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능력 믿고 막 간다-464화 (464/729)

# 464

제464장 약탈자

마을 순찰대는 각 소대별로 야만족 광전사 30명, 오크 궁수 30명, 곰족 용사 20명, 늑대족 정찰병 5명 정도에 식인마까지 포함해 약 100여 명 정도로 구성된다.

야만족 광전사가 주요 전력인 일반 순찰대는 마력무기를 소지할 필요가 없다. 야만족 광전사의 강력한 살상력이면 숲 속 강도를 쫓아내는 주요임무를 완수하는 데 충분하기 때문이다. 그중 식인마와 곰족 전사는 중견전력을 맡고, 오크 궁수들과 늑대족 정찰병은 전투의 보조역할을 담당했다.

아주 전략적인 구성이다. 진격과 퇴각, 공격과 수비, 추적과 역추적이 모두 가능하니 누가 이들을 무너뜨릴 수 있겠는가.

게다가 소대 별로 통신기 여러 개를 소지하여 30분에 한 번씩 본부에 상황을 보고하기 때문에, 돌발 상황이 발생해도 본부에서 바로 보고를 받을 수 있었다.

그런데 지금 순찰대 2소대가 습격을 당했다. 심지어 구조요청 신호마저 보내지 않았다.

2개 소대가 정시에 보고하지 않자 본부 측은 그제야 늑대족 정찰병을 보내 수색에 나섰다. 그런데 이들 마저 하나도 살아 돌아오지 못하고 제거되고 말았다.

천제현은 공서련과 함께 사고 현장에 도착했다. 시체더미가 쌓인 숲은 피로 물들어 참혹한 현장이었다. 광전사 시체 하나 당 최소 열 개가 넘는 화살이 꽂혀 있었다. 고슴도치처럼 화살로 뒤덮인 시체도 있었다. 아무리 강한 생명력을 가진 존재라 해도 이런 맹공에서 생존은 불가능하다.

너무나도 처참한 광경이다.

어떻게 눈앞에서 이런 일이 발생할 수 있단 말인가.

공서련의 안색이 창백해졌다.

“어떤 놈이 이런 거야! 아무 원한도 없이 우리 사람들을 왜 죽인 거야!”

“지금 조사 중인데, 아직까진 제대로 된 흔적을 발견하지 못했어.”

남궁혜는 전사들을 데리고 숲을 탐색하고 있었다.

“우리 순찰대가 급습당한 것 같아. 하지만 상대는 시체 하나 남지 않았다는 게 너무 이상해!”

그렇다.

아주 심상치 않은 일이다!

“순찰대는 모두 뛰어난 늑대족들이에요. 십리 밖에 있는 사람의 냄새도 맡을 수 있는 그들을 습격하는 건 불가능하잖아요.”

공서련은 이해할 수 없었다.

“습격당했다 하더라도 우리 올드만 마을의 순찰대가 이렇게 쉽게 무너질 실력이 아닌데. 설마 상대편에 진령 고수가 있는 건가요?”

“꼭 그렇다고는 할 수 없어!”

남궁혜가 답했다.

“화살 방향을 봐. 모두 하늘에서 쏜 것들이야. 늑대족의 후각이 아무리 뛰어나다 해도 적이 공중기병이라서 위에서 습격을 했다면 늑대족도 추적할 수 없어.”

‘공중기병?’

바로 기적상회가 취약한 부분이다.

공서련은 여전히 이해가 안 됐다.

“우리는 왜 즉각 구조신호를 받지 못했죠?”

“보낼 틈도 없었을 테니까.”

남궁혜가 화살을 뽑아들어 검게 칠해진 화살 끝을 가리켰다.

“맹독이 묻은 화살이야. 곰족, 늑대족, 오크가 용맹하다고 해도 이런 화살을 맞는 순간 저항능력을 상실하게 돼. 마취독소에 어느 정도 맞설 수 있는 광전사와 신체 건장한 식인마도 어마어마한 규모의 공격에 제대로 버티지 못한 거야. 통신기를 사용할 겨를도 없었던 거지.”

공서련의 짙은 눈썹이 살짝 일그러졌다.

“정말 음흉하군요, 독을 사용하다니!”

일반 순찰대는 폭풍소총이나 개인용 마력대포 같은 중무기를 갖고 다니지 않는다. 무기가 미비한 상황에서 하늘로부터 쏟아지는 적군의 습격에 그만 저항할 틈도 없이 전멸한 것이다.

‘하지만 왜 우리 마을의 부대를 공격했을까? 우연일까, 아니면 고의일까?’

“촌장님, 큰일 났습니다!”

이때, 오크 하나가 못생긴 얼굴에 땀까지 뻘뻘 흘리면서 허둥지둥 달려왔다.

“다른 부대가 또 습격을 받았습니다. 통신기로 구조 요청을 했지만, 상황이 나빠 보입니다.”

자리한 이들의 안색이 완전히 달라졌다.

천제현이 서둘러 물었다.

“장소는!”

오크가 얼른 답했다.

“협곡 동쪽으로 20리 떨어진 숲으로 보입니다. 이번에는 호위대가 습격을 받았습니다.”

