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능력 믿고 막 간다-512화 (512/729)

# 512

제512장 징병

“여기에서 이야기를 나누기는 좀 그러니 성주 처소로 가시죠.”

양측에게는 호흡을 맞출 시간이 필요하다. 천제현이 명실상부한 성주이기는 해도 기적성의 핵심 세력은 여전히 하프엘프이다. 앞으로 한참 동안 하프엘프의 자원과 인력이 필요하니 클라크에게 사정을 제대로 설명해야 한다.

최소한 하프엘프에게 기적상회가 대체 뭘 하는 단체인지 알려줘야 한다.

“어이, 대장. 이거 좀 황당한데!”

남궁혜가 그리핀을 타고 상공을 한 바퀴 돌면서 외쳤다.

“성이 말도 안 되게 크잖아. 이렇게 큰 성은 처음 봐. 남하 왕성이 열 개는 들어가겠네.”

공서련은 기적성의 경치에 몹시 놀랐다.

공기 속에 아직 옅은 사령의 기운이 느껴졌지만 아름다운 성을 감상하기에 아무 문제가 되지 않았다. 성 밖을 둘러싼 산들은 성을 지켜주는 천연 성벽이자 병풍이었다. 성안은 광활하고 아름다웠다. 평원에 협곡, 산맥, 호수까지 없는 게 없는 명당이었다.

성은 정말 엄청나게 컸다. 그러나 인구가 너무 적었다. 듬성듬성 보이는 보루와 거주지가 없다면 이곳은 영락없이 산에 둘러싸인 세상 밖 무릉도원이었다. 누가 이런 곳을 성이라고 생각하겠는가.

공화련은 가슴이 두근거렸다. 기적상회가 설립된 지 1년여 만에 처음으로 제대로 된 본거지가 생겼다.

성주 집무실에서 첫 번째 고위층 비공개회의가 열렸다. 기적상회의 고위층과 기적성의 고위층이 이번 회의에 참석했다. 관리층이 물갈이되는 바람에 대부분의 하프엘프는 요직에서 물러났다. 성주부터 부성주, 재무, 군사 등 최고위직에 새로운 피를 수혈해야 했다.

이번 회의는 공화련이 주재했다. 기품 있고 아름다운 공화련은 단 몇 시간 만에 회의에 참석한 하프엘프를 깜짝 놀라게 했다.

공화련은 뛰어난 학습 능력으로 20여 가지가 넘는 종족의 언어를 완벽히 습득했다. 그녀는 클라크 및 다른 하프엘프들과 유창한 하프엘프족 언어로 교류했다. 공화련의 말투와 태도에서 평범한 학자들에게 없는 지혜가 우러나왔다. 하프엘프들은 이 인간족 여인을 다시 보게 되었다.

물론 이것은 시작에 불과했다.

공화련은 기적상회를 정식으로 소개했다. 그녀는 통조림이나 마력등 같이 간단한 기술을 사용한 제품부터 논리정연하게 설명했다. 마력전지와 마력무기는 더욱 상세히 소개했다. 공간창고와 운송기술, 영상과 통신기술, 개발 중인 가상정신기술은 심혈을 기울여 완벽하게 설명했다.

하프엘프족은 고리타분한 엘프족과는 다르다. 이들은 탐구심이 강하고 연구를 좋아하는 종족이다. 대다수의 하프엘프는 자신을 학자라고 여겼다.

기적상회의 위대하고 엄청난 발명품에 충격을 받은 하프엘프들은 한참 동안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무엇이 진정한 연구인가?

무엇이 진정한 발명인가?

하프엘프족은 숲에서 으뜸을 다투는 지하 연구기지를 조성하고 수백 년 동안 여러 분야를 연구했다. 그러나 이들이 내놓은 연구결과는 설립된 지 1년밖에 안 되는 운문의 100분의 1에도 못 미쳤다. 하프엘프들은 이 사실에 허탈하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몹시 흥분되었다.

기적상회는 그리 강하지 않지만 잠재력이 무궁무진했다.

기적상회는 창의력이 넘치는 상단이다. 공간과학기술을 기반으로 개발한 전송탑과 공간창고만 하더라도 기적성에 무한한 가능성을 열어줄 것이다.

혼돈의 숲은 매우 복잡하다. 숲의 성들은 완전히 폐쇄된 상태라 외부의 다른 국가는 고사하고 숲 안에서도 교류가 이루어지지 않았다. 그렇기 때문에 혼돈의 숲은 풍부한 자원이 있어도 궁핍한 상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하지만 전송탑과 공간창고가 보급된다면 인력과 물자를 운송할 수 있다. 이 얼마나 간단하고 편리한 방법인가? 이것들은 분명 널리 쓰이게 될 것이다. 게다가 마력무기 기술까지 있다. 마력무기는 머지않아 기적상회의 부족한 힘을 채워줄 것이다.

