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능력 믿고 막 간다-459화 (459/729)

# 459

제459장 꽃의 엘프와 연맹 체결

왜 꽃의 엘프와 동맹을 맺어야 하는가?

개인적인 감정은 둘째 치고 꽃의 엘프는 아군으로 만들 가치가 있다.

이들은 우수한 보조 종족이다. 치료와 보물찾기, 재배, 정찰, 수련과 전투 지원 등 여러 능력을 지닌 천부적인 조력자이다.

꽃의 엘프는 성격이 매우 단순하기 때문에 경계할 필요가 없다. 더군다나 이들은 믿고 지지하기로 한 대상을 전력을 다해 돕는다.

이들은 선천적으로 정신세계와 정신 네트워크 구축에 적합하다.

정신공간은 아무나 만들 수 있는 게 아니다. 정신공간은 새로운 세계를 여는 것과 같다. 창조자가 모든 사물과 운행 법칙을 일일이 만들어야 한다. 정신공간 법칙이 불안정하거나 서로 모순되면 정신공간은 얼마 못 가 파괴되고 만다.

천제현은 당장 이 일을 맡길 사람을 찾지 못했다.

공간기술자가 공간에 대한 재능을 지니고 있어야 하는 것처럼 정신기술자 정신에 대한 재능을 갖추어야 한다.

수만 년이 지난 후에 정신기술자는 제약사와 진법사 이상으로 잘나가는 직업일 것이다.

제약사와 진법사가 될 수 있는 사람은 많지만 정신기술자가 될 수 있는 사람은 아주 적기 때문이다. 정신 유형의 재능은 매우 희소하므로 정신기술자의 몸값은 높을 수밖에 없다.

게다가 정신기술자에 대한 수요는 무척 높다.

수천만 심지어 수억 명을 수용하면서도 붕괴되지 않는 공간은 베테랑 정신기술자가 만들고 유지해야 하기 때문이다.

천제현은 현 단계에서 마력컴퓨터를 개발할 수 없으므로 컴퓨터의 초월적인 계산 능력으로 정신계수를 계산할 수 없다. 따라서 한 국가나 종족을 수용할 수 있는 대형 정신세계를 구축하는 것은 완전히 불가능하다. 그러나 적합한 인재를 양성하면 소형 공간을 구축하는 것은 전혀 문제없다.

천제현은 정신 분야의 기본 지식을 가지고 있다. 꽃의 엘프는 자연법칙 감지에서 평범한 생명체를 훨씬 뛰어넘는 능력을 지닌 데다 정신 분야에도 탁월한 재능을 지녔다.

꽃의 엘프는 동맹을 맺기에 매우 적합한 종족이다.

이건 꽃의 엘프에게도 커다란 기회가 될 것이다.

세상에 어떤 종족도 한곳에서 영원토록 평화를 누릴 수는 없다. 혼돈의 숲에는 암흑의 법칙이 있는데 대륙이라고 이런 법칙이 없을까? 종족끼리는 성격과 신앙, 생활에 많은 차이가 있고, 이 차이점은 바로 갈등의 근원이다. 전쟁은 피할 수 없고 약한 종족은 영원히 강한 종족의 노예가 될 수밖에 없다.

꽃의 엘프는 전투력이 없으면서도 매우 귀한 종족이다. 인간이나 마수령 혹은 다른 종족에게 발견되면 끝이 좋지 않을 게 뻔하다. 엘프족은 전반적으로 쇠퇴하고 있어서 꽃의 엘프를 돌볼 여유가 없다. 바람막이가 휘청거리니 꽃의 엘프가 믿을 건 자신밖에 없다.

기적상회와 동맹을 맺게 되어 첨단 정신기술을 관리하게 된다면 꽃의 엘프는 대륙에서 확실히 자리를 잡고 다른 국가와 협상할 자격을 가지게 된다. 종족의 생존과 번영을 위해 단단한 기반을 다지게 되는 셈이다.

천제현이 조금씩 꽃의 엘프를 설득하기 시작했다.

“우리가 더 많은 정신공간을 열 수 있게 된다고요?”

“게다가 직접 가상세계를 만들고 그 안에서 다양한 종족 및 서로 출신 배경이 다른 사람들끼리 교류할 수 있다고요?”

꽃의 엘프는 별다른 어려움 없이 살아서 위기의식이 없고 물질적 풍요를 추구하지도 않는다. 이들은 정신과 예술 분야의 것들에만 관심을 보인다.

천제현은 몇 마디 말로 꽃의 엘프들이 동경하고 바라마지 않는 완벽한 청사진을 그렸다.

