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능력 믿고 막 간다-489화 (489/729)

# 489

제489장 개전

신도들이 황급히 부축하려 했지만 요더는 손을 저었다. 그는 힘이 다 빠진 모습이었지만 목숨이 위태로워 보이지는 않았다. 여전히 점을 칠 수가 없었다. 어떤 점괘나 예언의 힘도 그 인간족 주변에서는 무용지물이었다. 그는 그린캐슬의 일에 대한 모든 예언 능력을 상실했다.

그린캐슬의 모든 운명선은 뒤죽박죽 엉켜서 계속 변하고 있다. 이와 연결된 외부의 선조차 변하고 있다. 이곳에서 멀리 벗어나야지만 예언의 능력을 되찾을 수 있다.

요더는 괴이하면서도 복잡한 얼굴이었다.

‘이 세상에 운명을 뒤바꿀 수 있는 사람이 정말 존재한단 말인가?’

천제현은 이틀도 안 되는 시간에 모든 준비를 마치고 샤먼교 부대와 토착민 부대의 행동을 기다렸다.

사흘째 되던 날이었다.

토착민 부대는 23만 명 정도로 여러 부족의 정예병들로 구성되어 있었다. 이 부대는 하프엘프에게 큰 위협이 되었다. 원래도 인내심이 부족했지만 토착민 부대는 이제 더 기다릴 이유가 없었다.

“쓸어 버리자!”

“쓸어 버리자!”

“쓸어 버리자!”

20여만 명의 토착민 병사들이 10여 리가 넘게 늘어섰다. 이들이 쏟아내는 살기 어린 함성에 산이 무너질 것 같았다. 숲의 동물들이 함성에 놀라 달아났다.

10여 부족의 족장이 병사들을 이끌고 그린캐슬을 뚫고 들어가 대대적인 약탈을 감행하기로 결정했다. 샤먼 주술사들이 병사들 틈에서 광폭술이나 흡혈술 같은 주술로 힘을 증폭시켰다. 토착민 전사들의 전투력은 샤먼 주술사의 여러 주술로 급상승했다.

모든 준비가 다 끝났다.

“그린캐슬이 바로 눈앞에 있다!”

“약해빠진 하프엘프들을 쓸어 버리자!”

토착민 연합군은 더 이상 참지 못하고 그린캐슬을 향해 물밀 듯이 밀려들어갔다. 그린캐슬 길목에는 결계와 그린수호자로 가득했다. 그러나 샤먼교에서는 공격이 시작되면 내부의 모든 방어체계를 무력화시키겠다고 약속했다.

토착민 병사 수십 만 명이 그린캐슬을 향해 돌진했다.

하프엘프의 전력은 그리 강하지 않다. 이들은 토착민 부대에 연전연패했다. 게다가 샤먼 주술사들까지 협공하니 이번에는 그린캐슬을 전멸시킬 수도 있다.

족장 10여 명이 병사들을 이끌고 성으로 진입하는 협곡에 당도했다. 그런데 협곡 안의 결계가 마치 거대한 장벽처럼 굳건히 있는 게 아닌가. 게다가 협곡 양측에는 하프엘프 궁수와 제사장으로 가득했다.

“어떻게 된 거야?”

“샤먼교에서 하프엘프의 결계를 풀어놓겠다고 하지 않았어?”

눈앞의 상황이 매우 못마땅했지만 이미 여기까지 진격한 상태였다. 그린캐슬의 방어체계가 무력화되지 않았어도 계속 공격을 감행해야 했다.

토착민 병사들이 마력을 사용하여 전투에 임하려고 할 때였다.

누구도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졌다.

마력을 발동시키자마자 온몸이 타들어 가는 듯했다. 마력은 경맥을 관통하여 통제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게 무슨 일이야?”

“빌어먹을, 독이야!”

“모두 독에 중독됐어!”

“이게 대체 어떻게 된 일이야?”

토착민 병사들은 거의 모든 주력 부대가 괴이한 독에 중독되었다는 것을 발견했다. 병사들이 우왕좌왕할 때 미노타우로스 족장 아르놀트가 갑자기 소리를 지르며 거대한 도끼로 샤먼 제사장을 내리찍었다.

엄청난 소리와 함께 샤먼 제사장은 기왓장이 깨지듯 순식간에 산산조각 났다.

이 광경에 토착민 병사들은 자신들이 중독된 이유를 깨달았다. 미노타우로스족이 음식에 장난을 친 것이다. 미노타우로스는 토착민의 일원이라 아무도 경계하지 않았다. 누구도 미노타우로스족이 음식에 독을 탈 것이라 생각하지 않았다.