“운문과 하프엘프의 연구기지를 통합할 생각입니다.”

공화련이 계획을 발표했다.

“하프엘프와 운문의 고위층이 함께 연구소를 이끄는 겁니다. 여러 장로님들의 생각은 어떠신지요?”

하프엘프들은 아직 충격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었다.

클라크가 급히 물었다.

“우리도 신기술 개발팀의 일원이 될 수 있습니까?”

공화련이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하프엘프족 학자는 대륙에서 명성이 자자하죠. 여러분이 운문의 여러 연구에 참여한다면 예전보다 훨씬 탁월한 성과를 거둘 것이라고 믿습니다!”

“좋습니다!”

“정말 근사한 일입니다!”

하프엘프는 몹시 흥분하여 연맹 가입을 만장일치로 찬성했다. 이건 기적상회에 손해날 것 하나 없는 남는 장사이다. 혼돈의 숲에서 가장 뛰어난 연구 설비와 인재를 얻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예전 그린캐슬의 모든 자원을 통합시킬 수 있다. 그야말로 호박이 넝쿨째 굴러들어온 격이었다.

다른 세력이 그린캐슬을 접수했다면 하프엘프족의 연구기지에 들어가는 비용을 아까워했을 수도 있다. 그러나 기적상회는 다른 세력들과 생각이 완전히 달랐다.

이건 자신에게 투자하는 일이다. 매월 마석 수만 개가 들어도 상관없다.

공화련의 예상 외로 일은 너무나 순조롭게 풀렸다. 하프엘프는 심지어 어떤 조건도 요구하지 않았다. 아마도 종족이 달라서일 것이다.

만약 인간족이었다면 분명 터무니없는 가격을 부르고 성과를 어떻게 분배할지 논의했을 것이다. 그러나 하프엘프는 이런 쪽으로 어떤 요구도 하지 않았다. 하프엘프의 생각이 너무 단순하다는 뜻이다.

대륙에 인간처럼 복잡하고 탐욕스러운 종족은 많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하프엘프를 포함한 대다수 종족이 인간과의 교류를 꺼렸다.

“소개를 다 드린 것 같군요. 전반적인 상황에 대해 이해하셨을 겁니다.”

지금까지 아무 말이 없던 천제현이 벌떡 일어났다.

“이제 혼란한 국면을 어떻게 수습할지 논의해야 합니다.”

기적성 앞에는 몇 가지 문제가 놓여 있었다.

첫째, 인구가 너무 적었다. 기적성 인구는 100만이 안 되었다. 그중 대부분은 원래 살고 있던 하프엘프이다. 이곳에는 사업을 하는 상단이 없었다. 풍부한 자원을 캐거나 시장을 개척하려는 세력도 없었다.

둘째, 재정이 빠듯했다. 천제현이 오기 전 재정은 이미 적자였다. 몇 차례 큰 난리를 겪으며 재건해야 할 것 투성이라서 돈이 필요했다. 기적상회에서 마련한 수만 개의 마석으로는 어림없었다. 당장 급한 불은 끄겠지만 곧 문제가 터질 것이다.

셋째, 힘이 너무 약했다. 기적성은 정말 너무 약하다. 고작 몇 안 되는 샤먼교와 리치 하나에 성이 뒤집힐 지경이라니 웃음거리로 전락하기 딱 좋았다. 숲의 어엿한 성이 되면 어둠의 숲 세력을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지금의 기적성은 너무 약했다. 성을 지킬 화령술사조차 하나도 없었다.

넷째, 외부상황이 만만치 않았다. 기적성의 배후에는 영원의 숲이 있다. 그러나 영원의 숲은 너무 폐쇄적이다. 엘프족의 도움을 기다리는 것은 바보 같은 짓이다. 영원의 숲이 배후에서 힘을 써주고 있긴 하지만 여러 세력은 여전히 기적성을 호시탐탐 노리고 있다. 그저 그런 세력이면 별 상관없지만 큰 세력이 움직인다면 큰일이다.

이것 말고도 크고 작은 문제가 산적해 있었다. 이것들은 그저 가장 골치 아픈 문제 중 하나일 뿐이다.

기적성의 성주가 되었으나 아직 자리가 안정적인 것은 아니었다. 산적한 문제들을 해결하는 게 급선무였다. 이제 기적성의 인구를 늘리고 힘을 키워야 한다. 우선 내부의 힘을 통합한 후 병력을 늘려야 한다.

