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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력 믿고 막 간다-498화 (498/729)

# 498

제498장 성안(星眼)

사실 이번에는 운이 아주 좋았다고 보는 게 맞았다.

성광원소는 지능이 없어 본능적으로 자신의 영역을 침범한 다른 생명체를 공격하지만 침입자가 자신의 영역을 떠나면 그걸로 끝이라고 생각해 굳이 추격을 하진 않는다. 덕분에 천제현 일행도 목숨을 건질 수 있었던 것이다.

만약 성광원소가 빛의 속도로 쫓아왔더라면 그들 전부는 아닐지 몰라도 최소 반은 목숨을 잃었으리라. 그러나 천제현은 그 모든 걸 설명할 시간이 없었다.

지금 그의 체내에는 거대한 별의 기운이 요동치고 있었으므로 빨리 그 힘을 처리하지 않는다면 온몸이 폭발해 버릴 수도 있었다.

동굴 밖으로 나온 그는 황급히 그린캐슬의 한적한 산골짜기로 들어가 바위 위에 가부좌를 틀고 앉은 후 수련을 시작했다.

온몸의 모공 하나하나에서 별의 기운이 솟구쳤고, 금방이라도 몸을 부수고 빠져나올 것처럼 몸 전체에 성광마력이 감돌았다.

몹시 위험한 상황이었지만, 어찌 보면 둘도 없는 기회였다.

성광마력은 성광원소가 무수히 많은 세월 동안 정화되어 만들어진 것으로, 그가 삼킨 마력의 크기는 성진석 1톤을 흡수한 것과 같았다. 그 힘을 제대로 제련하기만 한다면 천제현의 주요 무공인 성광불멸체는 더 높은 단계로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

천제현은 오랜 기간 성광불멸체를 수련해 별의 힘에 대한 수용력이 뛰어났다. 또한, 별의 힘은 무속성 순수 마력이므로 그 성질이 조용하고 부드러운 편이었다. 그런 요소들이 없었다면 억지로 체내에 주입시킨 난폭한 힘에 몸이 터져 죽거나 최소한 반신불수가 됐을 것이다.

‘시작하자!’

천제현은 무공을 운용하기 시작했다. 이윽고 체내에서 날뛰던 별 마력이 움직임을 멈추고 온몸에 고르게 퍼지면서 피부와 근육, 골격으로 흡수되었다. 그의 몸과 일체가 되려는 것처럼.

그는 그렇게 한 번, 또 한 번 마력의 제련을 거듭했다.

천제현은 그 과정에서 육체가 놀라운 속도로 강해지고 있음을 느꼈다. 별의 힘이 제련되면서 온몸의 근육이 꿈틀거렸고, 육신은 전보다 열 배 가까이 강해진 것 같았다. 그리고 마침내, 체내에 누적된 모든 원소의 힘을 성광불멸체 마력으로 전환하는 데 성공했다.

그야말로 즉각적인 효과였다.

천제현은 체내의 무공도 빠르게 강해지고 있음을 또렷하게 느낄 수 있었다.

그의 몸 표면에서 반짝거리던 보석처럼 투명하고 강력한 광택이 사라지고 몸 안쪽에서 바깥쪽으로 눈부신 빛이 쏟아져 나왔다. 몸 전체가 빛에 감싸인 것 같은 모습이었다. 그가 앉아 있던 바위는 강력한 힘에 산산이 부서져 돌가루로 변해 버렸다.

천제현은 마력 제련에 성공했다는 걸 깨달았다.

지금 그의 성광불멸체는 대성 단계인 성광체에 이르러 있었다.

성광불멸체 무공은 유리체, 금강체, 성광체, 불멸체의 4단계로 구분된다. 그중 유리체는 소성, 금강체는 통달, 성광체는 대성이며, 불멸체는 입신 단계로, 무공이 최고 단계에 이르렀다는 걸 의미한다.

금강체는 유리체보다 훨씬 강력한 방어력과 반사 능력을 갖고, 성광체는 금강체보다 더욱 강력한 방어력을 갖는다. 또한, 성광체의 가장 큰 효과는 바로 자체 치유와 재생으로, 오장육부가 만신창이가 되어도 마력으로 성광체를 시전하기만 하면 빠르게 치유가 된다.