꽃의 엘프는 아군으로 끌어들이기 어려운 종족이다. 이들의 천성이 나빠서 그런 게 아니다. 오히려 천성이 너무 선량해서 누구의 편도 쉽게 들지 않았다.

세상에 어째서 전쟁이 있는 걸까?

세상에 어째서 살육이 있는 걸까?

세상에 어째서 약탈이 있는 걸까?

순전히 인간의 욕망 때문이다. 천제현과 세나리우스가 나눈 대화처럼 말이다. 인간은 이익을 취하기 위해 약탈하고, 이기적이기 때문에 남의 것을 훔친다. 욕심을 채우기 위해 향락에 취하고, 난폭하고 탐욕스럽기 때문에 살육과 폭력을 범한다.

꽃의 엘프는 별종으로 천지의 영기를 받고 태어나 만물의 정기를 흡수하여 살아간다. 이들은 늙지도 병들지도 않고 욕망이 없으며 늘 즐겁고 자족할 줄 알기 때문에 누구의 편에도 잘 서지 않는다. 금전이나 자원, 사랑 같은 유혹에 넘어가는 일은 더욱 없다.

인간의 기록에 꽃의 엘프를 통제하는 방법이 딱 한 가지 있다. 그 방법은 신지(神智)를 손상시키는 약물을 만들고 특수한 강제 복종 수단을 사용하여 꽃의 엘프의 본성을 잃게 만드는 것이다. 이 방법을 사용하면 꽃의 엘프는 꼭두각시로 전락해 인간의 조종대로 움직이게 된다.

천제현은 이 방법을 들먹일 정도로 어리석지 않았다.

꽃의 엘프에게 상업적 가치가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의식주가 필요 없고 수련과 번식을 하지 않는 종족이 재물에 마음을 두겠는가?

역사를 바꾸는 일이 꽃의 엘프에게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부모도 국가도 없고 늙지도 병들지도 않는 종족에게 역사라는 개념이 있겠는가?

그러나 천제현은 생명체에게는 욕망이 있게 마련이라고 굳게 믿고 있었다.

엘프는 불로장생하는 게 맞다. 그러나 꽃의 엘프는 환경에 너무 많이 의존한다. 생활환경이 크게 파괴되면 꽃의 엘프는 계속 살아갈 수 없다.

대륙에서 인간은 집과 성을 짓고 더욱 풍요롭게 살기 위해 거침없이 숲을 벌목하고 동물을 잡아들이며 환경을 오염시키고 있다.

혼돈의 숲은 크다.

그러나 여러 제국 틈에 끼어 있었다.

천 년, 만년 후에도 혼돈의 숲이 지금과 같은 모습일까?

그렇기 때문에 정신기술을 발전시켜야 한다. 정신이 풍요로워지면 물질에 대한 욕망은 낮아지게 된다.

인간은 파괴를 좋아하지 않는가? 정신공간에서 마음껏 파괴하면 된다. 인간은 으리으리한 집을 좋아하지 않는가? 정신공간에서 마음껏 지으면 된다.

가상공간에서 무슨 짓을 벌여도 환경은 오염되지 않는다.

천제현이 논리적으로 설명하고 감정에 호소하자 꽃의 엘프들은 일리가 있다고 여겼다. 이들이 유일하게 걱정하는 것은 바로 삶의 터전이다. 정신기술이 보급되면 전쟁이 줄어들고 자연도 덜 파괴될 것이다.

꽃의 엘프들은 존경의 눈빛으로 천제현을 바라봤다.

지혜로우며 선량하고 식견이 있는 친구를 두는 것은 꽃의 엘프에게 크나큰 행운이다.

꽃의 엘프는 천제현을 믿고 존경하며 정신기술을 좋아했다. 게다가 천제현이 제시한 환경보호론에 대해 듣고 이들은 마침내 중대한 결단을 내리게 되었다.

꽃의 엘프는 기적상회의 일원이 되고자 했다.

이들은 정신의 시대를 열고자 했다.

천제현은 땅바닥에 앉아 꽃의 엘프들과 끊임없이 이야기를 나눴다. 이들은 이야기를 나눌수록 가슴이 뛰었다. 이들의 생활은 매우 평범했다. 매일 이슬과 꽃가루를 채집하고 별일이 없으면 화원을 가꿨다. 이들에게는 삶의 목표가 없었다.

이제 상황이 변했다.

꽃의 엘프는 천제현에게 정신기술을 배우고 미로의 숲의 수정석으로 재미난 정신공간을 창조할 것이다.

‘설득 성공!’

믿을 만한 친구가 더 늘었다.

천제현은 자랑스러웠다. 이건 새로운 세상을 여는 일이다.

