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능력 믿고 막 간다-514화 (514/729)

# 514

제514장 가상시련장

“천제현, 말 좀 해봐”

공서련이 경기장 휴게실에 아름답고 뽀얀 다리를 꼬고 앉아서 물었다. 그녀는 아래층 홀에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는 숲의 용사들과 벽에 걸린 여러 대의 전영경을 번갈아 쳐다보며 어여쁜 얼굴로 의기양양하게 말했다.

“나와 꽃의 엘프들이 함께 만든 가상경기장이야. 어때?”

이 경기장은 공서련과 꽃의 엘프가 정신기술로 만들어낸 첫 번째 성과물이었다.

정신기술은 완전히 무해한 정신공간을 구축할 수 있다. 가상공간이기 때문에 현실과 똑같은 능력을 발휘하여 싸우더라도 실제로는 부상을 전혀 입지 않는다.

가장 중요한 점은 경기장 현황을 생중계할 수 있다는 것이다.

가상경기장은 마력진과 수정석으로 가상의 환경을 만든다. 가상 환경은 여러 연결 수단을 통해 현실에 전달되어 저장된 후 상영기나 일반 전영경으로 송출된다. 이런 방법으로 현실 세계에서도 가상경기장에서 벌어지는 전투를 관전할 수 있다.

정신통신망이 구축되면 세상 어디에 있어도 가상경기장에서 대련할 수 있다.

이런 전투는 사상자가 발생하지 않아 원성을 살 일도 없고 주변이 파괴하지도 않는다. 무공을 연마하는 자들은 강자들의 결투를 직접 관람하며 배움을 얻을 수 있다. 평범한 사람도 화끈한 결투를 감상하며 전투 예술을 체험할 수 있다.

이런 기술은 세상을 주도하는 새로운 흐름이 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이 분야는 매우 핫한 사업이 될 것이다.

남궁혜의 생각은 훨씬 앞서나갔다. 그녀는 카지노를 열고 각종 대회를 개최하여 가상경기장을 하나의 문화로 만들고자 했다. 남궁혜는 승부욕이 강하다. 그녀에게 이런 가상경기장은 가장 좋은 오락거리이다. 그녀는 가상경기장이 승부욕이 강한 사람부터 무공이나 도박에 빠진 사람, 평범한 사람에게까지 큰 인기를 끌 것으로 생각했다.

공화련도 남궁혜와 같은 생각이었다.

천제현이 일부러 찬물을 끼얹었다.

“이 정도로 만족하는 거예요? 저는 지금 당장 이 경기장의 문제점을 열 개도 넘게 찾아낼 수 있어요.”

“말도 안 돼!”

공서련은 눈을 부릅떴지만 속으로 움찔했다.

“뭐…… 뭐가 문제라는 거야?”

천제현이 차를 한 모금 마셨다.

“가상경기장의 시간이 현실의 반밖에 안 되잖아요. 그러니 현실 세계에서 보는 것은 생중계라고 할 수 없어요. 경기장에서 대결이 끝나도 바깥세상에서는 반밖에 진행이 안 됐을 테니까요! 그렇지 않아요?”

“바보!”

공서련은 천제현이 뭔가 치명적인 결함을 찾아낸 줄 알고 잔뜩 걱정하고 있었다. 그러나 천제현이 지적한 문제는 별거 아니었다. 공화련이 기세등등하게 말했다.

“머리가 너무 안 돌아가네. 이게 바로 사업수단이야. 알겠어?”

‘얼씨구, 이제 날 가르치려 드네. 그동안 내가 너무 잘해 줬군. 간이 배 밖으로 나오겠네. 다른 곳이야 그렇다 쳐도 나한테 머리가 나쁘다니!’

공서련이 설명을 늘어놓았다.

“경기장은 입장권으로 돈을 벌잖아. 경기장이 바깥세상에 같은 속도로 생중계되면 누가 입장권을 사서 경기장에 보러 오겠어? 그리고 경기장 시간을 단축해야지 더 많은 시합을 치를 수 있잖아. 시간은 금이라고! 나는 꽃의 엘프들과 정신세계의 시간을 현실의 수십 배로 줄이는 방법을 연구했어. 그런데 그렇게 많이 줄이면 정신력이 아주 강한 사람만 적응할 수 있어. 여러 차례 실험해 본 결과 평범한 사람에게는 시간을 절반으로 줄인 게 딱 맞더라. 사람들에게 맞추려고 시간을 이렇게 설정한 거야!”

“대장, 나도 한마디 해야겠어. 대장은 왜 그렇게 발전이 없어!”

남궁혜까지 천제현을 흉보기 시작했다.