아르놀트가 샤먼 제사장 하나를 요절낸 것은 시작에 불과했다. 이것은 부족에게 보내는 명령이었다. 미노타우로스족들이 광분하기 시작했다. 몸집이 거대한 반인반수들이 시뻘겋게 달아오른 눈으로 거친 숨을 몰아쉬며 도끼와 거대한 망치를 휘두르며 샤먼 제사장들을 공격했다. 샤먼 제사장들의 안색이 급변했다.

“감히 우리를 공격하다니!”

“샤먼신께서 네놈들을 용서치 않을 것이다.”

“네놈들은 샤먼신의 가장 강력한 저주로 죽음보다 더한 고통을 받을 것이다!”

양족 샤먼 제사장이 격분하여 소리를 질렀다. 그러나 이미 이성을 잃은 미노타우로스족에게 이런 위협은 전혀 먹히지 않았다. 아무리 강하다 해도 샤먼 제사장은 고작 다섯이고 미노타우로스족은 5천이었다.

이건 이미 승부가 정해진 싸움이다!

샤먼 제사장은 근접전에 약했다. 광분한 미노타우로스족이 달려들자 샤먼 제사장들은 아무런 반격도 하지 못했다. 방금 미노타우로스족을 협박했던 샤먼 제사장은 순식간에 피떡이 되어 형체를 알아볼 수 없었다.

“아르놀트!”

다른 부족들의 얼굴이 흙빛이 되었다. 그중 한 족장이 분노를 참지 못하고 소리쳤다.

“이 파렴치한 배신자 놈들! 숲의 맹우들을 배신하고 네놈이 무사할 것 같으냐?”

“머저리들!”

아르놀트의 거대한 소머리에서 비웃음이 흘러나왔다.

“샤먼교 놈들에게 이용당한 것도 모르는군. 난 네놈들을 구하려는 거야. 죽으려면 너희들이나 죽지 다른 부족들까지 몰살시킬 셈이냐?”

아르놀트를 욕했던 족장이 소리쳤다.

“무슨 소리냐?”

“내게 확실한 증거가 있다. 모두 샤먼교 놈들이 꾸민 짓이야.”

아르놀트가 찢어진 깃발을 꺼냈다.

“숲에서 찾아낸 물건이다. 깃발에 샤먼교의 주술이 걸려 있어. 이 깃발 때문에 사냥감이 줄어든 거야. 모두 음모라고!”

아르놀트가 높은 바위 위로 세차게 뛰어올랐다.

“이 비열한 놈들이 그린캐슬 공격에 우리를 앞장세운 거야. 너희 중 상당수가 샤먼 제사장에게 조종당하고 있다. 그러나 네놈들은 그런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지!”

아르놀트의 우렁찬 목소리가 온 협곡에 울리자 토착민 병사들은 모두 아연실색하여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바로 이때 결계가 사라지면서 하프엘프 부대가 협곡에 모습을 드러냈다.

“미노타우로스족 족장 말이 맞소!”

부대를 이끄는 그린교 제사장이 소리 높여 외쳤다.

“사흘 전 그린캐슬 사자 역시 샤먼교의 주술에 걸렸소. 이미 확인된 사실이오. 이번 전쟁은 샤먼교에서 일으킨 것이오. 당신들 중에도 샤먼교 놈들에게 조종당하는 자가 있소!”

아르놀트가 명령을 내리자 미노타우로스 병사들이 몇몇 부족의 족장과 수령을 포박했다.

“뭐 하는 짓이냐?”

“우리 수령님을 풀어줘!”

그린교 제사장이 아르놀트에게 눈빛을 보냈다.

아르놀트가 확신에 차서 외쳤다.

“지켜봤는데 이 자들이 주술에 걸린 것 같다.”

그린교 제사장이 부적을 꺼내 족장과 수령의 몸에 붙였다. 부적이 발동되자 모두 처참한 비명을 지르기 시작했다. 그들 중 몇 명은 벌레와 벌레 알을 토해냈다. 벌레들은 몇몇 족장의 얼굴에서도 기어 나왔다. 이 광경에 모두 할 말을 잃었다.

“이게 뭐야”

토착민 병사들은 몹시 놀랐다.

“샤먼교의 독충은 아주 위험하고 사악하지. 언제라도 숙주를 죽일 수 있고 숙주의 생각을 조종할 수도 있어. 족장들은 독충에게 조종당한 거다. 다만 그 사실을 전혀 몰랐던 거지. 이제 제정신이 돌아왔을 거야!”

독충을 쫓아내는 과정에서 크게 다치긴 했지만 목숨이 위태롭지는 않았다.