이 밖에도 성광체는 저주, 부식, 마화 등 다양한 상태 공격을 무효화시키는 효과가 있다. 이를 통해 천제현의 방어력과 전투력은 단번에 엄청난 발전을 이루게 된 것이다.

다시 말해, 성광불멸체를 대성 단계인 성광체 상태까지 수련하면 단순한 방어 무공의 한계를 뛰어넘어 강력한 치유 무공이 된다. 치명상을 입더라도 자연 치유가 가능한 무공인 셈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기쁜 것은 무공의 발전이 아니었다. 무공이 심후해지면서 한동안 그의 앞을 가로막고 있던 벽이 무너지고 있었다. 애타게 기다리던 계기를 만난 천제현은 이제 혼성 단계를 넘어 진령의 경지에 오를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런 기회를 놓칠 수야 없지!’

그는 급히 온몸의 정혈을 모아 더 높은 경지를 향해 부딪히기 시작했다. 남들보다 한 번의 생을 더 산 천제현은 당황하지 않고 능숙하게, 그리고 가볍게 자신의 앞에 놓인 벽과 싸우기 시작했다.

***

사흘 후.

산골짜기 전체에 하늘이 갈라지는 것 같은 굉음이 울려 퍼졌다.

주변 십 리 반경에 있던 영기가 순식간에 한곳으로 모이더니 무형의 입이 그 영기들을 전부 삼켜 버렸다. 그러고는 마침내 모든 것이 조용해졌다.

천제현은 천천히 눈을 떴다. 그의 눈에 매처럼 예리한 빛이 번쩍였다. 길게 숨을 내쉰 그는 돌연 한 자루의 검처럼, 그리고 번개처럼 앞에 있던 바위를 내리쳐 가루로 만들었다.

‘성공했어! 진령 경지다!’

진령 술사는 혼성 술사와 완전히 다르다. 혼성 경지가 단순히 정령을 개발하는 단계에 그친다면, 진령 경지에서는 체내의 마력을 단련해 진원(眞元)의 힘으로 전환하게 된다. 그래서 진령 경지에서는 마력 단계가 1성씩 오를 때마다 마력도 대폭 상승한다. 그런데 이번에는 천제현이 큰 성과를 거뒀음에도 여태까지와 달리 어떤 이상 현상도 일어나지 않았다.

약 1년 전, 강시협곡에서 혼성 경지에 올랐을 때는 전 대륙이 경천동지할 정도로 기이한 일이 있지 않았던가. 그 밖에도 그가 단계를 한 번씩 뛰어넘을 때마다 이상 현상이 일어나곤 했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거대한 벽을 뛰어넘었음에도 일반 술사들처럼 아무 일도 없었다. 어째서일까?

그것이 바로 진령 경지를 대변해주는 표지 같은 것이다. 이제 천제현은 예전과 달리 자신의 힘을 통제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즉, 자신의 기운을 밖으로 흘려보내지 않고 거둘 수 있게 되었으므로 이상 현상이 나타나지 않는 게 당연했다.

혼성 경지가 허혼, 현혼, 진혼의 3단계로 나누어지듯, 진령 경지도 상중하 세 개의 단계로 구분할 수 있다. 1성부터 3성까지는 지령, 4성부터 6성까지는 천령, 7성부터 9성까지는 화령이라고 한다.

천제현은 진령 1성의 지령 술사였으나 신기에 오른 유명염화검과 대성 경지의 성광불멸체 덕분에 그의 힘은 같은 급의 술사가 상상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강했다. 그러나 그의 밑천이 여기까지라고 생각하면 그것은 대단한 착각이다.

진령 경지는 하나의 분수령이라고 볼 수 있다.

진령 경지에 오른 천제현은 여태까지 시전할 수 없었던 능력들을 모두 사용할 수 있게 된 걸 깨달았다. 공간 능력을 사용할 수 있는 기점 역시 진령 경지였다.

비비안을 데려온 이유도 바로 이것 때문 아니었던가. 혼성 경지의 천제현으로서는 공간창고를 여는 것이 불가능했으니까.

그런데 이제 그 모든 문제가 해결된 셈이다. 오늘부터 그에게는 새로운 세상이 열린 것이다.

