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능력 믿고 막 간다-515화 (515/729)

# 515

제515장 두 번째 관문

아르놀트의 쇠머리에 경련이 일었다.

“빌어먹을. 석상을 막무가내로 부수는 게 아니었어. 뭔가 규칙이 있는데 반드시 그 순서에 따라야 해. 다시 도전하겠어!”

미노타우로스 족장 아르놀트는 잇따른 실패에 초조해하며 계속 시련장에 들어갔다. 그러나 들어갈 때마다 2분도 못 버티고 퇴장당했다. 이렇게 반복해서 도전하다 보니 하품 마석을 30개도 넘게 썼다.

“규칙을 완전히 파악했어!”

아르놀트가 흥분하여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모아뒀던 마석 30여 개를 몽땅 잃었다. 그러나 그는 아까워하기는커녕 오히려 매우 즐거워 보였다.

“마석을 다 썼네. 누가 좀 빌려줘. 이번에는 반드시 관문을 통과할 수 있어. 절대 문제없다고!”

공서련과 남궁혜는 옆에서 입장료를 받았다.

시련장 공간은 경기장만큼 크지 않아서 한 번에 열 명만 들어갈 수 있다. 그런 시련장 안은 시간이 빨리 흐르기 때문에 몇 분이면 한 판을 끝낼 수 있다. 진령술사는 대개 정신력이 강해서 몇 시간을 도전해도 지치지 않는다.

공서련이 몰래 옆에 있는 남궁혜를 팔로 쳤다.

“얼마나 벌었어요?”

“쉿, 목소리 낮춰!”

남궁혜가 조심스럽게 눈을 찡긋했다.

“아르놀트 족장님이 32개, 안드리에 족장님은 28개, 루카 용사님은 24개…… 모두 합해서 300개 가까이 돼!”

공서련은 기뻐서 하마터면 소리를 내어 웃을 뻔했다.

돈이 너무 쉽게 벌렸다.

고작 30분 지났을 뿐이다. 밖에는 아직도 줄이 길었다. 손님들은 점점 더 많아졌다. 하프엘프와 드루이드교 신도까지 호기심에 도전하러 왔다.

시련장을 온종일 운영한다면 마석을 엄청나게 많이 벌 수 있다.

이 얼간이들은 머리를 통 쓰지 않았다. 천제현이 설계한 관문을 그렇게 쉽게 깰 수 있을까? 게다가 천제현은 매우 교활하다. 아르놀트처럼 매번 실패해도 마지막에 관문을 깰 요령을 찾게끔 설계되어 있다. 그렇기 때문에 계속해서 도전하는 것이다.

‘마석 만 개를 벌어서 돌아가겠다고? 꿈도 야무지군! 첫 번째 관문이 이런데 속옷까지 탈탈 털리지 않으면 다행이지!’

가상시련장은 공서련과 남궁혜의 생각이었다. 둘은 중주 시련탑에서 영감을 받았다. 그러나 시련장은 시련탑과 좀 달랐다. 시련탑은 그렇게 위험하지는 않아도 사상자가 발생할 수 있었다.

이건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아무리 위험을 완벽히 통제한다고 해도 전투가 실제로 벌어지니 부상을 완전히 막을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짐나 기적성의 가상시련장은 다르다. 가상시련장은 순수하게 정신으로 구축한 가상 환경이라서 안전하다. 게다가 시련장을 짓는 비용도 몹시 저렴하다. 기적상회에서 대량으로 보급한다면 모두가 도전하고 즐길 수 있는 오락이 될 수 있다. 시련장은 용사들에게 매우 매력적인 오락거리가 될 것이다.

임시로 만든 시련장은 광고 문구처럼 정확한 방법만 찾으면 진령 1성도 모든 관문을 여유 있게 통과할 수 있다. 그러나 천제현이 설치한 관문을 그리 쉽게 통과할 수 있겠는가?

관문은 모두 열 개다.

첫 번째 관문에는 십여 개의 환경이 임의로 펼쳐진다.

도전자가 도전할 때마다 매번 새로운 환경이 나타난다. 아르놀트 족장을 포함한 10명의 도전자에게는 각기 다른 환경이 주어졌다. 이튿날 다시 도전해도 환경은 임의로 바뀐다.