독충에 조종당한 족장들의 낯빛이 급격히 어두워졌다. 요새 생각이나 감정이 자신의 것이 아니라 어떤 힘에 의해 주입된 것처럼 몹시 이상했다. 게다가 몸에서 뛰쳐나온 벌레들까지 보게 되니 모든 게 확실해졌다.

‘이것 때문이구나.’

‘어쩐지 이상하게 난폭해졌어.’

사실 이성이 조금만 있다면 그린캐슬을 공격하겠다는 결정을 내리지 않았을 것이다. 아무리 약해졌어도 하프엘프는 토착민 세력이 넘볼 상대가 아니다. 이런 전쟁은 죽음을 자초하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아르놀트가 소리쳤다.

“이 모든 건 샤먼교 놈들이 벌인 짓이다. 저들은 기근과 동란을 일으켜 우리에게 엄청난 손해를 입히고 그걸 빌미로 그린캐슬을 공격하는 데 우리를 이용했다. 하늘 아래 이렇게 사악한 놈들이 또 있단 말인가? 눈에는 눈 이에는 이, 샤먼교 놈들에게 숲의 분노를 보여주자!”

토착민 병사들은 이용당했다는 사실을 깨닫고 분노로 으르렁거리기 시작했다.

“그린캐슬은 숲의 부족들과 손을 잡고 사악한 샤먼교를 토벌하겠다.”

그린교 제사장이 토착민 병사들에게 약속했다.

“숲의 신을 걸고 약속하겠소. 그린캐슬이 피해를 보기 전에 우리 편에 서서 샤먼교를 공격한다면 지난 책임을 일절 묻지 않겠소. 또한 당신들이 현재의 위기를 극복할 수 있도록 식량을 충분히 제공할 것이오!”

제사장이 신의 이름을 걸고 맹세했다. 이런 맹세는 절대적으로 믿을 수 있다. 토착민 병사들은 더 이상 망설이지 않았다.

“뭘 망설이고 있느냐?”

아르놀트가 커다란 콧구멍에서 하얀 콧김을 뿜어냈다.

“사악한 샤먼교에서 많은 형제들을 해쳤다. 이제 우리가 복수할 차례다!”

아둔한 자들도 이제 모든 것을 깨달았다.

위기가 닥치자마자 샤먼교 주술사들이 각 부족에 나타났었다. 이들은 부족끼리 연합하라고 부추기고 전투를 돕겠다고 나섰다. 이 모두가 다 계획된 것이었다. 숲의 여러 부족과 족장들은 그들의 손아귀에 놀아난 것이다.

토착민 병사들은 모두 분노에 휩싸였다. 이들은 맹독에 중독된 게 아니었다. 이들은 잠시 마력을 사용하지 못하는 약에 중독되었을 뿐이었다. 대다수는 빠르게 전투력을 회복할 것이다.

“샤먼교를 처치하자!”

“샤먼교를 처치하자!”

샤먼 주술에 걸렸던 족장들이 호응하자 숲의 모든 토착민 병사들이 들고 일어났다. 하프엘프는 이 모습을 보고 즉시 결계를 열었다. 토착민 병사들이 그린캐슬을 향해 밀물처럼 들이닥쳤다.

샤먼 신전에 있던 마르스 대제사장이 천지를 진동시키는 함성소리를 느꼈다.

“토착민 군대가 이렇게 빨리 들어왔단 말인가? 저들이 그린캐슬의 주의를 조금이라도 분산시켜 준다면 우리에게 큰 기회가 될 것이다. 수십만 대군에 신전의 제사장 수십 명, 거기에 꼭두각시 2천까지 있으니 그린캐슬은 우리 것이다!”

그러나 바로 이때 불화살이 신전을 향해 빗발치듯 날아들었다. 화살이 벽과 탁자, 석상에 꽂히자 불길이 삽시간에 사방으로 번졌다.

마르스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하프엘프가 우리보다 먼저 움직이다니! 여봐라! 꼭두각시를 내보내 놈들에게 샤먼교의 위력을 보여줘라!”

꼭두각시들이 유성처럼 신전 밖으로 튀어나갔다.

이때 하프엘프 궁수와 전사 수천 명이 그린수호자 열 그루를 데리고 신전을 포위하며 맹렬한 공격을 퍼부었다. 민첩한 한 무리의 검은 그림자가 별안간 신전 밖으로 튀어나왔다. 이들의 몸은 온통 저주와 주술의 힘으로 휘감겨 있었다.

그린수호자의 안색이 급변했다.

“조심해! 이건 샤먼교의 꼭두각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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