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62
제462장 신기의 경지
기적상회의 고위층 인사들이 거의 다 모였다. 우두머리는 하얀 옷을 입은 여자였는데, 그녀의 자태는 마치 이 세상의 사람이 아닌 듯 매우 우아하고 아름다웠다. 풍만한 몸매에 아름답고 단정한 모습이 인간의 음식 따위는 먹지 않는 여신 같았다. 기적상회 부회장 공화련 외에 이런 여인이 또 있겠는가?
공서련은 천제현과 비비안이 엘프족에게 끌려갔다는 소식을 듣고, 바로 훈련을 마친 야만족 광전사 3천을 이끌고 올드만 협곡으로 왔다.
올드만 마을은 그간 벌어진 소동에서 한 발 떨어져 있었다. 기반을 다진 지 얼마 되지 않아 하마터면 연맹이 와해될 뻔 했는데 큰아가씨가 서둘러 도착하여 안정을 되찾을 수 있었다.
공화련은 전반적인 상황을 관리하는데 탁월하다.
마을에 돌아온 천제현은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마을은 쇠락하지 않고 오히려 예전보다 더 활기찼다. 올드만 마을에 도착하자마자 공화련이 마을의 안 좋은 제도를 고치고 법을 개선한 것이다. 마을은 더욱 질서정연해졌다.
공서련이 천제현의 가슴에 주먹을 날렸다.
“왜 이제 왔어? 엘프족이 가둔 줄 알고 구하러 가려고 했단 말이야!”
“어쩔 수 없었어요. 제가 너무 잘생겼잖아요. 엘프 마을에 도착하니 엘프 소녀들이 결혼해달라고 조르고 난리였어요. 정절을 잃지 않고 돌아오느라 정말 힘들었지요.”
천제현의 얼굴은 성벽보다 두꺼웠다.
“꽃의 엘프조차 제 매력에 빠져서 따라왔잖아요!”
“구제불능이군! 정말 염치도 없어!”
공서련이 사납게 말했다.
“내가 엘프였다면 널 꽁꽁 묵어서 흠신 때려줬을 거야. 먼지가 나게 맞고도 그런 어처구니없는 소리를 할 수 있을까?”
‘와! 너무 드세졌어! 너무 오랫동안 버릇을 잘못 들였군.’
공화련은 별다른 기색을 보이지 않았지만 요 며칠 동생만큼이나 마음을 졸였다.
“며칠 동안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거야? 엘프족이 둘을 왜 다시 돌려보냈어? 괴롭힘을 당하지는 않았어?”
“괴롭힘을 당하기는커녕 오히려 많은 걸 얻었어요!”
자매는 천제현이 어떤 사람인지 너무나 잘 알았다.
천제현에게 이런 일이 일어나는 것은 놀랍지 않았다.
그러나 자초지종을 자세히 듣고 난 후 자매는 천제현의 행운에 크게 놀랐다. 특히 꽃의 엘프와 동맹을 맺고 정신 과학기술을 개발할 것이라는 이야기에 더욱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둘은 꽃의 엘프에 대해 아는 바가 없었다. 그러나 작고 귀여운 꽃의 엘프들을 보자마자 그들에게 매료당했다.
“올드만 마을에 잘 왔어요.”
공서련이 꽃의 엘프에게 다가갔다.
“어라, 어디가 불편해요?”
올드만 마을에는 영기가 부족했다. 꽃의 엘프는 불로장생하는 생명체이나 그렇다고 몸이 좋은 건 아니다.
꽃의 엘프는 환경에 몹시 민감하고 의존도가 높아서 영기가 충만한 곳에 있다가 부족한 곳으로 이동하면 몸이 허약해진다.
천제현은 일찌감치 이 문제를 해결할 방법을 생각해두었다.
천제현이 영기를 모으는 진법을 배치하고 꽃의 엘프가 가져온 영약을 사용하여 새로운 화원을 만들었다.
꽃의 엘프들은 곧바로 활기를 되찾고 마을에서 정상적으로 일을 하기 시작했다.
꽃의 엘프들을 안착시킨 후 천제현은 고위급 회의를 열고 모든 사람들의 몸 상태와 마력을 점검했다.
천제현의 마력은 단연 최고였다. 이미 혼성 9성에 올라 혼성 9성 정점에 달하는 제후급 강자를 가볍게 물리칠 수 있었다. 진령 1성의 고수와 상대한다고 해도 이길 확률이 반 이상이었다.
다른 간부들도 만만치 않았다.
