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능력 믿고 막 간다-463화 (463/729)

# 463

제463장 문제 발생

날카로운 검기가 뿜어져 나왔다.

두부가 잘리듯 순식간에 협곡에 거대한 칼자국이 났다.

풀과 나무, 돌이 검기에 의해 순식간에 가루가 되었다. 검에서 폭발한 이글거리는 화염이 주위를 에워쌌다.

화염은 뜨겁지 않았으나 암석과 식물들이 점차 말라서 바스라지더니 결국 공중에 흩날리는 재가 되었다.

이 광경에 천제현은 몹시 흥분했다.

사실 그의 유명검은 옆에 얌전히 꽂혀 있었다. 그는 검을 휘두르지도 않았다. 이건 순전히 검의 정령이 내뿜은 힘이다. 맨손으로 방출한 검기에 이렇게 강력한 위력이 실려 있었다.

‘이게 검결을 신기의 경지까지 연마한 효과인가?’

검기가 두 배로 강해진 것은 물론이고 불의 속성 정령을 지니지 않은 천제현이 심연유명화의 힘과 하나가 되었다. 이것은 심연유명화가 천제현의 유명검 원혼으로 스며들어 직접 소통하고 결합했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천제현은 예전만큼 무기에 의존할 필요가 없다. 검이 없어도 유명염화검을 펼칠 수 있는 것이다. 유명검은 위력을 배가시키는 역할을 할 뿐이다.

‘좋군!’

이 고대의 검법은 끊임없는 개조를 통해 점점 완벽해져갔다. 원래 혼성 9성이었는데 이제 얼마나 강할지 짐작도 가지 않았다. 상대를 찾아 대련해 보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

천제현이 고개를 흔들며 검을 칼집에 넣은 후 협곡 안으로 몸을 날렸다.

올드만 마을에서 공화련은 드워프 장로회의에 참석 중이었다. 이 회의에는 드워프 장로들과 기적상회 사람들, 엘프족 몇 명이 참석했다. 회의에서 중요한 안건이 막 통과되었을 때 천제현이 마을에 도착했다.

“심사를 거쳐 엘프족이 요건에 부합하다는 결정을 내렸소.”

드워프 장로회의 족장이 자리에서 일어나 선포했다.

“엘프족이 마을에 거주하는 것을 정식으로 허락하겠소!”

“와!”

비비안을 필두로 한 엘프들이 모두 환호성을 질렀다.

부회장 공화련이 발언했다.

“엘프족은 이제 정식으로 올드만 마을에 거주합니다. 엘프족 군대 천 명의 전투력 평가에 따라 엘프족은 15%의 마을 소유권과 지분 분배 권리를 가지게 될 겁니다. 엘프 군대는 다른 부대와 섞이지 않게 하나로 편제합니다. 엘프 군대는 비비안의 지휘 하에 마을 내부의 질서와 치안을 담당해 주세요.”

엘프들은 이 결정에 몹시 흡족해했다.

이제 올드만 마을에는 완벽한 체계가 갖춰졌다. 숲의 모든 세력은 올드만 마을에 연맹 가입을 신청할 수 있다. 그러나 신청을 한다고 다 받아주는 것은 아니다. 우선 드워프 장로회의 심사를 거친 후 마을의 구성원이 투표로 거주 여부를 결정한다.

기적상회의 마을 지분이 50%를 넘기 때문에 드워프 장로회가 가입을 승인하게 되면, 기적상회가 다시 가입 여부를 결정한다. 마을의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 이중 심사로 의도가 불순한 신청자를 걸러내기 위함이다.

촌장은 마을의 주둔군에 절대적인 지배권을 행사한다. 이 주둔군들은 마을에서 나오는 수익과 지분을 나눠 갖는다.

현재 마을에는 기적상회의 광전사 6천 명이 있다. 이들은 올드만 마을을 다스릴 정도의 지위를 점했다. 이런 부대가 버티고 있으면 다른 세력들이 함부로 날뛰지 못한다. 그리고 엘프 군대가 가입하여 순식간에 20%의 소유권을 가져갔다. 기적상회의 소유권은 다시 50~60%로 떨어졌다.

이는 엘프 군대의 전투력이 무척 강하다는 뜻이다. 이들의 실력은 기적상회의 광전사보다 높았다.

엘프들은 모두 자신의 마수를 데리고 다닌다. 엘프는 원래도 뛰어난 종족인데다 그들이 타고 다니는 유니콘 역시 대단한 마수이다. 엘프군 천 명으로 광전사 2천을 상대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엘프 군대는 비비안이 통솔하니 이들 역시 기적상회의 지휘를 받는 셈이었다. 엘프 군대로 인해 올드만 마을에서 기적상회의 세력은 더욱 굳건해졌다. 다른 연맹 세력들의 힘은 자연히 줄어들었다.