기적성에 남아 있는 샤먼교와 드루이드교를 아군으로 끌어들일 수 있다.

루츠가 이끄는 샤먼교는 이제 기적성과 같은 운명이라고 할 수 있다. 괜찮은 조건을 제시한다면 차츰 천제현의 휘하로 편입될 될 것이다. 드루이드교는 좀 까다롭다. 드루이드교는 강한 실력을 지니고 있었으나 너무 거칠어서 길들이기 힘들다. 웬만한 상황이 아니면 이들을 끌어들이기란 쉽지 않다.

그러나 드루이드교는 천제현의 능력을 보았다. 그리고 요더 선지자는 천제현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 적정한 합의점을 찾게 된다면 협력 관계를 맺지 못할 까닭이 없다.

이 두 세력은 반드시 끌어들여야 한다. 그러나 이 정도로는 한참 부족하다. 기적상회는 외부에서 더 많은 인구와 정예 병력을 끌어와야 한다.

천제현과 공화련은 모두 토착부족을 주시했다. 기적성 주위에는 여우족과 미노타우로스족 등 여러 토착부족이 살고 있다. 이들은 모두 만만치 않은 실력을 지니고 있으며 성의 통치에도 종종 영향을 주었다.

이번에 리치와 벌인 전투로 토착부족은 기적성과 많이 가까워졌다. 그러나 이런 우호적인 관계가 얼마나 지속될까?

이들은 연합군을 결성하여 성을 공격하려고도 했다. 이런 일은 얼마든지 또 일어날 수 있다.

대부분의 토착부족은 기적성 주변에 기거하길 원했다. 생활이 편리하기도 했지만 가장 큰 이유는 성에 자주 드나드는 상단을 약탈하기 위해서였다. 상단은 이들에게 짭짤한 수입원이었다.

이런 까닭에 토착부족과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한다고 해도 이들이 성 주변에서 말썽을 일으키는 것을 막기는 힘들다. 이것 역시 기적상회가 해결해야 할 문제이다.

‘토착부족을 모두 쓸어 버릴까?’

그건 너무 비현실적인 데다가 토착부족은 너무 많다.

‘모두 아군으로 끌어들일까?’

그건 더욱 불가능하다. 토착부족들은 수준이 낮았다. 이들을 한 번에 모두 성으로 이주시킨다면 기적성은 혼란에 빠져 관리하기 힘들어질 것이다. 일부만 이주시킨다고 해도 다른 지역의 세력이 빈자리를 차지하고 또 다른 토착부족이 될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천제현과 공화련은 구체적인 논의 끝에 방법을 생각해냈다.

다음날 숲에 새로운 소식이 퍼졌다.

[기적성에서 대대적으로 병사를 모집한다.]

-모든 부족의 정예 전사는 기적성의 병사가 될 수 있다. 의식주를 전부 제공하고 대우도 훌륭하다. 병사를 보낸 부족은 기적성으로부터 물자와 식량을 보조받을 수 있다. 또한 병사를 보낸 비율에 따라 기적성에서 거주할 수 있는 자격을 받는다.

이 소식에 토착부족은 들끓기 시작했다. 샤먼교에서 일으킨 기근이 아직 해결되지 않아서 식량을 구하는 것은 여전히 큰 문제였다. 기적성의 병사가 되면 맛있는 음식을 배불리 먹을 수 있으니 마을에서 사는 것보다 훨씬 나았다. 병사가 되면 관리로 진급하여 부족의 명예를 드높이고 부족에 지원 물자를 보낼 수도 있다. 게다가 가족과 자녀들이 기적성의 영주권까지 받을 수 있다.

엄청나게 좋은 기회였다.

기적성에서 이 소식을 퍼트렸다.

첫 번째로 3만 명을 모집할 계획이었다. 복무기간은 3~5년이고 퇴역 여부와 상관없이 기적상회는 병사의 자유를 구속하지 않는다.

기적상회는 전단지를 여러 부족에 뿌리고 확성기를 대량으로 준비하여 숲을 돌며 홍보를 했다.

-기적상회와 함께 미래를 만들고 싶습니까?

-늘 똑같은 지루한 삶에서 벗어나고 싶습니까?

-성공하고 싶습니까?

-가족을 위해 돈을 벌고 싶습니까?

-더 나은 삶을 누리고 싶습니까?

-지금 바로 기적상회의 징병에 참여하세요. 선발시험에 통과하면 영광스러운 기적성 정규군이 될 수 있습니다. 기적성에서 의식주와 훈련 및 장비를 전부 책임집니다. 게다가 상상도 못 할 엄청난 복지 정책까지 있으니 아무 염려 마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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