남궁혜는 가장 빠른 속도로 성장하여 혼성 8성에 다다랐다. 그 다음은 공화련 자매로 막 혼성 7성을 돌파했다. 심빙우와 동방호연은 여전히 혼성 9성 정점에 머물러 있었으나 적당한 계기가 주어진다면 진령의 경지로 올라설 수 있는 상태였다.
천제현은 마음이 놓였다.
‘다들 발전 속도가 제법 빠르군!’
그러나 혼돈의 숲에서 이 정도로는 제 앞가림 정도나 가능하지 큰일을 도모할 수 없다.
혼돈의 숲은 남하국과는 비교도 할 수 없다. 이곳에는 진령 경지의 강자가 무척 많았다. 숲의 진령급 강자들은 이름이 알려지지도 않아서 어디에서 별안간 튀어나올지 모를 정도였다.
‘기적상회에는 진령급 강자가 몇 명 안 되니 큰일이야! 늘 비비안 한 명에게만 의지할 수 없잖아!’
비비안은 적장을 꺾는 임무에 적합하다. 하지만 그녀는 대규모 전투를 치를 수 없다. 공간공격은 마력소모가 너무 크기 때문이다.
천제현은 다음 목표를 정했다. 우선 기적상회의 풍부한 자원을 동원하여 모두의 실력을 끌어올리는 것이다.
기적상회가 전반적으로 강해져야 숲에 발을 붙일 밑천이 생긴다.
이건 별로 어려운 일이 아니다. 기적상회에는 인재와 자원이 충분했다. 이미 남하국에 있을 때, 진령술사 여럿을 양성할 만큼의 자원을 비축해 뒀다. 그리고 혼돈의 숲으로 들어와서 마을을 운영한 한 달 동안 2급 성약을 약 천 개 확보했다. 남하왕국의 국고를 뒤져도 이 정도는 안 될 것이다.
게다가 천제현은 아직 진령급을 돌파하지 못한 사람들을 위해 신선주를 많이 구해왔다. 거기에 꽃의 엘프가 수련을 돕는다면 효율은 배가 될 것이다. 그러니 이 문제에 대해 고민할 이유가 있겠는가?
천제현은 목표를 세우자마자 바로 모두의 실력을 올리는 일에 착수했다.
며칠 동안 공화련 자매와 운요, 풍채향이 모두 두 단계를 돌파하여 혼성 8성에 이르렀다. 남궁혜는 혼성 8성 정점이 되어 혼성 9성을 바라보는 실력을 갖추게 되었다.
심빙우와 동방호연은 중점 관리 대상이다. 천제현은 둘을 위해 최상급 성단 여러 개와 신선주 한 잔을 준비했다. 이외에 이들이 정체상태를 깰 수 있도록 꽃의 엘프가 수련을 도왔다. 둘은 폐관수련을 진행하고 있다. 천제현은 성공할 확률이 8할 이상 된다고 자신했다.
모두의 실력이 빠르게 향상되었다.
이런 속도라면 몇 달 안에 고위급 임원들이 모두 진령급 강자가 될 것이다. 그때가 되면 기적상회는 혼돈의 숲에서 벌어지는 여러 종족들의 각축전에 제대로 끼어들 수 있을 것이다.
일을 얼추 마무리 지은 천제현이 좀 쉬려던 때에 갑자기 공화련이 그를 찾아왔다.
“줄 게 있어서 왔어. 너에게 도움이 될지도 몰라.”
‘큰아가씨가 내게 줄 물건이 있다고? 이건 정말 드문 일인데!’
큰아가씨가 칼집에 든 장검을 꺼내 두 손으로 받쳐 들고 천제현 앞에 내밀었다. 천제현은 한참을 멍하니 바라봤다. 장검에 숨겨진 강력한 힘이 느껴졌다.
“이건…… 대융국의 그 진령술사가 사용하던 무기 아닌가요?”
“이 명염검은 대융국의 마림이 사용하던 무기야. 여러 곳에서 수집한 정보에 따르면 이건 불멸혼기일 뿐만 아니라 지옥의 노래 부족에게 전해 내려오는 보검이래. 귀한 무기라서 적당한 사람에게 주려고 했는데 아직 임자를 찾지 못했어. 그런데 얼마 전에 검을 실험실로 보내 연구하다가 심상치 않은 화염 마력이 깃들어 있다는 것을 발견했어. 어쩌면 네 무공에 도움이 될지도 몰라.”
“그래요? 한 번 볼게요!”
천제현이 검을 건네받은 다음 자신의 유명검을 뽑아 두 검을 가볍게 맞부딪쳤다. 어떤 마력도 사용하지 않았는데 두 검이 교차한 곳에서 엄청난 소리가 폭발하더니 힘이 솟구쳤다. 두 검은 마치 불구대천지 원수처럼 서로를 잡아먹으려고 으르렁거렸다.
