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능력 믿고 막 간다-458화 (458/729)

# 458

제458장 정신 과학기술

천제현은 신선주 한 잔으로 혼성 8성에서 혼성 8성 정점, 뒤이어 9성을 돌파하여 경지를 두 단계나 뛰어 넘었다.

이는 고작 1시간 만에 이루어진 결과였다. 예전 같으면 불가능한 일이나, 신선주와 꽃의 엘프의 도움으로 이 같은 성과를 얻은 것이다.

인생지사 새옹지마라 했던가.

얼떨결에 그는 한층 더 강해졌다.

엘프에게 잡혀올 때까지만 해도 이 같은 기연이 있을 지 누가 알았겠는가?

천제현이 눈을 떠 입을 떼기도 전에 새끼 여우는 이미 화초 속에 늘어지게 누운 채로 꽃의 엘프들의 온갖 대접을 받고 있었다.

진귀한 미주와 신기한 과일이 끊임없이 여우 앞으로 옮겨졌고, 새끼 여우는 오는 대로 족족 뱃속에 집어넣었다. 특히나 그 귀한 신선주를 10잔이나 단숨에 들이켰다.

루루와 꽃의 엘프들은 그 모습을 보며 의아해했다.

“새끼 여우가 아직도 배부르지 않나봐. 더 가져와.”

“그만, 그만 가져와!”

천제현이 서둘러 뛰어나왔다.

“이 여우는 아무리 먹어도 배가 안 불러. 아무리 많이 가져와도 소용이 없다니까. 그냥 먹기만 하니까 아무리 진귀한 물건이라도 쟤한텐 다 낭비라고!”

천제현은 이를 갈았다.

‘이런! 빌어먹을 여우 같으니! 주인이 한눈 판 사이에 또 거저먹고 있다니! 이렇게 비싼 자원을 저놈한테 낭비해 버렸잖아! 이 자원들을 나한테 썼다면 진령 1~2성 정도는 거뜬히 달성했을 텐데!’

여유롭게 즐기던 새끼 여우는 천제현을 보자마자 하나라도 빼앗길까 두려워 눈앞에 보이는 모든 것을 한꺼번에 뱃속에 털어 넣었다.

꽃의 엘프들은 다들 깜짝 놀랐다.

“이 작은 여우가 정말 다 먹었네!”

쓸데없는 소리!

이 정도로 이 여우님의 배를 채울 수 있을 것 같아?

여우가 꽃의 엘프 화원에 3~5일 정도만 머물러도 천 년간 비축한 것들이 완전히 동이 날 것이다.

꽃의 엘프는 성격이 단순하여 크게 신경 쓰지 않겠지만, 다른 사람이라면 이런 보물을 비축하는 건 절대로 쉽지 않은 일이라 천제현은 얼른 새끼 여우의 무한한 식욕을 막은 것이다.

새끼 여우는 약 올리듯 익살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볼록 튀어나온 배를 매만졌다.

뭐, 상관없어. 충분히 먹었으니까.

미로의 숲에 먼저 들어왔을 때부터 먹기 시작해 꽃의 엘프 화원에서도 정신없이 먹은 터라 체내에 쌓인 마력은 이미 차고 넘쳤다. 어쨌든 여우도 이번만큼은 포식한 셈이다.

“여기, 새끼 여우한테 주는 선물이에요!”

꽃의 엘프들이 자주색 나무인형 몇 개를 들고 나왔다.

새끼 여우가 나무인형을 보자마자 입이 찢어져라 웃고는 조금도 사양하지 않고 나무인형을 받아 꼭 껴안았다. 여우가 꽃의 엘프를 보면서 고마움을 표하는 동작으로 두 손을 포갰고, 이를 본 꽃의 엘프들도 하나같이 기분 좋은 웃음을 지었다.

이것은 다름 아닌 영혼나무인형이었다. 그것도 3개나.

남하국 전방 방위선에서 퇴각할 당시 새끼 여우가 나무인형을 떨어뜨렸고, 그때 이후로 새끼 여우의 소환 능력이 없어져 버렸다.

그런데 꽃의 엘프가 가져온 영혼나무인형 3개는 모두 예전의 것보다 품질이 더 좋았다. 이는 여우가 강력한 마수 정령 셋을 저장할 수 있다는 의미로, 향후 전투력이 더 크게 향상될 것이다.

루루가 천제현 앞으로 날아왔다.

“신선주가 역시 큰 도움이 되었군요. 몇 잔 더 가져올게요.”

천제현은 꽃의 엘프들의 친절에 감동받았다.

“아니야, 괜찮아.”

이는 천제현이 예의상 하는 말이 아니었다. 지금 그의 실력으로 신선주를 마시는 데 한계가 있었다.

그는 신선주 한 잔으로 큰 성과를 거두었지만, 아마도 한 달 이내에 이를 완전히 흡수하지 못할 것만 같았다. 현재 두 단계나 연속으로 경지를 돌파한 상황에서 신선주를 계속 마실 수도 없었다.