“나와 서련이는 공화련 언니와 오래 함께하다 보니 사업 수완이 좋아졌어.”

천제현은 세상에서 제일 똑똑하다고 자부하던 자신이 바보 같은 공서련에게 핀잔을 듣고 꿀 먹은 벙어리가 되리라고는 생각도 못 했다. 게다가 자신을 추종하던 남궁혜에게까지 무시를 당했다. 이건 엄청난 굴욕이었다.

“흠흠, 둘을 시험해 본 것뿐이에요. 실수로 이렇게 된 줄 알았죠. 그래도 여전히 문제가 많아요. 사실 진짜로 지적하고 싶은 것은 이 문제가 아니에요.”

“됐어, 그만해.”

어렵사리 천제현에게 한 방 먹인 공서련은 역공을 피하고자 얼른 화제를 돌렸다.

“기적성은 아직 인구가 부족해. 돈도 생각만큼 빨리 벌리지 않고 있어. 언니를 좀 도와야 하지 않을까? 언니의 골칫거리를 좀 덜어줘야지!”

“웬일이래요? 좋은 방법이 있나요?”

“이렇게 해보는 게…….”

공서련이 천제현에게 바싹 붙어 귓속말로 속삭였다. 천제현은 계속 고개를 끄덕였다. 돈을 버는 방법은 많았지만 공서련이 제안한 방식은 제법 흥미로웠다.

기적성은 병사를 모집하는 기간이라서 주위의 토착 부족에 완전히 개방된 상태였다.

숲의 여러 부족은 이 상황을 관망하며 징병에 참여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런 부족들도 징병에 높은 관심을 보이며 구경하러 기적성으로 몰려왔다. 징병이 높은 관심을 받고 있으니 경기장은 분명 입소문 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상회는 더욱 인기를 끌게 될 것이다.

일부 토착 부족의 족장과 고위층이 징병에 참여한 동족을 보러 왔다. 이들은 요 며칠 화제의 중심에 놓인 가상경기장을 직접 체험해 보고자 안달이 났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경기장은 개방되지 않았다.

징병에 참가할 수 없던 이들은 호기심을 참으며 매일 경기장 소식을 알아보고 다녔다. 그런데 이들이 따분해하고 있을 때 기적성에서 새로운 소식이 나왔다.

기적성에서 경기장의 후속작인 시련장을 개방한다는 소식이었다.

시련장은 경기장과 다르다. 시련장에는 총 열 개의 관문이 있고, 관문마다 힘겨운 도전이 기다리고 있다. 여기에 기적상회는 푸짐한 상품을 준비했다.

다섯 번째 관문을 돌파하면 하품 마석 백 개를 상품으로 준다. 여덟 번째 관문을 돌파하면 하품 마석 천 개, 열 번째 관문까지 다 돌파하면 하품 마석 만 개를 준다.

푸짐한 상품 외에도 각 관문마다 랜덤으로 선물을 준다. 선물은 전부 기적상회의 첨단 상품이나 깜짝 놀랄 만한 것들이다. 절대 놓칠 수 없는 기회이다.

물론 시련장은 무료로 이용할 수 없다. 매번 도전할 때마다 마석 두 개를 내야 하고 마력이 최소 진령급은 되어야 도전 자격이 주어진다. 시련장은 숲의 강자들을 겨냥하여 준비한 것이다.

숲의 강자들은 기적성의 경기장을 체험해 보고 싶어서 안달이 났다. 이들이 이런 때에 등장한 시련장을 그냥 두고 보겠는가? 고작 마석 두 개 아닌가. 아무리 가난한 진령급 강자라고 해도 고작 마석 두 개를 마련 못 할 정도는 아니다.

이 소식이 퍼진 후 몇 시간 만에 족장 몇 명이 부족의 고수 수십 명을 이끌고 시련장으로 왔다.

이들 중에는 미노타우로스족 족장 아르놀트도 포함되어 있었다. 아르놀트는 시련장에 도착하자마자 목청을 높여 물었다.

“시련장은 어떻게 도전하는 거요? 빨리 알려주시오. 마석 만 개를 벌어야겠소!”

“하하하, 그 머리로 마석 만 개를 벌겠다고?”

“자네보다는 내가 더 가능성 있지!”

이들이 이렇게 자신만만한 데에는 다 이유가 있었다. 기적성의 광고에 따르면 현재 시련장의 관문 열 곳에 등장하는 괴물이나 마수는 그리 강하지 않았다. 제대로 된 방법만 찾는다면 진령 1성의 실력으로도 모든 관문을 쉽게 통과할 수 있다. 이러니 무공에 자신 있는 토착 부족 족장들이 가만히 있겠는가? 모인 이들의 실력은 최소 진령 3성이다.

