할 테고요. 결국 그들이 빌린 대부분의 마석은 다시 기적성으로 되돌아오게 될 거에요.”

“기적은행의 자금이 한 바퀴 돌아 다시 기적성의 주머니로 되돌아온다는 말이야?”

비비안은 잘 이해가 되지 않는 듯했다.

“신규 업무를 시작하고 상품도 판매하고, 그 과정에서 영향력도 키우고 쇼핑몰과 은행도 성장시킨다고? 담보 대출도 결국엔 왼손에서 돈을 빌려서 오른손에 주는 셈이잖아? 좋은 건 전부 우리가 갖게 되는데 그런 게 가능하단 말이야?”

델로리스는 새침하게 눈을 깜빡거리며 대답했다.

“맞아요. 좋은 건 전부 우리가 갖게 되겠죠.”

악덕상인도 이 정도로 배포가 크면 욕을 할 수 없다. 여우족 특유의 교활함이 남김없이 드러난 전략이라 할 만했다. 기적성에 그녀와 같은 여우족 상인들이 있는 한, 앞으로 돈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될 것 같았다.

며칠 후.

순조롭게 폐관을 마치고 나온 공화련과 공서련, 남궁혜는 진령 고수가 된 건 물론이고 불멸체도 대성 경지에 이르러 있었다. 델로리스의 기적은행 설립 계획을 들은 공화련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그녀의 뛰어난 두뇌는 즉각적으로 그 계획의 진가를 알아챘다.

‘대단해. 정말 보통 여자가 아니야.’

이 여우족 여인은 이미 여러 명 몫을 하고 있었다.

한편, 기적성의 대대적인 병사 모집도 이미 성과를 보이고 있었다. 천제현은 성주로서, 그리고 모병을 명령한 주체로서 직접 그 장소에 찾아가보기로 했다. 소집된 군대의 총책임자는 동방호연과 심빙우였다.

이 두 사람은 신중하고 과묵한 성격으로, 기적상회의 고위층 인사들 중에서 눈에 띄는 성과를 보여준 건 없었지만 일 처리가 깔끔하고 믿을 만했다.

이번 모병 계획이 별 탈 없이 진행된 것도 두 사람의 공이 컸다고 할 수 있었다.

몇 번의 선발 절차를 거쳐 엄선된 숲의 토착민 3만 명이 공터에 가지런히 정렬해 있었다. 그들은 체형과 종족에 따라 정렬해 있었는데, 복장도 무기도 서로 다르지만 벌써 어느 정도 단결된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현장에는 기적성의 신병들뿐만 아니라 각 부족 토착민들까지 모여 왁자지껄하게 떠들고 있었다. 혼돈의 숲에서는 보기 드문 장면이었다. 이 병력은 혼돈의 숲 최고의 정예군이자 첫 번째의 직업군인 부대가 될 것이다.

“빙우 누님, 호연 형님, 수고 많으셨습니다!”

천제현은 연단에 올라가 연설을 하기 전, 먼저 그 둘과 악수를 했다.

심빙우는 검은 옷에 복면, 말 없는 예전 모습 그대로였지만, 동방호연은 아니었다. 건장한 몸에 중무장을 한 그에게서는 수많은 전투를 겪은 노련한 장수의 느낌이 물씬 풍겼다. 천제현은 그 모습에 적이 만족했다. 지난 몇 달간 동방호연은 눈부신 성장을 거뒀다. 천제현은 장차 그를 기적성의 최고 지휘관으로 삼을 생각이었다.

“기적성의 모병에 응답한 전사들은 모두 혼돈의 숲 최고의 용사들이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천제현은 확성기를 받아 들고 연단에 올라 말했다.

“여러분은 선발에 선발을 거친 최정예병이며, 용사 중의 용사들입니다. 기적성에는 여러분과 같은 용사들이 꼭 필요합니다. 우리 기적성의 명예로운 정규군 병사가 된 것을 축하합니다!”

3만 신병들의 얼굴에 자부심이 떠올랐다.

그들은 가상경기장에서 수많은 전투를 거치고 살아남은 최고의 전사들이었으며, 일련의 시험을 통과하고 최종적으로 기적성의 병사가 된 최정예병이었다.

그러니 지금 이 자리에 서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충분한 자랑거리였던 것이다. 게다가 기적성의 병사가 되어 돈도 벌고, 자신의 부족에게 더 많은 이익과 명예를 안겨줄 수 있지 않은가.

“전 여러분께 확실하게 말해 줄 수 있습니다. 기적성을 선택한 그 순간부터 여러분의 인생은 180도 달라졌다는 것을 말입니다. 그건 여러분의 인생에 한 번 만날까 말까 한 엄청난 기회였습니다. 여러분 모두는 공평한 시작점에서 원하는 만큼의 부와 권력, 명예를 얻게 될 것입니다!”

천제현은 감개무량한 목소리로 외쳤다.

“기적성의 휘광이 여러분과 함께할 것입니다. 기적성을 위해 싸우고, 그 빛을 더욱 드높이십시오!”

“우와아아!”

천제현의 연설을 들은 신병들은 함성을 질렀다.

숲의 부족들은 대부분 순진하고 단순한 편이었으므로 그들로 이뤄진 부대를 통솔하는 건 그리 어렵지 않은 일이었다. 그들에게 만족할 만한 대우와 인정, 기대되는 미래를 안겨주기만 하면 수많은 병사들이 기적성을 위해 목숨을 내놓을 것이었다.

“이 밖에, 지금 이 자리에서 제가 내린 중요한 결정 하나를 발표할까 합니다!”

천제현은 큰 소리로 외쳤다.

