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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력 믿고 막 간다-480화 (480/729)

# 480

제480장 연합

천제현은 마수퇴치부적과 공간운송 능력으로 이 토착부족의 숨통을 충분히 옥죌 수 있다.

그들은 천제현으로 인해 갖은 고생을 다 하고 엄청난 고리대까지 떠안게 되어도 천제현에게 고마워할 테니 이 얼마나 교활하고 음흉한 계획인가.

델로리스는 천제현에게 완전히 매료되었다.

이 신비한 사내는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는 것은 물론 불가사의한 일들까지 할 수 있었다. 볼품없는 마수퇴치부적처럼 그가 대충 꺼낸 물건이라도 토착민에게 충분히 먹힐 정도로 시장성 있는 물건이 될 것이다. 이 보잘것없는 부적으로 마수의 시달림에서 벗어날 수 있으니 누구나 사고 싶지 않겠는가.

거기다 신비하기 이를 데 없는 공간창고는 더 말해 무엇하랴!

“저희가 이 부적을 각 부족의 사냥구역에 보냈으니, 부족들이 혼란에 빠질 때까지 기다리기만 하면 됩니다.”

델로리스는 지난 며칠간 분주하게 뛰어다니느라 피곤함이 몰려왔으나 정신만은 멀쩡했다. 오히려 기대감으로 눈빛이 반짝였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걱정스럽기도 했다.

“이번에는 9개 부족을 동시에 겨냥했어요. 이 부족들을 합하면 인구가 100만 명은 되지요. 성주님 쪽은 별문제 없나요?”

델로리스는 그가 실패하면 손 털고 일어날 것임을 잘 알고 있었다.

기근에 허덕이는 이 토착부족이 궁지로 내몰려 완전히 와해된다면, 산적 무리가 대거 배출될 것이고, 이들은 생존을 위해 다른 부족의 자원을 약탈할 것이다. 이 같은 국면으로 치닫게 되면, 여우족 역시 화를 면치 못할 것이다.

혼자서 100만 명을 먹여 살리기란 절대 쉬운 일이 아니므로 델로리스의 이러한 염려는 지극히 정상적이었다.

이는 천제현에게도 상당히 힘에 부치는 일이다. 비록 남하국의 전폭적인 지원이 있다고 해도 일반 사람이 먹는 음식이 이 억센 토착민에게 적합하지 않은 것은 사실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로 천제현은 마력 식품을 준비한 것이다. 게다가 2급 마력 식품을 상당히 높은 비율로 공급해야 하는데, 이는 아무리 기본적인 규모를 갖추었어도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그러나 공씨 자매가 잘 준비해온 덕분에 식량을 대량으로 비축해 두었으니, 한동안은 큰 문제가 없을 것이다. 천제현은 자신만만한 태도로 델로리스를 보며 말했다.

“걱정하지 마세요. 이번 일만 잘 되면, 여우족은 머지않아 큰 부자가 될 겁니다.”

델로리스가 살짝 상기된 얼굴로 사랑스럽게 인사했다.

“성주님, 감사합니다!”

여우족은 가장 쉽게 포섭할 수 있는 종족으로, 자신에게 이익이 된다면 여우족은 무조건 충성할 것이다.

이 점을 잘 알고 있는 천제현이 의미심장한 말투로 여우족 미녀에게 말했다.

“솔직히 제 주변에는 당신과 같은 사람이 별로 없어요. 인간과 자주 왕래하진 않았지만, 저흰 인간의 성격과 특징들을 잘 알고 있지요.”

델로리스가 매력적인 눈빛으로 말했다.

“성주님께서 원하신다면, 우리 여우족 소녀는 모두 성심을 다할 거예요.”

재능 있고 자유분방한 여우족 여인은 인간족에게 늘 인기가 많았다. 만약 평범한 남자였다면, 그녀의 말에 마음이 동했을 것이다

‘이런 불여우 같으니라고!’

천제현은 모르는 척 웃어 보였다.

“좋군요. 여우족은 똑똑하고 노련한 데다 이익에 있어서 셈도 빠르지요. 여기에 훈련까지 더하면 타고난 상인이 될 수 있습니다. 우리가 이 숲에서 판을 크게 벌리면 향후 상상한 것보다 더 많은 걸 갖게 될 거예요!”

