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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력 믿고 막 간다-482화 (482/729)

# 482

제482장 그린캐슬(2)

천제현은 외부인이라 그린캐슬에 들어가려면 여우족의 도움이 필요했다. 델로리스는 천제현을 이익공동체로 여기고 있기 때문에 바로 승낙했다.

요괴신교는 그린캐슬에서 어느 정도는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 여우족은 인구가 많지 않아도 명석한 두뇌로 도시에 가게를 차려 재료들을 판매하고 있었다. 델로리스가 천제현을 여우족으로 위장하여 데려가면 어렵지 않게 그린캐슬에 들어갈 수 있을 것이다.

그린캐슬은 세워진지 500년이 되었으나 혼돈의 숲에서는 그리 오래된 축에 속하지 못한다. 그린캐슬은 그린교가 장악하고 있었는데, 이 교단은 엘프족에서 파생된 교파로 숲의 신을 믿었다. 하프엘프족이 흥성하던 시기 인구가 100만 명이 넘었으니 절대 무시할 수 없는 세력인 셈이다.

그러나 지난 수십 년 동안 그린교는 빠르게 쇠퇴하기 시작했다. 그동안 새로운 세력으로 부상한 드루이드 전사, 사령술사, 샤먼교 주술사 등이 하프엘프족의 통치체제를 심각하게 위협하기 시작했다. 하프엘프족은 명목상으로 여전히 그린캐슬의 주인이나 실제로는 이미 사분오열되었고, 이 세 교단의 방해로 수십 년 동안 내홍이 끊이지 않아 그린교의 영향력 역시 빠르게 줄어들었다.

천제현은 그린캐슬 앞에 섰다.

“여기가 그린캐슬인가요? 생각한 것과 많이 다르네요!”

혼돈의 숲에 있는 그 도시는 남하국과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 멋졌다.

남하국 왕성이라 하더라도 이곳의 십분의 일도 따라가지 못할 것이다.

숨이 탁 트일 정도로 드넓은 대지에 자연과 조화를 이루는 한 폭의 그림처럼 아름다운 곳. 이것이 바로 천제현이 그린캐슬을 본 첫 느낌이었다.

혼돈의 숲에 있는 도시는 대다수 성벽이 없었다. 이런 곳에서 성벽은 방어적인 의미를 갖지 못했다. 눈앞에 우뚝 솟아 있는 그린캐슬 역시 성벽은 없었으나 수많은 산으로 둘러싸여 있어서 그 산맥들이 천연의 성벽이 되어 주었다. 직접 보지 못했다면 첩첩산중에 이런 도시가 있을 거라고는 아무도 생각하지 못할 것이다.

그린캐슬의 인구는 많지 않으나 영토면적은 남하국 왕성보다 몇 배는 컸다.

도시 전체가 수많은 산맥 사이에 분포하여 독특한 광경을 이루었는데, 멀리서 바라보면 사다리꼴 모양과 유사했다. 성들 일부는 산기슭에, 일부는 산 중턱에, 일부는 산꼭대기에 세워졌다. 성과 성 사이에는 깊이가 수백 장에 달하는 계곡 사이로 다리 하나만 놓여 있었다.

첩첩산중에 있는 넓은 지대는 대규모 재배지이자 양식지였다.

산 중앙에 주봉이 있는데, 본래 우뚝 솟은 산봉우리였으나 절반 이상 이곳을 파내 하얗고 거대한 성을 올려 세웠다.

절반은 산이고 절반은 성인 셈이다. 산꼭대기에 위치하여 구름으로 둘러싸여 있어 마치 하늘 위에 있는 것과 같이 느껴진다.

이곳은 대단히 독특했다. 하프엘프족의 도시 건축 양식은 인간과 완전히 달랐다. 인간족이 사는 대도시는 도로가 정비되어 있고 높은 건물이 일정하게 놓여 있으며, 전체가 하나로 똘똘 뭉쳐 성벽으로 구역을 나누었다.

그린캐슬의 모습은 이와 완전히 달랐다. 이 도시는 100개가 넘는 크고 작은 성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사실 모든 성이 작은 도시라 할 만했다. 여러 산맥 사이로 성이 겹겹이 세워져 있고, 사다리꼴 형태를 이루었으며 서로 널찍하게 분포되어 있으나 질서 있고 가지런했다.

인간의 도시가 평면 구조라면 이 도시는 입체 구조였다.

