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16
제516장 성광자원 재탐사
남궁혜가 마력대포를 내왔다. 마력대포는 처음 제조했을 때보다 훨씬 정교해지고 크기도 작아졌다. 그러나 위력은 훨씬 강력해졌다.
모두 마력대포에서 방출되는 힘의 파동을 느낄 수 있었다. 마력대포에 그려진 복잡하기 이를 데 없는 마력진 도안에 모두 눈이 어지러울 지경이었다.
물론 포탄은 별도로 구매해야 했다.
기적상회는 추첨 행사를 무기 홍보의 장으로 활용했다. 무기는 앞으로 기적성의 가장 중요한 수입원 중 하나가 될 것이다.
“좋은 물건이군!”
“아르놀트, 마석 50개에 팔게!”
“나한테 팔아. 난 70개에 사겠네.”
아르놀트는 원래 팔 생각이 없었다. 마력대포의 엄청난 위력을 보았기 때문이다. 마력대포를 마을 골짜기에 설치하면 미노타우로스족의 방어력은 크게 증가할 것이다. 그러나 호가가 계속 높아졌다.
결국 아르놀트는 마음을 바꿔 하품 마석 120개를 받고 구경하러 온 숲의 상인에게 마력대포를 넘겼다. 아르놀트는 손해를 보기는커녕 오히려 투자한 비용의 두 배나 되는 마석을 벌게 되었다. 전혀 생각지 못했던 일이었다.
아르놀트는 도전자 중 유일하게 관문을 통과했다.
“시련장은 정말 재미있군. 아주 재미있어!”
아르놀트는 마석을 자루에 담으며 큰소리로 웃었다.
“그렇지만 오늘은 좀 피곤하니 쉬었다가 내일 다시 도전해야겠어!”
시련장에서는 시간이 매우 천천히 흐르기 때문에 이런 가상환경에서는 더 빨리 피곤해진다. 아르놀트는 한 시간 도전했을 뿐이다. 그러나 가상환경에서는 스무 시간 가까이 전투를 치렀던 것이다. 가상환경은 정신의 피로를 배가시키는 효과를 지니고 있어서 체력이 강한 미노타우로스족도 지치게 마련이다.
아르놀트가 한몫 두둑이 벌자 다들 몸이 근질거리기 시작했다.
시련장의 두 번째 관문이 뭔지 알게 되었으니 더욱 안달이 났다.
시련장 사업은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하루가 지나자 줄이 훨씬 길어졌다. 시련장은 영업시간 내내 도전자로 꽉 들어찼다. 남궁혜와 공서련은 입장료를 받느라 손이 아플 지경이었다.
공서련과 남궁혜가 신이 나서 천제현에게 내놓은 성과는 묵직한 마석 포대였다. 안에는 총 3천 5백 개의 하품마석이 들어 있었다.
세 사람 눈으로 직접 확인하고도 충격적인 결과였다. 대대적인 징병으로 숲의 고수들을 많이 끌어들이고도 고작 이 정도 성과라니 너무한 것 아닌가.
천제현은 공화련이 오늘 대략적으로 평가한 자산 가치를 떠올렸다. 기적상회 총 자산은 대략 20만 개의 하품마석으로 환산할 수 있다. 현재 자금창고에서 바로 유동 가능한 하품마석은 대략 3~4만 개 정도다.
기적상회가 설립된 지 일 년 정도.
지금까지 수확한 게 이 정도다.
공화련과 천제현에게는 아주 만족스러운 결과는 아니지만, 다른 세력들이 보기에는 엄청난 성과다. 천제현과 공화련은 작고 보잘 것 없는 소국에서 맨손으로 사업을 시작하지 않았던가. 그런 이들이 1년 만에 이 정도 성과를 거둔 것은 충분히 자랑스러워할 만한 일이다.
그런데 이건 너무 적다.
다함께 구축한 소규모 시련장에서는 하루에만 기적상회가 보유한 현금 1할에 달하는 엄청난 수익을 내고 있다. 사업전망이 밝은 가상정신 기술의 저력이 드러난 부분이다. 정말 단기간에 돈을 끌어 모을 수 있는 좋은 항목이다.
공서련은 한숨을 쉬며 말했다.
“현장에 없으니 넌 토착민들이 얼마나 난리를 치는지 모를 거야. 아니 평소에는 돈 한 푼 없어보이던 사람들이 어디에서 그렇게 많은 돈이 구했는지, 서로 시련장에 참가하겠다고 줄도 제대로 서지 않고 싸우려 든다니까. 난 이해가 안 돼. 그게 그렇게 재밌나?”
“혼돈의 숲은 자원이 풍부해요. 수련자원이 충분하고 폐쇄된 환경이라 외부상품이 들어온 적이 없어서 돈 쓸 일도 별로 없었겠죠. 혼돈의 숲에서는 아직 마석을 쓸 데가 많지 않아서 외부세계와 달리 마석을 그리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아요.”
천제현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말을 이었다.
