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능력 믿고 막 간다-457화 (457/729)

# 457

제457장 신선주

꽃의 엘프의 재배 능력은 사람이 범접할 수 없을 정도로 뛰어나 화원에 있는 각종 귀한 재료들 가운데 선품(仙品) 이상의 것들도 적지 않았다.

이는 후대 인간이 꽃의 엘프의 터전을 침략한 이유이기도 하다. 꽃의 엘프는 그 자체로 높은 가치를 지니고 있었고, 그들이 생활하는 터전은 천연의 보고라 할 수 있었다.

꽃의 엘프는 수련을 하지 않기 때문에 이런 보물들이 딱히 쓸모 있지 않았다. 그저 단순하게 수집하는 것을 좋아하는 것뿐이라 해마다 이 많은 것들을 친구인 엘프에게 선물로 보낸다.

현재 천제현은 꽃의 엘프 마을에 손님으로 온 덕택에 이런 융숭한 대접을 받는 것이다.

천제현이 꽃들이 만개한 풀밭에 가부좌를 틀고 앉았고, 그 주변으로 예쁘고 귀여운 꽃의 엘프가 함께했다.

이 작은 생물은 수천 년 동안 이곳 천 리 밖을 벗어나 본적이 없다. 그들은 조용하고 지혜로운 엔트와 활발하고 우호적인 엘프를 제외하고는 난생처음 다른 종족을 보는 것이다.

천제현은 수천 년 만에 처음으로 꽃의 엘프 화원을 방문한 유일한 외부인이었다.

꽃의 엘프 대부분은 기적상회의 영화를 관람한 적이 있었기에 천제현에 대해서 낯설지 않았고, 오히려 친밀감을 느꼈다. 따라서 천제현이 꽃의 엘프 화원에 도착했을 때 거의 모든 꽃의 엘프가 그를 보러 달려왔다.

이 화원에는 최소 2,000명이 넘는 꽃의 엘프가 살고 있는 것 같았다. 인간으로 따지면 얼마 되지 않는 것 같지만, 꽃의 엘프에게는 대단히 큰 숫자이다.

그들은 자연이 만들어낸 창조물로 후천적인 교배를 통해 번식할 수 있는 종족이 아니다. 그렇기에 모든 꽃의 엘프는 대지의 숲이 낳은 보배인 것이다.

“이것은 신선주예요. 꽃의 엘프의 가장 좋은 친구한테만 대접한답니다!”

꽃의 엘프 몇몇이 손을 맞잡고 꽃 한 송이를 받쳐 들고 왔다. 일곱 빛깔의 꽃잎이 빼곡하게 차 있었고, 싱그러움이 짙게 묻어나왔다. 꽃봉오리 안에서 따사로운 빛이 방출되었고, 그 안에는 어떤 액체가 흐르고 있었다.

천제현이 살짝 향기를 맡아보았다.

순간 믿을 수 없는 마력이 전신을 감쌌고, 온몸의 모공 하나하나가 모두 확장되는 느낌이 들었다. 세포마다 무한한 생명력이 주입되는 것만 같았다.

‘향기를 맡은 것만으로도 이토록 대단한 효과가 있다니?’

이는 성약을 복용하는 것과 거의 맞먹는 효과였다.

천제현의 예상이 틀리지 않다면, 이 신선주는 최고 3가지 이상의 선약으로 만든 게 분명했다. 그렇지 않다면 이토록 강렬한 효과가 나타날 수 있겠는가?

‘선약은 역시 선약이로군!’

혼돈의 숲과 같은 곳에서도 선약은 상당히 귀한 것이었다. 그렇지 않으면 엘프 부족이 장생초 하나 잃어버렸다고 이렇게 득달같이 달려들었겠는가.

‘낭비다! 대단한 낭비야! 선품으로 술을 빚었다고?’

게다가 양조 방법도 대단히 평범해 약의 가치를 10분의 1도 구현하지 못했다. 선약의 절반 이상을 낭비한 것이니 이 귀한 것으로 뭘 한 것인가?

천제현이 꽃잔을 들어 단숨에 들이켰다.

꽃의 엘프가 만든 신선주는 흔히 말하는 알코올이란 게 없고, 오로지 꽃향기로만 가득했다. 이 미묘하고 즐거운 기분은 일반 술에서는 느낄 수 없는 것이었다. 이 느낌은 감각기관을 지나 마음, 정신, 영혼까지 깊이 스며드는 것 같았다.

천제현은 모든 세포가 영력으로 충만해짐을 느꼈으며, 온몸이 만물의 영기를 흡수하여 생장하는 귀한 약재로 변한 것 같았다. 마력이 원활해지고 모자란 부분이 채워진 뒤 순간적으로 도약하는 듯 부풀어 올랐다.

“이건…….”

