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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력 믿고 막 간다-491화 (491/729)

# 491

제491장 주술사들의 내전

펑!

대형 덩어리가 거대한 굉음을 내며 폭발했다. 자잘한 고깃덩어리가 앞쪽으로 흩뿌려졌고, 이 고깃덩어리에 부딪친 생물은 순식간에 온몸이 부식되어 목숨을 잃었다.

“숲의 장벽!”

클라크는 이미 대비를 다 해 놓았다. 녹색의 대형 보호덮개를 소환해 앞을 막자, 녹색장벽 전체가 순식간에 검붉은 색으로 뒤덮였다. 수많은 피와 살 외에도 구역질나는 주술독충이 결계장벽에서 이리저리 꿈틀거렸다.

폭발한 덩어리는 몇 백 미터 밖의 화초와 식물들까지 모조리 오염시켰다. 육안으로도 그 속도를 확인할 수 있었다. 널리 뻗어나가는 고원 샤먼교는 분리대가 되어 하프엘프가 더 이상 추격할 수 없게 만들었다. 안개가 덮인 곳의 화초와 나무들은 다 말라 죽었고, 온갖 위험한 주술 독충들이 기어 다녔다.

“굉장하군요!”

멀리서 이 모습을 본 델로리스가 말했다.

“역시 샤먼교 대제사장이네요. 만약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을 집중 공격했다면 단번에 수천 명도 죽일 위력이에요!”

천제현도 조금은 놀랐다.

황야고원에서 온 샤먼교 주술사들은 과연 대단한 실력자들이었다. 진령 4성에 버금가는 마력이다. 주술이 상대하기 어렵다는 점을 감안할 때, 보통 술사들이었다면 같은 수준이라 해도 상대하기가 어려웠을 것이다.

마르스가 공격한 틈을 타 모든 샤먼 주술사들은 즉각 신전 안으로 후퇴했다.

이제 그린제사장들이 공격에 나섰다. 무수한 넝쿨들과 풀들에 그 힘을 불어넣자, 풀들이 되살아나 미친 듯이 자라나서 거대한 뱀처럼 꿈틀거리며 공격을 시작했다. 하지만 한 발 늦었다. 주술사들은 이미 모두 후퇴했고, 샤먼교 신전 입구는 결계에 의해 보호되었다. 그린제사장들은 이를 뚫고 들어갈 방도가 없었다. 수많은 넝쿨들은 그저 제단 전체를 겹겹이 둘러싸, 적들이 안에서 나올 수 없게 만들 뿐이었다.

“마르스, 네 음모는 이미 다 드러났다!”

클라크가 큰 소리로 외쳤다.

“더 이상의 저항은 무의미하다, 네놈들에게 또다시 기회가 오지 않는다!”

샤먼교 주술사들은 신전 안에 갇힌 몸이 됐다. 모두 사색이 되었다. 아무리 둔하다고 해도 지금이 어떤 상황인지는 알 수 있었다.

샤먼교 주술은 이미 하프엘프에게 박살이 났고, 샤먼교의 계획도 불가능해졌다. 샤먼교 신전에 갇힌 샤먼교 세력은 신전의 힘에 의지해 잠시 보호받을 수 있지만, 그렇다고 계속 이곳을 지키고만 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방금 엄청난 위력의 주술을 펼친 마르스는 이미 적잖은 힘을 소진했다. 거친 숨을 몰아쉬는 그의 두 눈빛은 좌절과 분노로 가득했다.

“빌어먹을 하프엘프와 클라크! 잡히기만 해봐라, 주술벌레 수만 마리를 풀어 야금야금 괴롭히며 죽게 만들 테다!”

녹색 피부의 오크 제사장이 다가왔다.

“대제사장님, 그린제사장이 이미 저들과 연합해 신전을 봉인했습니다. 밖으로 주술을 펼칠 방법이 없습니다. 이제 어쩌면 좋습니까?”

“이렇게 된 마당에 가만히 앉아서 죽기만을 기다릴 수는 없지.”

마르스의 낯빛이 어두워졌다.

“우선 제단을 사용해 힘을 회복한 후 다시 사기를 진작시켜 싸우러 나가자. 우리 샤먼교 주술사가 그리 만만하지 않다는 걸 알게 해야지. 루츠, 잠시 후에 군대를 데리고 돌격해. 내가 엄호하겠다.”

루츠 제사장은 몇 초 정도 생각에 잠겼다가 말했다.

“제게 한 가지 방도가 있습니다. 어쩌면 지금 상황을 유리하게 바꿀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마르스는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

“그게 무엇이냐?”

“저희가…….”

루츠가 마르스 곁으로 다가가 말을 이어가려할 때, 그 소매에서 알록달록한 대형 지네가 튀어나왔다. 지네는 화살처럼 튀어나오더니 늙은 트롤의 목을 단번에 물었다.