현재 기적상회의 시장 판로는 갈수록 확대되고 있다. 공씨 자매의 능력이 아무리 출중하다고 해도 기적상회의 대소사를 모두 다 관장할 수는 없을 것이다. 기적상회는 똑똑하고 믿음직한 사람의 도움이 절실했고, 바로 이 여우족이 현재 기적상회에 가장 필요한 인재였다.

하지만 여우족은 이익을 따지는 종족이다. 다시 말해, 자신이 그들을 매수할 수 있다면, 다른 사람 역시 그들을 매수할 수 있다는 뜻이다.

이것이 여우족을 완전히 신뢰할 수 없는 이유였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눈앞에 있는 이 여우족은 좀 달랐다. 그들은 요괴신교를 믿고 있으며, 새끼 여우가 그들에게 최고의 정신적 지주가 되었기 때문이다. 새끼 여우가 아무리 천방지축 제멋대로여도 천제현과 계약으로 맺어진 만큼 천제현이 없다면, 새끼 여우도 무사할 수는 없다.

즉, 신앙을 버리지 않는 한 배신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신앙은 정신에 깊이 뿌리내려 일종의 구속력으로 작용한다. 게다가 그들의 무공은 신앙과 관련이 있어 요괴신교를 배신하면 마력도 사라진다. 이토록 영리한 여우족이 이해득실을 따지지 않을 리 없다. 기적상회는 똑똑하고 능력 있는 여우족을 끌어들임으로서 연구 분야뿐만 아니라 사업 분야에서도 큰 조력자를 얻은 셈이다.

‘이제 모든 것이 준비되었으니 숲에서 어떤 일이 벌어질지 살펴볼까?’

천제현의 계획은 예상보다 더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최소한 처음에는 그랬다.

천제현이 만든 마수퇴치부적이 사냥구역의 사냥감을 절반 이상 쫓아 버린 덕분에 마수의 개체수가 크게 줄었다. 하루 동안 사냥한 성과는 정상적일 때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적었고, 불과 며칠 전과 비교해도 오분의 일이 채 되지 않았다.

설상가상이 아닐 수 없다.

아직 식량난을 겪지 않은 부족마저도 이런 상황에 이르자 조급해지기 시작했다.

굶주린 부족들은 뜨거운 화로에 있는 개미처럼 허둥댔다.

원인 분석을 시작한 각 부족은 숲에서 어떤 지질변화가 생긴 것이라 여겼다. 그들은 자연 마력의 파동, 영맥의 변화나 혹은 자연재해와 인재까지도 염두에 두었다. 어쨌거나 사냥감이 크게 줄었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었다.

혼돈의 숲에서 살아가려면 주변에 마수가 너무 많아서도, 너무 적어서도 안 된다. 마수가 너무 많으면 부족의 안전이 쉽게 위협받는데, 이는 마수 밀집도가 큰 지역에서 고급 마수의 출현 빈도가 잦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도 토착민들은 수렵을 통해 삶을 영위하는 터라 마수의 개체수가 너무 적어서도 안 된다. 또한 숲에서 농사를 지을 수도 없으니 지금이야말로 위기 상황인 것이다. 부족들은 기근이 얼마나 지속될지 알 수 없다는 불안감에 점차 이성을 잃기 시작했다.

‘이주할까?’

하지만 이주는 쉽게 결정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혼돈의 숲은 곳곳이 위험천만하다. 숲 속 깊은 곳은 강한 마수들이 차지하고 있고, 암암리에 움직이는 위험한 부족들이 은신해 있거나 잔인하기로 악명 높은 숲의 산적들이 득시글댔다. 그러한데 어느 누가 한 치 앞도 알 수 없는 위험한 길을 가려고 하겠는가.

설령 이주한다 해도 준비 과정이 필요하다. 최소 열흘이나 보름 정도의 시간을 들여 새로운 터전을 물색하고, 이주하는 과정에서 먹을 식량도 충분히 확보해야 한다. 이러다 보면 부족 전체가 진즉에 굶어 죽을 것이다.

이런 상황을 타개할 수 있는 방법은 딱 하나밖에 없다.

약탈!

이런 황무지 안에서 무력 사용은 문제를 해결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자 생존경쟁의 근본적인 방식이다. 식량이 없으면 식량을 빼앗고, 자원이 없으면 자원을 빼앗는다. 이는 숲의 종족에게 불변의 진리와 다름없고, 어둠의 숲이 이토록 무질서한 원인이기도 하다.