관문 열 곳을 통과하면 상품으로 마석 만 개를 받는다. 고작 2개의 마석이 만 개가 되는 것이다. 이건 뿌리치기 어려운 유혹이다.

공서련이 시련장 입구에 서서 예의 바르게 인사를 올렸다.

“존경하는 용사 여러분, 시련장은 지금 시범 가동 중이라서 공간이 충분하지 않습니다. 한 번에 열 분까지 입장할 수 있어요. 도전을 원하시면 입장료를 내주세요.”

“내가 먼저 도전하지!”

아르놀트가 마석 두 개를 꺼내 공서련에게 건넸다. 그는 커다란 콧구멍에서 거친 콧김을 뿜어대며 험악한 얼굴로 다른 족장들을 쳐다봤다.

“두 눈 똑바로 뜨고 보라고. 반드시 성공할 테니!”

시련장 안으로 들어선 아르놀트의 눈앞에 가상 환경이 등장했다.

화면의 배경은 그다지 크지 않은 전당이었다. 몇 분이 지나자 날카로운 비명과 함께 전당 안에서 유령들이 대거 나타났다. 이 유령들의 실력은 혼성 6~7성밖에 안 되는 것 같았다.

아르놀트가 껄껄 웃었다.

“이 정도로 날 상대하겠다고? 돈 벌기 정말 쉽군!”

아르놀트가 쥐고 있던 거대한 도끼에 힘을 모아 형체만 있는 유령들을 순식간에 동강 냈다. 그는 잇달아 유령들을 쓰러뜨렸다. 유령은 수가 매우 많았지만 전혀 강하지 않았다. 아르놀트는 10여 분 만에 유령들을 전부 처치했다.

첫 번째 관문을 가볍게 통과했다고 여기는 순간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조각 난 몸체가 모이더니 유령들이 모두 되살아났다.

“이게 뭐야?”

아르놀트는 어찌 된 영문인지 몰라서 눈을 휘둥그레 떴다. 미노타우로스족은 문제가 발생하면 힘으로만 해결하려고 들지 머리를 쓰지 않았다. 그는 미친 듯이 도끼를 휘두르며 다시 유령들을 깨끗이 처치했다.

그러나 이번에도 흩어진 몸체들이 모이더니 유령이 전부 되살아났다.

“빌어먹을. 설마 속은 건가? 계속 되살아나는데 이걸 어떻게 끝내?”

아르놀트가 세 번째로 유령을 처치했다. 이제 기력을 거의 다 소진했다. 그러나 절망스럽게도 유령들은 되살아났다. 아르놀트에게는 유령을 해치울 힘이 남아 있지 않았다. 아르놀트는 마음을 가라앉히고 주변을 살펴보다가 마침내 뭐가 문제인지 알아냈다.

전당 안에 있는 석상에 마력진이 가동되고 있었다. 바로 이 마력진이 유령들을 계속 부활시켰다. 처음부터 이 석상을 공격했더라면 유령들을 가볍게 처치할 수 있었을 것이다.

“젠장! 난 왜 이렇게 멍청한 걸까! 이렇게 뻔히 보이는 함정도 눈치채지 못하다니!”

안타깝게도 아르놀트는 모든 힘을 다 써 버렸다. 유령들이 떼로 달려들자 그는 순식간에 만신창이가 되었다. 만신창이가 된 아르놀트는 시련장 밖으로 돌려보내졌다.

나머지 족장들이 서로를 쳐다봤다.

“들어간 지 2분 만에 나온 거야?”

“시련장은 경기장과 다릅니다. 시련장의 시간은 바깥세상보다 20배 빠르게 지나가요. 아르놀트 족장님은 안에서 40분 계셨어요.”

남궁혜가 옅은 웃음을 띠며 다가왔다.

“그렇지만 아르놀트 족장님은 관문을 하나도 깨지 못했으니 위로상밖에 못 받겠네요. 위로상은 2급 마수고기 통조림이에요.”

남궁혜가 말을 마치자 하프엘프가 물통 크기의 커다란 통조림 다섯 개를 들고 왔다.

“하하하!”

“아르놀트, 첫 번째 관문도 못 깼군.”

족장들은 거침없이 아르놀트를 놀려대기 시작했다. 아르놀트가 빨개진 얼굴로 화를 내며 변명했다.

“젠장, 너무 방심했어. 다시 한 번 도전하겠어!”

아르놀트가 다시 시련장으로 들어갔다.

그러나 그는 30초도 안 돼서 또 다시 퇴장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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