아르놀트는 시련장의 법칙을 깨닫고 나서 첫 번째 관문을 통과하려고 더욱 조바심을 냈다. 그는 동족에게 마석 몇 개를 빌려 다시 여러 차례 도전했다. 아르놀트는 이런저런 잘못된 시도를 다양하게 해본 끝에 결국 정확한 방법을 찾았다.

아르놀트가 시련장으로 입장했다.

그는 수십 차례 실패 끝에 얻은 경험으로 정확한 순서에 따라 석상을 격파하고 유령들을 전부 물리쳤다.

이번에는 예상대로 유령들이 부활하지 않았다.

마침내 첫 번째 관문을 통과했다.

“성공했어!”

“내가 해냈어!”

아르놀트는 기뻐서 미친 듯이 소리를 지르며 대전 앞에 나타난 빛나는 문을 바라봤다. 이 문은 두 번째 관문으로 향하는 통로였다.

아르놀트는 마음을 가다듬고 두 번째 관문으로 들어섰다.

이상한 배경이 펼쳐졌다. 주위는 아무것도 없는 허공 같았다. 발밑은 검은색 거울처럼 빛을 반사하고 있지만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이건 또 뭐야?”

아르놀트가 당황스러워하며 좌우를 두리번거리는데 앞쪽의 거울 같은 바닥에서 호수에 돌을 던진 것처럼 하얀 파문이 일었다. 파문은 옅은 빛을 내면서 바깥쪽으로 점점 커졌다.

아르놀트는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 그러나 뭔가 심상치 않은 기운을 느끼고 본능적으로 뒤로 물러섰다.

계속 커지는 파문의 중심에 갑자기 흑수정이 떠올랐다. 흑수정은 처음에는 액체였다가 순식간에 여러 모양으로 응고되더니 마침내 하나의 형상을 만들어냈다. 이 광경을 지켜보던 아르놀트는 저도 모르게 깜짝 놀랐다.

“이건…… 나잖아!”

아르놀트와 똑같은 모습의 거울인간이 만들어졌다.

그러나 이것은 평범한 거울인간이 아니었다. 상대의 눈은 싸늘하기만 했다. 어떤 감정도 느낄 수 없는 냉정한 눈빛이었다.

아르놀트는 깨달았다. 시련장의 두 번째 관문은 자신과의 싸움이었다.

“재미있군!”

아르놀트는 수많은 숲의 고수들과 겨뤄보았다. 그러나 이런 곳에서 자신과 싸우게 될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그는 곧바로 기합을 넣고 폭발적인 힘을 내며 거울인간을 향해 달려들었다.

미노타우로스족은 힘으로 들이받는 공격을 자주 사용한다.

미노타우로스족은 강한 근력과 엄청난 마력으로 거칠게 들이받아 상대의 방어를 무력화시킨다. 너무 직선적이고 아무 기교도 없는 공격이지만 파괴력은 무시무시했다.

거울인간은 이런 공격을 예상했다는 듯이 재빨리 몸을 틀었다. 도끼날에서 뿜어져 나오는 빛이 아르놀트를 스쳐 지나갔다.

아르놀트는 무시무시한 사실을 발견했다.

거울인간은 자신과 똑같은 모습일 뿐만 아니라 자신에 대해 너무 잘 알고 있었다. 둘은 실력이나 무공, 기술에서 완벽히 똑같았다. 그러나 거울인간은 아르놀트와 달리 시종일관 침착함을 유지하며 그가 허점을 보이면 효과적으로 그 틈을 노려 공격했다.

“대단하군!”

아르놀트는 시련장에 숨겨진 깊은 뜻을 알아차렸다.

두 번째 관문은 바로 가장 강한 자신을 이기는 것이다.

그렇다면 일반적인 전투로는 최강의 상태인 자신을 이길 승산이 없다는 이야기이다. 극한의 상황이 돼야 눈앞의 거울인간을 물리칠 수 있다. 이건 극한의 상태에서 자신을 발견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좋아! 아주 좋아!”

흥분한 아르놀트가 소리를 질렀다. 투지가 점점 끓어올랐다.

“어디 한 번 해보자. 설마 내가 나 자신도 못 이기겠어?”

그러나 아르놀트는 거울인간과 네다섯 번 맞붙었다가 결국 거울인간에게 약점을 노출하고 말았다. 거대한 도끼가 그를 두 동강 냈다. 아르놀트는 두 번째 관문에서 퇴장당했다.

아르놀트는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거울인간은 그의 모든 약점을 훤히 알고 있으며 냉철하기까지 했다. 아르놀트가 극복하지 못한 결점들은 모두 치명적인 약점이 되었다.