“좋은 것은 조금만 맛을 봐도 알 수 있어. 너무 남용하면 그 가치만 떨어질 뿐이지. 나중에 올 손님을 위해 남겨둬!”

천제현은 새끼 여우처럼 괴상한 소화능력을 가지고 있지 않았기에 신선주를 한 잔 더 마시면 오히려 몸에 무리가 갈 수 있었다.

꽃의 엘프가 신선주를 빚으려면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이런 최상품의 신선주를 이렇게 흥청망청 쓸 수는 없는 일이다.

“내 실력을 높여줘서 고마워.”

천제현의 유일한 장점이라면 은혜를 입으면 반드시 갚는다는 것이다. 꽃의 엘프들이 천제현을 도운 것은 그들에게도 좋은 일이다. 천제현이 말했다.

“나도 꽃의 엘프에게 선물 하나를 줄게. 내가 너희를 위해 세상을 창조해 줄게!”

‘세상을 창조한다고? 뭘 하려는 거지?’

꽃의 엘프들은 모두 얼떨떨한 표정을 지었다.

평범한 사람이 이런 일을 할 수 있어?

천제현은 미로의 숲에서 가져온 정신 결정체를 꺼냈다.

“나랑 같이 새로운 세상을 창조하자!”

“좋아요!”

“좋아요!”

“저희도 세상을 창조할 수 있어요?”

“내가 할 수 있다고 하면, 할 수 있는 거야!”

천제현이 자신 있게 함박웃음을 짓고는 수정석을 바닥에 두었다.

“이제 시작하자!”

꽃의 엘프들은 생각이 단순해서 황당한 말을 해도 그 말이 진심이길 바랄 뿐 전혀 의심하지 않았다.

자신이 바라본 천제현은 지혜롭고 선량하여 자신들을 속일 것 같지 않았고, 게다가 꽃의 엘프 언어 중에는 속인다는 단어 자체가 없었다.

따라서 꽃의 엘프들은 당연히 진짜라고 생각하고는 기대에 찬 표정으로 천제현을 바라보았다.

천제현은 우선 거대 마력진을 만들기 시작했다. 이는 완전히 새로운 마력진으로 과거에 배치한 그 어떤 마력진과 완전히 달랐다.

꽃의 엘프들은 복잡한 마력진이 조금씩 만들어지는 과정을 유심히 지켜보았다. 마력진이 어떤 기능을 하는지 알 수 없었지만, 꽃의 엘프는 태생적으로 미세한 마력도 감지할 수 있는 능력이 있었기에 마력진 안에서 규칙적이고 심오한 정신 파동을 느꼈다.

천제현은 정신 결정체를 마력진의 중앙에 삽입하고 새끼 여우한테 마력 기둥 몇 개를 토해 내라고 일렀다. 그가 마력 기둥을 앞 열에 끼우자 마력진이 순간 활성화되기 시작했다. 왕성하고 강력한 정신 마력이 거대 마력진 가운데에서 끊임없이 회전하더니 정신 결계를 만들었다.

이 정신 결계는 보이지는 않았지만, 엄청난 힘을 느낄 수는 있었다.

정신의 힘은 희귀한 마력이었다.

이러한 힘의 원리에 대해서 대륙에서는 전혀 알지 못했다.

따라서 마력진으로 정신 마력을 구현하는 것은 현 문명에서 가능한 일이 아닌 시대를 초월하는 일이었다.

천제현이 꽃의 엘프에게 말했다.

“날 따라와!”

천제현이 마력진 위를 걸어갔고, 꽃의 엘프들도 마력진 안으로 들어갔다. 꽃의 엘프들이 마력진에 들어갈 때 정신 마력이 자신들의 생각을 덮치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본래 꽃의 엘프의 재능과 체질로 이러한 정신 마력은 쉽게 막을 수 있었다.

천제현이 말했다.

“사고를 개방하고 이것들을 받아들여!”

꽃의 엘프들은 경계심 따윈 없었으므로 천제현이 말하는 대로 행동했다. 그러자 정신 마력이 완만하고 안정적인 템포로 정신에 침투하기 시작했다. 다들 정신의 힘에 금세 영향을 받아 주변에서 환상이 펼쳐지기 시작했다.

루루와 자매들 앞에 끝없이 펼쳐진 대초원이 나타났다.

광활한 초원은 그 끝을 알 수 없을 정도로 드넓었고, 산들바람이 불어와 온몸을 스치듯 지나갔다. 따사로운 기운을 느낀 꽃의 엘프들은 환상인 것을 알았으나 현실세계와 같다고 느꼈다.

바로 이때, 머리 위로 대지를 덮을 만큼 거대하고 맹렬한 태풍이 불어 닥쳤다. 꽃의 엘프들이 고개를 들어 바라보았을 때 눈앞에 놓인 광경을 보고 깜짝 놀라 꼼짝도 할 수 없었다. 15장 이상 되는 거대한 푸른 용이 거대한 양 날개를 활짝 펴고는 상공을 날아다녔다. 산처럼 거대한 모습에 간담이 서늘할 지경이었다.

“루루!”

천제현이 용 등 위에 서서 득의양양한 표정으로 꽃의 엘프들을 바라보았다.

