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능력 믿고 막 간다-465화 (465/729)

# 465

제465장 과학기술 작전

며칠간 약탈자의 공격이 이어졌다. 마을 사상자는 천 명에 이르렀고, 연합군 사망자 수는 오백 여명에 달했다.

더 이상 숨길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소식은 역병처럼 빠르게 마을 전체에 퍼져 나갔고, 마을 사람들은 불안에 떨었다. 악명이 자자한 숲 속의 폭도들을 모르는 이는 없었다. 주변에 이들과 대적할 만한 세력도 없었다. 대담하고 잔인한 이 무리들은 세워진 지 얼마 되지도 않은 작은 마을만이 아니라 늘 그래왔듯이 숲 속 도시 상인들도 약탈했다.

이 악당 놈들이 못 하는 짓이 없다. 모든 이의 미움을 한 몸에 받고 있는 이 메뚜기 떼는 그야말로 숲 속 공공의 적이었다. 하지만 약탈자는 늘 재빠르게 움직였다. 한 건을 해치우고 나면 바로 먼 곳으로 도망치는 등, 한 군데에 오래 머무른 적이 한 번도 없었다. 넓은 혼돈의 숲에서 그들을 추격하기는 불가능했다.

그래서 피해자들은 대부분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말았다. 약탈자들의 흉악한 명성을 익히 들어온 지라, 일부 토착세력들은 목숨을 부지하겠다고 전투를 포기하고 먼저 두 손 들고 항복하며 약탈자가 원하는 것을 다 바치기도 했다.

올드만 마을이 번영함에 따라 상당한 자원이 이곳에 몰려들었으니, 숲 속 대규모 토착세력들의 관심을 끌었을 것이다. 하지만 약탈자가 먼저 나설 줄은 몰랐다. 약탈자는 마을 밖에 있는 부대를 계속 공격하며 일종의 시위를 하고 있는 셈이다. 이런 작은 마을은 직접 공격할 필요가 없다. 약탈자는 자신의 악명을 더 실감하게 만들어 내부 균열을 일으키는 방법을 사용하여 싸우지 않고 항복을 얻어낼 속셈이다. 이것이 가장 힘들이지 않고 원하는 것을 손쉽게 얻는 방법이니 말이다.

“바로 마을 문을 닫으시죠!”

“맞습니다. 약탈자와 협상을 하면 됩니다!”

“원하는 물건을 주면 해결돼요!”

올드만 마을 회의에서 토착부족 족장들 간에 논쟁이 벌어졌다. 대부분은 쌍방의 실력 차가 현저히 나는 상태에서 약탈자와의 충돌을 원하지 않았다. 약탈자는 숲 속 어디서나 행패를 부리며 노략질할 수 있다. 작은 마을의 몇 만 밖에 되지 않는 연합군이 당해낼 수 있는 상대가 아니다.

게다가 약탈자 부대는 모두 공군이라 기동성도 아주 뛰어나다.

올드만 마을과 주변 토착세력은 공군과의 대결에 아주 약하다. 약탈자를 견제할 만한 부대가 없는 상태에서 어떻게 흉악하기 그지없는 약탈자에게 대항한단 말인가? 또 트롤족은 유달리 제약에 뛰어나다. 주변 수원, 목초지 등 생활 구역에 대량으로 독을 뿌려 올드만 마을을 포위해 외부와 단절시켜 버림으로써 연합군을 죽음으로 몰고 갈 수 있다.

“다들 좀 진정하세요.”

공화련이 일어섰다.

“이건 오히려 좋은 기회일 수 있습니다.”

공화련의 신중한 성격을 생각하면, 사실 마을의 문을 닫는 방법이 가장 적합하다. 올드만은 지하마을이니 약탈자의 공중기병도 공격하기는 어렵다.

그런데 포위공격이라니?

완전히 말도 안 되는 소리다.

기적상회에 공간기술이 있는 한, 마을은 절대 포위당해 죽는 일은 없다. 모든 생활물자를 외부에서부터 바로 수송해 들일 수 있는데, 약탈자가 얼마동안이나 포위할 수 있겠는가?

익히 알다시피 그들은 원래 한 곳에 오래 머무르지 않기로 이름난 자들이다. 기적상회가 얼마간 버티기만 한다면 약탈자들은 공격도 못하고 스스로 무너질 것이다.

하지만 이건 안전한 방법이지만, 좋은 방법은 아니다.

올드만 마을에 큰 손실이 야기되어 아직 불안정한 연맹이 해체될 수도 있다.