그러나 연맹 세력들은 아무런 불평도 하지 않았다.

이들은 주로 올드만 마을과 교역을 할 수 있는 자격을 얻기 위해 연맹을 맺었기 때문에 정말 마을을 지배할 생각이 없었다. 엘프족은 혼돈의 숲을 주름잡는 종족이다. 숲 외각의 토착부족이 어떻게 엘프족을 건드리겠는가?

엘프족이 연맹에 가입해야만 마을의 안전을 지킬 수 있다.

마을을 통치하거나 습격하는 것은 의미 없는 일이다. 평화롭게 부를 창출하고 장기간 상호의 이익을 도모하는 것이야말로 올바른 선택이다.

그러나 말은 그렇다 해도 마을에서 더 많은 이익을 취하고 비주류가 되지 않기 위해 여러 대부족은 병력을 늘리고자 했다. 올드만 마을은 연합군이 사용하는 물자를 조달하기 때문에 일부 병력을 이곳에 보내면 많은 힘을 아낄 수 있다.

엘프족은 마을의 인기를 높이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숲의 여러 토착부족 중 엘프족의 평판이 가장 좋기 때문이다. 숲에서 힘이 약하거나나 결정을 머뭇거리는 부족은 이제 올드만 마을이 안전하다는 사실을 믿고 이곳에 와서 자리를 잡거나 사업을 시작했다.

올드만 마을의 인기는 날이 갈수록 치솟았다.

공화련이 통계를 내보았다. 올드만 마을은 3개월 내에 인구가 두세 배 늘었고 1년 정도 지나자 작은 도시 규모로 성장하여 숲의 연합군이 다스리는 독특한 무역의 중심으로 거듭나게 되었다.

올드만 마을의 잠재력이 이토록 크니 기적상회는 자연히 투자를 늘리게 되었다. 올드만 마을 전역에 기적상사와 기적약국, 기적부적점, 영화관, 레스토랑이 들어섰다.

기적상회의 물건은 값이 싸고 품질도 우수하며 공급도 충분했다.

기적상회는 숲의 토착부족 중에서 좋은 평판을 쌓게 되었다.

좋은 평판을 쌓게 되자 빠른 속도로 입소문이 나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좋은 재료가 생기면 올드만 마을로 와서 팔고, 필요한 물품이 있어도 이곳에 와서 구입했다. 기적상회는 이들이 가장 즐겨 찾는 곳이 되었다.

천제현과 공서련, 비비안은 최초로 이곳에 자리를 잡고 올드만 마을을 세웠다. 이들은 마을이 날이 갈수록 번창하자 큰 성취감을 느꼈다.

이런 번화한 모습은 숲의 중심부에 가야 볼 수 있었다. 그런데 숲의 가장자리,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는 곳의 작은 마을이 짧은 시간 안에 이렇게 성장한 것이다. 이는 혼돈의 숲의 기적이라 할 만한 일로, 자부심을 가질 만했다.

“천제현!”

공서련이 급히 뛰어왔다.

“후원이 완성됐어. 빨리 가보자!”

공서련이 천제현을 매우 은밀한 골짜기로 끌고 갔다.

이 골짜기는 마을의 후원이었다.

후원은 천제현이 직접 고른 완벽히 폐쇄된 공간이었다. 주변에는 진입할 수 있는 길이 없지만 골짜기 내부에는 마을과 직접 통하는 비밀통로가 있었다. 면적이 크지 않고 거목들이 빽빽하여 하늘에서 보면 골짜기인지 알아볼 수 없을 정도였다.

천제현은 이곳에 취영진을 설치하여 골짜기의 영기를 모으고 여러 가지 진귀한 식물, 특히 각종 성약과 선약급의 약초를 심었다. 마지막으로 은닉진과 환각진을 설치하여 꽃의 엘프들이 임시로 거주할 공간을 만들었다.

골짜기는 시끌벅적한 올드만 마을과는 다른 세계 같았다. 이곳은 세상 밖 무릉도원처럼 조용하고 침착하며 온갖 꽃으로 가득했다.

“루루, 어때?”

꽃의 엘프는 꽃과 약초 사이를 날아다니며 즐기고 있었다. 이곳에는 상영기와 수정통신기도 몇 대 설치되어 있어서 꽃의 엘프들은 영화도 보고 각종 음악과 이야기를 감상할 수 있었다.

루루는 천제현을 보자마자 기뻐하며 날아왔다.

“너무 좋아요. 꽃의 엘프를 위해 새집을 만들어줘서 고마워요!”

사실 꽃의 엘프만을 위해 이곳을 만든 것은 아니었다.

기적상회는 엄청난 양의 신선한 성약을 구입했다. 약들을 전부 창고에 둔다면 약효가 떨어진다. 이 약들을 이곳에 옮겨 심자 꽃의 엘프들이 좋아하는 환경이 갖추어졌다. 게다가 이들이 성약들의 생장을 돌봐줄 수 있으니 일거양득이었다.