“나 여기에 있어!”

꽃의 엘프들은 놀라움에 눈이 동그래졌다.

천제현이 가볍게 손가락을 튕기자 푸른 용이 순식간에 폭발하여 수많은 꽃잎으로 변해 버렸다. 꽃잎은 싱그러운 봄비처럼 흐드러지듯 떨어져 초원 위를 순식간에 꽃밭으로 만들어 버렸다. 천제현은 깃털처럼 가볍게 땅위로 내려왔다.

“모두 환각술로 변화시킨 거야. 너희 정신을 통해 전수했으니 너희도 할 수 있어. 한 번 해봐!”

꽃의 엘프들이 정신력을 발동했다.

무한히 펼쳐진 초원 위에 돌연 나무들이 뚫고 나오기 시작했고, 순식간에 초원을 덮어 버렸다. 본래 초원이었던 곳이 끝도 보이지 않는 숲으로 변모했다.

꽃의 엘프들은 이 정신세계에서 못할 것이 없다는 걸 금세 알아차렸다. 생각만 하면 전부 변화시킬 수 있었다.

환각은 신기한 것이 아니었고, 환각을 조종할 수 있다는 것 역시 특별한 일은 아니었다.

그러나 현실과 다름없는 데다 자유자재로 환각을 통제하는 것은 상상조차 해본 적이 없었다.

꽃의 엘프들은 환상 속에서 어디든 마음대로 갈 수 있었다. 그리고 눈앞에 보이는 것들을 숲으로, 꽃밭으로, 혹은 바다로 단숨에 바꿀 수도 있었다. 물론 동물들도 마음대로 바꿀 수 있으니, 이는 마치 꿈속의 낙원과도 같았다.

천제현은 환각을 관찰하면서 물었다.

“어때?”

꽃의 엘프들은 노느라 정신이 팔렸다.

“예전에는 환각이 사람을 해치는 것이라고만 생각했어요. 이렇게 사용할 수 있을 거라곤 상상도 못 했고요. 정말 신기하네요!”

천제현도 시원하게 웃었다.

“더 신기한 걸 알려 줄게. 정신세계의 시간을 물질세계의 시간과 다르게 바꿀 수 있어. 정신 낙원의 시간을 아주 느리게 흐르도록 조정할 수 있다는 얘기야. 그렇게 되면 이곳에서 하루를 보내도 외부 세계는 고작 1시간 정도만 지나 있을 거야.”

꽃의 엘프들은 탄성을 질렀으나 깊게 생각하지는 않았다.

꽃의 엘프들은 본래 생로병사와 관련 없는 종족으로 시간의 흐름에 대해서 개념 자체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인간 세상에 놓고 본다면, 이는 시대를 뒤흔들 획기적인 일이나 다름없었다.

이는 정신세계에서 인간의 수명이 적게는 몇 배, 심지어 수십 배로 연장될 수 있음을 의미했다. 이는 수명이 짧은 인간에게 신이 내린 축복이었다.

천제현이 이토록 많은 지식을 보유할 수 있는 비결이 무엇이겠는가?

천제현이 살던 시대에 정신 기술의 발전은 이미 정점에 이르렀다. 천제현은 한 번 보면 절대 잊지 않는 놀라운 기억력을 가지고 있었고, 그의 강력한 마력은 더 심한 시간 차를 견딜 수 있게 해주었다.

천제현이 정신 도서관에서 1년간 공부하는 동안 외부세계는 단지 며칠만 지났을 뿐이다.

그래서 젊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박학다식하고 지혜로웠다. 현 시대에서는 그를 능가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천제현이 두 시대에 있으면서 보냈던 시간을 모두 합쳐도 100년이 안 되었으나 정신 도서관에서 공부한 시간은 수십 배 이상이었으니 엘프 중 어느 누구도 그와 견줄 수는 없었다.

천제현이 미로의 숲에서 발견한 수정석은 안정적이고 강력하여 정신세계를 구축하는 데 최적의 재료였다.

물론 이 가치는 환각을 만드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천제현이 정신 연구소를 만든다면 운씨 가문의 연구 효율을 10배 이상 끌어올릴 수 있고, 정신 도서관을 만든다면 인재와 학자를 더 쉽게 배출할 수 있을 것이다.

심지어 정신 과학기술 연구를 최상의 수준으로 끌어올릴 수 있다.

천제현이 정신 네트워크를 만들어 모든 사람의 정신을 연결하면, 각 종족, 각종 숲, 심지어 대륙까지 포괄하는 정신 인터넷을 형성할 수 있고, 정신세계를 현실세계에 기반한 제2의 세계로 만들 수 있다.

모든 사람은 정신세계에서 완전히 다른 신분을 가질 수 있어 각종 오락, 학습, 교류, 생활 등등의 행위를 할 수 있다.

머지않아 대륙은 정신 인터넷 시대로 들어갈 것이다.

천제현은 비비안, 엘프와 함께 공간 과학기술을 개발하고, 지금은 꽃의 엘프와 함께 정신 과학기술이라는 새로운 영역을 탐험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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