‘역시!’
명염검과 유명검은 매우 비슷했다.
명염검도 선천영화로 만든 기령이었다.
아마 암영화일 것이다. 암영화는 유명화와 막상막하이다. 암영화는 어둠의 힘이 키워낸 선천 영화이고 유명화는 죽음의 힘이 키워낸 선천영화이다. 약간의 차이가 있지만 둘은 유사한 종류로 약육강식의 관계이다.
검을 맞부딪쳐보니 대략 알 수 있었다. 명염검과 유명검은 힘에서 우열을 가리기 힘들었다. 만약 한쪽이 다른 하나를 흡수할 수 있다면 비약적으로 강해질 것이다.
“아주 좋군요! 정말 시기적절한 선물이네요!”
천제현은 감사의 인사를 건넨 뒤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바로 폐관수련에 들어갔다.
천제현의 무공 수련은 정체기에 진입하여 한참 동안 진전이 없었다. 대성 상태인 유명검을 단련시킬 적당한 재료를 찾기도 어려웠다. 그런데 바로 옆에 실력을 향상시켜줄 좋은 물건이 있었다.
천제현은 협곡의 조용한 동굴을 폐관수련할 장소로 정했다.
그는 손에 두 검을 들고 생각할 겨를도 없이 두 검을 세차게 맞부딪쳤다. 푸른빛 화염과 보랏빛 화염이 순식간에 솟구치더니 서로 엉켜서 싸우기 시작했다. 두 화염은 매 초마다 수십 차례 격렬하게 충돌했다. 지진이 난 것처럼 주변의 바위가 하나씩 갈라지더니 밑으로 우수수 떨어졌다.
강력한 힘이었다.
혼성 9성의 마력이 아니었다면 이 힘을 다루기 힘들었을 것이다.
두 화염의 힘은 막상막하였으나 교전 시간이 길어지자 심연의 유명화가 점차 우세를 보이기 시작했다. 만약 보통의 유명화였다면 암영화의 상대가 되지 못했을 것이다. 둘은 동급이라 어느 쪽이 이길지는 좀 더 지켜봐야 했다.
그러나 천제현의 유명화은 평범하지 않다. 이 유명화는 천 년 동안 귀왕의 몸에서 자랐기 때문에 귀성을 지니고 있었다. 게다가 지옥화염악마의 심연의 녹색화염을 흡수하여 심연의 성질도 가지고 있었다. 영화는 사람 형체로까지 변화가 가능하다. 영성이나 본질에서 모두 암영화를 앞섰다.
결국 명염검의 화염이 더 버티지 못하고 유명검에게 흡수되면서 댕강 소리와 함께 부러지고 말았다.
천제현은 두 동강이 나서 고철이 된 명염검을 버렸다. 보랏빛 화염과 푸른빛 화염이 계속 유명검을 휘감았다.
명염검의 힘을 삼킨 유명검의 기령이 더욱 강해졌다. 마침내 영계점을 돌파했지만 멈추지 않고 계속 강해졌다.
쾅!
산 전체가 다시 한 번 흔들렸다.
돌연 검광이 하늘로 솟구쳤다.
천제현은 영기유명의 힘이 진령급 수준에 올랐다는 것을 느꼈다. 이것은 유명검의 단계가 올라갔다는 뜻이다. 원래 2급 불멸혼기였던 유명검은 이제 3급 불멸혼기가 되어 그에 맞는 힘을 지니게 되었다.
무기도 단계가 올라간단 말인가?
아마 어떤 장인도 들어보지 못한 소리일 것이다.
그러나 유명검은 원래 3급 상품 불멸혼기이다. 다만 만시고묘에 너무 오래 있다 보니 힘이 약해졌을 뿐이다. 이제 그 힘을 되찾은 것이다.
게다가 유명화는 천 년 동안 귀왕의 몸 안에서 자란데다 심연의 녹색화염를 흡수하고 다시 명염검의 천 년 암영화까지 집어삼켰다. 이제 유명검의 잠재력은 예전보다 훨씬 뛰어날 것이다. 단계가 올라갈 여지가 더 있을지도 모른다.
유명검이 암영화의 힘을 흡수한 후 정련하여 방출한 영력이 전부 천제현의 몸속으로 들어갔다. 이로 인해 천제현의 실력은 순식간에 혼성 9성에서 혼성 9성 정점에 도달했다. 이게 다가 아니었다. 가장 중요한 변화는 유명염화검이 대성을 돌파하여 입신의 경지에 올라섰다는 점이다.
게다가 검결은 이미 신기의 단계에 올랐다. 천제현에 의해 최고 경지에 이르게 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