“당신을 죽이고 그 목을 따서 그린캐슬에 투항하는 거지!”

마르스의 처절한 비명 소리가 울려 퍼졌다. 루츠가 오랜 시간에 걸쳐 만든 주술벌레였다. 한번 물리면 지룡도 그 흑마술 독에 의해 순식간에 온몸이 썩어 버릴 정도의 위력을 가진 지네였다.

평소라면 루츠보다 강한 마력을 가진 마르스가 이런 습격에 당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마르스는 방금 많은 힘을 소진한데다가 루츠를 전혀 경계하지 않았기에 습격에 당하고 만 것이다.

루츠는 흉악하고 계산이 빠른 자였다. 기왕 대제사장을 없애기로 작정한 이상, 전혀 사정을 봐주지 않았다. 그가 심혈을 기울여 만들어낸 일곱꼬리 지네는 이곳에 있는 누구라도 물어 죽일 수 있었다. 단 한명, 바로 눈앞에 있는 이 자를 제외하고 말이다. 지네가 마르스를 물어 버린 순간, 루츠는 두 손을 들어 과감하게 마르스의 가슴을 공격했다.

샤먼교 주술사는 정식무공을 수련할 수는 없지만, 루츠의 마력은 이미 진령 경지에 도달하여 단순히 마력만 방출한 것으로도 엄청난 파괴력을 보였다.

공격을 받은 마르스는 유리처럼 부서졌다. 흉골이 산산조각나면서 피가 뿜어져 나왔고, 그의 몸은 제단을 향해 날아가 쿵하고 부딪쳤다. 이 충격으로 제단이 움푹 파였다.

“대제사장님!”

샤먼교 주술사들이 사색이 되었다. 모두 놀란 눈을 하고 마르스를 공격한 루츠를 바라봤다.

루츠 곁에 있던 샤먼교 제사장 몇 명이 일어났다. 루츠를 주술사들로부터 보호하기 위해서였다.

샤먼교 제사장 중 하나가 분노하며 이해할 수 없다는 듯 소리쳤다.

“적들을 앞에 두고 이 무슨 짓이냐!”

“무슨 짓? 나야말로 마르스가 무슨 짓을 한 건지 묻고 싶소!”

루츠는 어두운 얼굴을 하고 앞으로 나섰다. 감히 그를 가로막는 샤먼 주술사는 한 명도 없었다.

“그린캐슬을 공격해? 사생결단하고 우리 모두 다 같이 죽자는 방법을 내놓고서, 우리들만 불속으로 뛰어들라 하다니! 승리한다 한들, 폐허가 된 그린캐슬이 우리에게 무슨 의미가 있는가. 승리한다 한들, 영원의 숲의 분노를 감당할 수 있을까? 황야고원은 우리를 그저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패로 생각했다. 이렇게 조종당해도 좋단 말인가?”

샤먼교 주술사들의 안색도 그리 좋지 않았다.

루츠가 소리쳤다.

“난 이미 그린캐슬의 새로운 성주와 협상을 마쳤다. 우리가 황야고원을 떠나기만 하면, 샤먼교는 계속 이곳에 정착할 수 있고, 우리는 그린캐슬의 보호를 받게 된다. 그래, 어쩌면 우리 세력이 많이 약해질지도 모르지. 하지만 적어도 자유를 얻는다!”

샤먼교는 두 파로 나누어진다. 하나는 마르스가 대표하는 고원 샤먼교, 다른 하나는 루츠가 대표하는 그린 샤먼교다. 양 측은 즉시 대치 국면을 이루었다.

“츠츠츠…….”

제단 속 구멍에서 사람 형상이 나타났다. 머리는 백발에 온몸은 피의 흔적으로 가득한 무시무시한 악귀의 형상이었다. 피부 전체가 곪아 터져 있었는데, 그 속에서 독혈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아주 심각한 중독 상태였다.

“감히 주인을 배신하고 제 한 몸만 영화를 누리려는 배신자여, 고원의 교파 없이 어찌 그린 샤먼교가 있겠는가? 오늘이 바로 네놈 배신자들의 제삿날이다!”

루츠 곁에 있던 제사장들의 낯빛이 변했다.

‘아무런 방비도 하지 못한 상태에서 내 일곱꼬리 지네의 공격을 받고, 시지어 전력공격에 당하고도 아직 살아 있단 말인가!’

대제사장의 실력은 생각하던 것 그 이상이었다.

마르스는 완전히 일그러진 루츠의 얼굴을 보자 거들먹거리며 웃기 시작했다.

“놀랐나? 네놈들은 아직 고원 샤먼교의 기교를 다 익히지 못했다!”