천제현은 온몸의 모공 안에서 정기의 힘이 느껴졌다. 마치 공기가 가득 든 풍선처럼 순식간에 팽창한 영기로 그 압박감을 감당하기가 어려웠다.

꽃의 엘프들이 이 모습을 보자 천제현 주변으로 일제히 날아들었다. 그들이 천제현 앞으로 양손을 뻗으니 이마에서 각인이 빛나기 시작했다. 밖으로 빠져 나온 모든 마력이 천제현의 몸속으로 다시 들어갔다.

따스한 힘이 천제현 몸속에 들어와 거대한 영기를 마력으로 전환시켜 주었다. 이 전환 효과는 천제현 스스로 한 것보다 훨씬 좋았다.

‘굉장하군!’

꽃의 엘프는 치유능력, 약으로서의 기능, 보물찾기 능력 외에도 술사에게 가장 완벽한 조수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수련할 때 꽃의 엘프가 옆에서 도와준다면, 영기 보충은 물론이고 문제 해결의 성공률도 증가할 것이다. 게다가 수련 효율도 크게 높아져 적은 힘으로 최대의 효과를 낼 수 있게 될 것이다.

천제현은 즉시 가부좌를 틀고 앉아 이 신선주를 운용하기 시작했다.

체내의 마력이 광폭하게 팽창하며 요동쳤다. 이로써 혼성 8성인 마력이 혼성 8성 정점으로 단숨에 뛰어올랐고, 마지막에는 기민한 기운이 폭발하듯 흘러넘쳤다.

쾅!

강한 마력이 꽃의 엘프 화원을 순식간에 에워쌌다.

갑자기 허공에서 수많은 환상이 나타났다. 마치 하늘을 떠받치는 구안마신이 검은 화염의 신마검을 하늘 높이 치켜세우는 것 같았다.

“엄청난 중압감이다! 대단한 기운이다!”

꽃의 엘프들은 놀라움에 멍해지고 말았다.

천제현 몸속에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강한 힘이 내재되어 있었다.

엔트 숲에서 세나리우스가 눈을 크게 뜨고 꽃의 엘프 화원 쪽에서 나타난 이상 현상을 보았다.

만 년 묵은 엔트의 얼굴에는 믿을 수 없다는 듯 당혹스러움이 여실히 드러나 있었다.

물론 천제현이 다른 인간과는 다르다는 걸 느꼈지만, 이 정도로 강할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이 잠재력은 세나리우스조차도 난생처음 본 것으로 두려움마저 느낄 정도였다. 그는 자신의 유구한 기억 속에서 이 자와 비견될 수 있을 만한 인물을 찾지 못했다.

***

엘프 부족.

비비안이 허공둔을 시연하자, 엘프 장로들은 전율을 느꼈다. 그 공간 신법은 매우 특별하고 우수하며 독창적이었다.

비비안은 허공둔을 수련한 지 겨우 두 달밖에 되지 않았고, 어떤 재료도 사용하지 않았다.

현재 소성조차도 이르지 못했는데, 진령 4성 미만의 공격은 거의 다 무시할 정도의 위력이었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건 공격을 방어하는 것이 아니라, 공격을 무시하는 것이다.

이 두 가지는 본질적인 차이가 있다. 연체 술사의 공격을 가볍게 막아낼 수 있는 진령급 고수의 경우, 연체 술사 천 명이 달려들어도 진령급 고수 한 명을 제거할 수 없다.

그러나 연체 술사의 공격이 아무리 약해도 진령 술사가 이를 막아내는 과정에서 마력 소모는 발생할 수밖에 없다.

연체 술사 천 명이 진령 술사 한 명을 제거하지 못한다면, 2천 명, 3천 명이 공격한다면? 1만 명, 10만 명이 공격한다면 어떻겠는가?

진령 술사가 마력을 모두 소진하면 평범한 사람보다 강할 거라고 장담할 수 없다. 그러니 하급 술사가 수적으로 공격한다면, 고급 술사는 결국 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러나 허공둔은 다르다.

비비안은 하급 술사의 공격을 받으면, 방어하는 게 아니라 공간적 측면을 서로 엇갈리게 해 어떤 술사의 공격이든 무시할 수 있었다. 일정한 강도에까지 이르지 못하면, 얼마나 많은 공격을 퍼붓든 아무런 의미가 없게 된다.

비비안은 진령 4성 이하의 마력을 지닌 술사의 공격을 모두 무시할 수 있는 단계에 있었다.

이는 그녀가 100만 대군과 겨루어도 털끝 하나 다치지 않는다는 걸 의미한다.

설령 진령 1~2성의 술사 100만 명이 공격을 해도 순간적으로 형성하는 공격의 강도가 공간 장벽을 뚫지 못하면, 아무리 많은 공격을 가하고 아무리 오랫동안 공격한다고 해도 아무런 의미가 없는 것이다.