그래도 아르놀트는 첫 관문을 통과했다.

주변에서 앞다투어 그에게 두 번째 관문에 관해 물었다. 두 번째 관문이 자기 자신이라는 말에 모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아르놀트 족장님, 축하드립니다.”

공서련은 관문이 계속 깨지지 않자 도전자의 자신감이 떨어질까 걱정했다. 공서련은 아르놀트 족장이 순조롭게 첫 관문을 통과하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첫 관문을 통과했으니 상품을 한 번 추첨할 수 있어요. 바로 추첨 행사에 참여하세요!”

남궁혜가 대형 상품 추첨 회전판을 가져왔다.

모두 호기심에 주위로 몰려들었다. 모두들 시련장이 재미는 있지만 난이도가 생각보다 높다고 느끼고 있었다. 열 개의 관문을 모두 통과하는 것은 말처럼 그렇게 간단하지 않았다. 상금인 마석 만 개는 쉽사리 손에 넣을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추첨판이 등장하자 모두 크게 달아올랐다.

회전판은 여러 칸으로 나뉘어져 있었다. 칸마다 마석 10개, 50개, 100개 등이 적혀 있었다. 마석 이외에 다른 상품도 있었다. 물론 이 상품들은 토착 부족들이 한 번도 본 적 없는 것들이었다.

아르놀트가 회전판에 마력을 주입했다.

회전판의 바늘이 원을 그리며 돌기 시작했다.

아르놀트는 소 눈을 커다랗게 뜨고 계속 중얼거렸다.

“마석 백 개, 마석 백 개, 마석 백 개!”

마석 백 개에 당첨되면 이번 도전으로 마석 50개를 버는 셈이다.

혼돈의 숲에 사는 토착 부족은 뛰어난 실력을 지니고 있다. 그러나 사회가 너무 원시적이라서 상업이나 경제가 제대로 발전하지 못했다. 그런 까닭에 숲의 토착 부족은 매우 궁핍했다.

남하국 같은 작은 나라의 삼대 가문도 전성기 시절에는 마석 백 개에 해당하는 금화를 손쉽게 내놓을 수 있었다. 하지만 혼돈의 숲 깊은 곳에 사는 미노타우로스 부족에는 진령급 강자가 수십 명이나 됨에도 족장인 아르놀트의 전 재산은 마석 백 개도 안 되었다.

따라서 마석 백 개는 아르놀트에게 꽤 큰 액수인 셈이었다.

회전판의 바늘이 마석 백 개 칸에서 멈출듯하다가 다음 칸으로 넘어갔다.

모두 탄식을 뱉었다.

아르놀트는 화가 나서 소리를 질렀다.

“기적상회의 마력대포에 당첨되셨습니다.”

모두의 반응과 다르게 공서련이 깜짝 놀라서 외쳤다.

“아르놀트 족장님, 정말 축하드려요!”

아르놀트는 어리둥절했다.

“대포? 대포가 뭐야?”

기적상회가 준비한 상품은 대부분 상회에서 생산하는 신제품이었다. 마력대포는 무시무시한 위력을 지녔다. 부유한 왕국이나 제국에서 마력대포를 판매한다면 적어도 마석 수십 개는 받을 수 있다.

게다가 기적상회는 재료와 제기기술이 부족한 상태이다.

마력대포는 소량 생산되어 한 번도 외부에 판매한 적이 없었다. 희소성이 있는 물건일수록 비싼 법, 혼돈의 숲에서 마력대포의 값은 몇 배나 뛸 것이다.

“아르놀트 족장님은 운이 정말 좋으시네요!”

공서련이 이 기회를 이용하여 기적상회의 무기를 홍보했다.

“마력대포는 기적상회에서 개발한 마력 무기예요. 사정거리가 길고 강력한 위력을 지녔답니다. 대포 하나로 작은 산을 폭발시킬 수 있어요. 지령급 마력의 술사라고 해도 대포 한 방이면 가루가 될 거예요!”

“그렇게 대단합니까?”

“물론이죠. 현재 대륙에서 저희 기적상회만 유일하게 마력무기 제조기술을 보유하고 있어요.”

공서련이 아르놀트에게 말했다.

“마력대포는 비매품이에요. 이곳에서 바로 경매에 붙이셔도 됩니다. 많은 분이 이 마력무기에 관심을 가질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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