성약은 매우 까다로운 환경에서 자란다.

인간이 옮겨 심은 성약은 십중팔구 죽는다. 꽃의 엘프처럼 타고난 정원사만이 성약을 제대로 키울 수 있다. 이렇게 해야 기적상회는 자원을 낭비하지 않을 수 있었다.

공서련은 온갖 꽃이 만발하고 향기가 가득한 골짜기가 무척 마음에 들었다. 그녀는 숨을 깊이 들이마셨다.

“너무 아름다워!”

‘그걸 말이라고 해? 이건 내 걸작이라고!’

그러나 천제현은 짐짓 겸손한 척했다.

“뭘 이 정도 가지고 그러세요! 꽃의 엘프가 꾸민 화원에 비하면 새 발의 피죠!”

공서련이 놀라서 물었다.

“정말?”

“꽃의 엘프가 꾸민 화원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이라고 할 수 있어요. 언제 한 번 놀러오세요!”

루루가 아주 친절하게 공서련을 초대하며 무척 흥분한 듯이 말했다.

“우리는 한 번도 우리의 화원을 떠난 적이 없었어요. 이번에 비로소 화원이 우리에게 얼마나 중요한지 알게 되었죠. 숲이 없다면 화원도 없고 우리도 살아갈 수 없어요.”

“맞아요!”

“숲을 벗어나면 우리 몸은 바싹 마른답니다.”

“반드시 숲을 지켜야 해요. 정신공간을 만드는 계획은 왜 아직 시작되지 않았죠?”

꽃의 엘프들은 장거리를 여행하며 많은 것을 느낀 듯했다. 이들은 생태환경이 꽃의 엘프의 생존에 얼마나 중요한지 깨달았기 때문에 천제현이 말을 꺼내기도 전에 먼저 정신공간 이야기를 꺼낸 것이다.

“서두르지 마. 정신 과학기술은 무(無)에서부터 시작해야 돼. 관련 기술을 서련 아가씨와 큰아가씨께 먼저 알려드릴 거야.”

천제현은 꽃의 엘프들을 일일이 지도할 정도로 한가하지 않았다. 꽃의 엘프들은 기초지식이 너무 부족하여 마력진을 전혀 모르기 때문에 학습 능력이 강한 공화련 자매를 학습시키는 수밖에 없다.

“때가 되면 서련 아가씨가 너희들과 함께 정신실험실을 만들 거야.”

공서련이 혀를 날름거렸다.

그녀는 만능 조수가 되어가고 있었다.

공서련은 거울 정령을 지닌 까닭에 언제라도 속성을 바꿀 수 있다. 비비안을 도와 공간실험실을 만들 수도 있고 꽃의 엘프가 정신실험실을 만드는데도 참여할 수 있다.

비록 공화련의 학습 능력이 더 뛰어났지만, 그녀의 정령은 어떤 속성에도 속하지 않고 전투력과 보조능력도 없어서 이론과 지식만 제공할 뿐 동생처럼 직접 참여할 수는 없었다.

공서련이 속으로 생각했다.

‘이제 나는 천제현의 제자인 셈인가?’

공서련은 천제현의 지식을 가장 많이 전수받은 사람 중 하나였다.

공서련이 지닌 정령의 특수성 때문만은 아니다. 천제현이 가장 신뢰하는 사람이 바로 그녀이기 때문이다. 여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공서련은 기분이 급격히 좋아졌다.

천제현을 도와 일을 마무리 짓는 건 그녀 자신의 가치를 증명하는 것이기도 했다.

정신실험실을 짓는 문제는 이렇게 일단락되었다.

둘이 골짜기에서 한바탕 놀려고 하는데 천제현의 품속에 있던 통신기가 울리기 시작했다.

‘뭐야! 감히 내 데이트 시간을 방해하다니!’

천제현이 좀 아쉬워하며 통신기를 꺼내 수신 단추를 눌렀다.

통신기에서 남궁혜의 다급한 목소리가 울렸다.

“대장, 큰일 났어. 누가 와서 난동을 부리고 있어 순찰부대 둘이 습격당해서 피해가 심각해. 빨리 와봐야겠어.”

이 소식에 천제현의 안색이 급변했다.

각본에 없는 일이 벌어졌으니 진짜 문제가 터진 것이다.

이상한 일은 아니다. 올드만 마을은 너무 빠른 속도로 발전했다. 매사가 다 순조로울 수는 없는 법이다. 어쨌든 이곳은 혼돈의 숲이니 말이다. 그렇지만 이건 예상보다 너무 빨랐다.

“가요!”

공서련은 몹시 안타까웠다. 어렵사리 천제현과 놀러 나왔는데 시작도 하기 전에 호출 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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