두 부족이 함께 있을 때, 상대 부족이 얌전히 있다고 해서 앞으로도 계속 그럴 거라고 장담할 수 없다. 평소 사이가 좋았던 두 부족이 재해나 기근 혹은 다른 원인으로 전쟁을 일으키는 경우도 심심찮게 있었다. 식량이 없을 때는 식량을 빼앗고, 식량이 있을 때는 경계를 강화하는 차원에서, 혹은 적이 기회를 틈타 목숨을 노릴 수도 있기에 미리 후환을 제거하는 차원에서 상대를 먼저 공격할 수도 있었다.

어쨌든 이런 일은 혼돈의 숲에서 일종의 관례가 되었다.

숲 전체는 칼 가는 소리로 을씨년스러웠고, 살짝 건드리기만 해도 금방 터질 것 같은 화약통과 같았다. 역사상 유례가 없는 전쟁이 곧 발발할 것이다.

천제현의 계획은 바로 여기까지 비교적 성공적인 흐름을 보였다.

그러나 두 번째 단계가 시작될 때, 예상치 못한 사고가 발생했다. 호랑이가 울부짖는 숲에서 말이다.

그린캐슬 남동쪽에 근거지를 두고 있는 호랑이족은 인구가 20만 명에 이르는 토착부족으로 이곳에서 꽤 오래 살아온 터라 어느 정도는 기반이 갖춰져 있었다.

호랑이족 용사는 하나같이 용맹했다. 그런 이들이 군대를 모으기 시작했다.

그리고 마침내 호랑이족 족장은 정예병으로 이루어진 3만 대군을 이끌고 인근에 있는 도마뱀족을 습격하기로 했다. 습지에서 생활하는 도마뱀족은 식량을 비축해 두는 습성이 있어 이들을 제거하고 식량을 확보하면, 일단 급한 불은 끌 수 있을 것이다.

호랑이족이 군대를 모으느라 한창 바쁠 때, 마을 입구에 기이한 인영 하나가 나타났다. 이는 양족의 마수령으로 길고 못생긴 얼굴에 폭이 넓은 로브를 입고 있었다. 지팡이를 잡은 손과 목에 해골 장식을 주렁주렁 달고 있었는데, 전체적으로 뭔가 괴상한 인상을 풍겼다.

“누구냐? 감히 호랑이족 마을…….”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양족이 손을 휘두르자 건장한 호랑이족 몇몇이 그대로 나가떨어졌고, 그들은 어찌 된 영문인지 입에 거품을 물고 온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이 양족은 거리낄 게 없다는 듯 호랑이족 마을로 성큼 들어왔다. 그러나 그의 행동이 수많은 사람의 이목을 끌었고, 그 바람에 순식간에 주변을 포위당했다.

호랑이족 족장이 걸어 나와 차가운 눈빛으로 상대를 가늠해 보았다.

“샤먼교 주술사? 이곳에 왜 왔느냐!”

주술사가 히죽거렸다.

“족장님께 길을 알려 주기 위해서입니다.”

“길을 알려준다고? 무슨 길을 말이냐?”

“호랑이족이 식량을 구하려고 이웃을 공격하는 건 별로 좋은 일이 아니지요.”

“우리가 무얼 하든 너희가 간섭할 일이 아니다!”

“어째서 멀리 내다보지 못하는지요?”

샤먼교 주술사는 전혀 아랑곳하지 않았다.

“그린캐슬에는 수십 년간 비축한 식량이 있습니다. 당신들이 이 숲에 살고 있는데, 난쟁이 하프엘프족이 무슨 자격으로 도시의 풍족한 식량을 독식한단 말입니까? 그린캐슬을 장악하면 일시적인 어려움은 말할 것도 없고, 앞으로 3~5년 이내에 식량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될 것입니다!”

호랑이족의 얼굴이 변했다.

“무슨 말이 하고 싶은가?”

“식인마, 리저드, 뱀족을 비롯하여 남부의 몇몇 부족은 그린캐슬의 식량을 빼앗는 데 이미 동의하였소.”

여기까지 말을 마친 주술사가 몸을 돌렸다.

“하프엘프족과 그린교는 최근 몇 년간 크게 쇠락하였습니다. 그러니 지금이야말로 최적의 시기라 할 수 있지요. 호랑이족이 가담할지는 족장님 결정에 달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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