그린캐슬 전체는 자연과 완벽한 조화를 이루었다. 산을 깎아 만들거나 공터에 세워진 도시는 겉으로 보기에는 무질서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모든 건물마다 각자의 독창성을 지니면서 서로 완벽한 조화를 이루고 있다.

이곳은 무수한 영맥이 모여들어 영기가 가득했다. 천연 재료들도 풍부했으며, 흉악한 마수는 출몰하지 않았다. 이런 상황은 혼돈의 숲에서 굉장히 보기 드물었다.

이 끝없이 이어진 산맥에 진귀한 광맥이 얼마나 많은지 정확히 밝혀지지 않은 만큼, 장기적인 발전에 적합한 좋은 땅이다.

“하하하”

천제현이 호탕하게 웃었다.

“산중에 성이 있고, 성 가운데 산이 있다니! 숲은 하천으로, 하천은 산맥으로 둘러싸여 있고, 산맥은 또 도시를 감싸고 있네요. 정말 멋지군요! 하지만 도시 개발은 10%도 채 안 되어 있고, 산림 개발 역시 2%도 안 되어 있어요. 이곳을 전부 연결하여 수천만 명이 살 수 있는 초대형 도시로 만들 겁니다. 혼돈의 숲에서 가장 큰 도시로 말입니다. 어때요?”

“성주님, 아직 좋아하기는 이른 것 같은데요?”

델로리스는 천제현의 이 원대한 구상을 무시하는 듯 말했다.

“잊지 마세요. 당신의 도시가 함락당할 위기에 놓여 있다고요. 자칫 잘못하다가는 며칠 만에 도시가 잿더미가 될 수 있어요.”

“그 토착민들한테? 어이가 없군!”

천제현은 그들 따위는 안중에도 없었다.

이 도시는 상상한 것보다 훨씬 아름다웠다. 하프엘프족이 500년 동안 건설한 도시가 결국 천제현 손으로 넘어갈 판이다. 이곳은 영기로 가득 차 있을 뿐만 아니라 혼돈의 숲 중앙에 위치하여 기적상회의 거점이 될 최적의 장소였다.

천제현이 이 지역에 안정적으로 뿌리를 내리면 이를 기점 삼아 주변으로 마음껏 뻗어나갈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되면 천제현은 용의 고개, 타이탄 산맥, 황야고원, 영원의 숲을 비롯하여 머나먼 서해와 지하 어둠의 세계까지 상대할 수 있을 것이다.

‘혼돈의 숲은 제국이 될 잠재력을 지닌 곳이다!’

물론 그전에 이곳을 통일해야 하며, 이는 쉽지 않은 일이다.

“성으로 들어가죠!”

그린캐슬은 산들이 병풍처럼 감싸고 있는 사이사이로 수많은 출입로가 있어 어느 방향으로든 들어갈 수 있다. 델로리스는 천제현을 데리고 하얀 월장석이 깔린 길을 걸어 들어갔다. 이 길 양옆으로 관목이 즐비해 있고 푸른 풀이 융단처럼 깔린 가운데 커다란 나무들이 우뚝 솟아 있었다.

특히나 천제현을 놀라게 한 것은 사람의 모습을 한 거대한 나무였다. 건장한 손으로 커다란 창을 들고 있는 모습이라 3장 높이에 달하는 거인 호위무사가 항시 이 출입로를 보호하고 있는 듯했다.

“이건 뭐예요?”

천제현이 깜짝 놀라 물었다. 이는 엔트족과 흡사했으나 분명 엔트족은 아니었다. 의지가 존재하지 않았고, 단지 거대한 인형에 생명력을 불어넣은 것 같았기 때문이다.

“이것은 그린 가디언이에요!”

델로리스가 설명했다.

“그린교가 고대 전쟁의 나무 유해를 연구하여 이 막강한 생명체를 만들었어요. 100년 전만 해도 그린캐슬 곳곳에 이런 전사들이 있었는데, 이후에 몇 번의 공격으로 없어졌고, 지난 10여 년 동안 재해까지 겹쳐 많이 죽고 말았어요. 그래서 지금은 얼마 남지 않았답니다.”

천제현은 델로리스를 따라 계속 걸었다.

이 협곡은 최소 3중으로 보호 결계가 쳐져 있었다.

그린캐슬이 이런 곳에 지어질 수 있었던 데에는 모두 이유가 있었다.