말이 이어지는 동안 마르스는 여러 마리의 벌레를 토해냈다. 벌레들은 모두 피를 가득 머금은 거머리 같았다. 하지만 전혀 움직이지 않고 있었다. 보라색이 짙다 못해 검은 빛을 낼 정도였다. 독기를 뿜어내던 벌레들은 곧 독혈로 변해 단단했던 바닥을 부식시켜 버렸다.

다른 샤먼교 주술사들은 곧 상황을 이해했다. 대제사장이 자신의 몸에 주술독충을 넣었두었던 것이다. 그래서 루츠의 일곱꼬리 지네에게 물려 치명적인 공격을 받았을 때, 그 몸에 기생하고 있었던 독충들이 주술저주와 독액 대부분을 흡수했고, 그래서 대제사장은 심각한 부상에도 목숨을 잃지 않았던 것이다.

루츠는 심상치 않은 상황을 감지했지만 그래도 흔들리지 않았다. 그는 일곱꼬리 지네의 힘이 얼마나 대단한지 알고 있었다. 대제사장이 주술로 대부분의 독을 해독해도, 분명 체내에 어느 정도는 독이 남아 있을 터였다. 게다가 마르스의 부상상태로 보아서는 그리 쉽게 완벽한 회복상태로 돌아설 수는 없다.

“그럼 어디 고원 샤먼교의 주술을 뽐내 보시지!”

루츠의 정령이 소환되었다. 회색빛이 한데 모이자 흉악한 모습의 꼭두각시가 되었다. 작은 눈을 하고 입은 귀까지 찢어진 이 꼭두각시는 눈, 코, 입, 귀 모든 곳에서 벌레들이 나왔다 들어갔다 하는 아주 끔찍한 모양이었다.

대부분의 샤먼교 정령은 이런 모습이다. 이 부분은 남하국 상어해적단과 비슷하다. 해양종족이 전승해온 힘의 세례를 받은 상어해적단의 정령도 상어 모습으로 변이되었다. 샤먼교 주술사들도 마찬가지다. 완전한 샤먼교 주술사가 된 후, 이들의 정령도 변이했다. 바로 이런 주술사 꼭두각시로 말이다. 샤먼교 제사장 주술의 힘은 모두 이 정령 꼭두각시로부터 나온다.

마르스도 주술사 꼭두각시를 소환했다. 그의 정령은 훨씬 더 강력했다. 주술사 꼭두각시가 이빨 하나를 손가락으로 퉁겨냈다. 이빨의 크기는 인간의 것과 비슷했는데, 표면에는 강력한 주문이 가득 새겨져 있었다.

루츠가 황급히 몸을 피하자, 뒤에 서 있던 샤먼교 주술사가 이빨에 적중됐다. 주술사의 몸에 적중된 이빨은 마치 물방울이 몸에 떨어진 것처럼 순식간에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1초나 되었을까.

주술사의 처참한 비명 소리가 울러 퍼졌다.

그의 입에서 피가 철철 뿜어져 나왔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면 뿜어져 나오는 게 아니었다. 마치 몸속에 있는 대부분의 피가 입, 눈, 코를 통해서 몸에서 벗어나고자 발버둥치는 듯했다. 눈동자, 뇌, 내장 등 모든 것들이 조각조각 뿜어져 나왔다. 샤먼교 주술사는 눈 깜짝할 사이에 말라 비틀어져 바닥에 쓰러졌다.

루츠가 소매를 몇 번 흔드니 갑충 6~7마리가 튀어나와 손바닥에서 서로 엉키더니 주먹 반 정도 크기의 공으로 변했다. 이제는 마르스가 몸을 피해야 할 때다.

루츠가 던진 벌레공은 벽 근처에 떨어져 큰 소리를 내며 폭발했다. 그 바람에 샤먼교 신전 전체가 흔들렸다. 벽에는 벌레공에서 나온 엄청난 양의 피가 흩뿌려진 흔적만이 남았다.

“겨우 이 정도냐!”

마르스가 냉소를 지었다.

루츠가 샤먼주술에 있어 마르스 다음이라고는 해도 마력 차는 엄청나다. 절대 쉽게 좁힐 수 있는 간격이 아니다. 마르스는 자신에게 승산이 있다고 생각했다.

‘이제 시간이 없다.’

일곱꼬리 지네의 독이 여전히 몸속에 퍼지고 있다. 독을 억누르고 있는 마르스의 안색은 더 어두워졌다. 바람이 불지 않는데도 옷이 펄럭였다. 정령의 눈, 코, 입, 귀 모든 곳에서는 강력한 주술의 힘이 흘러나와 회오리바람처럼 몸 주변을 맴돌았다. 모든 이가 마르스의 의도를 알아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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