비비안은 조금의 피해도 입지 않고, 마력 역시 전혀 줄지 않는다.

‘이토록 신기한 무공이라니?’

귀를 의심케 하는 효과이지 않은가.

대성 수준까지 수련한다면 비비안은 진령 4성의 마력으로 진령 7~8성의 일반 공격에 대하여 충분한 면역력을 가질 수 있다. 게다가 비비안은 공격형 공간 재능을 가지고 있어 다른 사람들은 그녀를 공격할 수 없지만, 그녀는 상대를 공격할 수 있었다. 정말 상대하기 어려운 무공이었다.

하지만 엘프족이 허공둔에 대해 모르는 게 있었다.

허공둔은 모든 물리 공격과 일반 마력 공격에 대한 면역력을 가지고 있지만, 공간 공격, 영혼 공격, 신식 공격과 같은 공격에는 면역력을 지니지 못한다.

“고작 단약 한 알이잖아요! 제가 갚으면 되잖아요!”

비비안은 억울함과 불만 가득한 목소리로 말했다.

“100가지 약으로도 이 무공과 바꿀 수 없는데, 천제현은 저에게 더 귀한 걸 가르쳐 주었단 말이에요. 게다가 세상의 과학기술을 완전히 변화시켰어요!”

엘프들은 이미 천제현의 말을 믿었다.

‘그놈은 보통 천재가 아닌 것이다!’

율리시스는 심장을 압박하는 듯한 흥분을 느꼈다.

“그럼 공간 과학기술이라는 것을 보여 봐라!”

비비안은 공간창고를 소환할 수 없었다. 공간창고 기술을 완전히 파악하고는 있었지만, 마력 부분은 엘프가 해결할 수 없는 문제였다. 따라서 기적상회에서 특별 제작한 마력 기둥만이 안정적이고 효율 높은 마력을 출력할 수 있었다.

그래서 기적상회를 떠나면, 비비안 역시 창고를 사용할 수 없었다.

그러나 비비안은 심오한 공간 마력진을 그렸다. 전대미문의 마력진을 본 순간, 엘프들은 정신이 혼미해졌다.

‘이게 무슨 과학기술인가? 이것은 신의 기적이다!’

엘프족은 항상 오만한 태도를 보여 왔다.

엘프족의 문명은 인간보다 십만 년 이상 일찍 시작되었고, 엘프 개개인도 박학다식함을 자랑했기 때문이다. 엘프족 모두 인간족의 일류 학자들에 견줄만한 지식을 가지고 있었기에 그들은 인간을 안중에도 두지 않았다. 인간족 문명이 빠르게 발전한다고 해도 적어도 1만 년 안에 엘프족을 따라잡을 수 없으리라 여겼다.

이 마력진이 눈앞에 나타났을 때, 이 같은 엘프족의 자존심과 자긍심은 완전히 산산조각이 났다.

엘프들은 공간창고가 얼마나 신기한지 굳이 볼 필요도 없었다. 눈앞에 있는 이 공간 마력은 수만 년이 지나도 엘프족이 못 쫓아갈 과학기술의 정수였다.

‘인간 문명이 언제부터 엘프조차 우러러볼 정도로 성장했는가?’

그들은 처음으로 처절한 패배감을 느꼈고, 동시에 위기감을 느꼈다.

엘프족이 마수령과의 지리멸렬한 싸움을 거쳐 대륙의 최고 종족이라는 명예를 거머쥘 동안 인간족은 남몰래 도약하고 있었던 것인가?

지혜로운 엘프든 용감한 마수령이든 인간족을 너무나 과소평가한 것이다.

이번 사건은 완전히 헛다리짚은 격이었다.

천제현에게 이 같은 무공과 과학기술이 있는데, 무슨 이유로 엘프족을 속여 2급 선약을 얻겠는가.

말도 안 되는 소리다.

비비안이 말했다.

“현재 인간은 실력이든 문명 수준이든 모두 엘프족과 비교가 되지 않아요. 그러나 천제현만은 달라요. 그의 지식은 엘프보다 최소 10만 년이나 앞서 있어요!”

율리시스가 옆에 있는 엘프에게 서둘러 명령했다.

“어서 천제현을 데려오라!”

이는 비록 체면이 깎이는 일이지만, 현재 엘프족은 천제현을 감히 건드릴 수 없었다. 엘프족이 정말 그를 죽이려 한다면, 종족은 수치와 오명에 시달릴 것이며, 심각할 경우 인간족에 전쟁의 빌미를 제공할 수도 있었다.

살든 죽든, 천제현의 모든 행동은 대륙의 역사를 바꿀 충분한 힘을 가지고 있었다.

엘프들이 막 문 밖을 나갈 때 하늘과 땅이 심하게 흔들렸고, 꽃의 엘프 화원 쪽으로 심상치 않은 일이 발생했다. 엘프족은 다시 넋이 나가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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