“물론 공허하고 지루한 생활도 큰 이유가 될 겁니다. 모처럼 재미있는 놀이거리가 생겼으니 시련장에서 이득 보기가 어렵다는 걸 알면서도 손이 근질거려서 자꾸 찾아오는 거예요.”
“무슨 상관이람!”
흥분한 남궁혜가 말했다.
“정신공간 운영비용과 상품을 제외해도 최소한 3천은 벌 수 있어. 열흘이면 3만이야! 우선 이 녀석들에게서 돈을 팍팍 긁어모아 기적상회 재무위기를 해결한 뒤에 다시 말하자고!”
“길게 봐야 해요. 지금 이 사람들에게만 집중하는 걸로는 부족합니다. 널리 알려서 더 많이 끌어 모아야 해요.”
천제현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지금의 시련장은 너무 허술해요. 보름 정도면 지루해지고 수익도 줄어들 거예요. 어차피 돈을 긁어올 거라면 더 매력적이고 멋진 것들이 많이 필요합니다!”
공서련이 물었다.
“어떻게 할 생각이야?”
“간단해요.”
천제현이 씨익 웃었다.
“더 크고, 더 재미있고, 더 매력적인 시련장을 만드는 거죠!”
며칠 후.
대대적인 징병이 활발하게 이루어지는 한편, 가상시련장의 인기도 식을 줄 몰랐다.
샤먼교 제사장과 그린교 제사장들도 줄 설 정도의 유명세였다. 사람들은 함께 거울인간과 싸우는 방법 등 공략을 의논했다. 하지만 대부분 시련장이 너무 좁아 반나절을 줄을 서도 한 번 싸우기 힘들다는 원망의 소리가 더 많았다.
줄서기에 불만이 가득한 가운데, 새로운 이야기가 들려왔다.
“이봐, 최신 소식이야!”
“성주가 새 시련장을 만들어서 여기 시련장 내용을 모두 옮길 거라는군. 천 명이 동시에 시작해도 충분하다고 하네!”
“정말?”
아르놀트 등 무리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정말 동시에 천 명을 수용할 수 있는 시련장이라면 이렇게 힘들게 줄 설 필요도 없겠는데?”
“나도 들었어!”
“신규 시련장은 이곳과 달리 개인용 시련만 있는 게 아니라 단체용 시련도 추가된다고 하네. 부족사람들과 함께 시련에 참가할 수도 있고, 상품도 더 풍성해 질 거래!”
사람들은 놀라움에 휩싸였다.
“뭐?”
“어떻게 이런 일이!”
“개인용 시련만 해도 아주 재미있는데, 이제는 여러 사람이 단체전으로 도전할 수 있다고?”
이 화제에 사람들이 열을 올리는 사이, 모두의 추측을 확인시켜주기라도 하는 것처럼, 이날 거대한 화면을 건 기적비행선이 하늘에 등장했다.
숲속 토착민들이 하늘을 나는 이런 거대한 물건을 본 적이나 있겠는가? 처음 보는 상황에 모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하늘을 이리저리 날아다니는 비행선이 중요한 게 아니었다. 그곳에서 홍보하는 내용이 중요했다.
“연옥마룡에게 도전하고 싶나요?”
“산령거인에게 도전하고 싶나요?”
“기적상회 시련장이 당신의 꿈을 실현시켜 드립니다. 인생 최고의 전투를 즐겨보세요.”
나팔을 통해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거대한 화면에는 갖가지 영상이 나타났다. 용암이 흐르는 화산 세계, 큰 용암호수 속에서 커다란 형체가 떠오르고 있다. 바로 거대한 용이다.
검은 몸체 위로 갈라진 곳마다 화염과 열기가 솟구쳐 올라, 온몸이 죽음의 화염에 휩싸인 용이 하늘을 뚫어 버릴 듯 울부짖고 있다.
이때 갑자기 화면이 뒤로 빠지면서 멀어졌다.
화산들 속에서 각종 기괴한 마물들이 쏟아져 나왔다. 악마들의 세상 같았다.
갑자기 나팔을 통해 열정적인 배경음악이 울려 퍼지고 화면에는 용맹스러운 용사들이 하늘에서 내려오며 등장했다. 식인마, 야만족, 미노타우로스 등, 모두 숲속 부족들이었다. 온몸에 빛을 휘감은 이들은 괴물들 사이로 떨어져 화려한 무공과 무예를 선보이며 놀라운 속도로 괴물들을 해치웠다.
결국 용암호수 속 마룡까지 놀라 깨어났다.
펑!
화산들이 한꺼번에 폭발했다. 무수한 불기둥이 하늘로 솟구쳐 올랐다.
최후의 날을 찍은 듯한 화면에서 마령들은 날개를 펴고 하늘로 올라갔다.
용사들은 무시무시한 마룡 앞에서도 두려운 기색 하나 없이 용감하게 무기를 들고 도전에 나섰다.
전투용 음악이 점점 고조되면서 이제는 정점에 이르렀다. 용사들과 마룡의 결전이 이루어지려는 순간, 화면이 탁 끊어졌다.