무엇보다도 공화련은 천제현을 아주 잘 안다. 천제현에게 겁쟁이처럼 몸을 낮추라는 건 태양이 서쪽에서 뜨는 것보다 어려운 일이다. 기적상회가 숲에 자리를 잡으려다 보면 약탈자 같은 세력을 계속 마주치게 된다. 그럴 때마다 계속 피할 수 있을까?

“당황하지 마세요.”

공화련은 아주 침착하게 이야기했다.

“기적상회에겐 우수한 마력무기가 있습니다. 이 숲 속 강도들의 공군도 우리 강력한 무기들 앞에서는 상대가 못 돼요. 저항할 힘이 없는 게 아니라고요!”

토착부족 대표들은 모두 서로의 얼굴만 바라보고 있었다.

지금 유일한 변수는 바로 기적상회다.

기적상회가 얼마나 강력한 세력인지, 토착부족들은 아직 확신이 없다. 기적상회는 늘 신비로운 모습을 보여준다. 강력한 광전사 군단, 최첨단 마력무기, 그리고 설명이 불가능한 수많은 능력들, 어쩌면 기적상회는 정말 약탈자에게 대항할 방법이 있을 지도 모른다.

토착인 한 명이 일어나 물었다.

“기적상회에게 약탈자를 상대할 능력이 있다고 합시다. 그렇지만 우리 부족들에게는 이런 능력이 없어요. 만약 약탈자가 분노해 우리에게 보복을 해온다면, 주변 부족들은 속절없이 당해야 한다 이 말이요.”

그렇다.

올드만 마을은 모두의 마을이다.

“여러분, 안심하세요. 기적상회는 어떤 일이 있더라도 여러분을 보호할 거예요.”

공화련은 자신감 넘치는 모습으로 약속했다.

“지금까지 기적상회는 먼저 남을 침략한 적은 없지만, 공격을 받고 물러선 적도 없습니다. 우리는 약탈자에게 선전포고를 할 겁니다.”

“선전포고?”

약탈자는 성가신 상대로 유명하다.

숲 속 강한 세력들도 이 메뚜기 떼를 어쩌지 못했는데, 기적상회가 뭘 믿고 선전포고를 한단 말인가.

“약탈자의 기동성이 아무리 뛰어나다고 해도, 분명 어딘가에 근거지가 있을 거예요. 기적상회는 첨단기술로 그들의 위치를 파악해서 약탈자의 소굴을 찾아내겠어요. 그때, 모두의 힘을 합쳐서 함께 약탈자를 일망타진해요. 이렇게 해야 숲 속에 우리 위력을 알릴 수 있어요! 그렇지 않으면 약탈자가 물러간다고 해도, 다음에 또 다른 세력들이 계속 나타나 끊임없이 괴롭힐 겁니다. 그런 걸 원하는 사람은 없잖아요!”

“기적상회가 약탈자를 없애겠다고?”

토착인들은 이상한 표정으로 서로 수군거리더니 결국 조용히 지켜보자는 결론을 내렸다.

우선 기적상회의 행보를 보고 결정을 내리겠다는 것이다. 공화련이 말한 대로 되면 가장 좋겠지만, 만약 그렇지 못해 상황이 조금이라도 이상하다 싶으면, 각 부족들은 불의의 재난에 휘말리지 않도록 바로 손을 떼겠다고 했다.

공화련은 우선 토착인들을 진정시킨 후 바로 올드만 마을 비밀의 방으로 들어갔다.

그 안에는 이삼십 척 높이의 거울이 여러 개 놓여 있었다. 아주 작은 것까지 선명하게 볼 수 있는 거울들이었다. 그중 한 거울 앞에 온화해 보이는 여인이 여러 직원들과 서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채향, 이곳은 어떻게 되고 있어?”

“언니, 이걸 보세요. 감시비행선이 찍은 화면이에요.”

풍채향이 살짝 비켜서자 뒤에 있는 거대한 전영경 위로 촬영 화면이 재생되고 있었다. 고공에서 촬영한 화면으로 본 숲은 짙은 초록빛이었다. 너무 높은 고도에서 찍어서 자세한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여기요!”

공화련은 확대한 화면에서 거대한 박쥐 무리가 아주 빠른 속도로 숲 속을 저공비행하며 스쳐지나가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잠시 어딘가에 머물러서 전투를 치른 후 바로 이어서 다른 곳으로 떠나는 게 여러 번이었다.

공화련은 흥, 하며 코웃음을 쳤다.

“그래, 바로 이들이야.”

풍채향은 감탄하며 말했다.