모두 이 주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무렵 각응수 여러 마리가 화원 상공에 나타났다. 각응수에는 활을 든 엘프가 타고 있었다. 각응수들을 통솔하는 우두머리는 강력한 용응수였다.

“엘프다!”

“큰일 났다. 천제현을 잡으러 온 거야!”

꽃의 엘프는 천제현을 철썩 같이 믿었다.

‘지혜롭고 숲을 아끼는 자가 어떻게 나쁜 사람일 수 있겠어?’

오리디스가 용응수에서 몸을 날려 순식간에 천제현 앞에 나타나 차가운 얼굴로 말했다.

“엘프족 마을로 돌아가자. 판결을 선포할 것이다!”

‘뻣뻣하게 굴긴! 나한테 용서를 구하러 온 걸 모를 줄 알아?’

천제현은 알 수 있었다. 엘프족은 이미 자초지종을 파악하고 천제현을 데리고 가려는 것이다. 다만 오리디스는 성격이 차가운데다 체면을 차려야 하니 뻣뻣하게 굴었다.

‘잘못을 했으면 인정을 해야지. 이게 무슨 태도야?’

기분이 언짢은 천제현에게 기발한 생각이 떠올랐다.

“엘프족은 항상 꾸물대지요. 절 죽이려는 속셈이잖아요? 화살을 쏘면 될 일이지 왜 이렇게 잔말이 많습니까!”

오리디스가 얼굴을 찌푸렸다.

“멈춰요!”

꽃의 엘프들이 소리치기 시작했다.

“천제현은 우리의 친구예요. 우리는 천제현과 동맹을 맺기로 결정했어요. 이자는 좋은 사람이에요. 아무 이유 없이 고발하는 건 말도 안 돼. 동의할 수 없어요!”

“맞아!”

“돌아가세요!”

“절대로 천제현을 내어주지 않을 겁니다!”

꽃의 엘프들이 작은 몸으로 천제현을 에워쌌다. 결사적으로 천제현을 지키는 모습이었다. 오리디스는 어안이 벙벙했다.

‘이렇게 빨리 꽃의 엘프들의 신임을 받게 되다니? 대체 어떻게 한 거지?’

“동맹? 꽃의 엘프와?”

오리디스는 이 말이 믿기지 않았다.

꽃의 엘프는 신비로운 종족이긴 하나 전투능력이 없어서 약하다. 숫자도 매우 드물어서 전 숲을 통틀어 한 무리밖에 되지 않는다.

‘인간이 어째서 이들과 동맹을 맺으려는 걸까?’

꽃의 엘프는 아무 욕심 없이 현재에 만족하는 종족이다. 그런 이들이 어째서 마음을 바꿨을까?

“우리는 기적상회와 함께 새로운 세계를 창조하여 대륙인의 정신생활을 바꿀 거예요. 대륙의 전쟁을 줄이고 우리의 숲을 지키겠어요!”

꽃의 엘프들은 모두 결연한 태도로 힘주어 말했다.

“바보 짓 하지 마세요. 천제현은 숲의 신이 우리에게 주신 선물입니다. 천제현은 평화의 사자라고요. 절대로 나쁜 사람이 아니에요!”

“어서 돌아가요!”

“돌아가세요!”

꽃의 엘프들이 모두 나서서 엘프를 쫓아냈다.

꽃의 엘프는 무척 약하지만 엘프들은 쉽사리 이들을 건드릴 수 없었다.

꽃의 엘프들이 결사적으로 엘프들을 지키고 있을 때 천제현은 팔짱을 끼고 얄미운 웃음을 짓고 있었다.

이를 본 엘프들은 피가 거꾸로 솟을 지경이었다.

‘저 자식 일부러 러는 거잖아!’

‘그렇지만 대체 무슨 요술을 부린 거지? 꽃의 엘프들이 놈을 싸고돌잖아!’

꽃의 엘프 루루가 외쳤다.

“율리시스님에게 고소를 취하하라고 해요. 우리는 천제현이 털끝 하나라도 다치게 놔두지 않겠어요!”

“고소를 취하하세요!”

“고소를 취하하세요!”

꽃의 엘프들이 외치기 시작했다.

“제2장로님, 이제 어떻게 할까요?”

오리디스는 매우 난감했다. 엘프는 애당초 천제현을 죽일 마음이 없었다. 이를 곧이곧대로 해명하면 엘프족의 체면이 어떻게 되겠는가?

“꽃의 엘프를 다치게 할 순 없다. 일단 돌아가자!”

난처한 엘프들은 씩씩대며 자리를 떠날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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