순찰대와 호위대는 다르다.

올드만 마을이 발전을 거듭하면서 숲 속 토착 상인들이 마을에서 재료를 대량으로 구매하는 등 관련 업무가 늘어났다.

이 상인들은 올드만 마을을 떠나는 순간 노상강도를 만날까 두려워했다. 올드만 마을이 점점 흥할수록 숲 속 도적떼들도 이 부근에 건질 떡고물이 많다는 것을 알아챘고, 이를 뺏기 위해 주변에 숨어 기다리는 무리가 수두룩했다.

그래서 올드만 마을은 주변 환경의 안전을 위해 대규모 순찰대를 구성했다.

순찰대의 순찰범위는 협곡 안으로 한정됐기 때문에 일부 숲 속 토착 상인들은 완전히 마음을 놓을 수가 없었다. 숲 속 강도가 숲 근처에서 매복하고 있을 가능성이 아주 컸기 때문이다. 협곡 출입구를 지키고 있다가 노략질하러 나올 수도 있다.

수요가 있는 곳에 돈 벌 기회가 있는 법.

올드만 마을에는 할 일 없이 노는 병력이 많았다.

공화련은 올드만 마을에 온 후 자원을 최대한 활용하고자 이곳까지 용병업무를 확장했다. 마을에 기적상회 용병업무 부서를 설립해 후송업무를 담당시켰던 것이다.

안심할 수 없는 상인들은 군대를 고용하면 이곳을 떠날 때 강력한 정예군의 보호를 받을 수 있다. 비용은 고용하는 부대 규모에 따라 결정된다. 매우 합리적이라 많은 토착 상인들은 돈을 내고 부대를 고용해서라도 굳이 모험을 하려 들지 않았다.

이런 시스템은 수입 증가 뿐 아니라 상인들의 걱정도 덜어주어 올드만 마을의 장기적인 발전에 유리했다.

그런데 이번에 바로 그 호위대가 습격을 받은 것이다.

천제현이 사람들을 데리고 갔을 때는 이미 늦었다.

전투가 끝난 지 얼마 되지 않아 보였다. 군대는 거의 전멸 상태였다. 중상을 입은 식인마와 야만족 몇 명 정도가 그 강력한 생명력 덕에 죽지 않고 겨우 목숨을 건졌을 뿐이다.

“화살, 화살이 너무 많아요!”

야만족이 눈을 뜨고 모두를 바라봤지만, 의식은 이미 희미해져 가고 있었다. 그저 힘겹게 말을 이었다.

“박쥐, 박쥐가 너무 많았습니다!”

‘박쥐?’

천제현은 아무 것도 묻지 않고 바로 명령했다.

“어서 데리고 가 치료해라.”

“대장! 찾았어!”

남궁혜가 숲 속에서 소리를 질렀다.

숲 속에서 마력총 공격에 당한 대형 박쥐들을 발견한 것이다. 한 마리가 아니라 떼로 관목 안에서 죽어 있었다.

호위대와 순찰대는 다르다.

호위대는 소형 마력무기를 들고 다니기 때문에 공중기병을 만나도 대항할 능력이 있다. 숲에서 죽음을 맞은 이 대형 박쥐 무리가 바로 이번 습격 사건의 주범임이 분명했다.

공서련은 박쥐들을 자세히 살펴봤다.

거대한 박쥐들의 그 비대한 몸에는 야수 같은 발이 달려 있었다. 절대 지적 생명체는 아니었다. 그리고 거기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는 녹색 피부를 가진 건장한 괴물이 보였다.

피부가 온통 녹색이라는 점에서 오크와 비슷하게 생겼지만, 이들 피부에는 줄무늬가 많이 그려져 있고, 등에 독이 묻은 화살을 잔뜩 매고 있었다. 무기는 길고 커다란 활이었다.

천제현이 잔뜩 찌푸린 얼굴을 하고 중얼거렸다.

“숲의 트롤?”

숲의 트롤은 숲 속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종족이다.

트롤은 약 제조에 뛰어난 재능을 갖고 있어 숲의 제약사라 불렸지만, 천성이 매우 탐욕스러워 남의 것을 뺏는 걸 좋아한다. 만약 호위대가 마력무기를 갖고 있지 않았다면, 트롤 사상자는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천제현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이제야 설명이 되네요. 트롤이 박쥐를 길들인 겁니다. 박쥐는 1급 마수 중에서도 꽤 강한 편이니까 중단거리에서 폭발적인 힘을 발휘하죠. 게다가 박쥐의 초음파는 숲을 광범위하게 탐색할 수 있으니까 멀리서 숲 속 부대를 겨냥한 거예요. 무방비 상태의 부대를 정확하게 노려서 기습공격을 한 거죠. 트롤은 약 제조에 뛰어나니 독화살로 공격하면 우리 부대 전투력을 효과적으로 무력화할 수 있어요.”

공서련은 더더욱 이해가 되지 않았다.

트롤들이 미쳤단 말인가? 왜 아무 연고 없이 이런 일을 저지른단 말인가.