“언니가 감시비행선을 배치하신 덕분이에요. 그렇지 않았다면 추적하기 힘들었을 거예요. 하지만 감시범위가 한정적이라 지금은 약탈자의 이동방향만 파악될 뿐, 구체적인 위치는 알기 어려워요.”

공화련은 남주에 오랫동안 머무르면서 모든 시간을 기적상회를 위해 쏟았다. 그중 특수비행선 제작은 공화련이 가장 심혈을 기울인 작업이었다. 혼돈의 숲 상공 수천 리마다 통신비행선을 배치한 것 이외에도. 공화련은 감시비행선과 전투비행선을 만들어 배치했다.

이 새로운 비행선들은 성능만 우수한 게 아니었다. 표면이 장영경으로 되어 있어서 어떤 곳에 있든 주변 환경과 비슷한 색깔로 위장할 수 있어서, 땅에서는 분간할 수 없을 정도였다.

최고 5만 미터 높이에서도 작업이 가능하지만 대부분은 2~3만 미터 높이에 머물러 있었다.

이 비행선들은 줄곧 상회의 기밀사항이었다. 올드만 마을 사람들은 그들 머리위에 비행선 몇 척이 명령을 기다리며 대기하고 있다는 사실을 몰랐다. 지금 전영경에 보이는 화면은 바로 감시비행선이 2~3만 미터 고공에서 촬영한 화면이다.

공화련이 명령했다.

“천안 2호에게 지면수색을 시작하라고 연락해 줘. 약탈자의 은신처를 찾게 되면 천벌호 비행선에게 공격준비를 하라고 해.”

통신망을 설치하는 천망호, 지면을 감시하는 천안호, 공격작전에 사용되는 천벌호, 모두 기적상회의 특수비행선으로 공화련이 지은 이름이었다.

기적상회는 천망호 6척, 천안호 2척, 천벌호 1척을 보유하고 있다. 지금 천안호, 천벌호는 모두 올드만 마을 상공에 위치해 있어 명령을 받는 대로 언제든지 움직일 수 있었다.

풍채향은 바로 통신기를 들었다.

“아, 아, 천안 2호, 여기는 숲 속 지휘부다. 부회장님 명령이다. 서남쪽 방향으로 수색을…….”

명령이 전달되었다.

그러자 상공 4만 미터에서 대기 중이던 천안 2호 비행선이 천천히 아래쪽으로 내려와 앞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비행선 선실이 열리고, 눈동자 같은 수많은 전영 촬영기가 나타나 숲 전체 상황을 탐지했다.

동시에 마을 감시실 내부의 전영경들이 빛나기 시작하면서 숲 전체상황이 전영경 화면에 다 나타났다. 모든 영상은 실시간으로 전송되고 있었다.

통신기를 통해 수만 미터 상공에 있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천안 2호 행동 개시!”

또 다른 통신기에서도 소리가 울렸다.

“여기는 천벌 1호, 지휘부 응답바람, 모든 무기 준비완료, 명령 대기 중!”

“대기하라!”

“알겠다!”

“이 멍청한 토착인들!”

통신기를 끈 풍채향의 얼굴에 흥분한 기색이 가득했다.

“감히 누굴 건드린 건지 모른단 말이야? 오늘이야말로 과학기술의 힘이 얼마나 대단한지 보여주겠어!”

한편.

천제현은 공서련과 트롤의 독화살을 채집했다.

두 사람은 독화살 위에 묻어 있는 독약 물질을 긁어내 분석했다.

트롤족이 비밀리에 제조한 독약이었지만 고작 이 정도 독약을 파악하지 못할 천제현이겠는가?

천제현은 아주 쉽게 독약 성분과 배합을 역으로 알아낸 후, 해독약 제조법을 공서련에게 건네주었다.

“바로 남하국 연구실과 제약공장으로 보내세요. 3일 동안 해독제 만 개를 만들라고 하세요!”

“알겠어!”

공서련은 바로 제조법을 전달하러 갔다.

제조법이 남하국 실험실에 전달되자 기적상회의 제약 작업장이 바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대량의 약제가 짧은 시간 안에 만들어져 공간운송을 통해 올드만 마을로 이송될 것이다.

사람들은 트롤족을 매우 두려워했다.

가장 큰 이유 중 하나가 바로 뛰어난 제약기술, 그중에서도 독약제조이다. 하지만 전투 시작 전에 전사들이 해독제를 먹는다면, 트롤의 독화살은 무용지물이 된다.

만약 독화살이 없다면.

트롤들이 감히 광전사와 식인마를 이길 수나 있겠는가. 독화살 없이, 쏟아지는 마력무기들을 감당할 수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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