천제현은 체내로 들어간 성광원소 중 일부가 완벽하게 제련되지 않은 채 몸속에 남아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그 잔여물은 더 이상 마력의 형태가 아니었으며, 자연스러운 무공의 형태를 띠고 있었다. 천제현은 그것을 성광결이라 일컫기로 했다. 성광결은 근접전 공격과 운신법을 하나로 결합시킨 무공으로서 성광불멸체와 근원이 같았으므로 상호 보완하며 동시에 수련이 가능했다.

성광결은 불멸체의 속도와 공격력 문제를 메워줄 수 있다. 천제현에게 큰 가치를 지닌 무공은 아닐지 몰라도 공서련이나 공화련에게 주면 전투력 상의 결점을 크게 보완할 수 있으리라. 특히 공화련의 정령은 전투 관련 정령이 아니어서 전투력이 크게 제한되었지만, 이 무공을 익히면 남부럽지 않은 전투력을 가질 수 있다.

“이번에는 수확이 엄청난걸.”

그가 이번에는 품속에서 뭔가를 꺼냈다. 성진석과 비슷하게 생긴 돌멩이였다. 그런데 일반적인 성진석과 달리 표면에 눈알처럼 생긴 그림이 그려져 있었고, 거기에서 신비롭고 오래된 기운이 느껴졌다.

성안.

대형 운석의 핵심 부분을 구성하는 희귀하기 이를 데 없는 재료였다.

성광원소를 구성하는 핵이 바로 이 성안으로, 이것으로 새로운 성광원소를 만들어낼 수도 있었다. 또는, 이 성안을 삼키고 성광불멸체를 신기의 단계로 끌어올리는 것도 가능했다.

매우 구미가 당기는 가정이 아닐 수 없었지만, 천제현은 일단 그러지 않기로 했다.

이 진귀한 재료로 더 중요한 일을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바로 공간 좌표를 표시하는 데 사용하는 것이다. 성안은 한 공간의 핵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성안의 크기가 크지 않았으므로 대형 공간을 구축하는 건 불가능하겠지만, 공간전송진 하나쯤은 충분히 만들 수 있을 것 같았다.

공간전송진과 공간창고 운수는 비슷해 보이지만 전혀 다른 개념이다.

공간창고는 아공간을 포착해 그 안에서 물질을 전송한다. 단, 아공간 안에 생명체를 넣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러나 공간전송진은 다르다. 공간전송진은 생명체를 전송할 수 있는 진법이다. 다시 말해, 천제현이 그린캐슬에 전송진을 만들고 대륙 어딘가에 또 다른 전송진을 만들어 놓으면 성안으로 공간좌표를 기록한 후 공간 전송을 실현시킬 수 있다는 의미이다.

그것이 바로 성안이 지닌 진정한 가치였다.

아까 그 동굴 안에 있는 성안이 이것 하나뿐일 리는 없을 터. 성안을 대량으로 손에 넣을 수만 있다면, 대륙 각지에 전송진을 만들 수 있다. 그렇게만 되면 향후 인적 교류와 왕래가 훨씬 더 수월해질 것이며, 그린캐슬의 발전에도 엄청난 촉진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천제현은 성안을 다시 품속에 넣었다. 성안이 공간전송진의 핵심 재료이기는 했지만, 그것 외에도 진귀한 공간수정석들이 필요했다. 공간수정석이 성안처럼 희귀한 재료는 아니었지만, 그것 역시 공간 속성의 재료이므로 흔한 것은 아니었다. 하프엘프의 연구소에 비축량이 있을 테니 일단 몇 개만 빌려서 사용해 봐도 무방하리라.

그가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산골짜기에서 내려왔을 때였다.

델로리스가 달려와 그를 맞이하며 물었다.

“이렇게 빨리 내려온 거예요?”

천제현은 어깨를 으쓱해 보이며 대답했다.

“당연하죠. 제가 누군데요! 아, 그건 그렇고 클라크 일행은 어디 있죠?”

“지난 며칠간 갑자기 역병이 도는 바람에 그린캐슬에 있던 수많은 하프엘프들이 감염되었어요. 나머지 하프엘프들은 진상을 조사하러 갔고요.”

“역병이라고요?”

“아직 모르세요? 사실 혼돈의 숲에서는 툭하면 역병이 돌곤 하거든요. 보통은 대부분이 남쪽 숲에서 그치곤 하는데 이번에는 어떻게 된 건지 그린캐슬까지 덮쳤더라고요.”

“같이 가요. 상황을 좀 봐야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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