“기적상회는 기적성의 주민들에게 더 많은 혜택을 제공하기 위해 기적은행을 설립하기로 했습니다. 기적성의 주민들은 예금을 통해 노는 돈을 은행에 맡기고 이자를 받으실 수 있습니다. 얼마를 맡기든 얼마를 찾든 제한이 없습니다. 저희가 기적성의 주민들을 위해 대륙에서 가장 안전한 자산 보호처를 제공할 것입니다. 또한, 그 과정에는 어떤 추가 비용도 필요하지 않으며 한 달에 1%, 반년에 8%, 1년에 20%의 이자를 제공하겠습니다!”

기적성의 사람들은 멍한 표정으로 속닥거리기 시작했다.

“마석을 맡기면 더 많아져서 돌아온다고? 그게 사실이란 말인가!”

1년에 20%의 이자를 제공한다면 마석 100개를 맡기고 1년만 기다리면 120개가 된다는 의미다. 하프엘프처럼 수명이 긴 종족들이 기적은행에 마석을 맡기고 50년, 100년이 지나면 이자가 이자를 낳아 결국에는 엄청난 부를 축적할 수 있지 않겠는가.

신병 환영식에서 기적은행의 설립을 발표한 이유는 사람들의 이목을 끌기 위해서였다.

기적상회의 영향력이 아직 그다지 크지 않기 때문에 기적은행의 예금 업무는 한동안 기적성 사람들에게만 개방할 계획이었다.

숲의 토착민들과 외부 세력들이 뭘 보고 그를 믿겠는가.

게다가 혼돈의 숲의 세력 구도는 순식간에 변하곤 한다. 그 과정에서 기적성이 망하기라도 하면 은행에 맡긴 돈은 어떻게 되겠는가. 이런 우려가 나올 것임을 예측한 천제현은 기적은행의 예금 업무를 일단 성민들에 대한 혜택으로만 제공하고자 한 것이다. 그리고 향후 때가 무르익었을 때 업무 범위를 확대하면 그만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그 자리에 있는 사람들은 믿지 못하겠다는 반응이었다.

“말도 안 돼!”

“마석 보관을 책임져 주는데, 그 와중에 마석이 점점 더 많아진다고?”

이렇게 기적은행이 설립되었지만, 효과는 미미했다. 천제현이 성주의 신분으로 직접 홍보에 나서고 기적상회가 뒤에서 보증을 해줬으며 성 사람들에게 공간창고의 안전성과 편리성을 직접 보여줬음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이 관망적인 태도만을 보일 뿐, 큰 흥미를 갖지 않고 있었다.

천제현은 답답했다.

이건 좋은 징조가 아니다. 조급해 한다고 해서 해결될 일은 아니었지만, 모두가 이렇게 기적성과 그에게 믿음을 갖지 못한다면 앞으로 어떻게 기적은행을 키운단 말인가.

천제현과 공화련, 델로리스는 긴급회의를 열었다. 그리고 일단 대출업무부터 시작하고 보자는 결정을 내렸다.

델로리스는 여우족 상인들과 함께 숲 곳곳을 누비며 협상에 나섰고, 최종적으로 몇 개의 꽤 강한 토착 세력과 합의를 봤다. 토착 세력들은 값나가는 보물을 담보로 기적은행에서 목돈을 빌려 크게 한 번 놀아보기로 결정했다.

기적은행은 부정할 여지없는 고리대금업자였다.

토착민들이 제공하는 담보물은 혼돈의 숲 시장가를 기준으로 값을 계산해 같은 액수의 대출을 해줬고, 빌려준 마석의 연이율은 100%에 달했다.

이런 초고금리에도 불구하고 대출 서비스를 이용하는 부족들이 나왔다. 그리고 그들을 본 다른 대형 토착부족들도 기꺼이 그 가혹한 조건의 대출을 받고자 했다. 대출을 받지 않으면 다른 이들이 먼저 대출을 받을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좋은 기회를 놓치고 다른 사람 등만 쳐다보며 손가락을 빨고 있을 순 없지 않은가.

또한, 최악의 상황이라고 해봤자 대출을 상환하지 못해 공간창고 안에 있는 담보물이 은행의 손에 들어가는 것뿐이었다.

그런데 기적은행의 대출 규모가 점점 커지면서 공화련과 델로리스는 골머리를 앓기 시작했다.

마석이 부족해진 것이다.

대출 서비스의 인기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높았다. 각 부족들이 앞다투어 보물을 들고 올 정도였다. 그 보물들은 혼돈의 숲 시장에서 꽤 높은 가격에 팔리는 것들로, 외부에 가져가면 몇 배나 되는 가격에 판매할 수 있었다.

그러므로 토착민들이 추후 대출금을 상환하지 못한다 할지라도 기적상회로서는 손해 볼 일이 전혀 없었다. 게다가 토착민들에게 마석을 빌려줌으로써 기적성 주변의 상업시스템을 더 빨리 완비할 수 있지 않은가. 어떤 상황에서도 최후의 수혜자는 기적성이었으니 기적상회는 당연히 대출에 박차를 가하는 게 옳았다.

공화련은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남아 있는 마석이 얼마나 되죠?”

“만 개 정도예요.”

델로리스의 얼굴에도 수심이 가득했다.

“마지노선까지 온 것 같아요. 계속 대출을 해줬다간 성 운영에까지 문제가 생길 거예요. 하프엘프들의 연구기지도 영향을 받을 거고요. 하지만…… 아직 주요 구역 몇 군데에서 대출을 기다리고 있는 상태예요.”

“클라크 대장로님이 오셨습니다!”

“클라크 장로님이? 드시라 해라.”

클라크는 하프엘프 몇 명과 함께 상자 여러 개를 이고 들어왔다.

공화련은 어안이 벙벙한 표정으로 그들을 바라봤다.

“장로님, 이건 무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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