이 그린 가디언과 출입로는 막강한 방어력을 갖추었기 때문에 일반 침입자들은 이곳에 함부로 들어올 수 없었다. 영원의 숲처럼 거물급이 아닌 한 그린캐슬은 스스로를 보호할 수 있었다. 물론 과거와 비교해서 지금의 그린캐슬은 많이 쇠락해 있고 내우외환이라는 녹록치 않은 처지에 놓여 있지만 말이다.

이런 처지만 아니라면, 하프엘프족이 영원의 숲에 귀순할 필요가 있었겠는가.

어쨌든 엘프의회의 고루한 작자들이 이 넝쿨째 굴러온 복덩어리를 차 버렸으니, 결국 천제현만 좋은 일 시킨 셈이다.

하프엘프족은 엘프족과는 다르게 외부 세력을 배척하지 않았다. 그들은 상대적으로 포용력 있는 종족으로, 하프엘프족과 좋은 관계를 유지할 수 있다면, 종족이나 신앙에 상관없이 그린캐슬에 자리매김할 수 있었다. 외지 상단이 그린캐슬에 잠시 머무르는 것도 가능했다.

이런 개방 정책은 그린캐슬의 번영을 촉진했으나 또 한편으로는 일련의 골칫거리들도 야기했다. 그린캐슬에서 빠르게 성장한 이교도들이 결국 하프엘프족의 통치 지위를 위협했다. 이는 교단의 배후 세력이 암암리에 도움을 주는 것 외에 그들이 침투하기 너무 쉽다는 게 가장 큰 원인이었다.

그린캐슬에는 샤먼교 제단 10여 곳과 대형 신전 1곳이 있다. 마수령이 주를 이루는 샤먼교단은 지난 수십 년 동안 그린캐슬에서 빠른 발전을 이루었고, 현재 대중에 대한 영향력은 그린교를 거의 넘어서고 있었다.

클라크 성주 권한대행은 다급하게 발걸음을 옮겼다.

주변 부족이 연합하여 그린캐슬 진격을 준비하고 있어 그의 근심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그는 이미 사절단을 파견하여 이 문제를 해결하고자 했다. 어쨌든 그린캐슬의 힘이 쇠약해진 만큼 이번 사건을 감당하지 못할 게 분명했다.

이번에 그린캐슬은 평화를 촉구하는 입장에서 성의 있는 태도를 취했다.

‘그런데 어째서 사절단이 돌아오지 않는 거지?’

클라크가 불안한 느낌에 사로잡혀 있을 때였다.

“대인!”

보좌관 하나가 허둥대며 들어왔다.

“사, 사신이……, 살해당했습니다. 이 날강도들이 벌써 모여 들었어요!”

“뭐라고?!”

클라크는 화가 치밀어 올라 탁자를 쾅 내리쳤다.

“빌어먹을 놈들! 욕심이 하늘을 찌르는군! 저런 오합지졸을 그린캐슬이 정말 두려워하고 있다고 착각하는 모양이지?”

보좌관이 쩔쩔매며 말을 이어갔다.

“저들이 곧 쳐들어올 것 같습니다. 저희도 대응할 준비를 해야 할 것 같습니다!”

하프엘프족은 호전적인 종족이 아니었기에 종족 중 전사의 비율이 적었다. 지난 수년 동안 그린수호자의 피해가 심각한 터라 숲의 토착부족이 공격을 개시하면 그린캐슬은 엄청난 타격을 받게 될 것이다. 물론 이것이 성주 권한대행의 가장 큰 근심거리는 아니었다. 그가 가장 걱정하는 건 배후의 선동세력이었다.

‘전염병, 기근, 폭동 등은 늘 끊임없이 찾아온다. 숲이 언제 조용한 적이 있었던가? 그런데 갑자기 이런다고?’

클라크는 계속 배후에서 부추기는 세력이 있다고 의심했다. 토착부족이 생존위기에 빠진 틈을 노려 혼란을 부추겼다면, 이 모든 게 충분히 설명되었다.

클라크는 힘없이 손을 흔들었다.

“모두 전투태세로!”

“네!”

애초에 영원의 숲이 그린캐슬을 받아들였다면, 이런 일은 그가 고민할 필요조차 없었을 것이다.

“대인! 어떤 사람이 대인을 뵙고자 합니다!”

사람을 만날 시간이 어디 있는가? 클라크가 방문자를 돌려보내라 명령하려던 찰나 순간 마음을 바꾸었다.

“누가 왔느냐?”

“잘 모르겠습니다. 한 명은 인간, 다른 한 명은 여우족이었습니다. 이 여우족은 요괴신 교단의 제사장인 델로리스 같았습니다.”

“인간족? 들어오라 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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