보던 사람들은 순간 멍해졌다. 피를 끓어오르게 만드는 홍보영상이었다.
이런 강력한 존재에게 도전하고 싶지 않은 용사가 어디 있겠는가? 한계에 도전하는 쾌감을 느끼고 싶지 않을 이가 있을까?
현실세계에서 사람들은 단 하나뿐인 자기 목숨을 내놓는 어리석은 짓을 하지 않는다. 용을 죽이러 가고 싶어도 용이 상대해 줄지도 의문이다.
토착민들의 가슴 속 뭔가가 꿈틀 거렸다. 당장에라도 고함을 내지르며 시련장으로 달려가 체험하고 싶은 심정이었다.
마석을 얼마를 쓰든 간에 도전하고 싶다. 이런 기회가 평생에 몇 번이나 오겠는가? 게다가 비행선은 한 번에 하품마석 5개면 충분하다고 말하고 있다.
사람들은 미칠 것 같았다.
‘마석 5개면 용과 한 판 뜰 수 있다고?’
‘세상에 이렇게 멋진 일이 어디 있어!’
단 하나 안타깝게도 신규 시련장이 아직 완공되지 못했기 때문에 그 전까지는 이곳 소형 시련장에서 시간을 보내야 했다. 이런 가상정신 기술은 한번 개발되면 바로 큰 성공으로 이어진다. 최소한 이 숲속 용사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이상, 마석이 아주 물 흐르듯 주머니 속으로 들어올 것이다.
천제현은 앞으로 정신도서관을 지어서 숲속 학자들을 끌어 모을 계획이다. 정신공간에서의 시간은 아주 느리게 흐르기 때문에 정신도서관에서 한 달간의 학습은 현실세계에서 1년 동안 익힌 것과 비슷하다. 그때는 하프엘프 학자들만이 아니라 숲속 각지 학자들도 모두 앞다투어 들어오려고 난리일 것이다.
기적성 인기가 날이 갈수록 높아질 일만 남았다.
이것은 시작에 불과하다. 우선은 기적성의 인기몰이에 집중하고, 적당한 시기가 되면 발전에 박차를 가할 수 있다. 때가 되어 정신기술이 본궤도에 오르고 정신력 인터넷이 구축되면, 모든 부족 및 도시에 정신도서관, 시련장, 경기장을 세워 혼돈의 숲 전체를 연결할 수 있다. 기적성은 정신을 통해 사람들의 오락, 생활과 학습 부문까지 관리하게 될 것이다.
“신규 시련장은 며칠 후면 완공됩니다.”
천제현은 개조 중인 성을 바라보고 있었다.
“이곳은 이제 우리 도움이 필요 없어요. 지금은 다른 일을 도모할 때입니다. 남궁혜 아가씨, 고수들을 좀 모아주세요. 최소 진령 3성은 되어야 합니다.”
“고수들을 모아서 뭘 하려고?”
“질문이 왜 그렇게 많아요? 당연히 쓸 데가 있어서 그렇죠!”
“하지만 대장, 고수들이라며? 그런 자들이 부른다고 그냥 와 줄까?”
“멍청하기는! 성주를 도와주면 신규 시련장이 세워진 후 무료로 10회 이용할 수 있게 해주겠다고 하면 되잖아요?”
남궁혜는 바로 사람을 모으러 갔다. 반나절도 되지 않아 40명 정도의 용맹스러운 숲속 강자들이 모였다. 족장급은 아니었지만 주변 숲속에서 이름을 날리는 용자들이었다. 평소에는 거만하기 그지없는 이들이 지금은 천제현의 한마디에 바로 달려왔다.
“여러분의 도움이 필요한데, 혹시 가능하…….”
“성주님, 무슨 말씀이십니까!”
오크 하나가 달려 나왔다.
“성주님의 일은 곧 저희의 일입니다!”
“옳소!”
“성주님이 우리를 이렇게 많이 도와주셨는데, 성주님을 위해 일하는 게 대수겠습니까?”
천제현은 별다른 말없이 클라크를 포함한 하프엘프 몇몇을 부른 후, 고수들을 승강기에 태워 지하로 안내하게 했다. 그렇다. 천제현이 이 많은 고수들을 부른 것은 바로 성안(星眼) 때문이다.
성안은 전송탑을 구축하는 핵심이다. 성안 조각도 전송두루마리를 제작하는 주요 재료가 된다. 더욱이 성안은 천제현의 불멸체를 신기에 이르게 할 수 있다.
도시발전을 위해서든 자신의 실력을 향상시키기 위해서든 간에 천제현은 성광원소를 없애서 성안을 많이 획득해야 한다. 하지만 지난번 일로 성광원소가 얼마나 위험한 물건인지 실감했기에, 천제현은 무모하게 덤벼들지 않고 준비하는 데 며칠을 들였다.
성광원소는 아주 대단하지만 지혜는 없는 존재다. 이런 녀석이 아무리 대단해 봤자 천제현을 이길 수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