천제현은 트롤들의 시체를 들쳐보다가 이상한 문신을 발견했다. 칼이 꽂힌 해골 모양이었다.

“이건 무슨 표시죠?”

모든 트롤의 몸에 비슷한 문신이 그려져 있었다.

뭔가 이상했다. 천제현은 상대가 누구인지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될지 모른다는 생각에 오크들을 불렀다. 토착인들은 알아볼 지도 모른다.

‘역시!’

오크들은 문신을 보자마자 놀라 벌벌 떨기 시작했다.

“아…… 알아요!”

한 오크가 공포에 떨며 말했다.

“이건 트롤 약탈자예요! 이젠 끝났어요, 약탈자가 노렸다면, 완전히 끝장난 거예요! 마을이 위험해요!”

“제길, 뭐라는 거냐?”

남궁혜가 달려와 오크의 따귀를 날렸다.

“이런 빌어먹을, 위험하다니! 한 번 더 헛소리를 지껄이면 가만두지 않겠어!”

“아가씨!”

천제현이 남궁혜를 막아섰다. 일이 뭔가 복잡해 보였다.

“약탈자라니, 무슨 말이냐?”

남궁혜의 사나운 모습에 질겁한 오크가 고분고분하게 다 털어 놓았다.

혼돈의 숲에 있는 토착부족이 모두 마을이나 도시 형태로 거주하는 건 아니다. 사실 유랑하며 지내는 종족이 꽤 많았는데, 트롤족은 그중에서도 아주 유명한 유랑종족이다.

그리고 트롤 약탈자는 바로 이 트롤족 중에서도 매우 유명한 조직이다.

이들은 메뚜기 떼처럼 출몰해 흔적도 남기지 않고 모든 것을 쓸어간다.

해골 문신은 바로 트롤 약탈자의 표식이다. 약탈자들은 뛰어난 초음파 정탐능력을 갖춘 박쥐마수를 대량으로 기르고 있었다. 이 박쥐들을 활용해 산속 깊은 곳에 숨어 있는 토착인들을 쉽게 찾아내서 남을 약탈하며 살아왔다.

이제 광기에 찬 약탈자들이 숲 속 깊숙이 거대한 세력에게까지 손을 뻗쳤다.

트롤은 정착해서 살지 않는다. 혹여나 강한 토착세력을 잘못 건드려 쫓기기라도 하면, 바로 뿔뿔이 흩어지기 때문에 아무리 힘 있는 토착세력도 손 쓸 방도가 없었다.

어디선가 소문이 들려오면 약탈자는 다시 슬금슬금 모여든다. 아주 성가신 녀석들이다. 약탈자에게 찍히면 그 대상은 아주 골치 아프게 된다.

지금 마을 순찰대와 호위대 습격 정도는 올드만 마을에게 그저 조그만 충격일 뿐이다. 어쨌든 올드만 마을은 명실 공히 지하도시니 트롤이 쉽게 침입할 수 없다.

다만 이런 방법을 이용해 마을에 압박을 가하고, 그 김에 노략질을 할 뿐이다.

공서련은 겁에 질려 벌벌 떠는 오크들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놈들이 다시 나타나면, 우리가 죽여 버리면 되지! 뭘 무서워하는 거야?”

“다…… 당신은 모릅니다. 약탈자 무리가 얼마나 거대한 데요!”

오크들은 여전히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그들의 행동은 매우 기이하여 예측할 수 없습니다. 잡을 수가 없어요. 저 큰 마을들도 두려워만 하고 있을 뿐인데, 우리 정도로는…… 부족해요! 약탈자는 이런 식으로 자신들의 위세를 보인 다음에 곧 요구조건을 제시하러 올 겁니다. 원하는 데로 들어주세요, 험한 꼴은 피해야죠…….”

남궁혜가 머리끝까지 화가 치밀어 주먹을 날리려 했다.

천제현이 그녀를 잡아끌며 말렸다.

“아가씨, 충동적으로 행동하지 마세요. 지금은 비상시기예요, 상황을 안정시켜야죠.”

올드만 마을의 풍요로움이 자연스레 탐욕스러운 메뚜기 떼를 불러왔다.

하지만 천제현도 이렇게 성가신 상대를 끌어오게 될 줄 몰랐다.

이번 호위대 습격 사건은 올드만 마을로부터 시작되어 올드만 마을에서 생활하고 장사하는 토착인들의 귀에도 들어갈 것이다. 그렇게 되면 두려움에서 끝나지 않고 도망칠 생각으로 이어질 수 있다.

그보다 더 심각한 문제가 있다.

비교적 큰 세력의 토착부족들도 약탈자들의 눈에 나는 일은 원치 않는다는 점이다. 도리어 약탈자들의 위협을 보고 올드만 마을을 떠나 버리거나 아예 약탈자들과 타협할 수도 있다. 그렇게 되면 이제 막 세워진 이 마을에게는 큰 타격이다.

천제현은 그렇게 되도록 내버려둘 수 없었다.

이 마을은 기적상회가 혼돈의 숲에 내디딘 첫 발걸음이다. 첫걸음부터 잘못되면 다음 계획을 어떻게 이어갈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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